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코로나 대공황'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암흑기에 비친 실낱같은 빛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만든 암흑 터널에 갇혔다. 우리나라도 1년 넘게 출구조차 잘 보이지 않는 미로를 헤매고 있다. 경제·사회·문화할 것 없이 모든 분야의 모든 지표가 바닥을 향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이제야 조금씩 터널 끝,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27일 중국 후베이성 의사 장지셴이 중국 보건당국에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보고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2019년 12월31일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알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창궐의 시작점이다. 

중국서 시작
전 세계 패닉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월20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다. 정부는 ‘신종플루’ 이후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로 격상하고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하는 등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하지만 2월18일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1차 유행이 시작됐다. WHO는 3월11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집중적인 진단검사와 역학조사가 이뤄졌고 대면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됐다. 이태원 클럽이나 물류센터 등에서 소규모·산발적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8월 중순경 종교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2차 유행이 시작됐다.

고령층 감염의 증가로 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한 시기다.

11월 중순부터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하루 평균 100명 내외로 유지 중이던 확진자 수가 12월 말에 이르러서는 하루 평균 100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사망자 역시 급증해 누적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현재는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600~700명을 오가면서 4차 유행의 기로에 서있다.

더 이상 방역만으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백신이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화이자·모더나·얀센·노바벡스·아스트라제네카·스푸트니크V 등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에서 백신 개발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협상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가 현재(지난 20일 기준)까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총 9900만명분(1억9200만회분)이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실내외 어디서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최초의 ‘노 마스크’ 선언이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지난해 4월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며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코로나19 창궐 이후 경제·사회·문화·교육·복지·보건 등 모든 분야에서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났다. 대면접촉이 줄어들고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수준으로 사회가 바뀐 것이다. 모든 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렸고 국민들의 삶은 암흑 속으로 빠져 들었다.

지난해 2월 첫 확진자 이후
1년3개월만 사회 전반 파탄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도 전년보다 줄어든 3만10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당시 1998년(-5.1%) 이후 22년 만이다.

1980년(-1.6%)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역대 3번째 역성장이다. 

경제활동별 GDP 성장률을 보면 건설업(-0.8%) 감소폭은 줄었지만 서비스업(-1.2%)과 제조업(-1.0%)은 감소로 전환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은 각각 1998년(-2.4%)와 2009년(-2.3%)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코로나19 충격이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간다는 방증이다. 

특히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때 아닌 호황기를 맞은 택배나 배달 업계와는 달리 대면 영업을 하는 자영업의 타격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5인 이상 집합금지 등의 시행으로 대면 모임이 대폭 줄어들면서 매출이 90% 이상 감소한 업종이 속출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급한 불을 끄려 했으나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을 막진 못했다. 

지난 1월 통계청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전국 자영업자는 553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7만5000명 감소했다. 창업보다 폐업이 7만5000명 많았다는 뜻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자영업자의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 2·3차 유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른 지역보다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문만 열어둔 채 영업을 제대로 못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며 "임대기간이 남아 있어 폐업을 안 한 것뿐이지 사실상 폐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식당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영업자들 가운데는 빚으로 가게를 지탱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4차 유행 기로
언제까지 갈까

지난해 자영업자들이 받은 신규 대출액은 120조가량을 기록했다. 2019년 증가액의 2배 수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03조5000억원이다. 2019년 말(684조9000억원)보다 118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차주는 238만4000명으로, 1년 전(191만4000명)보다 47만명 늘었다. 잔액 증가율과 차주 증가율 모두 최근 5년새 가장 높았다.

장 의원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버팀목 자금 등을 지원했음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이례적으로 많은 부채를 동원해 코로나19 위기를 견뎌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청년층을 덮쳤다. 코로나19 2차 유행을 앞둔 지난해 7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10.7%까지 치솟았다. 21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정식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시기인 20대 후반(25~29세) 실업률도 10.2%로 1999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나빴다. 

잠재적 구직자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은 26.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다. 4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자인 셈이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1차 유행이 시작된 2월부터 전체 취업자 수 역시 꾸준히 줄어들었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으로 60세 이상 연령층만 선방했을 뿐, 전 연령층에서 타격을 받았다.

