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구와 <머니게임> 온라인 달구는 '현실 막장쇼'

사람 모이면 땡? 추악한 폭로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들이 가장 재밌어하는 게 싸움 구경이다. 싸우는 당사자들은 괴롭겠지만, 먼발치서 지켜보는 구경꾼들에게는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다. 최근 인기 BJ들 사이에서 두 개의 큰 싸움이 발생했다. 철구와 그의 아내 외질혜의 이혼을 둘러싼 갈등과 웹 예능 <머니게임>에 출연한 파이의 폭로전이다. 워낙 자극적인 소재라 구경꾼들이 몰리고 있다. 

인기 BJ 철구와 철구 아내 외질혜

일부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나 드라마 중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의 이야기를 다루며,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는 싸이코패스를 소재로 한다. 국내 장르물 중 매우 호평을 받은 SBS 드라마 <마을:아치하라의 비밀>은 매우 끔찍한 가족사를 소재로 했다. 하지만 거론된 작품은 막장이 아닌 명작으로 불린다. 

명작
졸작

반대로 SBS <펜트하우스>는 막장 드라마로 불린다. 앞선 작품들과 <펜트하우스>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평가가 크게 갈리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신뢰할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느끼는 핍진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감정과 행동, 그 외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때 ‘막장’이라는 좋지 못한 수식어가 붙는다. <펜트하우스>는 ‘순옥드’(김순옥 작가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개연성에 신경쓰지 않는다. 작품의 기본적인 구성을 포기한 형태로 드라마가 진행된다. 인기는 있지만, 평가는 박하다. 

핍진성을 높이기 위해 드라마 작가나 감독이 자주 활용하는 소재가 실화다. 실화 바탕의 소재를 작품에 자주 활용하는 이준익 감독은 “작가의 상상력은 실화가 주는 이야기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아무리 소재가 자극적이어도, 실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상상으로 대체할 수 없는 현실성이 있어서다. 

이혼과 불륜, 그 외 수많은 폭로가 뒤섞인 갈등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말 그대로 실화다. 최근 국내에서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두 가지 싸움이 있다. 

인기 BJ 철구(본명 이예준)와 그의 아내 외질혜(본명 전지혜)의 이혼을 둘러싼 갈등과 <머니게임> 출연자인 BJ 파이(본명 강다온)의 폭로와 또 다른 출연자인 전기(본명 김건호), 공혁준, 니갸르, 가오가이 등의 반박이다. 두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철구-아내 외질혜 막가는 설전
남의 집 불구경…구경꾼들 몰려

먼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BJ 경력이 10년 이상 되는 철구는 걸어다니는 대기업이라 불릴 정도의 스트리머다. 아프리카TV가 유명해지는 데 가장 큰 공로를 받는 인물이면서도 반대로 악명 높은 방송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와 막말, 엽기적인 행위로 온갖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범법 행위는 아니지만, 윤리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한 행위가 많았다.

머니게임 포스터

고인 모욕이나 최근 인기 연예인에 대한 비하, 여성 비하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언행을 일삼았다. 심지어 ‘철구 방송 본다’고 하면 주변 지인들이 피하는 현상까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4년 결혼하며 슬하에 딸도 있는 철구는 지난 23일 아내 외질혜와 이혼을 선언하며 폭로하기 시작했다. 외질혜가 결혼 중에 스트리머인 BJ 지윤호와 외도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

철구는 같은 달 13일 이혼을 선언했다가 번복한 후 다시 재점화했다. 

철구는 방송을 통해 “2주 전 새벽 2시에 외질혜가 통화한 목록이 있어 확인했더니 다른 남자가 받았다”며 “그 남자와 통화를 녹음했다. 외질혜도 이실직고했다”고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질혜가 부부생활 중 성관계를 거부하고 낙태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혼 문제를 두고 방송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 시청자들에 대해 “방송을 켜지 않으면 이혼을 번복할 것 같아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따금 이혼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온 철구가 이번만큼은 확실히 이혼하겠다는 다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철구의 폭로에 외질혜 역시 수위 높은 내용으로 반박했다. 외질혜 역시 개인 방송을 통해 철구와 있었던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지윤호와 깊은 관계가 아니다. 서로 호감만 있을 뿐”이라며 “가정 파탄의 이유는 나의 불륜이 아닌 철구의 상습 성매매와 도박이다. 철구는 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성매매를 했다. 그때부터 잠자리를 갖기 싫었다. 또 철구가 매일 도박을 했다. 돈을 다 잃어 내 돈으로도 빚을 갚아줬다”고 밝혔다. 

성매매, 도박
낙태, 불륜…

또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으며, 싸울 때마다 집안의 물건들을 부쉈다고도 밝혔다. 외질혜는 “ 한 대만 때렸다고 하는데 죽도록 맞았다”며 “길거리, 차 안, 그리고 집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때렸다”고 말했다.

머니게임에 출연했던 파이

이에 대해 철구는 다시 해명 방송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철구는 성매매 사실과 가정 폭력도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도 비록 잘못이 있지만, 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면서 이혼할 것을 재차 내비쳤다.

두 사람의 ‘치킨 게임’에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철구의 경우 ‘원조 초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청소년 구독자가 많은 방송인이다. 폭로 영상 및 댓글에는 청소년에게 그릇된 영향력을 끼치는 내용도 다수 포함돼있다. 

