한강 실종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남겼나

사라진 어른들을 찾아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대 대학생이 한강공원에서 실종·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성인이라는 이유로 실종이 아닌 가출로 처리돼 초동대응을 놓친 수많은 성인 실종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지난 4월25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먹다 실종된 22세 대학생 손정민군이 같은 달 30일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는 아들의 실종 사흘 뒤,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의 실종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손군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곁에 돌아왔다. 

애들은 찾는데…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손군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상흔을 남겼다. 유튜버를 중심으로 추측이 난무했고, 가짜뉴스가 검증 없이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성인 남성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먼저 CCTV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은 서울시 면적 15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로 총 길이는 약 85㎞다. 서울에서도 손꼽힐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서울시가 집계한 ‘서울시 한강공원 이용객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강공원 전체 이용객은 67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손군 사건이 일어난 반포 한강공원은 2019년 한 해 동안 728만명이 이용했다.


하지만 한강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한강공원 내 CCTV는 현재 462개뿐으로 대부분 나들목이나 승강기 주변에 설치돼있다. 공원 내부를 찍는 CCTV는 163개에 불과했다. 평균 500m 당 1개꼴이다. 

총 면적 56만3015㎡(길이 7.2㎞)의 반포 한강공원은 내부에서 설치된 CCTV가 22개에 불과했다. 나들목 6대, 분수 5대, 승강기 10대 등이다. 공원 내부는 1대 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공원 내 CCTV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손군 사건은 성인 실종에 대한 경각심도 불러일으켰다. 20~30대 성인, 특히 남성은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이를 실종사건으로 전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아동실종에 비해 성인 실종에 대한 문제의식이 떨어지는 것. 그 사이 사라지는 성인의 숫자는 실종아동과 비교해 더 많은 편이다.

20대 대학생 사라졌다 결국 사망
포항에서도 20대 남성 행방 묘연

경찰청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18세 이상 실종신고 건수는 6만761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월30일 기준 사망자는 1710건에 달했다. 미발견자도 925명이나 된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매일 5명꼴이다. 

최근 5년 동안 실종신고가 된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사망자 수는 2016년 1285명, 2017년 1404명, 2018년 1773명, 2019년 1695명 등이다. 미발견자까지 합하면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성인이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진 셈이다. 

실제 지난 4월7일 포항에서 실종된 20대 남자 간호사 윤모씨는 현재 두 달째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윤씨는 기숙사에서 나온 뒤 주유소 인근 앞을 지나가는 모습까지만 CCTV에 포착됐을 뿐 그 이후의 행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윤씨 가족은 같은 달 9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윤씨의 아버지는 최근 언론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사라진 이후 초기 대처가 다소 아쉽다”며 “고생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조금 더 빨리 대처했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 성인 실종 사건에서 가족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경찰의 초기 대응이다. 하지만 경찰 탓만도 할 수 없는 게 현행법상 경찰이 성인 실종자를 찾아 나설 근거가 부족하다.

경찰청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르면 실종자가 18세 미만이거나 지적 장애인, 치매 환자의 경우를 ‘실종아동 등’으로 구분한다. 손군이나 윤씨의 사례처럼 일반 성인의 행방이 묘연해진 경우에는 ‘가출인’으로 분류한다. 

현행법상 실종 신고를 하면 즉각적인 수색에 나서는 ‘실종아동 등’과 달리 가출인은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 수사기관이 위치추적이나 카드 사용내역을 조회할 수 없다 보니 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발견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실종아동법에 포함 안 돼
경찰·국회 대응책 마련 중

실종아동의 경우에도 카드 내역 조회에는 영장이 필요하지만, 위치추적은 관련법에 따라 가능하다.

‘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실종아동법)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수색·수사를 위한 지문, 위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이 같은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성인 실종 사건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요원했다. 

20대 국회에서 ‘실종 성인의 소재발견 및 수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제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종자가 18세 이상 성인이라는 점에 있다.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다른 목적을 갖고 특정 인물을 찾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손군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 초동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경찰청은 기존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가 담당하던 실종 사건의 일부를 앞으로 형사과가 전담해 바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종 사건에 범죄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형사과가 강력범죄에 준해 즉시 수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는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듣는 단계로 필요하다면 시범운영 등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 실종자를 위한 법제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지난 2일 실종아동법 개정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찰청,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김태석 선문대 교수, 이도현 민간정보조사기관 서치코 의장 등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성인 실종에 대한 신속한 신고와 발견 체계 마련 등 대응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어디로 갔나

이 의원은 “실종자 전문 접수센터 및 전문 프로파일러 양성에 필요한 예산 지원과 법적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며 “정부부처 및 관련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성인 실종에 대한 신속 대응을 강화하고 현실성에 맞도록 수정해 실종아동법 개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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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