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가정의 달 신풍속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4.26 14:44:12
  • 호수 13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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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지도 모이지도…답답한 5월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매년 5월은 부담스럽다. 각종 기념일마다 선물을 준비하고 어떤 계획을 잡아야 할지 고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다. 이전과 달라진 가정의 달 세태에 대해 알아봤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여럿이 만나는 것보다는 비대면으로 안부를 묻거나 선물을 보내주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자 가정의 달인 5월도 변하고 있다. 5월5일 어린이날, 5월8일 어버이날, 5월15일 스승의 날 등 기념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대면이 일상화가 된 지금 과거와는 다른 기념일을 보낼 전망이다. 

나들이 없는
어린이날

지난해부터 지자체나 기관·단체 등은 매년마다 해왔던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집에서 ‘어린이날’을 보내는 어린이가 늘었다. 반면 행사 참여나 나들이를 대신해 선물 구입만 이뤄질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휴원기간이 길어지는 곳도 있다.

사상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로 바깥 외출이 쉽지 않았던 탓에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나오는 것보단 인터넷쇼핑을 할 가능성도 크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시장과 가격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제품 위주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난감 체험 공간을 곳곳에 마련해서 어린이 손님을 공략할 전망이다. 


매년 5월 1년 중 복지 시설에 후원금과 후원품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달이었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아동 생활 시설은 작년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선물을 ‘1인당 하나씩’도 주지 못했다. 어린이날 후원품이 코로나19 이전 어린이날과 비교했을 때 절반도 받지 못했다.

후원 자체가 금지된 건 아니지만 직접 방문을 막아놓으니 후원 체가 들어오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자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지 않자 복지원 아이들은 선물 자체를 받지 못할뿐더러 복지원 재정 상황도 여유가 없다. 후원은 많이 줄었는데 학교나 어린이집에 나가지 못하니 식비가 더 나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충남 서산의 한 보육원은 연례행사이던 어린이날 동물원·놀이공원 나들이를 조촐한 과자 파티로 대체했다. 

‘아픈 어린이’들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 큰 병원의 경우 매년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리지 않는다. 큰 대학병원의 경우 공연, 캐리커처 그리기, 타투 스티커 붙이기 등 크고 작은 행사를 열어 어린이들에게 놀거리를 제공했다. 

보육원 후원물품 급격히 줄어 
선생님께 영상감사 인사 전해

이런 어린이들에 대한 ‘심리 방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이 계속 집안에만 있다보면 짜증이 늘고 예민해진다. 특히 남자아이 경우 외부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 아이들끼리 힘겨루기로 인해 다툼이 날 수 있다. 


어버이날은 명절처럼 고향에 부모님을 뵈러 가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부모님을 만나 뵙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울에 사는 자녀들은 지방에 있는 부모님을 뵙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명절에 이어 부모님들도 내려오지 말라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어버이날 풍경도 과거와 달라질 전망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들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이 걱정돼 “오지 말라”며 말리고, 자녀들은 나름대로 감염 우려 때문에 부모님을 만나 뵈러 갈지 고민하는 등 코로나19가 어버이날 가족 모임에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각 지역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 “이번 어버이날에 어떻게 하시나요” “어버이날에 시댁 가실 건가요” “코로나19 때문에 어버이날에 부모님 댁에 가야 할지 고민이네요” 등 내용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코로나19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자 부모의 만류에도 고향 등을 방문하겠다며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A씨는 어버이날인 토요일에 양가 어른들을 뵙기 위해 KTX를 타고 고향에 다녀올 계획이다.

비대면 효도
어버이날

A씨는 “양가 부모님이 이런 시기에 꼭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결혼하고 맞는 처음 어버이날 얼굴을 뵙지 않으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주말에 꼭 다녀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여가 줄어드는 등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올해 어버이날 선물도 부담이다.

