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아름다운 건축물 ④완주 아원고택과 오성한옥마을

종남산과 어우러진 고택

여름이나 가을, 겨울도 좋지만 봄이면 생각나고 찾고 싶은 공간이 있다. 완주 소양면에 자리한 아원고택도 그런 곳이다. 대청에 앉아 있으면 종남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어준다. 소맷자락으로 슬그머니 봄바람이 불어오고, 처마 아래로 스며든 봄볕이 무릎을 따뜻하게 데운다. 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액자에 담긴 수묵화 같다.

아원고택은 방탄소년단이 ‘2019 서머패키지 인 코리아’ 영상과 화보를 찍으면서 알려졌다. 2016년 11월 문을 연 아원(我園)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 원래 아원고택이 있던 자리는 산비탈과 논밭이었다.

건축가 전해갑 대표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고택과 전북 정읍의 150년 된 고택을 이곳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고 한다.

우리들의 정원

아원고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원갤러리&뮤지엄으로 입장해야 한다. 성곽처럼 보이는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한옥의 날렵한 처마를 절묘하게 올렸다. 이곳은 한옥과 달리 현대적인 공간이다. 한옥 아래 자리한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내부는 갤러리 공간인데, 1년에 2~3회 현대미술 초대전을 연다. 가운데 놓인 커다란 탁자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천장이 개폐식이라, 고개를 들면 푸른 봄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에서 2층 바깥으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단아한 한옥 세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 안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된다.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와 정읍의 고택을 이축했다. 아원고택이 지금 모습으로 완성되는 데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아원고택은 건축의 중심에 종남산을 놓았다. 어디서나 종남산의 그윽한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한옥은 주로 남향이지만, 아원고택은 종남산을 바라본다. 만휴당과 종남산 사이 갤러리&뮤지엄 지붕에는 빗물로 연못을 만들었다. 연못은 종남산을 불러들인다.

아침과 해가 뉘엿할 무렵에 종남산 그림자가 고스란히 비친다. 한옥과 풍경은 이처럼 별개이면서 하나로 어울린다. 풍경은 고택의 창으로도 들어왔다. 모든 창이 주변 풍경을 담는 액자다. 풍경을 차용한다는 한옥의 건축 철학을 철저히 구현하고 있다.

별채(천목다실)는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한옥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천장을 2.5m로 낮춰 현대식 건물을 한옥 처마 밑으로 감췄다. 한옥과 현대식 건물의 조화를 시도한 것이다. 다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장독대와 감나무 등이 눈에 들어와 한옥에 있는 듯하다.

한옥 앞에 대숲이 있다. 아원고택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숲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숲이 청명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대숲 사이로 소담한 산책로가 있다. 걸어서 5분이 채 되지 않는 길이지만, 봄 분위기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길 끝에 서면 시야가 환히 열리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택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부드러운 능선의 자연과 함께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

아원고택 입장료는 1만원이다.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갤러리와 고택을 관람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숙박객이 머무르기 때문에 출입이 제한된다. 초등학생 미만은 입장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두자. 아원고택 주위에 한옥 22채가 모여 오성한옥마을을 이룬다.


기와지붕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분위기 좋은 카페와 자그마한 책방도 만난다. 마을이 들어선 터는 1200여년 절터를 찾아 떠돌던 도의선사가 멈춰 선 곳이라고 한다. 종남산(終南山)이라는 이름은 ‘남쪽으로 더 내려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성한옥마을이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종남산과 서방산, 위봉산, 원등산이 에워싸기 때문일 것이다.

오성한옥마을에 들어서기 전, 오른쪽으로 붉은 굴뚝 하나가 보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굴뚝이 있는 곳은 산속등대라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4년부터 방치된 제지 공장을 재단장해 2019년에 문을 열었다. 요즘 완주에서 한창 주목받는 산속등대는 면적 2만5000㎡(7600평)에 달한다.

