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LTE요금제'의 비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30 14: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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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처럼 쓰다간 훅 간다" 데이터 소모속도 '빠름~빠름~빠름~'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통신3사가 LTE가입자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톡 등 데이터기반 메시징·음성서비스에 밀려 수익에 차질이 생기자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없앤 LTE서비스가 '구세주'로 떠오른 것이다. 치열한 마케팅 공세에 LTE가입자 1000만명 시대로 접어드는 가운데 대다수의 LTE사용자들은 데이터 소모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통신3사는 이 같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언론으로 '꼼수'까지 부리며 어떻게든 LTE가입자수를 늘리려 혈안이다.

지난 21일을 기점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며 국민 10명 중 6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다. 통신업계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이처럼 급속히 증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4G(4세대)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의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말부터 LTE가입자수가 급속도로 늘어나 지난 17일 920만명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내달 안에 LTE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사용자 세 명 중 한 명은 LTE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3000만명
LTE가입자 1000만명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이하 이통3사)는 LTE가입자수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7월 LTE서비스가 상용화된 데 이어 지난달 말 LTE 전국망이 완성되면서 마케팅전쟁은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 덕에 이통3사의 지난 2분기 마케팅 비용은 사상 최대, 실적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은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SK텔레콤은 3846억원, KT는 3717억원, LG유플러스는 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8%, 14%, 94.8% 떨어진 수치다.  

순이익도 뚝 떨어졌다. SK텔레콤은 작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1206억원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는 32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KT 역시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KT의 순이익이 2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LTE가입자 유치 경쟁이 너무 치열한 나머지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이통3사가 이처럼 모든 것을 내걸고 LTE가입자 유치에 애를 쓰는 건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없애버린 LTE서비스가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순수익을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LTE서비스가 시작되던 당시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없앤다는 소식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LTE서비스가 3G WCDMA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만큼 데이터 소모속도도 3G보다 몇 배는 빠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3G서비스를 고수하려는 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당시 갤럭시노트, 갤럭시S2, 옵티머스 LTE 등 최신 단말기로 교체하려면 LTE요금제가 강제되어 많은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LTE서비스에 가입해야 했다. 최신기기를 공짜로 준다며 2G 및 3G에서 LTE서비스로 전환을 유도하는 통신3사의 안내전화는 예나 지금이나 극성을 부리고 있다.

통신3사, LTE 가입자 선점에 모든 것 걸었다
LTE에 '무제한데이터요금제' 없는 이유 "있다"

이통3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에 LTE가입자는 1000만명을 바라보게 됐다. 동시에 LTE서비스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포털에서 'LTE 데이터 소모량' 등으로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LTE의 빠른속도는 만족스럽지만 그만큼 데이터가 소모속도가 너무 빨라 제공되는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휴대폰 공동구매 사이트로 잘 알려진 '뽐뿌'를 중심으로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아이디 agaxxx는 "LTE는 빠른 만큼 데이터 소모량이 폭탄"이라며 "체감하는 데이터 소모속도가 3G에 비해 몇 배 이상 빨라 동영상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한다"라고 성토했다. 아이디 kokoxx는 "속도가 빨라 동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데이터 소모량이 턱없이 많은 것 같다"며 "데이터 전송방식이 3G와 다른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외에도 "3G 쓰듯 LTE를 썼더니 하루 만에 데이터 1GB 우습더라" "핫스팟으로 옥션 쇼핑검색 3시간 했더니 데이터 5GB가 빠져나가서 놀랐다" "유튜브에서 10분짜리 고화질 영상 두 개 봤을 뿐인데 300MB나 소모됐다" "멋도 모르고 개그콘서트 동영상을 2시간 동안 봤더니 한번에 900MB가 줄었더라" 등 수많은 사례가 올라와 있다. 또 한 블로거는 벤치비(모바일속도측정프로그램)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 소모량이 3G보다 5배 많은 것을 보여주며 "광고를 보면 '겁나 빠른 LTE'라면서 속도 경쟁을 하지만, '겁나 빠르게 데이터 요금을 빼먹겠습니다'라 말을 하는 것과 같다"며 꼬집었다.

