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방사능 가리비’ 스캔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17 07:49:08
  • 호수 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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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서 버린 껍데기 쓰레기로 굴양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내에서 일본산 가리비 패각(껍데기)을 수입해 굴 양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이후 바로 그 주변 지역의 가리비 패각을 집중적으로 수입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가리비 패각을 폐기물로 취급해 거의 공짜로 들여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가리비 패각이 방사능에 어느 정도 노출돼있는지, 그 패각에서 자란 굴의 상태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 쌓여있는 가리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 도쿄전력이 운영하던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1~4호기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를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동일한 국제원자력 사고등급 중 최고로 위험한 7단계를 기록했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 세슘-137이 1만5000TBq(테라 베크렐=1조 베크렐)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89TBq이었던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68배로 매우 높은 유출량이다. 베크렐(Bq)은 방사성 핵종들이 단위 시간당 붕괴하는 횟수를 말한다.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 9.0의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원전 안전을 위해서 1~3호기가 자동으로 긴급 정지됐다. 지진으로 외부 전력이 차단되면서 초기에는 안전 계통에 전력을 공급하는 비상용 발전기와 냉각 계통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그러나 지진 발생 50분 후 예상 설계 높이 5m를 훨씬 초과하는 15m 높이의 지진해일이 발전소를 덮쳤다.


해양 방류된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의 이동뿐만 아니라 해산물 섭취로도 우리 국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방사능 물질인 세슘-137은 중금속과 같이 수산물의 체내에 장시간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8개의 현은 후쿠시마, 도치기, 이와테, 미야기, 이바라키, 지바, 군마, 아오모리 등이다.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수입
어류보다 방사능 우려 높아

국내에서 굴 양식 시 굴의 포자(유생)를 키울 때 가리비의 패각(껍데기)을 사용하는데 패각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한다. 가리비 패각과 관련된 규제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홋카이도에서 가리비 패각을 수출해 오지만, 정작 홋카이도에서 생산되는 가리비 패각의 양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가리비 패각의 양보다 적다. 

가리비 패각 수출 관계자 일본인 A씨는 “홋카이도는 수입이 금지된 8개 현에 포함된 곳이 아니다. 가리비 패각은 일본에서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비용 처리가 필요한데 운송비를 제외하면 일본 내에서 공짜로 수급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해외로 수출이 가능한 홋카이도로 일본 내 가리비 패각이 모두 모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폐기물은 일본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수출할 수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산업폐기물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제재할 필요가 없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 역시 특별한 제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일본산 가리비 패각의 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많이 찾고 있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검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최근 우리가 한국의 한 업체로 가리비 패각을 수출했는데 무사히 통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50만 이상의 패각을 넣은 컨테이너를 모구 검사 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한국의 세관 검사 방식을 우리 일본 업체가 알고 있으므로 한국으로 패각 쓰레기를 보내는 것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처치 곤란 
폐기물로…

이어 “일본에서도 패각에 살점이 붙어 있는 것들을 일일이 제거하는 작업을 하지 못한다. 수출하기 전에 약품을 컨테이너에 살포해 벌레의 서식을 막을 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한국 업체가 일본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산 가리비와 방사능 연관성에 대해서는 “홋카이도의 가리비 패각 생산량은 현재 한국으로 수출되는 가리비 패각의 양보다 적다”고 언급했다. 

방사능과 연관성에 대해서는 “가리비 자체가 방사능에 오염된 바다에서 자랐다고 가정하면 가리비 패각 역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일본 바다에서 포획한 해산물은 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가리비 패각의 양을 봤을 때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리비 패각은 일본 내에서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수출업자의 경우 현지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수출이 가능하다. 쓰레기 처리로 고민이 많은 일본 지자체로선 수출업자가 고마운 존재다. 국내 수입업자도 환경부에 신고만 하면 수입이 가능하다.

‘쓰레기’로 분류되면 농수산물도, 가공식품도 아니다 보니, 농림부·해양수산부·식약처·원안위로부터 방사능 규제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내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91t이었던 일본산 가리비 패각 수입량은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238t으로 폭증했다.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것은 2011년 10월 홋카이도에서 수입된 가리비 패각이다. 패각류는 한 자리에 머물며 생육하므로 방사능 오염 우려가 일반 어류들보다 훨씬 높다.

한국이 
수입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사고 반경 250km 지역 내 생산되는 물품을 수출할 때 방사능 검사 증명서와 산지 증명서를 발부하고 있다. 국내에선 그간 가리비 패각이 식용이 아니란 이유로 식품수준의 검역을 하지 않았다. 

