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 ①범죄심리학자들이 분석한 ‘강호순’ 심리세계

‘경찰 조롱·대담성’ 범죄 즐기는‘살인마’


“유가족에게 죄송하다” “한번 놔줘 봐요. 다음엔 안 잡힙니다” “두 아들이 ‘살인마의 자식’이 되는데 당신들 같으면 단번에 자백하겠냐” “내 범행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아들들이 인세라도 받게 하고 싶다”….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강호순은 경찰 조사에서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연일 새로운 뉴스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씨가 보여준 튀는 언행,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강씨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말한다. 도대체 강씨의 진짜 속내는 무엇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살인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말의 양심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살인마의 마지막 여유일 뿐일까.

수사관 능력 의심·극도의 대담성,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부녀자 살해 죄책감 느끼지 않고 ‘살인충동’ 느끼는 유형
범죄행위 즐기는 특성…가정파탄 등도 한몫하기도
5·6차 사이 22개월 살인 공백기…살인마 특성 지녀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를 잔인하게 살인한 강호순이 검거된 이후 언론에 노출된 그의 언행들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김씨는 수사 과정과 현장 검증 때 태연하게 행동하는가 하면 수사관에게 “내가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출판해서 아들들이 인세라도 받도록 해야겠다”라는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자기반성 ‘NO’
거짓말 능수능란

검찰로 송치되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왜 죽였냐는 질문에 대해) 모르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유치장에선 한낮까지 코를 골며 잠을 잤다. 또 입감된 범죄자들과 과자도 나눠먹고, 수사관들과 여자이야기를 나누는 등 좀처럼 반성의 태도를 볼 수 없었던 것. 오히려 강씨가 보인 언행들은 온 국민을 경악케한 연쇄살인범이라기보다는 스타에 가깝다.

그렇다면 강씨가 보여주는 언행과 범행과정에 보여줬던 대담성 등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강씨의 행동과 언행 하나하나에 굳이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전의 과감한 행동을 비롯해 경찰 수사관들이 ‘쇼의 명수’라고 탄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그의 이런 특이한 행위는 자신의 심리상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에 참여한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갑자기 수사의 의지가 사라져버리고 사건이 표류하는 듯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또 형사사법기관을 굉장히 조롱하면서 수사관의 능력을 의심하다 보니 극도의 대담성이 생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즉 강씨가 7번째 살인을 저지른 뒤, 과거와 달리 대담하게 피해자의 돈을 찾은 대담성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강씨는 성적 욕망을 위해 사냥하듯 접근해 희생자들을 비인격적 ‘도구’로 생각했다. 또 본인이 잘못해 놓고 경찰에는 증거를 갖고 오라고 되레 큰소리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상황에 대한 영웅의식이 강하고 죄의식은 없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도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징은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 등을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자기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며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이라며 “강씨는 사이코패스의 요소들을 거의 다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장 검증 과정과 마지막 범행에서 보여줬던 행동이 대표적인 일례다.
실제로 강씨가 마지막 범행당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빼는 장면은 그의 심리가 어떠했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유일하게 돈을 카드로 인출하는 장면이 CCTV에 목격됐던 것. 스스로가 체포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찰의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대담성까지 보였다는 점이다.   

내적 불만 ‘축적’
겉과 속이 다르다

특히 전문가들은 강씨가 현장 검증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현장검증에서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 여자들을 성폭행한 것은 아니다. 또 돈이 필요해서 여자들을 죽인 것이라면 그녀들의 신용카드를 빼도 될 텐데…. 순간순간 나 자신을 제어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던 것.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들을 살해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인충동’을 계속적으로 느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강씨의 이런 언행과 행동들이 그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강씨는 하사관 시절 소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혀 특수절도 2회 등 총 9범의 전과를 기록했다. 이후 덤프트럭 운전, 스포츠마사지 등 여러 직업을 전전긍긍했고, 1992년 이후 1999년, 2003년, 2005년까지 네 차례의 결혼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전처들은 하나같이 “폭력남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게다가 1995년 트럭화재, 2000년 1월 점포 화재, 2005년 장모 집 화재 등 강호순을 둘러싼 일련의 화재사건들도 보험금을 노려 방화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시각이다. 안산 반월저수지 인근에서 직접 키웠던 개를 도살해 팔면서 생활했던 것처럼 안정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 
표 교수는 “이 같은 징후들은 강씨가 오랜 기간 동안 내적인 불만을 축적해왔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강씨의 살아온 발자취와 관련해 “성적 쾌락은 1차적인 동기였을 수는 있지만 최종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더 큰 쾌감을 얻은 것은 살인 행위와 이후 암매장을 통한 완벽한 범죄 은폐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정 내 폭력이 있어서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평범한 결혼 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고 풍파가 많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몇몇 정신과 전문의들 역시 강씨가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영웅심리’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강씨의 행동들이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한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가 그렇다.

“외관상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좀처럼 차분함을 잃지 않는 냉혈한 기질이 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증거를 대라’고 말하는 등 지능적으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범죄행위를 즐기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심리학자과 정신과 전문의들은 공통적으로 “속으로는 악감정을 가지면서도 실제로 그 사람 앞에서는 작전을 짜듯 좋은 모습으로 대하는 ‘반동 형성’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웃주민들이 강씨를 “평범하고 성실한 청년”이라고 평가한 것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

풀리지 않는 의혹
또 다른 범행 저질렀다?


한편 강씨가 최초 살인을 했던 날은 지난 2006년 12월이며 2007년 1월7일까지 24일 동안 5명을 잇달아 살해했다. 살해 주기도 10일(2·3차), 3일(4차), 1일(5차), 10일(7차)이다. 그러나 특이할 만하게도 5·6차 사이에서 22개월이라는 공백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볼 때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는 살해된 7명의 부녀자들의 경우 유인(노래방·버스정류장)-성관계·성폭행-살해-암매장-증거 인멸 등으로 속전속결로 처리했던 김씨가 돌연 공백기를 가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강씨가 연쇄 살인 뒤 냉각기를 가진 것은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의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표 교수는 “살인행위 이후에 살인에 이르게 된 어떤 흥분이나 동기가 사라질 만한 심리적 냉각기가 지난 뒤에 다시 또 살인을 한다는 그런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해, 또 다른 추가범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