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두 번째 골육상쟁’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 이어 조카에 뒤통수 맞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에서 골육상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승계 구도에서 소외됐던 조카가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칼을 빼든 양상이다. 오너 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외부에서 우군을 규합한 조카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박찬구 회장은 졸지에 ‘형제의 난’과 ‘조카의 난’을 섭렵하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전남 나주 출신인 고 박인천 창업주가 1946년 46세의 늦은 나이에 택시 2대로 세운 광주택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는 2015년까지만 해도 같은 집단으로 묶였던 사이다.

다툼 끝에
계열분리

금호아시아나는 광주여객(금호고속, 1948년)을 시작으로, 죽호학원(1959년), 삼양타이야공업(금호타이어, 1960년), 한국합성고무공업(금호석유화학, 1971년), 금호실업(1976년), 금호문화재단(1977년), 아시아나항공(1988년) 등을 차례로 편입시켰다.

그 결과 2000년대에 접어들 무렵에는 건설·물류·금융을 아우르는 재계 10위권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한 번 굵직한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2006년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08년 대한통운마저 4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그사이 재계 순위는 11위에서 7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성급한 덩치 키우기는 현금 유동성에 독으로 작용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주식을 매입하면서 투입한 6조4000억원 가운데 3조5000원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대출해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2009년 말까지 주가가 인수 당시 주가(2만6000원)보다 6000원 높은 3만2000원이 안 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3만원대에 주식을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내걸었다.

2008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2009년 말 대우건설 주가는 1만30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하며 대우건설 주식을 사줄 것을 요구했고, 이 금액의 총액은 4조원을 넘겼다.

자금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금호아시아나는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토해냈다. 이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그룹의 석유화학 부문을 이끌던 박찬구 회장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합병을 극구 반대했음에도 박삼구 회장은 이를 성사시켰고, 인수합병이 실패로 종결되자 두 사람은 그룹 경영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형과 다투더니 박차고 독립
세력 키우고 가문 선봉으로 

그룹 총괄 권한을 놓고 발생한 이견 대립도 형제 간 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금호아시아나는 1984년 박인천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차남 고 박정구 회장, 삼남 박삼구 전 회장 순으로 형제경영 전통을 이어갔다. 

다음 수순은 박찬구 회장 차례였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이 동생 대신 장남인 박세창 사장을 후계자로 내세우면서 양 측의 갈등은 한층 커졌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대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분리를 시도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와 표면상 같은 집단으로 묶였을 뿐, 독자경영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5년 대법원의 계열분리 판결로 인해 금호아시아나와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계열분리 후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은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내홍을 수습하고자 그룹 재건에 나섰지만, 다시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핵심 자회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수순을 밟고 있으며, 사실상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모두 내놓은 처지다. 매각 수순이 완료되면 그룹은 중견기업집단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 금호석유화학 본사 ⓒ카카오맵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외형 확장이 아닌, 내실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쳐왔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이 매년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심지어 코로나19의 여파가 재계를 강타했던 지난해에도 금호석유화학은 특수를 누리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7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에서 독립한 금호석유화학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한 이래, 매년 해당항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자산총액(공정자산)은 5조6835억원, 재계 순위는 59위다.

와해된 본가
사실상 적통

내실을 다진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본업 이외의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범금호가’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모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에 금호리조트 인수를 매듭지을 전망이다. 앞서 금호리조트 매각 주간사인 NH투자증권과 안진회계법인은 지난달 19일 본입찰에서 금호석유화학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입찰가로 25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리조트 인수에 나선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금호리조트는 ▲금호티앤아이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등과 함께 금호아시아나 소유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리조트에 애정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형제간 갈등과는 별개로 집안이 영위해온 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어가도록 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호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업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투영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호리조트 인수를 사촌 간 지분 정리의 신호탄쯤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의 또 다른 중심축인 고 박정구 회장 일가에게 금호리조트를 넘기는 형식의 계열분리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 세력뿐 아니라 고 박정구 회장의 친인척도 경영에 참여하는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실권은 박찬구 회장 측이 쥐고 있지만, 고 박정구 회장 측 역시 무시 못 할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 박준경 전무, 고 박정구 회장, 박철완 상무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의 단일 최대주주는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상무다.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이는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6.69%)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대신 박찬구 회장의 장남(박준경 전무)과 장녀(박주형 상무)의 지분율이 각각 7.17%, 0.98%이기 때문에 박찬구 회장 측 우호지분은 14.84%로 높아진다.

잠잠하더니
불거진 내홍


하지만 평화로운 계열분리 수순을 예상했던 재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카가 삼촌을 향해 칼을 빼들면서, 순식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구도가 형성된 분위기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박찬구 회장과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지분 보유 목적은 ‘주주권 행사’로 명시했다. 사실상 박 회장의 경영권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에 배당 확대 및 이사 교체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 제안서도 발송했다.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와 감사위원 후보 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라는 게 골자다.

금호석유화학은 이튿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번 주주 제안의 내용과 최근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관계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철완 상무가 독자 세력 구축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재계는 경영 일선에서 소외됐던 박철완 상무가 본인의 영역을 구축할 시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소외된 조카의 반격
일촉즉발 긴장 구도


박철완 상무는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이 부각됐던 2009년에 박삼구 전 회장 측에 섰지만, 이후 금호석유화학에 둥지를 틀었다. 이런 이유로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라는 위상과 달리, 그룹 승계 구도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포함된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전무와 달리, 박철완 상무는 배제됐다. 197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10년 함께 상무보로 승진했던 전례가 있다. 

박철완 상무의 노림수는 최대한 많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IS동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IS동서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5개월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운 IS동서 회장의 아들인 권민석 대표이사가 개인 명의로 지분 직접 매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3~4%가량으로 파악된다. 

IS동서 측은 단순 투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는 권민석 대표와 박철완 상무의 연합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게 되면 14% 안팎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박찬구 회장 우호세력과의 지분 격차를 1~2%대로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포섭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박철완 상무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본인의 우호세력이 임명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7인 총 10명으로 구성돼있으며, 4명의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3인은 연임이 유력하지만, 장명기 이사의 경우 6년 임기 제한에 걸리는 관계로 새 인물 내정이 불가피하다.

유리하지만…
불편한 심기

그러나 박철완 상무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박찬구 회장이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이 크다.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50% 미만으로 매우 안정적 수준이고, 건실한 실적이 주가 상승세를 견인하는 추세다.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3년간 배당 규모가 꾸준히 확대하면서, 박철완 상무가 내세운 배당 확대의 필요성도 일정부분 희석된 상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총 409억원가량을 현금배당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차등배당 정책도 도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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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