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업법인 팜에이트 기막힌 ‘전’ 사용법

버섯재배 신고하고 사무실·홍보관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농업을 근본으로 스마트팜 사업을 하고 있는 농업법인회사 팜에이트는 남극에 있는 세종과학기지까지 진출해 식물공장을 설치했지만 본사 버섯재배시설에는 신고사항과 달리 건물 일부를 사무실과 홍보관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신고사항과 달리 건물을 이용하면 위법이다.

팜에이트는 코스닥 상장이 거론될 만큼 지난해 연매출 590억을 달성한 기업이다. 사업 분야도 지하철 농장, 수직농장 등의 스마트 팜, 채소 납품, 유통 등으로 다양하다. 경기도에서도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해 지원 예정인 기업이다. 

잘나가는
농업회사

스마트팜은 그동안 해오던 농업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ICT(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해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동으로 제어해, 최적의 생육환경을 구현한 지능화된 실내 농업시설을 말한다. 

2004년 출발한 농업회사법인 미래원은 2019년 사명을 팜에이트로 바꾸고 자회사 플랜티팜과 미래원 엘름을 설립했다. 구매·가공·유통과 샐러드 채소, 농식품연구소, 메트로팜, 스마트팜 설비, 컨테이너식물공장 제작, 파프리카 농장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농업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남극에 채소 등을 키울 수 있는 인도어 팜(식물공장)을 설치해 여러 매체로부터 주목도 받았다. 경기도는 지역 농가의 스마트팜 기술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스마트팜 기반을 구축하고, 스마트팜 연구·기술 보급 사업 등 23개 국·도비 사업에 80억원을 지원할 계획도 있다고 전해진다.


팜에이트는 관련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매출은 지난해 59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더 증가한 9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에 비해 지난해 11.4배 증가했다.

국순당도 2015년 팜에이트에 투자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역시 팜에이트를 예비 유니콘특별기업(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회사)으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관련 산업 규모 확장과 영업이익의 증가로 코스닥 상장 이야기까지 나온다. 또 인도어 팜을 통해 가공한 채소들을 스타벅스, 버거킹, 서브웨이 등에도 납품하는 파트너십도 맺었다. 

팜에이트에서 생산해 유통하는 채소 종류만 해도 새싹채소, 파프리카, 버섯 등 수십가지다. 또 플랜티 팜이라는 자회사까지 세워 사업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용도와 달리 건물 일부 사용 의혹
법률적 한계로 위반? 암묵적 용인?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팜에이트는 새싹공장, 전처리채소가공공장, 식물공장, 특수채소 재배온실 등 채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시설들이 즐비해 있다. 그중 T·FARM1이라는 이름으로 하북리 214-4번지에 위치한 건물은 버섯 등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회사인 플랜티 팜 주식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면적은 등기부 등록상 1806㎡로 약 546평 정도다. 문제는 해당 지역의 건물 3개 층 전부를 지목인 전으로 사용해 버섯재배를 하겠다는 신고와 달리 일부를 사무실과 홍보관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보통의 농지는 농지법 34조에 따라 농지를 전용(농지를 건물을 세워 돌려쓰는 일)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하 농림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시청 등의 관리청 허가를 통해 농지전용에 대해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

허가받은 농지의 면적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률에 따라 농지전용허가가 필요한 경우 협의를 거쳐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는 허가가 필요하다.

농지를 전용하기 위해서 건물에 대한 허가가 필요한 지역은 도시지역(인구와 산업이 밀집되어 있거나 밀집이 예상되어 그 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정비·관리·보전할 지역) 또는 계획관리지역(과거 비도시 지역의 준 농림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구분한 지역)에 있는 농지다.

정부 및 지자체의 허가를 거친 농지는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농지에 건물을 세우는 것은 농지전용신고를 하고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농지전용과 관련해 적용받는 하천법 역시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고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공작물을 설치하기 위해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 사용 가능하다.

신고하면
땡?

해당 부지는 농업진흥지역이지만 버섯재배를 하겠다고 신고했기 때문에 농지전용 허가나 농지전용 협의서가 따로 필요 없다. 

버섯재배시설은 농지 이용대상이기 때문에 별도의 승인이나 허가 없이 신고를 통해 가능하다. 실제로 1층은 버섯을 재배하고 있었지만, 2층 일부와 3층은 사무실과 홍보관이 존재한다.

팜에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2층과 3층은 버섯 관리를 위해 사무실이 존재한다며 해당 시설을 부속 건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많은 인력이 근무할 장소가 필요하고 재배시설의 일부를 활용해 근무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버섯재배관리의 부속시설과 관련한 법적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버섯재배시설들도 암묵적으로 사무실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버섯 같은 것을 건물형태에서 재배할 때는 부속시설이 반드시 필요한데 농지법이 엄격해 농지에서 할 수 있는 행위만 규정하다 보니 재배 생산시설 위주로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하북리 214-4번지의 2층 사무실과 3층의 홍보관이 버섯재배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실제 2층과 3층이 버섯재배를 위해 사용되지 않는데 버섯재배를 한다고 신고한 점은 인정했다.


