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아름다운 건축물 ①구례 쌍산재

둘러볼수록 깊이 있는 집

쌍산재는 운조루, 곡전재와 함께 구례 3대 전통 가옥이다. 주거 공간에 자연을 품고 누리는 별서 정원을 더한 쌍산재는 2018년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돼, 전통과 역사뿐 아니라 정원의 가치를 더하며 이름을 높였다. 최근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구례 여행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멋과 맛을 선사하는 체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쌍산재가 고택의 매력을 보여주며 관심을 끌었다.

임세웅 문화관광해설사는 “쌍산재는 들어가서 보지 않으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집”이라고 표현했다. 쌍산재는 그만큼 섬세하고 자연스러우며, 둘러볼수록 놀라움이 가득한 고택이다. 규모가 큰 대갓집을 예상하고 왔다가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실망하다가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짙은 매력에 빠진다.

주거 공간만 생각하다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에 들어서면 여행자 스스로 느끼고 몰입하기 때문이다.

고택의 매력

쌍산재는 당몰샘에서 시작한다. 1000년이 넘은 당몰샘은 지독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면서 물맛도 좋다. 쌍산재가 위치한 상사마을은 구례를 대표하는 장수 마을인데, 당몰샘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당몰샘이 ‘지리산 약초 뿌리 녹는 물이 흘러든 물’이라 했을까.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쌍산재에 드나들었다. 남의 집에서 물을 뜨려니 불편했을 터, 이를 간파한 주인이 담장을 새로 쳐서 당몰샘이 집 밖에 위치하도록 했다.


당몰샘 지붕에는 지존지미(支存至味) 현판이 걸렸고, 담장에는 천년고리 감로영천(千年古里 甘露靈泉)이라고 새긴 석판이 있다. ‘최고의 맛을 지닌 물’이며, ‘천년 마을에 이슬처럼 달콤하고 신령한 샘’이란 뜻이다. 지금도 멀리서 찾아와 물을 긷는 사람들이 꽤 많다. 쌍산재 들어가기 전에 당몰샘 물맛부터 볼 일이다.

운치 있는 담장 사이로 소박한 대문이 쌍산재 입구임을 알린다. 대문에 들어서면 관리동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마당을 두고 안채와 사당, 건너채, 사랑채가 있다. 〈윤스테이〉에서 관리동은 맞이방과 주방, 안채와 사랑채 등은 식당으로 사용됐다.

관리동에서 커피나 음료를 주는데, 쌍산재 건물 곳곳에 앉아 마실 수 있다. 특히 안채 대청에서 따뜻한 햇볕과 함께 마실 거리를 나누는 풍경이 여유롭고 운치 있다.

안채 오른쪽 끝에 독특한 세간이 보인다.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뒤주에 버금가는 뒤주다. 운조루의 뒤주가 누구든지 와서 곡식을 꺼내 갈 수 있었다면, 쌍산재의 뒤주는 빌린 만큼 도로 채워야 했다. 운조루 뒤주를 생각하면 매몰차다 할지 몰라도, 가산이 넉넉지 않던 쌍산재 사정을 감안하면 더불어 살고 베풀고자 한 주인의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이제 쌍산재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떠날 차례다. 주거 공간 너머로 울창한 대숲이 펼쳐진다. 이곳을 지나며 쌍산재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거 공간에 이은 별서 정원이다. 대숲 초입에 별채(거연당)가 있고, 돌계단이 이어진다.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
사람·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울창한 대숲에 야생 차나무가 어우러지고, 대숲을 비집고 햇살이 들어오는가 하면, 불어오는 바람에 대숲이 일렁인다.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대숲 길은 쌍산재 최고의 비경을 선사한다. 호서정을 지나 굵은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는가 싶더니, 금세 너른 잔디밭이 나온다. 가정문을 지나면 서당채(쌍산재), 그 왼쪽으로 연못(청암당)과 경암당, 영벽문이 차례로 보인다.


현 주인의 6대조 할아버지가 서당채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 ‘쌍산재(雙山齋)’라 이름 붙였다. 쌍산재에는 온갖 화초와 나무, 돌이 어울려 꽉 찬 느낌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푸른 잔디가 눈부시고, 색과 향을 품은 수목이 피고 진다.

특히 길을 가로질러 멋스럽게 휜 동백나무가 인상적이다. 쌍산재는 집안의 자제들이 학문을 나눈 곳이다. 쌍산재 외에 사락당(四樂堂), 염수실(念修室), 서소헌(舒嘯軒) 등 현판이 곳곳에 걸렸다.

