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 ①범죄심리학자들이 분석한 ‘강호순’ 심리세계

‘경찰 조롱·대담성’ 범죄 즐기는‘살인마’


“유가족에게 죄송하다” “한번 놔줘 봐요. 다음엔 안 잡힙니다” “두 아들이 ‘살인마의 자식’이 되는데 당신들 같으면 단번에 자백하겠냐” “내 범행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아들들이 인세라도 받게 하고 싶다”….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강호순은 경찰 조사에서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연일 새로운 뉴스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씨가 보여준 튀는 언행,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강씨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말한다. 도대체 강씨의 진짜 속내는 무엇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살인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말의 양심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살인마의 마지막 여유일 뿐일까.

수사관 능력 의심·극도의 대담성,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부녀자 살해 죄책감 느끼지 않고 ‘살인충동’ 느끼는 유형
범죄행위 즐기는 특성…가정파탄 등도 한몫하기도
5·6차 사이 22개월 살인 공백기…살인마 특성 지녀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를 잔인하게 살인한 강호순이 검거된 이후 언론에 노출된 그의 언행들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김씨는 수사 과정과 현장 검증 때 태연하게 행동하는가 하면 수사관에게 “내가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출판해서 아들들이 인세라도 받도록 해야겠다”라는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자기반성 ‘NO’
거짓말 능수능란

검찰로 송치되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왜 죽였냐는 질문에 대해) 모르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유치장에선 한낮까지 코를 골며 잠을 잤다. 또 입감된 범죄자들과 과자도 나눠먹고, 수사관들과 여자이야기를 나누는 등 좀처럼 반성의 태도를 볼 수 없었던 것. 오히려 강씨가 보인 언행들은 온 국민을 경악케한 연쇄살인범이라기보다는 스타에 가깝다.

그렇다면 강씨가 보여주는 언행과 범행과정에 보여줬던 대담성 등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강씨의 행동과 언행 하나하나에 굳이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전의 과감한 행동을 비롯해 경찰 수사관들이 ‘쇼의 명수’라고 탄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그의 이런 특이한 행위는 자신의 심리상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에 참여한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갑자기 수사의 의지가 사라져버리고 사건이 표류하는 듯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또 형사사법기관을 굉장히 조롱하면서 수사관의 능력을 의심하다 보니 극도의 대담성이 생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즉 강씨가 7번째 살인을 저지른 뒤, 과거와 달리 대담하게 피해자의 돈을 찾은 대담성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강씨는 성적 욕망을 위해 사냥하듯 접근해 희생자들을 비인격적 ‘도구’로 생각했다. 또 본인이 잘못해 놓고 경찰에는 증거를 갖고 오라고 되레 큰소리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상황에 대한 영웅의식이 강하고 죄의식은 없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도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징은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 등을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자기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며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이라며 “강씨는 사이코패스의 요소들을 거의 다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장 검증 과정과 마지막 범행에서 보여줬던 행동이 대표적인 일례다.
실제로 강씨가 마지막 범행당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빼는 장면은 그의 심리가 어떠했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유일하게 돈을 카드로 인출하는 장면이 CCTV에 목격됐던 것. 스스로가 체포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찰의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대담성까지 보였다는 점이다.   

내적 불만 ‘축적’
겉과 속이 다르다

특히 전문가들은 강씨가 현장 검증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현장검증에서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 여자들을 성폭행한 것은 아니다. 또 돈이 필요해서 여자들을 죽인 것이라면 그녀들의 신용카드를 빼도 될 텐데…. 순간순간 나 자신을 제어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던 것.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들을 살해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인충동’을 계속적으로 느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강씨의 이런 언행과 행동들이 그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강씨는 하사관 시절 소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혀 특수절도 2회 등 총 9범의 전과를 기록했다. 이후 덤프트럭 운전, 스포츠마사지 등 여러 직업을 전전긍긍했고, 1992년 이후 1999년, 2003년, 2005년까지 네 차례의 결혼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전처들은 하나같이 “폭력남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게다가 1995년 트럭화재, 2000년 1월 점포 화재, 2005년 장모 집 화재 등 강호순을 둘러싼 일련의 화재사건들도 보험금을 노려 방화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시각이다. 안산 반월저수지 인근에서 직접 키웠던 개를 도살해 팔면서 생활했던 것처럼 안정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 
표 교수는 “이 같은 징후들은 강씨가 오랜 기간 동안 내적인 불만을 축적해왔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강씨의 살아온 발자취와 관련해 “성적 쾌락은 1차적인 동기였을 수는 있지만 최종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더 큰 쾌감을 얻은 것은 살인 행위와 이후 암매장을 통한 완벽한 범죄 은폐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정 내 폭력이 있어서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평범한 결혼 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고 풍파가 많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몇몇 정신과 전문의들 역시 강씨가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영웅심리’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강씨의 행동들이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한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가 그렇다.

“외관상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좀처럼 차분함을 잃지 않는 냉혈한 기질이 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증거를 대라’고 말하는 등 지능적으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범죄행위를 즐기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심리학자과 정신과 전문의들은 공통적으로 “속으로는 악감정을 가지면서도 실제로 그 사람 앞에서는 작전을 짜듯 좋은 모습으로 대하는 ‘반동 형성’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웃주민들이 강씨를 “평범하고 성실한 청년”이라고 평가한 것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

풀리지 않는 의혹
또 다른 범행 저질렀다?


한편 강씨가 최초 살인을 했던 날은 지난 2006년 12월이며 2007년 1월7일까지 24일 동안 5명을 잇달아 살해했다. 살해 주기도 10일(2·3차), 3일(4차), 1일(5차), 10일(7차)이다. 그러나 특이할 만하게도 5·6차 사이에서 22개월이라는 공백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볼 때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는 살해된 7명의 부녀자들의 경우 유인(노래방·버스정류장)-성관계·성폭행-살해-암매장-증거 인멸 등으로 속전속결로 처리했던 김씨가 돌연 공백기를 가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강씨가 연쇄 살인 뒤 냉각기를 가진 것은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의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표 교수는 “살인행위 이후에 살인에 이르게 된 어떤 흥분이나 동기가 사라질 만한 심리적 냉각기가 지난 뒤에 다시 또 살인을 한다는 그런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해, 또 다른 추가범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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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