이어 과거 팜에이트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들도 농지법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현재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위법과 발전
뭐가 우선?

농지법에 따르면 농림부령으로 정하는 부속시설이란 해당 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와 근접해 설치된 시설이다.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의 경작·재배·관리·출하 등 생산과정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설들이다.

현행법상 설치 가능한 시설은 고정식 온실·버섯재배사 및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된 농산물 또는 다년생식물을 판매하기 위한 간이진열시설이다. 해당 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 및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의 관리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주거 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이 허용된다.

평택시와 진위면사무소 관계자들의 입장은 팜에이트 측과 다르다.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내용을 검토했을 때 3개 층을 버섯재배로 신고한 사항과 다르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의견이다. 

진위면사무소 관계자는 하북리 214-4번지의 건물 사용이 위법에 해당해 직접 점검을 나갈 예정이다. 또 해당 건물의 사안에 실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곳은 원상복구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T·FARM1 건물은 버섯재배시설로 신고했지만 사무실 홍보관 등의 시설은 신고와 다르게 사용돼 불법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 

평택시청 관계자 역시 불법행위라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아 실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불법건축물과 관련해서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고, 건축물 대장 현황과 도면이 같으면 단순 복구하는 절차만 거쳐 건물 자체를 철거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건물의 도면과 신고사항, 토지대장 등을 따져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해당 건물은 철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팜에이트는 과거에도 본사의 다른 건물들도 법규를 위반해 원상복구명령 조치를 받은 이력이 있다.

스마트팜 커지는데…
관련법은 제자리걸음

그렇기 때문에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법규를 위반해 꼼수를 통해 발전을 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팜에이트의 행위가 현행법을 어겼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팜에이트가 법규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스마트팜 사업 규모에 맞는 관련 법규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사업이다. 네덜란드와 미국 등 스마트농업 선진국들의 경우 국가별 농업 구조와 전략품목에 따라 모델과 기술을 개발, 보급 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9년 스마트팜의 관련 법규에 대해 지적한 적 있다.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스마트팜과 관련된 기본계획 수립 및 관련 법률 제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업 혁신은 농업 현장 수요와 지능화, 자동화 기술업계 수요에 맞춘 정책적 균형이 우선 고려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처가 발표한 자료에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르면 스마트팜과 관련해서는 연구개발과 기술표준화만이 명시돼있어 관련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법 개정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률적 근거 미비로 인해 농업계의 생산기술이나 농업 생산유통 체계 변화를 꾀해야할 시점에서 법규가 스마트팜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농업진흥지역, 보호구역이지만 농업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매번 뒷북
늦는 정부

스마트팜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련 법규의 제정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점점 커지는데 정부가 방관자의 자세로 손을 놓고 있다면 스마트팜 사업이 발전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련법들을 다시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다. 



<기사 속 기사> 태양광 농사의 꼼수
버섯밭에 발전소가?

홍성지역의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10곳 중 7곳이 태양광 발전시설로 편법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한 달 간 관내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등 45개 중 32개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부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 대부분은 태양광 발전소로 운영되고 있다. 버섯재배나 곤충사육사 등으로 허가를 받으면 농지전용부담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1~5건 정도에 불과했던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허가가 2019년 33개로 증가했다.

최근 2~3년 사이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가 늘어난 이유는 농지이용시설 건물 위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난 2018년에 관련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편법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은 하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농업인 신분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하면 혜택이 있다.

전기 공급의무사들(한국수력원자력 등 전기를 공급하는 공기업)과 장기 계약을 할수 있고, 축사나 재배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면 1.5배 가격으로 전기 판매도 가능하다. 

에너지 관련 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농업인 자격을 지자체나 품질관리원에서 발급하기 때문이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농업인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문제로 삼아야 하는데 당국은 이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 <차>

<기사 속 기사> 지자체에 운영비 떠넘기는 정부 주도 스마트팜 밸리 

정부가 상주에 조성중인 국책사업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의 운영비를 상주에 떠넘겼다는 의혹이 있다. 스마트팜 혁신단지는 정부 주도 사업으로서 스마트팜 인재를 발굴하겠다며 시작됐다.

사업 규모는 국비 670억원, 도비 218억원, 시비448억원 등 총 1366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부지는 경상북도 상주 사벌면 엄암리 일대 42.7ha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완공 후 상주시에 운영비와 연구비 등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자 논란이 됐다.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 완공 후 상주시는 매년 40~50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사업 초안에는 운영비 등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사업 선정 후 유지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 사업은 국가가 조성하지만 운영은 지자체가 맡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상주시는 사업 기반 조성에만 448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상주시는 예산 사정이 불안정해 운영비 15억원만 책정해놨다.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국가 산업의 부실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상주시는 정부에게 국비 지원을 해달라며 요청한 상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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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