관세청에서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컨테이너 바깥에서 감지기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슘-137과 같은 미세 방사성 물질은 30cm정도 떨어지면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은 “이렇게(컨테이너 바깥에서) 검사해서는 컨테이너 내부에 방사능 물질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리비 패각 수입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B씨는 지난 7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다. 해당 내용은 일본산 가리비 패각을 수입하는 관세 업무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 비용을 지불하지만 문제가 계속 생긴다는 것.


B씨는 “최근 일본 가리비 패각을 수입했으나 제품이 아닌 쓰레기가 왔고 심한 악취는 물론 가리비 살이 떨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검사를 제대로 했다면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자가 있는 물건을 보낸 업체 잘못도 있지만 세관에서 물건 검수를 똑바로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자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법 때문에 되지 않았다”며 “컨테이너 검사 방법을 물어보니 입구 문만 열어서 확인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상부 지시사항’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컨테이너 내 CCTV 미설치
비용 지불해도 검사 대충?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가공하지 않은 가리비 패각은 유역환경청장에게 신고 확인을 받아 통과할 수 있으며, 수산물 양식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세척, 가공된 패각은 유역환경청장의 신고 확인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유역환경청에 신고 없이 수입통관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사능 오염 물품 반입 우려가 있어서 세관에서는 일본산 패각에 대해 일본 수출자가 증명한 산지 증명서와 방사능 검사확인서를 청구하고 있으며, 수입통관 검사 단계에서 세관의 휴대용 측정기로 검사를 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운 경우에만 통관시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수입품은 관세청의 전자 통관시스템을 통해 방사능검사 대상으로 선별돼 검사를 실시했고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검사 결과 자연 방사선량 수준으로 허용치 이내의 방사능 기준을 충족했다”며 “현품을 발췌해 확인한 결과 살은 붙어있지 않은 세척한 상태의 가리비 패각으로 확인되는 등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컨테이너 야적장의 CCTV는 용품의 무단하선 등 관세법상 감시단속의 목적으로 외항선이 정박하는 장소에 설치돼있고 세관검사장 내에는 설치돼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우리나라가 베트남으로 불법 폐기물을 수출한 것이 드러나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결국 국내로 그 쓰레기들을 되돌려받았다. 지금 우리나라도 일본에서 쓰레기로 분류하는 가리비 패각을 수입해 오고 있다. 가리비 패각에 대한 대체재가 없다면 몰라도 대체제가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패각을 수입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1·2차
피폭 우려

관세청 관계자는 “상대국에서 발행한 방사능 검사 증명서로 (방사능)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일부 물품을 선변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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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눈 뜨고 당하는’ 임차권등기 말소의 이면