쇼핑검색 3시간에
5GB 빠져나가기도

실제로 이통3사의 LTE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근 최고 50MBps까지 자랑한다. 즉 30MBps로 고화질 동영상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0초만 지나도 300MB가 소모되는 셈이다. 따라서 웹서핑을 하다 실수로 동영상을 클릭하면 즉시 취소했다 하더라도 상당량의 데이터가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다. 또 만에 하나 주머니 속에서 잘못 클릭되어 많은 용량의 동영상이 다운되는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라도 하면 단번에 한 달분 데이터를 모두 날려버리거나, '폭탄요금' 통지서가 날아오는 참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데이터 소모속도가 빠른 원인을 직접 밝혀내려는 이들도 생겨났다. 아이디 네모xxx는 "같은 페이지를 볼 때 LTE가 3G보다 속도가 빠른 건 데이터가 전송될 때의 패킷 크기가 커졌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예를 들어 3패킷단위의 페이지를 볼 때 3G는 최소단위인 3패킷만 쓰지만 LTE는 기본으로 움직이는 패킷 단위가 10패킷 정도로 크기 때문에 같은 페이지를 보아도 차이 나게 되는 것"이라며 나름대로 근거를 대며 주장했다.

이를 두고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LTE와 3G는 데이터 차감률에 차이가 없다"며 "단지 속도가 빨라 소모되는 데이터양도 많은 것으로 체감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취재기자의 "데이터 계산방식에 시스템적으로 차이가 전혀 없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LTE사용자들은 데이터 소모속도가 3G와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LTE서비스 사용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지 확인하는가 하면, 데이터를 아껴 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데이터 폭탄요금'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LTE사용자가 지켜야 할 철칙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일단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라 한다. LTE사용자에게 '무료와이파이존'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트래픽 폭증 걱정하더니 이젠 적게 쓴다고 걱정
무제한데이터 3G도 곧 2G운명 맞게 될 것

그런데 지난달 모 언론에서 '62요금제 가입했는데…데이터 반도 못써'라는 제목으로 위에서 언급한 LTE사용자의 의견과는 정반대 성격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물론 이통3사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 기사였다.

기사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LTE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소진량은 2.06GB 수준"이라며 "LTE폰 사용자들이 처음 가입할 때는 무제한 데이터 수준인 62요금제에 가장 많이 가입하지만 사실은 제공한 데이터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데이터를 너무 많이 쓰는 것도 문제지만 데이터를 쓰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통신3사는 적정한 데이터 사용량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 밑엔 기사내용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350여개가 넘는 반박 댓글을 달아놓을 만큼 논란이 뜨거웠다. 아이디 ekanxxxx은 "62요금제 8개월째인데 난 데이터 항상 모자라는데 데이터 줄이려는 수작이네"라는 의견을 남겼고, jsh1xxxx는 "내 손안의 영화관 LTE라고 광고해 놓고 주는 데이터는 고작 6GB, 한 편에 2GB가 넘는 영화를 어떻게 받나?"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82요금제 13GB 주는데 아끼고 아껴 써도 지금 500MB밖에 안 남았거든?" "사람들 저것밖에 안 쓰니 과부하 걸릴 일도 없겠네, 62요금제에 무제한 만들라" "오버 될까 봐 항상 사용량 체크하면서 노심초사하는데, 조사에 신뢰도가…. 통신사 소속 기자인가?" 등의 다소 과격한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영화 한편 못 보는
내 손안의 영화관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데이터무제한요금제 폐지' 논란에서 당시 이통3사들은 한목소리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로 인해 트래픽이 폭증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며 "앞으로 출시될 LTE뿐 아니라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LTE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선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너무 적게 쓴다고 걱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LTE서비스를 사용하면 데이터가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해 LTE가입자수를 늘리려는 숨은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LTE 요금제는 단계별로 제공되는 데이터양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통3사마다 다소차이가 있지만 기본 월 6만2000원이 청구되는 62요금제를 선택해야 6GB라는 넉넉한 데이터를 제공받는다. 한 단계 아래인 52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2~2.5GB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고, 42요금제는 또 1.1~1.5GB 수준으로 떨어진다. LTE서비스는 데이터 소모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62요금제 이하로는 동영상은커녕 웹서핑도 마음 놓고 못할 수준의 데이터가 제공되는 셈이다. 이처럼 이통3사 모두는 요금제별 제공되는 데이터양에 차등을 두어 사실상 62요금제 이상을 강제하고 있다.

종합하면 이통3사가 바라보는 LTE에 대한 입장은 명확해 보인다. 바로 가입자로부터 더 많은 요금을 거둬들이는데 LTE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


실제로 이통3사는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어 음성서비스 매출이 한계에 다다르자 데이터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2009년 말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때부터 3G 데이터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요금제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고 이통3사는 무제한요금제를 내세워 데이터 요금 폭탄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내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LTE서비스 실체
'빨리 쓰고 많이 내라'

최근 들어 국민 10명 중 6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가 되자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없앤 LTE서비스가 황금어장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통3사는 LTE가입자 선점에 사활을 걸었다. 더 빠른속도는 결국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LTE요금제하에선 데이터요금을 3G보다 훨씬 비싸게 지불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LTE서비스의 실체인 것.

한편 우여곡절 끝에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3G도 머지않아 2G처럼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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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