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아름다운 건축물 ①구례 쌍산재

둘러볼수록 깊이 있는 집

쌍산재는 운조루, 곡전재와 함께 구례 3대 전통 가옥이다. 주거 공간에 자연을 품고 누리는 별서 정원을 더한 쌍산재는 2018년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돼, 전통과 역사뿐 아니라 정원의 가치를 더하며 이름을 높였다. 최근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구례 여행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멋과 맛을 선사하는 체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쌍산재가 고택의 매력을 보여주며 관심을 끌었다.

임세웅 문화관광해설사는 “쌍산재는 들어가서 보지 않으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집”이라고 표현했다. 쌍산재는 그만큼 섬세하고 자연스러우며, 둘러볼수록 놀라움이 가득한 고택이다. 규모가 큰 대갓집을 예상하고 왔다가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실망하다가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짙은 매력에 빠진다.

주거 공간만 생각하다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에 들어서면 여행자 스스로 느끼고 몰입하기 때문이다.

고택의 매력

쌍산재는 당몰샘에서 시작한다. 1000년이 넘은 당몰샘은 지독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면서 물맛도 좋다. 쌍산재가 위치한 상사마을은 구례를 대표하는 장수 마을인데, 당몰샘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당몰샘이 ‘지리산 약초 뿌리 녹는 물이 흘러든 물’이라 했을까.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쌍산재에 드나들었다. 남의 집에서 물을 뜨려니 불편했을 터, 이를 간파한 주인이 담장을 새로 쳐서 당몰샘이 집 밖에 위치하도록 했다.

당몰샘 지붕에는 지존지미(支存至味) 현판이 걸렸고, 담장에는 천년고리 감로영천(千年古里 甘露靈泉)이라고 새긴 석판이 있다. ‘최고의 맛을 지닌 물’이며, ‘천년 마을에 이슬처럼 달콤하고 신령한 샘’이란 뜻이다. 지금도 멀리서 찾아와 물을 긷는 사람들이 꽤 많다. 쌍산재 들어가기 전에 당몰샘 물맛부터 볼 일이다.

운치 있는 담장 사이로 소박한 대문이 쌍산재 입구임을 알린다. 대문에 들어서면 관리동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마당을 두고 안채와 사당, 건너채, 사랑채가 있다. 〈윤스테이〉에서 관리동은 맞이방과 주방, 안채와 사랑채 등은 식당으로 사용됐다.

관리동에서 커피나 음료를 주는데, 쌍산재 건물 곳곳에 앉아 마실 수 있다. 특히 안채 대청에서 따뜻한 햇볕과 함께 마실 거리를 나누는 풍경이 여유롭고 운치 있다.

안채 오른쪽 끝에 독특한 세간이 보인다.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뒤주에 버금가는 뒤주다. 운조루의 뒤주가 누구든지 와서 곡식을 꺼내 갈 수 있었다면, 쌍산재의 뒤주는 빌린 만큼 도로 채워야 했다. 운조루 뒤주를 생각하면 매몰차다 할지 몰라도, 가산이 넉넉지 않던 쌍산재 사정을 감안하면 더불어 살고 베풀고자 한 주인의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이제 쌍산재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떠날 차례다. 주거 공간 너머로 울창한 대숲이 펼쳐진다. 이곳을 지나며 쌍산재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거 공간에 이은 별서 정원이다. 대숲 초입에 별채(거연당)가 있고, 돌계단이 이어진다.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
사람·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울창한 대숲에 야생 차나무가 어우러지고, 대숲을 비집고 햇살이 들어오는가 하면, 불어오는 바람에 대숲이 일렁인다.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대숲 길은 쌍산재 최고의 비경을 선사한다. 호서정을 지나 굵은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는가 싶더니, 금세 너른 잔디밭이 나온다. 가정문을 지나면 서당채(쌍산재), 그 왼쪽으로 연못(청암당)과 경암당, 영벽문이 차례로 보인다.

현 주인의 6대조 할아버지가 서당채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 ‘쌍산재(雙山齋)’라 이름 붙였다. 쌍산재에는 온갖 화초와 나무, 돌이 어울려 꽉 찬 느낌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푸른 잔디가 눈부시고, 색과 향을 품은 수목이 피고 진다.

특히 길을 가로질러 멋스럽게 휜 동백나무가 인상적이다. 쌍산재는 집안의 자제들이 학문을 나눈 곳이다. 쌍산재 외에 사락당(四樂堂), 염수실(念修室), 서소헌(舒嘯軒) 등 현판이 곳곳에 걸렸다.