청암당을 지나면 너른 공간에 경암당이 앉았고, 담장 끄트머리에 영벽문이 나 있다. 영벽문을 열면 또 다른 공간이 대미를 장식한다. 열린 영벽문의 프레임에 가느다란 리기다소나무 두 그루와 푸른 저수지의 풍광이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사도저수지다. 하늘빛을 그대로 품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방죽을 따라 산책해도 좋다.

쌍산재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4시30분(안전상 영·유아 출입 제한), 관람료 1만원이다. 관람료를 내면 커피, 매실차 등 웰컴 티를 제공한다. 그러니 쌍산재는 전통과 자연을 품은 카페도 되는 셈이다. 쌍산재 숙박은 아쉽게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숙박 재개 여부는 쌍산재 홈페이지에 따로 공지할 예정이다.

쌍산재와 약 3km 거리에 구례 운조루 고택(국가민속문화재 8호)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하면 떠오르는 곳으로, 아무나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타인능해’라고 새긴 뒤주가 운조루의 정신을 대변한다. 인근에 운조루 고택 원주인 유이주 선생의 이야기와 대대로 내려온 유물을 만나는 운조루유물전시관도 들러보자.

천년 고찰 화엄사(사적 505호)는 국보 4건을 비롯해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리산의 수려한 산세만큼이나 웅장하고 화려한 불교 역사와 문화를 만난다. 특히 각황전(국보 67호)과 홍매에는 드라마 〈동이〉 주인공 숙빈 최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숙빈 최씨는 아들 연잉군(뒷날 영조)이 왕이 되길 염원하며 각황전 중건에 힘을 보탰다. 화엄사 계파선사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매화나무를 심었는데, 이것이 각황전 옆 홍매다. 해마다 3월 중순쯤 고혹적인 붉은 매화가 핀다.

화엄사에서 조금 오르면 구층암에 닿는다. 가공하지 않은 모과나무를 뒤집어 기둥으로 만든 독특한 암자다. 이곳에서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야생 죽로차로 차담을 나눌 수 있다. 대나무 아래서 자란 야생 차나무에서 나는 귀한 차다.

쌍산재에서 섬진강 건너편으로 봉긋 솟은 오산 정상 부근에는 깎아지른 암벽에 세운 사성암이 있다.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고승 네 명이 수도한 곳이라 붙은 이름이다.

천년고찰 화엄사

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3km 남짓 올라서면 구례 읍내를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과 장쾌한 지리산 풍광이 펼쳐진다. 명승 111호로 지정된 구례 오산 사성암 일원이다. 암자 아래 오산활공장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바라보며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해넘이가 아름다워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천개의향나무숲→화엄사→쌍산재→운조루→사성암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은사(상생의길)→노고단→천개의향나무숲→쌍산재 
둘째 날: 쌍산재→운조루→섬진강대숲길→사성암→화엄사→지리산반달곰생태학습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쌍산재 www.ssangsanje.com
- 운조루 www.unjoru.net
- 화엄사 www.hwaeomsa.com 

문의 전화
- 구례군청 문화관광실 관광정책팀 061)780-2390
- 쌍산재 010-3635-7115
- 운조루 061)781-2644
- 화엄사 061)783-7600
- 사성암 061)781-4544
- 오산활공장(패러글라이딩) 010-8795-2169 

대중교통
[버스] 서울-구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7회(06:4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구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8번·4-9번 농어촌버스 이용, 상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8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구례공용버스터미널 061)780-2730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KTX 하루 6회(07:12~18:5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구례구역 정류장에서 2-11번 농어촌버스 외 이용, 구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8번·4-9번 농어촌버스 환승, 상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IC→용방교차로에서 구례·하동 방면 국도19호선 약 7.8km 직진→냉천교차로에서 하동 방면 국도19호선 약 3km→하사마을 방면 당몰샘로로 좌회전, 약 1.8km 직진→쌍산재

숙박 정보
- 노고단게스트하우스&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산동면 하관1길, 061)782-1507
- 지리산햇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마산면 화엄사로, 061-783-9600 
- 지리산 호수리조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산동면 구만제로, 061-783-0011 
- 지리산정원: 마산면 화엄사로, 061)780-8028

식당 정보
- 오미마을들녘밥상(뽕잎백반): 토지면 운조루길, 061)781-8881 
- 동아식당(가오리찜): 구례읍 봉동길, 061)782-5474 
- 구례애(고등어구이백반): 구례읍 구례2길, 061)783-1761
- 평화식당(육회비빔밥): 구례읍 북교길, 061)782-2034 

주변 볼거리
연곡사, 지리산치즈랜드, 한국압화박물관, 섬진강어류생태관, 구례 석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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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