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 이낙연의 승부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21 10:09:38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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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에 대권 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잔잔해도 너무 잔잔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은 고요한 호수와 같다. 박스권에 갇혀 이렇다 할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치인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지지율 답보’ 현상이다. 당 대표 임기의 반환점을 돈 이 대표에게는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절실히 필요하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대권도전이 기정사실화된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까지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대선 1년 전 대권에 도전하는 당 대표는 직에서 사퇴하도록 명시한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 열린다.

1위 내줘

이 대표에게 당 대표직은 ‘독’이었던 것일까. 8·29 전당대회로 당권을 잡은 이 대표는 2년 넘게 유지하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 자리를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뺏겼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2위 자리 역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내준 것으로 나온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조사하고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은 28.2%로 1위, 이 지사가 21.3%로 2위, 이 대표가 18.0%로 3위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8·29 전당대회 당시 60.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어대후(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낙연)’라는 단어는 이 대표의 대세론을 상징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남다른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주택 논란을 빚은 김홍걸 의원을 제명하는가 하면 같은 당 정정순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했다.


정책 부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을 최단기간 내 처리한 일은 당내에서 이 대표의 업적 중 첫 번째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20%대 박스권에 갇혀 이렇다 할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내 평가는 높은 반면, 지지율은 정체되거나 다소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엇박자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의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그 실마리가 있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초반을 유지했다. 그러던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11월 말 이후부터다. 현재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매주 사상 최저치를 기록, 30%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 대표가 윤 총장, 이 지사 등에게 추월을 당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와 유사하다.

‘검찰→코로나’ 재보선 좌우
사퇴 후 선대위원장 맡을 듯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코로나19 백신 도입의 지연 ▲‘추미애-윤석열 갈등’ 무대응 ▲민주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등을 꼽는다.

이 대표와 문재인정부는 ‘공동운명체’의 길을 걸어왔다. 문정부 초대 국무총리 출신인 이 대표는 문 대통령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후 이 대표는 친문의 지지로 8·29 전당대회에서 낙승했다. 당 대표가 된 후에는 친문 인사들을 당 요직에 앉혔다.

결국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비판하는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이 대표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렇듯 고착화된 이미지를 깨는 반등의 모멘텀이 절실한 상황이다.
 

▲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이 대표는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반등의 모멘텀으로 잡은 듯 보인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은 내년 1월 하순 이전, 백신 접종은 3월 이전에 시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지난 15일 한 관계자는 “추미애-윤석열 갈등은 윤 총장이 (정직 2개월)징계를 받으면서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코로나19는 (거리두기)3단계 (격상)얘기가 나올 정도로 전 국민의 관심사다. 이미 해외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여론은 돌아설 위험이 있다. 당장 ‘K-방역만 믿다가 백신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야권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신 확보 여부는 내년 4월에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증명됐다. 총선 당시 유권자들은 문정부의 ‘K-방역’에 대한 기대감으로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은 이러한 유권자들의 기대에 힘입어 ‘180석’ 확보라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상황은 역전됐다. 21대 총선 당시의 기대감을 바라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은 백신을 조기 확보하는 데 실패, 유권자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재보궐 선거 패배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달라진 상황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이 대표의 대권과도 직결된다. ‘미니 대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서울·부산시장은 정치적 중요도가 높은 자리다. 재보궐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이 대표는 사퇴 이후 당 선거대책위원장 등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민주당의 패배로 이어진다면 곧바로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대권에 적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백신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에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백신 공세’ 나선 국민의힘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백신 확보에 미온적이라고 질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강 의원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해외국가별 백신 확보 동향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최대 24억회분(화이자 최대 6억회분, 모더나 최대 5억회분 등)을 확보했다.

캐나다 최대 1억9000만회분(화이자 최소 2000만회, 모더나 최대 5600만회 등), 영국 최대 3억8000만회분(화이자 3000만회 등), EU 최대 11억회분(모더나 최대 1억6000만회 등), 일본 5억3000만회분(화이자 1억2000만회, 모더나 4000만회 등)이 확보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밖에 인도 20억회분(아스트라제네카 10억회, 노바백스 10억회), 브라질 1억회분(아스트라제네카 1억회), 인도네시아 4000만회분(중국 시노백 4000만회)이 확보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작용과 효능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회분(2회 접종, 1000만명분)을 개별 기업 간 ‘선구매 계약’을 통해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 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을 선 구매하기로 했다.

강 의원은 이를 명백한 늦장 대처라고 지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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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