청암당을 지나면 너른 공간에 경암당이 앉았고, 담장 끄트머리에 영벽문이 나 있다. 영벽문을 열면 또 다른 공간이 대미를 장식한다. 열린 영벽문의 프레임에 가느다란 리기다소나무 두 그루와 푸른 저수지의 풍광이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사도저수지다. 하늘빛을 그대로 품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방죽을 따라 산책해도 좋다.

쌍산재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4시30분(안전상 영·유아 출입 제한), 관람료 1만원이다. 관람료를 내면 커피, 매실차 등 웰컴 티를 제공한다. 그러니 쌍산재는 전통과 자연을 품은 카페도 되는 셈이다. 쌍산재 숙박은 아쉽게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숙박 재개 여부는 쌍산재 홈페이지에 따로 공지할 예정이다.

쌍산재와 약 3km 거리에 구례 운조루 고택(국가민속문화재 8호)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하면 떠오르는 곳으로, 아무나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타인능해’라고 새긴 뒤주가 운조루의 정신을 대변한다. 인근에 운조루 고택 원주인 유이주 선생의 이야기와 대대로 내려온 유물을 만나는 운조루유물전시관도 들러보자.

천년 고찰 화엄사(사적 505호)는 국보 4건을 비롯해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리산의 수려한 산세만큼이나 웅장하고 화려한 불교 역사와 문화를 만난다. 특히 각황전(국보 67호)과 홍매에는 드라마 〈동이〉 주인공 숙빈 최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숙빈 최씨는 아들 연잉군(뒷날 영조)이 왕이 되길 염원하며 각황전 중건에 힘을 보탰다. 화엄사 계파선사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매화나무를 심었는데, 이것이 각황전 옆 홍매다. 해마다 3월 중순쯤 고혹적인 붉은 매화가 핀다.

화엄사에서 조금 오르면 구층암에 닿는다. 가공하지 않은 모과나무를 뒤집어 기둥으로 만든 독특한 암자다. 이곳에서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야생 죽로차로 차담을 나눌 수 있다. 대나무 아래서 자란 야생 차나무에서 나는 귀한 차다.

쌍산재에서 섬진강 건너편으로 봉긋 솟은 오산 정상 부근에는 깎아지른 암벽에 세운 사성암이 있다.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고승 네 명이 수도한 곳이라 붙은 이름이다.

천년고찰 화엄사

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3km 남짓 올라서면 구례 읍내를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과 장쾌한 지리산 풍광이 펼쳐진다. 명승 111호로 지정된 구례 오산 사성암 일원이다. 암자 아래 오산활공장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바라보며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해넘이가 아름다워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천개의향나무숲→화엄사→쌍산재→운조루→사성암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은사(상생의길)→노고단→천개의향나무숲→쌍산재 
둘째 날: 쌍산재→운조루→섬진강대숲길→사성암→화엄사→지리산반달곰생태학습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쌍산재 www.ssangsanje.com
- 운조루 www.unjoru.net
- 화엄사 www.hwaeomsa.com 

문의 전화
- 구례군청 문화관광실 관광정책팀 061)780-2390
- 쌍산재 010-3635-7115
- 운조루 061)781-2644
- 화엄사 061)783-7600
- 사성암 061)781-4544
- 오산활공장(패러글라이딩) 010-8795-2169 

대중교통
[버스] 서울-구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7회(06:4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구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8번·4-9번 농어촌버스 이용, 상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8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구례공용버스터미널 061)780-2730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KTX 하루 6회(07:12~18:5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구례구역 정류장에서 2-11번 농어촌버스 외 이용, 구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8번·4-9번 농어촌버스 환승, 상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IC→용방교차로에서 구례·하동 방면 국도19호선 약 7.8km 직진→냉천교차로에서 하동 방면 국도19호선 약 3km→하사마을 방면 당몰샘로로 좌회전, 약 1.8km 직진→쌍산재

숙박 정보
- 노고단게스트하우스&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산동면 하관1길, 061)782-1507
- 지리산햇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마산면 화엄사로, 061-783-9600 
- 지리산 호수리조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산동면 구만제로, 061-783-0011 
- 지리산정원: 마산면 화엄사로, 061)780-8028

식당 정보
- 오미마을들녘밥상(뽕잎백반): 토지면 운조루길, 061)781-8881 
- 동아식당(가오리찜): 구례읍 봉동길, 061)782-5474 
- 구례애(고등어구이백반): 구례읍 구례2길, 061)783-1761
- 평화식당(육회비빔밥): 구례읍 북교길, 061)782-2034 

주변 볼거리
연곡사, 지리산치즈랜드, 한국압화박물관, 섬진강어류생태관, 구례 석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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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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