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 ①범죄심리학자들이 분석한 ‘강호순’ 심리세계

‘경찰 조롱·대담성’ 범죄 즐기는‘살인마’


“유가족에게 죄송하다” “한번 놔줘 봐요. 다음엔 안 잡힙니다” “두 아들이 ‘살인마의 자식’이 되는데 당신들 같으면 단번에 자백하겠냐” “내 범행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아들들이 인세라도 받게 하고 싶다”….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강호순은 경찰 조사에서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연일 새로운 뉴스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씨가 보여준 튀는 언행,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강씨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말한다. 도대체 강씨의 진짜 속내는 무엇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살인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말의 양심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살인마의 마지막 여유일 뿐일까.

수사관 능력 의심·극도의 대담성,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부녀자 살해 죄책감 느끼지 않고 ‘살인충동’ 느끼는 유형
범죄행위 즐기는 특성…가정파탄 등도 한몫하기도
5·6차 사이 22개월 살인 공백기…살인마 특성 지녀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를 잔인하게 살인한 강호순이 검거된 이후 언론에 노출된 그의 언행들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김씨는 수사 과정과 현장 검증 때 태연하게 행동하는가 하면 수사관에게 “내가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출판해서 아들들이 인세라도 받도록 해야겠다”라는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자기반성 ‘NO’
거짓말 능수능란

검찰로 송치되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왜 죽였냐는 질문에 대해) 모르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유치장에선 한낮까지 코를 골며 잠을 잤다. 또 입감된 범죄자들과 과자도 나눠먹고, 수사관들과 여자이야기를 나누는 등 좀처럼 반성의 태도를 볼 수 없었던 것. 오히려 강씨가 보인 언행들은 온 국민을 경악케한 연쇄살인범이라기보다는 스타에 가깝다.

그렇다면 강씨가 보여주는 언행과 범행과정에 보여줬던 대담성 등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강씨의 행동과 언행 하나하나에 굳이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전의 과감한 행동을 비롯해 경찰 수사관들이 ‘쇼의 명수’라고 탄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그의 이런 특이한 행위는 자신의 심리상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에 참여한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갑자기 수사의 의지가 사라져버리고 사건이 표류하는 듯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또 형사사법기관을 굉장히 조롱하면서 수사관의 능력을 의심하다 보니 극도의 대담성이 생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즉 강씨가 7번째 살인을 저지른 뒤, 과거와 달리 대담하게 피해자의 돈을 찾은 대담성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강씨는 성적 욕망을 위해 사냥하듯 접근해 희생자들을 비인격적 ‘도구’로 생각했다. 또 본인이 잘못해 놓고 경찰에는 증거를 갖고 오라고 되레 큰소리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상황에 대한 영웅의식이 강하고 죄의식은 없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도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징은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 등을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자기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며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이라며 “강씨는 사이코패스의 요소들을 거의 다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장 검증 과정과 마지막 범행에서 보여줬던 행동이 대표적인 일례다.
실제로 강씨가 마지막 범행당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빼는 장면은 그의 심리가 어떠했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유일하게 돈을 카드로 인출하는 장면이 CCTV에 목격됐던 것. 스스로가 체포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찰의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대담성까지 보였다는 점이다.   

내적 불만 ‘축적’
겉과 속이 다르다

특히 전문가들은 강씨가 현장 검증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현장검증에서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 여자들을 성폭행한 것은 아니다. 또 돈이 필요해서 여자들을 죽인 것이라면 그녀들의 신용카드를 빼도 될 텐데…. 순간순간 나 자신을 제어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던 것.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7명의 부녀자들을 살해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인충동’을 계속적으로 느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강씨의 이런 언행과 행동들이 그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강씨는 하사관 시절 소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혀 특수절도 2회 등 총 9범의 전과를 기록했다. 이후 덤프트럭 운전, 스포츠마사지 등 여러 직업을 전전긍긍했고, 1992년 이후 1999년, 2003년, 2005년까지 네 차례의 결혼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전처들은 하나같이 “폭력남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게다가 1995년 트럭화재, 2000년 1월 점포 화재, 2005년 장모 집 화재 등 강호순을 둘러싼 일련의 화재사건들도 보험금을 노려 방화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시각이다. 안산 반월저수지 인근에서 직접 키웠던 개를 도살해 팔면서 생활했던 것처럼 안정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 
표 교수는 “이 같은 징후들은 강씨가 오랜 기간 동안 내적인 불만을 축적해왔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강씨의 살아온 발자취와 관련해 “성적 쾌락은 1차적인 동기였을 수는 있지만 최종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더 큰 쾌감을 얻은 것은 살인 행위와 이후 암매장을 통한 완벽한 범죄 은폐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정 내 폭력이 있어서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평범한 결혼 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고 풍파가 많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몇몇 정신과 전문의들 역시 강씨가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영웅심리’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강씨의 행동들이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한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가 그렇다.

“외관상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좀처럼 차분함을 잃지 않는 냉혈한 기질이 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증거를 대라’고 말하는 등 지능적으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범죄행위를 즐기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심리학자과 정신과 전문의들은 공통적으로 “속으로는 악감정을 가지면서도 실제로 그 사람 앞에서는 작전을 짜듯 좋은 모습으로 대하는 ‘반동 형성’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웃주민들이 강씨를 “평범하고 성실한 청년”이라고 평가한 것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

풀리지 않는 의혹
또 다른 범행 저질렀다?


한편 강씨가 최초 살인을 했던 날은 지난 2006년 12월이며 2007년 1월7일까지 24일 동안 5명을 잇달아 살해했다. 살해 주기도 10일(2·3차), 3일(4차), 1일(5차), 10일(7차)이다. 그러나 특이할 만하게도 5·6차 사이에서 22개월이라는 공백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볼 때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는 살해된 7명의 부녀자들의 경우 유인(노래방·버스정류장)-성관계·성폭행-살해-암매장-증거 인멸 등으로 속전속결로 처리했던 김씨가 돌연 공백기를 가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강씨가 연쇄 살인 뒤 냉각기를 가진 것은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의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표 교수는 “살인행위 이후에 살인에 이르게 된 어떤 흥분이나 동기가 사라질 만한 심리적 냉각기가 지난 뒤에 다시 또 살인을 한다는 그런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해, 또 다른 추가범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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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