[단독] ‘눈 뜨고 당하는’ 임차권등기 말소의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후폭풍은 엄청났다. 생전 걸음할 일 없다고 생각했던 경찰서를 드나들었고 송사를 치르느라 법정을 오갔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일은 법원에서 날아온 문서 한 장에서 시작됐다. 어떤 실수는 손쓸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당시에는 실수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갔다가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든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수습하기 어려운 일도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계약이 이뤄진 상태라면 더더욱 원상복구가 쉽지 않다. 김모씨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놀라서 해줬다가 사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7월 김씨는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에 거주할 목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17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2년, 보증금은 2억200만원으로 했다. 해당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씨가 전세 계약을 맺은 후 임대인이 바뀌었다. 문제는 새로운 임대인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김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씨는 전세 계약 기간 만료 후인 2019년 9월 해당 빌라에 임차권등기를 마쳤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임차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면서 이사할 수 있는 제도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차주택에 거주할 때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도 대항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 퇴거하게 되면 이사하는 곳으로 주소를 옮겨야 하니 임차권등기명령을 통해 대항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차권등기명령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만큼, 강한 대항력을 가진다”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명령이 기재돼있다는 것은 세입자는 더 이상 그 집에 살지 않지만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김씨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에 가입해 뒀다는 사실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은 전세 계약이 종료됐을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HUG가 대신 돌려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HUG가 임차인에게 먼저 전세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청구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2019년 10월 HUG로부터 전세보증금 전액인 2억200만원을 받았다. 전세 살다 보증금 못 받아 전세보증금 보험으로 구제 이후 김씨는 경기도 안양으로 이사했고 해당 빌라와 관련한 일은 새카맣게 잊고 지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HUG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았으니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9년 이후 5년여 동안 해당 빌라와 관련해 김씨에게까지 영향이 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사이 해당 빌라의 주인이 바뀌는 등 소유권 변동이 일어났지만 김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던 것. 그러다 지난해 11월 김씨에게 임차권등기명령 취소 신청서가 날아들었다. 김씨는 “법원에서 문서가 송달돼 크게 당황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려고 문서에 기재된 번호로 연락했더니 7년 전 전세로 살았던 빌라의 집주인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집주인이 임차권등기를 말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갑자기 법원에서 종이가 날아오고 소송을 제기한다는 말에 덜컥 겁을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임차권등기 말소를 위한 서류를 직접 떼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사 사무실에 가져다줬다고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20일 김씨가 해당 빌라에 걸어놨던 임차권등기가 말소됐다. 해당 빌라에 김씨가 행사할 수 있던 권한이 소멸한 것이다. 동시에 집주인으로서는 등기부등본이 깨끗해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를 구하는 일도 수월해진다. 줄줄이 꼬였다 이때 김씨가 간과한 사실은 HUG의 존재였다. 김씨가 해당 빌라의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임차권등기를 말소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가 돈을 받은 뒤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주는 게 실제 일반적인 절차다. 이 과정에서도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 전문가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HUG에서 받았다. HUG 입장에서는 해당 빌라의 집주인에게 2억200만원 즉, 돌려받아야 할 돈이 있는 상황에서 김씨가 임차권등기를 무단으로 말소해버린 것이다. 동시에 김씨가 배당 순위에서 밀리게 되면서 HUG는 대위변제한 보증금을 회수할 방법이 요원해졌다. 여기에 은행, 지자체 등 후순위 채권자들도 있는 상황이다. 김씨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HUG 경기관리센터(이하 HUG 경기센터)는 “모든 임차인은 HUG에 대위변제를 받으면서 대위변제증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가 HUG로부터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을 당시 작성한 대위변제증서에는 ‘본인(김씨)은 HUG가 대위변제금 및 제반 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HUG의 동의 없이 주택임차권등기를 말소하지 않겠으며 본인의 주택임차권등기 말소로 인해 HUG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할 것을 확약한다’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HUG 경기센터는 “HUG는 대위변제 물건을 경매에 넘겨서 배당을 회수하는데 임차권등기명령을 무단 말소하면 경매에서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UG에 연락했으면 대신 응소해 임차권등기를 지켰을 텐데 당시 김씨가 연로해 이런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낙장불입 그러나… 김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집주인이) 내가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았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를 말소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본인(집주인)이 손해를 보고 있다. 임차권등기를 말소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나를 속였다”며 “내 입장에서는 전세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주인 말에 속아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김씨가 집주인과 해당 빌라의 채권자들에게 제기한 ‘임차권등기 말소 회복 청구 등’ 소송에서 “피고(집주인)가 원고(김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고의적인 기망행위를 했다거나 그로 인해 김씨가 신청 취하 행위 자체에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씨의 “속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현재 김씨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HUG 경기센터는 대위변제한 보증금 회수를 위해 일단 김씨의 부동산 등에 가압류를 걸어둔 상태다. 그러면서도 김씨의 상황을 참작하고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임차권등기 무단 말소 무효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HUG 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한번도 진행한 적 없는 소송이라고 한다. “억울하다” 법원 인정 안 해 HUG, 구제 위해 소송 제기 HUG 경기센터는 “그동안 임차권등기가 말소되면 복구할 가능성이 없는 것(낙장불입)으로 보고 임차인 손해배상 청구로 업무를 진행해 왔는데, ‘임차권등기 말소 무효 소송을 통해 원상복구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 자문이 있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송이 HUG의 승소로 종결돼 임차권등기가 부활하면 김씨에 대한 구제가 가능하다. 이때 김씨는 소송 실비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HUG 경기센터가 제기한 소송은 김씨에게 해당 빌라에 걸려 있던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HUG가 김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만큼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권한도 HUG에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김씨의 임차권등기 말소 행위는 무효라는 게 골자다. HUG 경기센터는 “김씨가 임차권등기를 무단 말소하면서 채권 선순위로 올라온 은행, 세무서, 지자체 등이 김씨의 억울함을 헤아려 대승적인 차원에서 응소하지 않길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은 김씨가 별도로 제기했던 소송에 모두 대응한 전력이 있어 HUG가 제기한 소송에도 응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HUG가 김씨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대신 구제를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이들 후순위 채권자들도 집주인의 허위 소송에 안타깝게 속아 임차권등기를 말소한 김씨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실제 김씨가 제기한 ‘임차권등기 말소 회복 청구 등’ 소송에서 은행 한 곳은 대응하지 않았다. 순간 실수 인정될까? 김씨는 집주인과 채권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의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HUG와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법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일이 벌어지고 HUG로부터 연락을 받고 난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다”며 “재산은 (가압류로) 묶였고 소송비용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다른 사람에게는 나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