인천에 사는 주부 B씨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가 지난 3월 열흘간 무급휴직에 들어가 월급이 30% 깎였다. B씨 부부는 매년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 하지만 올해는 지갑 상황이 좋지 않아 드리지 않을 예정이다.

또 다른 부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불안정해지자 양가 부모님 선물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저렴한 선물을 하자니 서운해 하실 것 같고 비싼 선물을 준비하자니 여윳돈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스승의날 학생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 유치원생들은 두 팔로 하트를 만들며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영상을 찍어 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라도의 한 고등학생들은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한 줄씩 이어 부른 것을 붙여서 ‘감사 노래 릴레이’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1년 대기한 뒤 올해 부임한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첫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별 감흥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들쭉날쭉한 등교 일정으로 학생들 얼굴을 긴 시간 보지 못해서다.

화상으로
스승의 날


‘스승의 은혜’ 노래도, 카네이션도, 서툰 손편지도 없는 스승의 날을 보낼 예정이다. 학생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교사들은 학적정보 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학생사진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그래도 매일 학생들과 통화하며 어려움을 공유하고 애틋한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일주일에 2번씩 20분가량 학급 학생 28명과 통화를 하다 보니 목이 쉴 정도다. 처음에는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색했던 학생들도 이제는 쾌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영상으로만 공부하다 보면 학습 능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퀴즈도 나누면서 함께 복습하고 있다. 

수업 중에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향상하기 위해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구연동화 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핵심 내용을 잘 잡아서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자료를 제작해야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파워포인트(PPT) 공부도 열심이다.

학교도 조용한 분위기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부인 통제에 들어간 대부분의 학교는 졸업생들이 찾아올까 봐 스승의 날에는 교문 통제를 더욱 엄격히 하기로 했다. 

각 지역 맘카페에는 어린이집 스승의 날 선물을 고민하는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그냥 넘기는
부부의 날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두 살 아이를 보낸다는 한 주부는 “어린이집 측에서 스승의 날 선물을 챙기지 말라는 얘기가 달리 없는 상황이라 선물을 보내려는데 무엇을 사는 게 좋을지 고민”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선물하기 좋은 물품의 종류와 가격 등 정보를 공유하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5월21일은 둘이 하나가 되는 의미인 부부의 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부들은 외식대신 서로 집에서 식사하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풍경으로 바뀔 전망이다. 지난해와 올해 자가 격리나 재택근무로, 부부간 물리적 거리가 훨씬 좁혀진 날들이 이어져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인과의 접촉이 줄어든 것에 비례해 가족 구성원 간 접촉은 현저히 늘어났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만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 상대 단점이 더 잘 보인다. 고립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 사소한 일로 감정조절이 안 돼서 불안, 분노, 적대감이 커지고 극단적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다. 

남극에 파견됐던 사람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해서 심리학에선 ‘남극형 증후군(winter-over syndrome)’이라고도 한다. 부부 역시 가정 내 관계 밀착변화는 피로감을 넘어 불만으로 때로는 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복되는 가사와 육아에 답답해 남편에게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가 시비가 붙어 아내가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폭력까지 가진 않더라도 ‘집안일과 육아를 남일 보듯 하는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된다’ ‘아내의 사사건건, 시시콜콜 잔소리에 미쳐버릴 것 같다’는 등 각자의 하소연이 온라인에 줄을 잇고 있다.

부부끼리 외식보다 홈술 대화 
대학서 주최하는 행사 사라져

물론 코로나 사태로 부부 사이가 나빠진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그간 일 때문에 바빠 소홀했던 남편, 혹은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결혼 생활이 더 행복해진 경우도 있다.

