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시대의 거울’ 영화감독 이준익

차이를 존중하는 포용력을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시대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이 다시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장소는 흑산도이고 시대는 관리의 부패로 썩은 내가 진동하던 조선 말기다. 포커스는 정약용의 형 약전으로 향한다. 약전과 약용의 가치를 충돌시킨 영화 <자산어보>는 조선의 대학자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준다. 
 

▲ 이준익 감독 ⓒ메가박스플러스엠

흔히 ‘역사는 그 시대의 거울’이라고 한다. 역사란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유행이 아니라, 그 시대적 상황을 거짓 없이 비춰주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것. 

상상과 진실

이준익 감독의 시대극은 거울의 역할을 기능했다.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 허구적 상상을 통해 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창작자의 고뇌를 담음으로 가능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으로 젊은 세대와 고연령대 세대 간 화합을 도모했던 <사도>, 윤동주 시인과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양심과 행동하지 못한 양심을 조명한 <동주>,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아나키즘을 토대로 저항정신과 평등을 말하고자 했던 <박열>까지, 그의 영화는 실존 기록보다 더 사실감 있게 전달됐다.

그런 이 감독이 택한 인물은 정약전이다. 정약용과의 비교를 통해 정약전의 가치, 그리고 창작자의 의도를 전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어쩌면 임금도 필요 없다고 여기는 인물이다. 당시 시대상으로 보면 급진 개혁파를 넘어 역적의 사상을 가진 인물이며 무려 200년을 앞서 나간 인물이기도 하다. 


정약전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저서 <자산어보>에 짧게 기록된 창대라는 인물을 완전히 재창조한다. 재창조의 요점은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받아들인 인물로 표현하는 것.

창대가 정약용을 대체한다는 것은 대사로도 알 수 있으며, 후반부 정약용이 쓴 시 <애절양>을 바탕으로 만든 하이라이트를 통해서도 엿보인다.

영화는 강진 유배 시절 부패한 관리들의 횡포를 직접 마주한 정약용이 정치·행정에 관련한 총체를 집대성한 저서 <목민심서>의 길을 따르는 창대와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에서 개인이 행복할 방법을 고민하며 <자산어보>를 집필한 정약전을 대칭한다. 

“주자가 말한 8조목에 대한 이야기다. 8조목은 ‘격물치지 성의 정심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인데, 성의부터 평천하까지는 인문학이고, 격물치지는 자연과학이다. <목민심서>는 인문학적 서적이고, <자산어보>는 자연과학이다. 동생이 약전에게 인문학 서적을 일종의 컨펌(Confirm)을 해달라고 한다. 그걸 똑같이 쓰면 중언부언이지 않나. 그래서 약전은 어쩔 수 없이 자연과학 서적을 쓰게 되는 것이다. 둘 다 성리학적 베이스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목민심서>의 가치보다 <자산어보>의 가치를 좀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전한다. 시스템이 작동할 때에는 <목민심서>가 의미가 있겠으나, 부패한 정부로 인해 시스템이 무너진 사회에서 <목민심서>는 빛을 발할 수 없다는 것. 

<자산어보>에 담은 정약전의 가치  
진실 좇는 창작자의 고뇌를 담다

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에서는 수평적 사고의 토대 위에 개인의 행복을 더 생각한 <자산어보>의 가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오랫동안 공동체적 집단주의가 전 세계를 지배했다. 집단주의는 수직적인 힘으로 지탱한다. 독재도 공산주의 같은 맥락이다. 최근 들어서는 수평적인 개인주의가 더 중시된다. 창대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 입신양명을 꿈꾸지만, 이미 조선의 병폐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 우물 밖의 개구리 약전은 출세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종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도감을 만든 것이다. 둘 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같다.”

약전의 제자이자 벗인 창대는 약전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뒤 출셋길에 오른다. 그 선택이 미운 약전이지만, 창대가 평온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나이도 서열도 차이가 남에도 그를 끝내 존중한다. 
 

▲ 이준익 감독 ⓒ메가박스플러스엠

“인간은 누구나 ‘인사이더’(Insider)가 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공부했으면 써먹고 싶지 않은가. 자신의 존재를 한 번은 증명해봐야지. 정약용 앞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창대이지 않나. 비록 약전은 인생을 통달했기 때문에, 창대의 길을 좋게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끝내 인정하고 응원한다. 이것이 인간을 존중하는 실천적 형태다. 개인의 존엄성을 더 중시하고, 그 차이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그 자체를 존중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이 감독의 사극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듀오다. 영조와 사도세자, 동주와 몽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약전과 창대다. 권선징악의 형태가 아닌, 각자의 입장을 균형감 있게 소개한다. 어떤 인물에 더 마음이 가는지는 관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 

“내 영화에는 영웅주의가 없다. 한 인물을 미화하지 않는다. 똑바로 보여주려고 한다. 몽규가 또렷해지면, 그만큼 동주도 선명해진다. 약용이 선명해지면, 약전도 분명해진다. 창대를 키우면 약전도 커지는 형태다. 차이를 관객에게 보여줄 뿐이다. 취향대로 관객이 선택하겠지.”

이 감독은 ‘역사 덕후들이 사랑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는 기록에 없는 허구가 존재하지만, 그 허구가 진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역사 서적을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당시 인물의 진실을 좇는 창작자의 고뇌가 영화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균형감 있게

“학자는 기록을 근거로 사실을 좇아서 진실에 도달하고, 창작자는 사실을 근거로 허구를 통해서 진실에 도달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전리품이라 생각한다. 항상 패자의 기록은 무시당해왔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은 사실이 모든 진실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사실 안에 있는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창작자의 올바른 태도라고 여긴다. 비록 내 영화가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 해도 진실에 근접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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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