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발’ 나무위키의 정체

지워도 다시 그대로…맘대로 개인정보 활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나무위키는 누구나 문서를 수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이트다. 정보의 양도 방대하고, 접근성도 용이해 이용자 수도 많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 개인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밝힌 곳에서 민원이 다수 접수됐으니 개인정보보호법, 탈퇴 불가, 수집·이용 동의, 임시조치 등과 관련한 자료제공을 요청했다. 현재 해당 글은 관리자에 의해 나무위키에서 삭제됐다.

검증 없이…
삭제 방법은?

나무위키 이용자들은 정보공유는 물론 이를 문서로도 작성 가능하다. 또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사안에 대해 토론도 할 수 있다. 나무위키에 게시된 문서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나무위키의 파급력은 크다. 전체 문서 수도 340만건(4월29일 기준)으로, 매년 100만건 정도의 문서가 작성된다. 이용자 수 역시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문서와 글과 함께 개인정보, 탈퇴 불가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구나 편집이 자유로워 수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런 부분이 독이 된 셈이다.


나무위키의 첫 화면에는 “나무위키에 누구나 기여할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나무위키서도 ‘있는 그대로를 믿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사이트의 규모와 이용자 수가 많은 만큼 그에 따른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허위정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유튜버 A씨도 개인정보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나무위키에서 자신의 페이지를 보던 중 개인정보인 집 주소가 게시돼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지우기 위해 사이트를 가입했는데 삭제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내용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가입한지 15일이 지나야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또 15일이 지나고 개인정보 삭제를 진행했는데도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글에 대한 편집이 자유로워 언제든 다른 사용자가 자신의 집 주소를 다시 게재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유출 피해 호소 늘어
게시 내용 수정? “주민증 내놔라”  

관련된 페이지를 삭제하려면 파라과이에 위치한 회사에 본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야 한다. 삭제를 위해 파라과이에 본사가 있다는 곳으로 신분증을 보내는 것도 고민이다. 

나무위키 측은 투명성을 이유로 삭제 요청자의 실명을 공개한다. 유튜버 역시 이점에 대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집 주소를 지우기 개인정보를 넘겼더니 제거를 요청한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파기 일자를 공지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자, 나무위키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위원회에 민원이 접수됐다. 위원회는 나무위키가 파라과이에 법인을 두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는 한국어로 진행되고, 배너 광고도 게재하기 때문에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야한다 보고 나무위키 측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위원회 조사를 통해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관련 사항을 시정조치할 수 있다. 

위원회에서 요청한 자료들은 이용자가 회원가입 시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가 개인정보임에도 수집 동의를 받고 있지 않은 점, 회원탈퇴가 불가한 점, 개인정보처리 방침이 한국어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일요시사>는 직접 나무위키 측에 해당 사안들에 대해 문의했다.

국민 알권리?
잊혀질 권리?

자신을 한국계 파라과이인이라고 밝힌 담당자는 회사가 파라과이 아순시온에 위치해 있고 회사명은 Umanle S.R.L(이하 우만레)라고 밝혔다. 회사가 하는 일은 주로 IT서비스 관리, 빅데이터, 블록체인 관련 업무다.

우만레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개인정보 등을 법률 전문가의 자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자료 제출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아이디 수집에 동의를 받지 않는 이유를 개인정보와 관련해 파라과이 법률에 따라 작성된 나무위키의 약관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 입장은 나무위키와 달랐다. 위원회 측에서는 페이스북도 국내법을 적용받고 있는데 나무위키 역시 한국어로 서비스, 배너 광고, 한국인의 개인정보 등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법률을 따라야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을 상대로 영리활동을 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도 개인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필요한 범위에서 정당하게 수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무위키 측은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관해서는 동의 부분이 앞서 파라과이 법을 적용한다는 답과는 다르게 전했다. 사업장이 한국에 위치하지 않아 한국의 법률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만큼 범위 내에서 각국의 법률을 최대한 준수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약관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 여러 언어로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제공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법률적 검토
개선할 예정


나무위키는 저작권을 이유로 회원 탈퇴를 할 수 없다. 회원탈퇴가 불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입 후 CCL(창작물에 대해 일정한 조건하에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것)에 따라 저작권자 표기 및 증빙을 위해 탈퇴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우만레는 탈퇴와 관련해 위키백과와 동일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답했다. 