옛 건물의 골조와 벽을 곳곳에 그대로 두고 현대적인 건물을 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버려진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영국의 테이트모던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미술관으로 운영되는 ‘아트플랫폼’이 있다. 전시가 끊이지 않고 열린다. 아트플랫폼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 높이 33m 굴뚝이 당당하다. 공장 굴뚝이 등대로 재탄생해, 밤바다 불빛을 비춘다. 이곳이 왜 산속등대인지 이해가 된다.

등대 옆에 자리한 몸길이 7m 흰수염고래 조형물도 볼거리다.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슨슨카페’, 아이들 체험 공간 ‘어뮤즈월드’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가족 봄나들이 장소로 좋다.

산속등대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라면,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아빠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술에 관한 자료와 유물 5만여 점이 빼곡하다. 누룩 분쇄기를 비롯해 옛날에 술을 빚던 각종 도구, 세계의 유명 술 등이 전시된다. 1970년대 대폿집과 옛날 호프집을 재현한 공간도 재미있다.

완주에는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당 두 곳이 있다. 1895년에 세운 되재성당은 서울 약현성당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한 성당이자, 첫 한옥 성당이다.

한국전쟁 때 소실됐지만, 완주군이 2009년 원형대로 복원하고 축성식을 열었다. 정면 9칸에 측면 5칸 팔작지붕 건물로, 내부는 중앙 기둥을 연결하는 낮은 벽으로 남녀 좌석을 구분하고 바닥은 마루로 꾸몄다.

산속등대

천호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전후로 신도들이 천호산 자락에 모여 살던 교우촌이다. 천호성지 부활성당은 노출 콘크리트로 지었으며, 2008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성당 외부와 내부는 다각형 구조다. 안으로 들어서면 좌우 벽면에 난 비대칭 창문에서 햇살이 쏟아진다. 천호성지에는 1866년과 1868년 순교한 이들의 무덤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아원고택→오성한옥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아원고택→오성한옥마을 
둘째 날: 산속등대→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되재성당→천호성지 부활성당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완주군 문화관광 www.wanju.go.kr/tour
- 아원 www.awon.kr
- 산속등대 www.sansoklighthouse.co.kr
-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sulmuseum.kr 

문의 전화
-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063)290-2621
- 아원 063)241-8195
- 산속등대 063)245-2456
-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063)290-3847 

대중교통
[버스] 서울-삼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5회(06:15~20:05) 운행, 2시간10분~3시간10분 소요. 삼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81번 일반버스 이용, 모래내 정류장에서 806번 일반버스 환승, 오성풍류학교 정류장 하차, 아원고택까지 도보 약 12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삼례공용버스터미널 063)291-1450
[기차] 용산역-삼례역, 무궁화호 하루 8회(05:46~22:45)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삼례역에서 삼례우성아파트 정류장까지 도보 이동, 337번 일반버스 이용, 모래내 정류장에서 806번 일반버스 환승, 오성풍류학교 정류장 하차, 아원고택까지 도보 약 12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새만금포항고속도로→소양·전주 방면→국도26호선 진안 방면→전진로 소양 방면→소양로 송광사 방면→원암로 전라북도교통문화연수원 방면→송광수만로→아원고택

숙박 정보
- 대승한지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양면 복은길, 063) 242-1001 
- 행복드림한옥(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용진읍 봉서안길, 010-3677-5339 
- 모악산모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구이면 모악산길, 063-222-2024 
- 녹운재(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양면 송광수만로, 010-3150-0151 
- 호연재: 소양면 송광수만로, 010-2343-9825 
- 이둔호텔: 이서면 오공로, 063)237-4563


식당 정보
- 행복정거장 모악산점(한식 뷔페): 구이면 모악산길, 1600-0125 
- 대승가든(닭볶음탕): 소양면 대승길, 063)243-8798 
- 원조화심두부(순두부): 소양면 전진로, 063)243-8952

주변 볼거리
삼례문화예술촌, 완주 위봉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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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