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전형성을 깨는 여배우 전여빈

독립영화의 문을 넘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전여빈이 연기하는 인물은 대체로 깊고 강하다. 고민해야 하는 요소가 많은 인물에 그의 얼굴이 입혀진다. 그에게 ‘센 캐릭터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그가 작품에서 걸어온 길이 억척스러웠기 때문일 테다. 

전여빈의 얼굴은 초반부터 강렬했다. 그에게 주어지는 여건이 늘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무덤덤하게 극복했다. 아프고 힘들지만, 언제가 강하게 이겨왔다. 단단한 여성의 아이콘이다.

특이한 감성

배우 문소리의 연출 데뷔작인 <여배우는 오늘도>에서의 배짱 있는 모습이나 <죄 많은 소녀>에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살인 용의자로 낙인찍힌 여고생,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보여준 신비한 인물에 이어 깊은 상처를 품고 사는 성공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멜로가 체질>까지, 영화와 드라마 속 전여빈은 언제나 강단을 보여줬다.

최근 성황리에 방영 중인 <빈센조>와 누아르 장르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은 <낙원의 밤>까지, 전여빈의 필모그래피는 진정 배우를 꿈꾸는 주위 여배우들의 부러움을 산다. 

특히 <낙원의 밤>에서 연기한 재연은 특이한 감성을 갖고 산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부 인생에, 삶의 애착을 가질만한 요소도 없다. 가족에게 버려진 지도 오래다. 두려움도 불안함도 없다.


유일한 피붙이 삼촌이 갑작스럽게 살해당하고, 마지막 남은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태구(엄태구 분)마저 사라지면서 재연은 폭주한다. 

재연이 폭주하는 마지막 10분은 <낙원의 밤>이 왜 특별한 영화가 됐는지를 설명한다. 이른바 ‘하드 캐리’를 완벽히 성공했다. 주위로부터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았던 덕일까, 타고난 성격이 발랄한 것일까, 전여빈은 기대 이상의 밝은 얼굴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토록 밝은 성격이 강하고 억척스러운 얼굴로 나왔다는 건 철저한 분석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재연은 자신의 인생에 필요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애증하고 있다고 느꼈던 삼촌마저 떠나면서 존재 자체가 의미 없어진 거죠. 그러다 태구를 알게 되는데, 재연이는 태구와 참 닮아있잖아요. 외롭고 고통스러운 삶이요.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낙원의 밤>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강렬했다고 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90%까지, 기존 누아르 장르의 레퍼런스를 그대로 따른다. 어둡고 강하며, 사람과 인연이 맺어지고 끊기고 하는 장면이 어디선가 본 듯하다. 폭력적이며 가학적인 장면, 적당한 유머 등 관객에게 익숙한 화면들로 채워진다.

재연과 태구의 설정 자체도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마지막 10분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혹평 속에 끝맺음했을 수도 있는 작품이다. 

‘극적 10분’ <낙원의 밤> 진짜 주인공
“똑같은 여주인공이면 안 했을 거예요”


“시나리오 보고 감독님께서 또 모험하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 영화는 하이라이트에서 모든 게 깨지잖아요. 10분을 위해 총연습을 엄청나게 했어요. 총과 제가 하나 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굉장한 분노를 갖고 그 자리에 가잖아요. 재연이는 절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분량의 총연습을 했을 거고요. 그러니 제가 총 쏘는 데 있어 조금의 어색함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총 쏠 때 눈을 깜빡이지 않기 위해 준비도 많이 했죠. 마음 속에 분노를 가득 담고 연기했어요.”

국내 여배우들은 물론이고 남자 배우들도 총기를 사용하는 연기는 어색하기 마련이다. 총기 소지가 금지된 한국에서 총은 낯선 소품이다. 평소 다룰 수가 없다 보니, 연기에서도 자연스러움을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전여빈은 달랐다.

훈련에 최선을 다한 것도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홍콩 영화를 즐겼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어릴 적부터 홍콩 영화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특히 왕가위 감독님 영화를 좋아했어요. 남자 주인공들이 총 쏘면서 전우애를 느끼는데, 저도 저런 영화에 나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꿨어요. 배우가 되고나서도 그 소망이 있었는데, <낙원의 밤>으로 갈증을 해소했어요.”

<낙원의 밤>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 직후에 촬영한 작품이다. 수 개월 동안 드라마에 매진하고 쉬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한 채로 영화 촬영에 임했다. 체력적으로 지칠 법한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주 촬영장인 제주도에서 마음을 정돈했다. 

처음엔 어색했던 엄태구와도 점점 더 가까워졌다. 삼촌이었던 이기영에게는 배우의 태도를 배웠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전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차승원 선배님의 재치와 이기영 선배님의 신인 같은 패기는 제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신인처럼 최선을 다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태구 오빠의 집중력도 대단해요. 몸을 사리지 않아요.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흡수하고 싶어요.”

전여빈에게 갑작스럽게 배부른 고민이 생겼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여빈의 대표작은 <죄 많은 소녀>였다. 그 작품을 통해 전여빈은 독립영화계를 넘어 대중문화계가 주목하는 신예로 거듭났다. 

최근 송중기와 함께 출연하는 <빈센조>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작품의 영향력을 매우 크게 미친 <낙원의 밤>까지 생겨났다. 

뜨거운 반향

“정말 감사한 일이죠. 재연이가 일반적인 이야기만 있는 친구였다면, <낙원의 밤>에 출연 안 했을지도 몰라요. 재연이는 다른 누아르 장르의 여배우들과 분명 다른 지점이 있어서 꼭 하고 싶었어요. <죄 많은 소녀>의 명희를 뛰어넘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주위에서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문소리 선배님도 칭찬 많이 해주셨어요. 전 꿈이 소박해요. 작품 만날 때마다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고요. 연기가 전 작품보다는 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로 남고 싶어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