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특별진단' 복수의 시대를 말하다 - 사회심리학자 박지선 교수

우리는 왜 사이코패스에 열광하는가?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면 언론에서는 그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대해 연일 초점을 맞춘다. 주목도를 높여 대중의 공분을 사기 충분하지만, 범죄자가 사이코패스라는 게 사건 해결을 위하거나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관계가 없다.

TV를 틀면 거의 모든 채널에서 범죄 관련 이야기들이 무수히 나온다. 우리는 과거 사건을 통해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하는 비극임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범죄 소재는 대중의 분노를 사기 충분한 아이템이다.  

좋은 
방송 소재

대중은 범죄 소재에 열광한다. 드라마, 영화, 예능을 불문하고 범죄가 주제가 되면 시청자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사법 시스템 불신으로 탄생한 사적 복수라는 소재를 활용해 직접 단죄에 나서는 드라마나 영화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실제로는 하기 힘든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나 통쾌한 복수를 통해 드라마 속에서 나마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복수를 하는 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진 않다. 실제 벌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대부분 범죄자와 마찬가지로 법을 어겨가며 복수에 몰두한다. 묘사 역시 자세하다. 그래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건을 되짚는 예능들 역시 호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언론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숨겨진 이야기와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를 하며 시청자들이 피해자가 겪었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도 보인다. 

사건과 관계없이 그들의 성향만 집중
해결·피해 복구 전혀 도움 되지 않아

전문가들이 패널로 등장해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풀어내며 해당 사건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범죄자들은 하나 같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정당화하는 인물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언론에서도 범죄자 보도는 하루에 몇 번씩 쏟아져 나온다. 범죄자가 포토라인에 서는 날이면 수많은 플래시를 터뜨리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그러나 실제 사건과 관계없는 그들의 성향과 말 한 마디에 주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N번방 사건의 조주빈은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모습으로 대중의 분노를 샀다.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역시 경찰에게 "잠시 팔을 놔 달라"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김태현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언론은 김태현의 말을 연일 보도했다. 

범죄자 성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범죄자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연일 보도하는 행태가 만연하다. 


범죄자의 극악무도한 행동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범죄 성향과 수법을 분석하면 미래에 있을 범죄에 대해 충분히 대비가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플래시 따라
대중의 분노

하지만 언론에서 범죄자만 주목한다면 대중의 분노는 그 순간에만 발현되기 십상이다. 범죄자의 자세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요시사>는 tvN <알쓸범잡>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 출연 중인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와 함께 범죄 소재 프로그램들이 시사하는 바와 앞으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짚어봤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범죄 소재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에 범죄 관련 프로그램들이 주목받는 기저에는, 범죄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도 범죄가 발생할 수 있고, 나도 범죄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고 본다. 즉,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 또 그것을 피하기 어렵다는 두려움과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 소재 프로그램들의 과거 사건 조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사람들이 자극적인 범죄 소재에 주목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들을 관심 있게 시청한다고 생각하는 시각도 물론 존재하지만, 실제로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범죄를 흥미 위주의 소재로 소비하기보다는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약자에 대한 폭력에 함께 분노하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알쓸범잡> 같은 프로그램에서 과거 발생한 범죄를 되짚어 본다는 바가 의미하는 것은?

▲<알쓸범잡>과 같은 프로그램에서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범죄 사건을 통해서 거울처럼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이런 범죄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사람들 모두가 각각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범죄자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범죄자를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 아닌, 우리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 그들로 분리시켜 생각하고 싶어 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평범한 이웃들 가운데 범죄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심각한 불안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이코패스를 구분 지으려고 하는 이유는?

