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웹툰 원고료 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11:38:04
  • 호수 1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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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 하면 17억 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초등학생 장래희망 직업으로 웹툰작가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대박이 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웹툰작가가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 ▲ 야옹이 작가 ⓒtvN <유퀴즈온더블럭>

OCN의 신작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화제다. 동명의 포털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괴력, 사이코메트리, 치유 등 경이로운 능력을 갖춘 카운터들이 영원불멸의 삶을 위해 지구로 내려온 후 사후세계의 악한 영혼들을 잡는 과정을 그렸다.

상위 20명

첫 방송 시청률 2.7%로 출발했으며, 지난 6일 방송된 4회 방송분에서 6.7%를 기록하며 단 2주 만에 두 배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OCN의 주 타깃인 남녀 2549 시청률은 전국 평균 5.3%, 최고 5.7%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까지 기록하고 있다.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을 비롯해 <며느라기> <여신강림> 등이 있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 2> <지금 우리 학교는>과 중국 OTT 아이치이의 국내 첫 오리지널인 <간 떨어지는 동거>도 내년 상반기 방영을 기다리고 있다. 

웹툰은 원소스 멀티유즈(OSMU)로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게임 그리고 뮤지컬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로 인해 인기 웹툰이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한번 히트를 한 웹툰 작가의 경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드라마나 영화 업계에서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도하는 국내 웹툰 시장은 2013년 15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7240억원, 올해는 1조원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대형 플랫폼이 웹툰시장에 주목해 본격적인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황금시대를 열었다.

웹툰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웹툰 작가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tvN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야옹이 작가가 출연해 자신의 웹툰인 여신강림 캐릭터의 탄생 비화와 콘텐츠의 인기 비결, 그리고 웹툰 작가로서 겪는 마감 스트레스, 직업 만족도 등에 관해 털어놨다. 공개 3주 만에 화요일 웹툰 1위를 차지한 ‘여신강림’은 현재 9개 언어로 번역돼 100여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누적 조회 수만 40억뷰에 달해 동명의 tvN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다.  

드라마·영화 등 소스로 활용
원고료 외 다른 수입도 배분

또 다른 인기 작가 기안84는 2008년 웹툰 <노병가>로 데뷔해 <패션왕> <복학왕> <회춘> 등을 연재했다. 연재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MBC <나 혼자 산다> 등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처럼 인기 작가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자,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들의 수입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기안84는 한 방송에 출연해 “방송 수입은 웹툰 수입의 10분의 1”이라며 “2년간 연재하면서 30평 아파트 전세를 얻고 어머니께 차를 사드렸다”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상위 20위 작가의 평균 수익은 17억5000만원에 달했고, 전체 연재 작가의 62%인 221명이 연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신인 작가의 평균 수익도 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 ⓒ다음

이는 네이버 웹툰 플랫폼을 통해 지급되는 수익만 집계한 것이다. 네이버 웹툰은 원고료 외에도 광고, 유료보기, 지적재산권(IP) 사업 등을 통해 올린 수익을 작가와 배분하고 있다.

최근 기안84를 비롯해 이말년, 주호민 등 인기 웹툰작가들은 TV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주 얼굴을 비치며 ‘스타’ 대접을 받고 있어 광고 출연 등 부수적인 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준구 네이버 웹툰 대표는 “일류 작가의 경우 연간 5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창작자 생태계가 건재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물론 포털사이트와 정식 연재 계약을 하기까지 경쟁하려면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만큼 모든 웹툰 작가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활동 중인 웹툰 작가와 지망생을 모두 고려하면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은 극히 일부다.

최대 50억?

김 대표는 “연간 원고료와 인센티브 등 기타 부수입을 포함해 5000만원 이상 벌어들이는 작가가 전체의 84%고, 경우에 따라서는 5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있다”며 “인기 신인 작가만 따지면 평균 1억6000만원, ‘톱20’ 작가는 평균 17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웹툰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Z세대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라며 “대규모 인력과 비용이 드는 영화·드라마와 달리 작가 1명이 방대한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덕에 다양한 장르의 포트폴리오 구축이 쉽다”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인기 웹툰 작가 수입은?


디지털 창작노동자들(웹툰·웹소설·일러스트 작가 등)이 먹고 자는 시간 외에 온종일 작품에 매달려야 하는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창작자들이 플랫폼으로부터 사실상 지휘·감독을 받으며,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상황도 구체적으로 파악됐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지난달 ’디지털콘텐츠창작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실태조사 대상은 만 15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디지털콘텐츠 창작 노동자다.

응답자는 331명(부분응답을 제외한 분석대상 285명)이고, 전국여성노조가 주체인 만큼 응답자의 95%가 여성이었다.

웹툰·일러스트·웹소설·웹툰 시나리오 및 스토리 작가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설문에 참여했다.


창작자 12명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도 함께 진행됐다.

노동계 차원에서 디지털 창작 노동자의 실태가 상세하게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작가들의 수입은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응답자들이 플랫폼 창작을 통해 얻은 수입은 2411만원인데, 중위값은 1700만원이었다.

응답자 절반은 플랫폼 창작으로 1700만원 이하의 소득을 얻는다는 얘기다.

웹툰작가의 경우 평균 3020만원(중위값 2040만원)으로 일러스트·웹소설 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창작자들은 작품을 연재하기 전 수입을 얻을 수 없는 ‘비축 기간’도 상당 기간 거치고 있었다. 창작자의 계약 전 작품 비축 및 준비 기간은 1년 중 평균 5.7개월로 나타났다.

1년 중 약 절반 정도를 작품 비축 및 준비 기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수입의 영향으로 부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다수 작가들은 “(창작이)주업이고, 창작노동에만 종사한다(75.8%)”고 했지만 “창작이 주업이나, 다른 일도 하고 있다”는 답도 17.5%였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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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