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절대강자는 없다' 대기업 서열 전쟁 막전막후

'오르락내리락' 피 튀는 승강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해왔다. 직전년도를 기준으로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을 공개하는 것이다. 여기에 포함됐다는 건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회사가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은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기 위해 1987년 첫 도입됐다. 초창기에는 자산총액 4000억원이 기준이었지만, 2002년 2조원, 2009년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포함되면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상호지급보증 금지 출자 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 규제가 가해진다.

상위권
그대로

해당 기준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수정됐다. 2017년 7월11일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정을 위한 세부기준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변화였다.

개정안은 석달 전 공표된 개정 공정거래법의 위임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시의무와 사익편취 규제의 적용 대상을 기존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집단 외에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하는 게 핵심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절차는 기존 상호출자제한집단의 내용을 그대로 사용했다. 자산총액 산정은 직전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총액 합계로 이뤄지며, 금융·보험사는 자본총액과 자본금 중 큰 금액에 따른다.


대신 금융·보험업만을 영위하는 기업집단이나 회생·관리절차가 진행 중인 소속 회사의 자산총액이 전체의 50% 이상인 기업집단 등은 지정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1일 기준 상호출자제한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총 71곳. 이는 전년(64개) 대비 7개 증가한 수치다.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분류된 기업은 40곳으로, 전년 대비 6개 늘었다.

계열회사수는 지난해 2284개보다 328개 늘어난 2612개로 집계됐고, 공정자산은 지난해 2176조원보다 160조원 증가한 2336조원이었다. 상위 10개 기업집단의 공정자산 비중은 2019년 69.7%에서 올해 66.9%로 줄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해 자산가치가 급등하며 지정집단이 대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명단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상위권 대기업들의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다. 1위(삼성)부터 17위(부영) 사이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은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를 나타냈다. 롯데(2020년 121조5240억원→2021년 117조7810억원)를 제외한 16곳은 전년 대비 공정자산이 증가했다.

올라가고
내려가고

대신 네이버(27위), 넥슨(34위), 넷마블(36위) 등 IT 기업들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신규 지정이 두드러졌다. 이로써 카카오(18위)를 비롯해 국내 IT·게임 기업 가운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은 총 4개사로 늘었다.


IT기업이 상호출자제한기업에 지정된 것은 2016년부터다. 공정위는 당시 대기업집단에 카카오를 포함시켰고, 이듬해 네이버와 넥슨, 2018년 넷마블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포함됐다. 카카오는 2019년 공정자산 10조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편입됐다.

IT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비대면 수혜로 인해 보유주식 가치 상승, 수익 증가 혜택을 톡톡히 봤다. 이 영향으로 4대 IT기업의 공정자산은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실제로 IT 기업 4곳은 동반 순위 상승을 나타냈다. 카카오의 공정자산 기준 순위는 지난해 23위에서 5계단 올라섰고, 네이버는 14계단 수직상승했다. 넥슨은 8계단, 넷마블은 9계단 순위를 끌어올렸다.

셀트리온(24위)는 가장 높은 순위 상승을 나타냈다. 셀트리온은 3조1000억원 규모의 원주식 출자를 통해 계열회사를 신규 설립했고, 사업이익도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순위를 21단계 끌어올렸다. 

새롭게 편입된 7개 새얼굴
동일인 변경 기준은 무엇?

지난해 9조원대 공정자산을 기록했던 호반건설(37위), SM(38위), DB(39위) 역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1년 새 공정자산을 7300억원~1조5000억원가량 늘리는 데 성공했다. 호반건설(2020년 44위)의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고, SM과 DB는 전년과 동일한 순위를 나타냈다.

특히 호반건설은 2017년 자산 5조원을 넘기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된 지 3년여 만에 자산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부영, DL, HDC에 이어 건설그룹으로서 네 번째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이들과 달리 대우건설(42위)과 코오롱(40위)은 공정자산 감소로 인해 순위 하락이 두드러졌다. 대우건설은 부채 감소로 인해 자산이 10조원을 밑돌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33위에 위치했던 코오롱은 약 1300억원 감소한 공정자산으로 인해 순위가 7계단 하락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명단에서는 신규 지정된 기업들이 눈에 띈다. 쿠팡(60위), 반도홀딩스(62위), 대방건설(66위), 현대해상화재보험(67위), 한국항공우주산업(68위), 엠디엠(69위), 아이에스지주(70위), 중앙(71위) 등 7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도홀딩스와 아이에스지주는 주식·부동산 등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했다. 대방건설은 사업이익 증가와 사업용 토지 취득, 엠디엠은 회사 인수와 자산 신규 취득 등으로 신규 지정됐다.

중앙은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증가했고, 쿠팡은 매출액과 유형자산이 늘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사업이익 증가 등으로 공시대상 기업에 신규 지정됐다.

반면 KG는자회사 간 합병으로 회계상 자산총액이 감소해 지정된 지 1년 만에 제외됐다. KG는 지난해 공정자산 5조2560억원을 기록하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63번째 순번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곳곳에
새얼굴

기존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 상승을 기록한 곳은 HMM(48위)였다. HMM은 1년 새 공정자산을 2조2600억원 늘린 데 힘입어 재계 순위를 다섯 단계 끌어올렸다. 지난해 공정자산 6조5280억원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지 1년 만에 50위 내로 진입한 것이다.

HMM과 달리 OCI(43위), 태영(44위), 이랜드(45위) 세아(46위) 등은 눈에 띄게 순위가 하락했다. 9단계 하락한 이랜드가 순위 변동폭이 가장 컸고, OCI는 8단계, 태영은 7단계, 세아는 6단계 뒷걸음질했다. 태영을 제외한 3곳은 공정자산도 감소했다. 

기업의 순위 변동만큼이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동일인(총수) 지정이었다. 공정위는 1987년부터 대기업집단 정책을 시행하며 동일인을 지정해왔다. 동일인 지정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같은 재벌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현대자동차와 효성에서 동일인 변경이 목격됐다.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했다.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2세들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몽구가 보유한 주력회사(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정의선에게 포괄 위임했고 정의선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임원 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효성의 경우 조현준이 지주회사 효성의 최다출자자이며 조석래가 보유한 효성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조현준에게 포괄 위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준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배구조 개편, 임원 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이 반영됐다.

동일인 변경 가능성이 점쳐졌던 LS, DL(옛 대림산업), 현대중공업, 코오롱 등은 기존 체계가 유지됐다. LS의 경우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동일인으로 등록돼있다. 구자홍 회장은 2012년 구자열 당시 LS전선 회장에게 LS 회장직을 넘겨줬지만, 10년 가까이 동일인은 바뀌지 않았다.

DL도 현재 총수는 이준용 명예회장이지만, 사실상 지배자는 지난해 말 기준 52.26%의 주식을 보유한 이해욱 회장이다. 정몽준 전 회장(아산재단 이사장)에서 정기선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과 이웅열 전 회장의 퇴진 이후 이규호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코오롱도 비슷한 형국이다.

쿠팡의 경우 사실상 총수라고 봐도 무방한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에서 제외됐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쿠팡의 지분 10.2%를 들고 있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76.7%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법인은 미국법인의 지배를 받는 구조다.

그럼에도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 지정을 피한 건 미국 국적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총수로 지정될 경우 외국 자본이 투입된 기업들이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된 전례와 상충된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지정됐다면 매년 제출하는 자료에 대한 책임은 물론이고,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공시의무가 생긴다. 김범수 의장은 이에 대한 의무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개선 필요한
애매한 기준

공정위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동일인의 정의·요건·확인과 변경 절차 등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 제도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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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