▲우리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범죄자들을 사이코패스, 반사회성 성격 장애자와 같은 개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평범한 우리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이질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론에서는 범죄자가 사이코패스임을 강조하는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서 해당 범죄자에게 사이코패스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사람들이 사이코패스에 주목하는 경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불필요하게 언론에서 이를 부추기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특정 범죄자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실제로 사건의 해결이나 피해 회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개의 언론 매체에서 범죄사건에 대한 기사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 속에서 사이코패스냐 아니냐에 대한 상당 부분 불필요한 논쟁을 언론에서 반복 재생산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범죄자 자체에 대해 집중하는데.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은 범죄자라는 개인에 과도하게 주목하고, 범죄가 발생한 공간이나 장소, 환경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범죄에 대한 분노는 오롯이 범죄자 개인으로만 집중됐다가 시간이 흐르면 연소되고, 이 같은 범죄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기 않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개선이나 환경적 변화는 간과되기 쉽다. 

-현재 출연 중인 예능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알쓸범잡>에서 다룬 부산 김길태 살인사건에서는 범죄 사건 그 자체뿐만 아니라 범죄 발생 장소의 CCTV 설치 현황 등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자 했다. 특히, 지역별 경제적 수준에 따라 CCTV 설치 등 범죄 예방을 위한시설과 환경에서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빈부의 격차가 곧 안전의 격차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모두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알쓸범잡>에서 말하고자 하는 범죄자들의 실체는.

▲연쇄살인범 정두영과 정남규에 대해 <알쓸범잡>에서 다룬 것은 미디어에서 연쇄살인범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범죄자라고 직시하기보다는, ‘악마’나 ‘괴물’, ‘희대의 살인마’ 등과 같이 ‘거대한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격한 피해자는 대부분 약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범행에 마치 어떤 명분이 있는 것처럼 정당화하려는 연쇄살인범들의 행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범죄 아이템에 주목 이유는?
결국 잊혀지는 경우 다반사

정남규가 쓴 편지에 대해 시간을 들여 문장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것은 편지에 드러난 자기모순과 열등감, 범행에 대한 그들만의 정당화 기제에 대해 여과 없이 들여다보고, 이들이 그야말로 비겁한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함께 직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스토킹범죄 처벌법이 통과했는데 <알쓸범잡>에서도 다뤘다.

▲22년 만에 통과된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을 명백히 범죄로 규정한 점과 함께 살인 등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스토킹이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쓸범잡>에서 포토라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그간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이른바 ‘포토라인’에서의 범죄자들의 행태에 대해 짚어보고 싶었다. ‘포토라인’은 범죄자 본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피해자와 유족에 진심으로 잘못을 빌고 본인의 행동이 사회 구성원들에 끼친 충격과 사회에 미친 해악에 대해 반성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수의 범죄자들이 이와는 동떨어진 행태를 반복적으로 보인 바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최근 미디어에서 사적 보복에 관한 내용이 빈번히 등장하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사람들의 법 감정과 실제 양형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하고 있음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법치주의 국가에서 범죄로 규정하는 사적 보복행위가 묘사되는 것은 일정 부분 이 같은 양형에 대한 불만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앞으로 범죄를 소재로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 언론에서 주의할 점은?

▲사적 제재는 엄연한 범죄 행위이므로, 앞으로 범죄를 소재로 한 대중 매체뿐만 아니라 범죄 관련 언론 보도에 있어서도 범죄자를 영웅시하거나 사적 제재를 부추기는 내용은 지양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ckcjfdo@ilyosisa.co.kr>


[박지선 교수는?]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및 석사
▲리버풀 대학교 수사심리학 석사
▲John Jay College of Criminal Justice CUNY 심리학 박사
▲전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
▲현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기사 속 기사> 10년간 연쇄살인 없지만…
"현실적인 입·사법 필요"

2009년 강호순이 체포된 이후로 한국사회에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 그날 바로 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출소 이후 강력범죄에 연루된 범죄자들에게는 전자발찌를 채워 재범률 역시 크게 줄었다.

권일용 전 프로파일러는 CCTV 등의 보급화로 사회 안전망들이 발달해 살인을 예방, 차단이 가능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형량이 줄은 측면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범죄자의 재범 우려가 높다면 전문가들의 판단 하에 예전의 잣대를 적용하기보다는 현실화된 입법, 사법 시스템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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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