매년 5월 셋째주 월요일 하면 ‘성년의 날’이 떠오른다. 이날은 성인이 된 청년들에게 사회인으로서 책임감을 생기게 하고 성인으로서 자부심을 보여주기 위한 기념일이다. 언젠가부터 대학가에서 이날을 ‘성인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장미, 향수 그리고 키스가 성년의날 선물로 유명하다. 서울의 대학가에서 성년의 날을 자축하고자 20세가 된 성인이 나왔다. 꽃과 케이크를 양손에 든 채 음식점으로 향하거나 카페에 가서 즐겁게 지냈다. 코로나19 전에는 술집이나 클럽에서 새로운 인연을 찾기도 했다.

갓 스무살이 된 사람들끼리 새로운 만남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성년의 날 풍경이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교에서 하는 행사는 사라지고 오후 10시 영업제한으로 영업으로 인해 이성 간의 즉석만남을 기반으로 하는 술집 영업이 힘들어졌다.

올해는 이날을 기념해 친구들끼리 랜선 술자리를 가진다. 평소 술자리는 안주 선택의 폭이 적지만 랜선 술자리는 자유롭게 원하는 메뉴를 주문해 먹을 수 있다. 갓 성인들은 각자 주문한 치킨 등을 자기 자리에 올려 먹으면서 대화한다.

랜선 술자리
성년의 날

집이라는 공간적인 특성으로 깜짝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상 속에 부모나 반려견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럼 친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지기도 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19 이후…가정폭력 늘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가정폭력은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8월까지 범죄 신고통계를 집계한 결과 5대 강력 범죄는 모두 9만812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6544건보다 8422건 줄었다.

반면 이 기간 아동학대 건수는 증가했다. 2019년 기준 2151건에서 지난해 2243건으로 신고 건수가 4.3% 증가했다.

잇따른 개학 연기와 비대면 수업 증가로 가정폭력 등 아이들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학교가 가정 내 학대를 감지하기 어려워진 점 역시 가정폭력의 증가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 수업에선 학생 대부분이 얼굴 등 신체 일부만 보여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신체학대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아동학대 사건에서 학교 측이 피해 아동으로부터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며 교육 당국의 현행 아동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5월 경남 창녕에서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고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담그는 등 초등학생 자녀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산 ‘창녕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학교 측은 아동학대 의심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피해 아동은 계부와 친모에 의한 학대가 가정에서 자행되고 있는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된 원격수업에 매일 출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카메라를 켜는 화상 대면 수업이 아닌 탓에 학교 측은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교사는 50여 차례 아이의 부모와 문자 혹은 전화 등을 주고받기도 했다.

부모는 아이가 잘 있고 온라인 교육을 잘 받고 있다고 전했고 교사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집 머무는 시간 늘면서
아동학대 등 크게 증가

지난 2월 인천 중구에서 한 초등생 여아가 집에서 온몸에 상처와 멍이 든 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아이는 계속해서 온라인 원격수업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등교 수업을 하는 날에 부모가 가정 학습이나 체험 학습을 하겠다며 학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출석 인정을 받았다. 이에 아이는 교육부의 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피해 아동이 장기간 등교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 학교 측이 가정 방문을 요구했을 당시에도 부모는 여러 이유를 들며 가정방문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말이 돼서야 교사가 피해 아동과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학교 측은 통화만으로는 학대 정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가정 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각종 불확실성이 생겨난 가운데 집에서 서로 밀접하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이 폭력의 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를 통해 여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상담 건수는 3만9000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폭력 상담 비중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20년 총 상담 건수는 3만9363건으로 이중 가정폭력은 1만5755건으로 나타났다. 성폭력(1만8462건)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상담소는 지난해 1월 전체 상담 건수 중 26%를 차지한 가정폭력 상담 건수 비중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월부터 40%로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가정폭력 상담 건수 중 배우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58.3%(277건)로 가장 많았으며 부모가 19.4%(92건)로 뒤를 이었다. 형제·자매인 경우는 6.1%(29건)로 확인됐다.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 친부모에 의한 폭력 피해는 90건, 계부모는 2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폭력이 증가했지만 대개 집 안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특성상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주위 이웃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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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