우만레의 해명과 다르게 위키백과는 계정 탈퇴가 가능하다. 위키백과 역시 나무위키와 비슷하게 저작권 부분을 우려해 이용자가 작성했던 문서나 허위사실들에 대한 내용은 삭제됐더라도 다시 복구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가 같을 뿐 계정 삭제 부분에서는 위키백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탈퇴가 가능하다. 탈퇴 시에는 나무위키와 다르게 게시물에 탈퇴한 위키백과 사용자가 작성했다는 각주가 함께 따라 붙는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회원이 철회를 요구하는 데 있어 개인정보의 수집 방법보다 쉬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만레 측은 임시조치와 관련해서도 해외 및 국내 사이트 네이버의 정책과 비슷하게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반영하는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무위키에서는 임시조치가 가해지면 해당 게시물이 삭제 처리되는데 이 부분은 게시글을 작성해 기여한 사람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관련 없는 부분까지 삭제된다는 이유에서다. 임시조치는 저작물을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명예를 훼손한다고 생각되는 경우,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게시물을 임시로 블라인드해 게재를 중단하는 조치다. 

불리하면 외국 회사
필요하면 한국 회사 

또 게시자 측에서 특별한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게시물이 삭제되지만, 이의를 제기했을 경우에는 30일 후 복원조치가 된다. 네이버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게시물의 삭제 혹은 복구 여부가 가려진다.

개인정보 유출과 임시조치를 요구한 이들은 현재 나무위키에 실명으로 작성돼있다. 나무위키 측이 주장한 네이버의 정책과 비슷하다는 것과는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네이버는 임시조치와 관련해 당사자가 임시조치를 요구했을 때 이름이나 단체명을 게시글을 작성한 사람에게만 통보하고 있다. 즉, 감시 대상과 이를 판단하는 제3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나무위키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대상은 관리자다. 약관의 내용은 파라과이 법을 따르면서 임시조치 등에 관한 사항은 결국 한국 법률을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나무위키와 관한 개인정보 노출 논란은 현재 알권리와 잊혀질 권리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에서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판결도 있다. 원문은 그대로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사안에 대해 더 이상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반면 알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위원회는 나무위키의 민원과 관련해 나무위키가 자료를 제출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나무위키 측 역시 법률 자문을 통해 소명할 부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법은?
관리 필요

일각에선 “나무위키 같은 사이트들에 대한 제재와 견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론과 자유로운 편집, 게시가 가능함에 따라 정보를 주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 정보와 개인정보 유출로 누군가의 삶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무위키 현지 조세회피 의혹 
바지사장 세워 회사 운영?

나무위키는 지난 2016년 파라과이 법인에 인수됐다. 본래 운영했던 관리자가 생업 등의 이유로 나무위키의 운영을 우만레에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나무위키가 인수되자, 우만레가 페이퍼 컴퍼니라며 한 네티즌의 의해 의혹에 휩싸였다.

네티즌에 따르면 파라과이의 한 일간지에는 2016년 6월 설립된 한 회사가 자본금 1억과라니(약 2000만원), 통합 자본금 5000만과라니(1000만원)에 우만레로 합병된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해당 회사는 공증인이 세웠고, 공증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세운 회사를 우만레가 인수해 현재 대표를 차명이사로 세웠다고 주장한다.

우만레 측은 이에 대해 조세회피의 목적이라면 다른 나라에 세웠을 것이고, 설립자가 실제로 파라과이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만레 측은 탈세를 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에 대해 향후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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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