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브랜딩’ 나영석 PD의 큰 그림

생각이 나면 예능이 된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과정을 흔히 브랜딩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거나 감성에 호소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CJ ENM 소속 나영석 PD는 국내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브랜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PD로 꼽힌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게임 진행 능력을 브랜딩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의 코너 ‘출장 십오야’를 통해서다.

지난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에 출연 중인 배우 유연석은 친분이 깊은 나영석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슬의>의 주요 배우들이 간 캠핑에서 재미를 위해 게임을 진행해달라는 게 통화의 요지였다. 

격변기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나영석 사단은 곧바로 추진했다. 이른바 ‘예능 배달 서비스’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그램이 ‘출장 십오야’다. KBS2 <1박2일>을 비롯해 tvN <신서유기> 시즌8에 이르기까지, 유명 예능인들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진행을 보인 나 PD가 프로그램의 핵심 콘텐츠다. 모든 출연자가 매주 바뀐다. 메인 출연자는 나 PD 뿐이다.

직업은 PD지만, 역할은 레크레이션 진행자에 가깝다. 게임은 <신서유기>에서 활용됐던 것을 주축으로 한다. 인물 퀴즈, 고요 속의 외침, 줄줄이 말해요, 마피아 게임, 훈민정음 탁구대회 등 <신서유기> 내에서 화제를 일으킨 게임을 출연자들과 진행한다. 

‘출장 십오야’는 새로운 추억을 쌓고 싶은 모임에 직접 찾아가는 방송이다. 방송 포맷은 매우 심플하다. 각종 게임에 활용되는 도구를 캐리어에 가득 담은 나 PD가 온갖 선물을 걸고 출연자들과 승부를 펼친다. 


룰은 팀전과 개인전으로 나뉜다. 팀전일 때는 출연자들이 빠르게 승리하면 할수록 고급스러운 선물을 되도록 많이 챙길 수 있으며, 실패가 늘어날수록 선물을 뺏기는 형식이다. 개인전은 각 출연자끼리 경쟁을 한 뒤 상위에 랭크되면 원하는 선물을 선순위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출연진의 성향에 맞게 팀전과 개인전을 오고 간다.

유튜브 ‘출장 십오야’ 게임 진행자 출연
관습 깬 새로운 시도…예능 포맷의 확장

‘출장 십오야’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앞서 스핀오프 형식으로 진행된 <슬기로운 캠핑생활>에 초대되면서 방송이 시작됐다. <신서유기>의 광팬이라고 밝힌 조정석을 비롯해 전미도, 정경호, 김대명, 유연석을 상대로 안주 및 선물을 걸고 게임을 진행했다.

장난처럼 시작한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긴박감이 생긴다. 예능 출연이 잦지 않은 배우들의 게임을 하는 모습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함을 안겨준다.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은 ‘출장 십오야’는 바로 두 번째 작품도 진행했다. 나 PD와 친분이 깊은 유희열 안테나 뮤직 대표가 그를 불러 소속사 아티스트들과 새로운 추억을 쌓은 것.

나 PD는 물이 오른 듯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고 즐겁게 게임을 진행한다. 안테나 뮤직의 소속원들은 나 PD의 물 흐르듯 흘러가는 깔끔한 진행에 연달아 감탄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발굴하기도 한다. <슬의>에서 무뚝뚝한 김준완을 연기한 정경호는 애교덩어리 그 자체였으며, 페퍼톤스와 샘 킴, 이진아 등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의외의 예능감을 찾아내기도 한다. 


세 번째 출장지는 tvN이다. <대탈출>의 정종연 PD, <어쩌다 사장>의 유호진 PD, <유퀴즈 온 더 블록>의 김민석 PD 등 tvN 소속 간판 예능 PD들을 한자리에 모아 게임을 진행했다. 예능 프로그램 PD들 답게 카메라 앞에서 쑥스러워하면서도 기대 이상의의 재미를 만들었다.

공개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100만 조회 수에 육박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카메라에 PD로서 출연한 나 PD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관심을 끄는 유명인이다. 카메라 앞에서 연예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것 자체가 매우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단호한 태도로 연예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능력 내세워
연예인 경계 허물어

특히 출연자가 낸 문제를 틀렸을 때 던지는 ‘땡’은 나 PD만의 시그니처다. 매우 정확한 악센트와 발음으로 듣는 순간 약간의 불쾌감마저 느껴지는 그의 ‘땡’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조금만 시간을 끌어도 어김없이 ‘땡’을 치는 그의 단호한 진행 방식은 게임의 흥미를 돋운다.

과거 MBC에 몸담았던 tvN 김유곤 PD를 비롯해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어쩌다 사장>의 유호진 PD 등 방송에 직접 얼굴을 비치는 PD들이 있기는 하지만, ‘출장 십오야’처럼 PD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은 처음이다. 

예능인들과 오랫동안 작업하며 끌어올린 예능감을 자신의 방송 프로그램에 활용한 첫 예다. <삼시세끼>를 비롯해 CJ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브랜딩한 나 PD가 자신의 능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PD와 연예인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

나 PD 프로그램이 아닌 나 PD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있는 것.

나영석 사단은 <삼시세끼>를 통해 힐링 예능의 서막을 알렸고,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여행 예능의 붐을 일으켰다. 유튜브 방송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 - 아슬란드 간 세끼>를 통해 스핀오프를 가장 먼저 시작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채널의 경계를 허물었고, 콘텐츠의 형식도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다. 

시그니처

최근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OTT 플랫폼이 저변을 넓히는 등 미디어 시장 격변기에 놓인 요즘 나영석 사단은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확장시키고 있다. 많은 우연을 바탕으로 기획되는 그의 프로그램은 매번 예능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출장 십오야’도 나영석 사단이 걸어온 발자취의 연장선에 있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가 아이템 부재로 힘겨워하고 있는 방송계에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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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