고용시장 한파는 혼인율·출산율에도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지난해 혼인 건수(21만4000건)는 전년 대비 10.7%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집합금지 명령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취소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집값 상승과 고용위기 등 경제적 요인의 영향으로 혼인 건수와 혼인율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대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율은 재앙에 가까웠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반면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으로 전년보다 0.08명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3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은 물론 OECD 3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 이 수치가 0.7명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경제부터
연쇄작용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문화예술계는 유례없는 타격을 입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수식이 달릴 정도였다. 특히 공연계는 지난해 괴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때 위기보다 심리적 타격이 더 컸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6일까지 공연 개막 편수는 5216편, 매출은 약 17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개막 편수는 9038편, 매출은 2293억원이었다. 지난해 대비 개막 편수는 40% 이상 감소했고, 매출 역시 25%가량 줄었다.

수기로 표를 발권하는 영세 극단, 극장의 작품은 집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치로 추정된다.

영화계는 ‘붕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5952만명으로 전년 대비 73.7% 감소했다. 2019년 5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하고 전체 극장 관객수 2억2668만명을 동원하며 호황기를 누렸던 극장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매출액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는 전년 대비 3.22회 감소한 1.15회로 조사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원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매출액은 2019년보다 63.9% 감소한 3504억원으로 집계됐다. 

박스오피스를 살펴보면 지난해 처참했던 영화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0년 박스오피스 1위는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수는 475만명에 그쳤다. 제작사에서 라인업 중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텐트폴 영화’ 중 하나였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436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실업 등 경제적 불안은 커지는 반면 이를 상쇄할 문화생활 등이 제한되면서 ‘코로나 블루’가 증가했다. OECD가 지난 12일 발표한 <코로나19 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이 있는 비중이 36.8%로 조사대상 15개국 중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불과 1년 만에 사회 전반이 망가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백신 공급이 원활한 나라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GDP는 민간소비 증가와 정부 지출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6%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게 이번 분기까지 이어졌다.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글로벌 수요 확대 상황이 생산·수출·투자 등에 영향을 미쳤다. 

바닥 찍었던 지표들 회복세
자영업자 "바닥경제는 아직"

3월 산업생산은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호조를 보이면서 0.8% 늘었다. 4월 수출은 511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41.1% 증가했다. 10년 3개월 만의 최대치다. 경제 지표가 회복 기미를 보이자 성장률 전망치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올해 성장 목표치인 3.2%를 웃돌 기세다. 

고용시장에서도 미약하게나마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지난달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직장 폐업이나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 수가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 가사·육아·심신장애·정년퇴직·급여 불만족 등 자발적 이유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이 통계청 고용동향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지 1년 이하인 사람은 170만112명이었다. 1년 전보다 21만9676명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연령별로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줄어들었다.

공연계도 대면 공연 부분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뮤지컬, 연극계 등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시기, 비대면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는 등 활로 모색을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로 대면 공연이 재개되면서 대형 작품을 중심으로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는 중이다.

지난 2월 기준 공연 시장 매출액은 167억7407만원으로 전월(37억3090만원)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전인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회복했다. 공연 건수도 1월 351건에서 2월 431건으로 늘었다. <맨 오브 라만차> <위키드> 등 대형 뮤지컬들의 흥행이 공연 시장의 회복세를 이끌었다. 

대중들의 소비 심리도 폭발하고 있다. 이른바 보복소비의 현실화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최근 경제동향’의 내수 지표를 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8% 늘었다. 같은 달 국내 카드 승인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 또한 18.3%였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지난해 3월부터 두 달 째 기준치(100)를 웃도는 등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 중이다. 

코로나 이전
더이상 없어

다만 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 심리의 폭발은 ‘반짝 특수’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득 계층별로 소비가 양극화되는 양상을 띠는 점도 불안하다. 명품 소비와 백화점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한파에 가깝다. 코로나19 대응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에도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실질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보상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손실 보상은 불쌍해서 은혜를 베푸는 '지원'이 아니라 응당히 해야 할 '의무'"라며 "빚을 내서 창업했고 피해도 일반 직장인들보다 훨씬 큰데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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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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