특히 철구의 두 번째 해명방송은 동시접속자가 무려 37만명을 넘겼다. 두 사람 사이에는 8살의 딸(본명 이연지)이 있는데, 훗날 아이가 커서 서로를 욕하는 부모의 영상을 봤을 때를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다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종 아동학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하나의 사건은 <머니게임> 출연자 파이의 폭로전이다. 진용진 채널에서 공개된 <머니게임>은 배진수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총 8명의 출연자가 14일 동안 제작진이 설계한 공간에서 지내는 것을 관찰 형태로 만든 예능이다.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는 공간을 만든 만큼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극대화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리려는 게 기획 의도다. 그 가운데서 1번 출연자인 공혁준과 4번 출연자 전기와 다른 출연자들간의 큰 갈등이 벌어졌다.

욕설이 난무했고, 인격모독도 있었다. 워낙 극심한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본능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5화에서 여성 출연진이 집단퇴소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종영했다가, 6화부터는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진에게 자존심을 숙이는 장면이 나왔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뒤바뀐 이후 논란은 심화됐다. 

이 가운데서 니갸르를 제외한 2번 출연자 육지담과 5번 이루리, 6번 파이가 도마 위에 올라 시청자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당했다. 육지담과 이루리는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며 일단락했지만, 파이는 “나는 그렇게 잘못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시청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격의
폭로쇼

<머니게임>에서 드러난 모습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지녀온 파이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 수위는 더욱 심해졌다. 악성 댓글만 무려 수만개가 달릴 정도였으며, <머니게임> 이전부터 파이를 지지한 열혈 팬들마저도 등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파이는 지난 24일 2시간여의 생방송 스트리밍을 통해 그간 모아놨던 대다수 녹취록을 풀며 폭로를 감행했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비난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이 방송은 무려 21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다. <머니게임>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으며, 또 실제 현실판 싸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머니게임 포스터

파이의 폭로 내용에는 <머니게임> 내 제작진의 섭외와 개입, 육지담과 니갸르의 남성 출연자 비하, 여성 출연자들 앞에서 사과하는 제작진과 공혁준, 이 외 다른 출연자간의 갈등 등을 모두 드러냈다. 유튜브 채널 ‘파이.D’에 올라온 녹취록만 무려 3시간이 넘는다. 

하지만 파이는 자신을 공격하는 시청자들의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 녹취록이 그간 다른 출연진과 제작진이 반박한 내용을 오히려 확인시켜주는 내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편이 돼준 육지담이 뒤에서 얼마나 못된 행동을 했는지만 드러났으며, 오히려 공혁준과 전기 등 파이 입장에서 상대편인 사람들을 더 호의적으로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파이를 비롯해 다른 출연자들을 감싸 안아왔던 공혁준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파이를 비난했다. 공혁준은 “자기가 생각할 땐 힘들고 그랬을 거 같다. 나도 욕먹어서 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찍어누르면서까지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본인한테 불리한 얘기는 안 하냐. <머니게임>에서 본인이 제작진과 협의 룰을 바꾼 건 왜 말을 안 하냐. 심지어 돈까지 받아 갔으면서”라고 분노했다. 

네 편 내 편 없는 파이 논란 증폭
동시접속자 40만…걱정되는 악영향

파이의 방송에 반박하겠다고 밝힌 전기는 지난 25일, 약속대로 해명 방송을 했다. 이 방송에는 무려 38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다. 

<머니게임> 내에서 공혁준과 함께 인기를 얻은 전기는 “파이의 방송에서 딱히 해명할 내용이 없다”며 약 30분간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별다른 내용이 없었음에도, 시청자들은 그를 후원하는 목적으로 ‘슈퍼챗’은 500만원 이상을 쐈다. 

‘현실판 머니게임’으로 불리고 있는 파이의 폭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파이는 대다수 녹취록을 공개했음에도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 악화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파이는 제작진을 향해 폭로전을 이어나갈 것임을 예고해 이 싸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두 사건 내에서 보인 동시접속자 수는 놀라움을 준다. 세 스트리밍 방송만 무려 100만 시청자가 동원됐다. 축구나 야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의 결승전에도 세 사람이 기록한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긴 쉽지 않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 내 압도적 1위 스트리머인 침착맨(본명 이병권)의 동시접속자가 2만명 내외인 점과 국내 최고의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인 2021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전도 5만명 내외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기록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머니게임에 출연했던 유튜버 전기

뉴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워낙 자극적인 내용으로 다투고 있어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간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극단의 추악한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다.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폭로전이 많은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드미디어에서는 다룰 수 없는 ‘막장쇼’가 뉴미디어에서는 쉽게 다뤄진다. 유튜브 내에서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는 방송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미흡하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유튜브 내에서는 악성 댓글이 극심한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머니게임>으로 인해 엄청난 비난을 받은 파이와 관련한 댓글에는 인격모독을 넘어 매우 비윤리적인 댓글도 달리고 있다. 심지어 “파이 시체 보고 싶다” “자살해라” 등의 충격적인 댓글도 보인다. 

때로 건설적인 비판도 있기는 하나, 이 같은 모욕적인 글을 정화하는 기능이 없다는 건 뉴미디어가 가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자살하거라”
도넘은 악플

한 방송 관계자는 “매우 자극적인 유통하는 인터넷 사업체나 유튜브 등에서는 오히려 클릭이 많이 나와 이런 자극적인 방송을 모른척한다. BJ 개인을 처벌하기보다 무분별하게 방송을 하도록 방관하는 사업체, 유튜브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등 규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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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