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의 운명

충성했는데…낙동강 오리알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에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문정부 들어 검찰 요직을 꿰차며 승승장구했던 이 지검장은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법의 심판대 앞에 설 신세가 됐다.

지난달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갖고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 배성범(23기) 법무연수원 원장, 조남관(24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추천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끝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1순위였는데
후보도 탈락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꽃길만 걷던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하면서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그의 운명은 이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결정에 달렸다.

수심위에서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를 논의하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손꼽힌 유력 후보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차기 검찰총장은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갈린다는 말까지 돌았다.

추천위 회의 과정에서 이 지검장의 최종 후보 추천을 두고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회의에서는 그를 후보군에서 제외하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상기(전 법무부 장관) 추천위 위원장은 “규정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며 “필요할 때는 표결을 했지만 사실상 표결이 그렇게 중요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모두가 다 합의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지검장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가 수원지검에서 진행 중인 수사 때문인지에 대해 “그렇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며 “모든 분들이 다 만족하는 회의를 진행했고, 결과에 모두 만족했고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의 최종 후보군 탈락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추천위는 대상자들의 능력과 인품, 도덕성, 청렴성, 민주적이고 수평적 리더십, 검찰 내·외부의 신망,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 등을 후보 심사기준으로 삼았다.

문정부 들어 이 지검장이 보인 행보가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검찰총장 후보군 최종 탈락
회의 시작도 전에 비판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지검장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4년 사법연수원 23기로 수료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재직하면서 문 대통령(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보좌했다.

2014년 1월 차장검사로 승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세월호 사고 검경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한직으로 밀려났던 이 지검장은 문정부 들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맡으며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6월 전국 검찰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 부장이 된 그는 이어 대검 반부패강력부 부장 자리에 올랐다.

2019년 7월 법무부 검찰국장에 오른 이후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기까지 그의 검사 인생은 문정부 들어 말 그대로 꽃을 피웠다. 검찰 요직 ‘빅4’로 불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형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중 세 자리를 불과 2~3년 사이에 두루 거쳤다.

이 지검장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추 전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지난해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추·윤 갈등’이 벌어졌던 시기다.

‘윤석열 찍어내기’와 ‘검찰개혁’이라는 주장이 혼재했던 당시 이 지검장은 친정부 행보를 보였다.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의 갈등에서 이 지검장이 정부와 청와대의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였다. 이 지검장은 추 전 장관의 ‘칼’ 역할을 맡아 윤 전 총장과 대립했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추 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전 총장을 강하게 압박할 때도 수사 중심에 있던 건 이 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이었다.

대학 인연
승승장구

또 서울중앙지검은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심위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에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불기소하라는 권고도 따르지 않았다. 수심위의 권고는 강제력은 없지만 그동안 검찰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쳐왔다.

서울중앙지검은 당시 수심위의 권고가 나온 지 나흘 만에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정 차장검사는 현재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도 지난해 9월 기소를 강행하면서 수심위 권고를 사실상 묵살하는 태도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심위 권고를 따르지 않았던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2일 그는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을, 수원지검에는 수심위를 소집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검장의 요청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결정하기 위한 추천위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터라 여러 논란을 낳았다. 수심위 소집 시기를 두고 이 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군 합류 여부를 점쳐보는 시각도 있었다. 자신에 대한 기소가 임박하자 이를 늦추기 위한 방편으로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 지검장의 이 같은 행보는 검찰 내부는 물론 외부의 평가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미 검찰 내부에서 신망을 많이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면서 사실상 자진사퇴를 압박했을 때, 전국의 검사들은 ‘검란’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이 지검장은 검사들의 움직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검사들의 집단 반발 과정에서 이 지검장이 아예 배제됐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 이 지검장의 참모진이 그에게 동반 사퇴를 건의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크게 흔들렸다.

장관 바껴도
굳건한 신임

‘정치적 편향’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친정부 검사로서의 행보를 보인 이 지검장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자리를 지켜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한 이후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됐다. 윤 전 총장이 그의 교체를 강하게 주장했고, 검찰인사 과정에서 ‘패싱설’이 제기된 신현수 전 민정수석이 취임 40여일 만에 사의를 표명하는 등의 진통에도 그의 자리는 굳건했다.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3기로 이번이 검찰총장이 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정부와 청와대로 향하는 검찰의 칼끝을 막아서며 ‘방탄 수호대’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자리를 지킨 이유도 검찰총장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결국 그 정치 편향성이 발목을 잡았다. 그가 친정부 성향 검사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만큼 정부가 수세에 몰렸을 땐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4·7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참패를 당했다.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졌고, 표차도 압도적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터진 ‘LH 사태’가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었지만 코로나19 백신 수급,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거 자체가 문정부 4년에 대한 평가 성격이 짙었던 만큼 큰 패배로 인해 당·정·청 모두 몸을 사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밀어 붙이는 건 위험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검찰 요직 싹쓸이 했는데…
김학의 불법 출금 피의자로 

이 지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이 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된다면 검찰 역사상 최초로 ‘피의자 총장’이 된다.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수사의 정점에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특히 대검에서 수심위의 권고사항과는 별도로 기소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지검장은 재판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검찰총장이면서 재판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다. 추천위 입장에서 이 지검장을 최종 후보군으로 넣기에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추천위원으로 참석한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며 “특정 정치 편향성이 높은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팀을 믿지 못하고 수심위를 소집한, 그러면서 최근 수년간 친정부 성향을 보인 이 지검장을 겨냥한 발언이 추천위가 열리기도 전에 나온 것이다. 

실제 추천위에서 이 지검장은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추천위는 회의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대해 토론한 후 무기명으로 13명의 후보군 가운데 4명을 고르는 방식의 표결을 진행했다. 1차 투표에서 다득표 순으로 2명을 최종 후보로 먼저 확정한 뒤 2차 투표에서 2명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4명과는 상당한 표차로 탈락했다고 전해진다. 

오는 10일
운명의 날

이 지검장의 운명은 오는 10일에 결정될 예정이다. 대검은 이날 오후 2시 이 지검장에 대한 수심위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이날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을 비롯해 무작위로 추첨된 현안 위원 15명이 참석해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 계속·기소 여부 등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수심위 권고와 무관하게 대검은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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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