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박지원 국정원장 역할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16 10:21:52
  • 호수 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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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남북미일 키맨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이든의 인맥을 찾아라! 최근 문재인정부에 내려진 특명이다. 북핵 문제 해결뿐 아니라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화 채널을 다수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요시사>는 바이든 당선인과 인연이 많은 DJ정부 인사, 그 중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제기되는 역할론을 집중 취재했다. 
 

▲ 박지원 국정원장 ⓒ고성준 기자

바이든의 시대가 열렸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 의사를 내비쳤지만, 정권 인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바이든 당선인과 첫 통화를 가졌다. 

인연

문재인정부는 바이든 ‘인맥 찾기’로 분주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에 확정된 직후 미국을 방문했다. 외교부는 미국 대선 전부터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에 다양한 대화채널 마련을 모색해왔다. 강 장관의 방미는 이의 연장선이다. 

문정부가 바이든 인맥 찾기에 분주한 이유는 여권에서 바이든 인맥이라고 꼽을만한 인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중국통이라고 할 만한 인사는 다수 꼽히지만, 미국과 긴밀히 접촉해온 인사는 드물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세미나에서 “바이든 당선인과의 인적 네트워크는 주로 국민의힘 쪽에 많이 있는데 (정부·여당 관계자들이)이 자리에라도 와서 한 수 배워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과 부통령을 지냈던 때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집권 시기였다. 

사실 국내 인사들 중 바이든 당선인과 만났던 인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마저도 국민의힘 등 야권에 집중돼있다.

박진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08년 8월 한미의원외교협의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당선인과 1시간가량 독대해 차담을 나눈 바 있다.

여권에도 바이든 당선인과의 연결고리는 존재한다. 바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 인맥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DJ와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넥타이 일화’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1년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했을 당시 DJ가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선물한 일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바이든 당선인과의 첫 통화 당시 바이든 당선인과 DJ의 각별한 인연을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과 DJ는)각별한 인연이 있다”며 “문 대통령께서 DJ와의 관계를 인용하셨는데,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의원 시절에 노력한 점을 우리 국민이 잘 알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전했다.
 

▲ 김한정 국민의힘 의원

민주당은 DJ 재임 기간(1998~2003년) 인사들을 점검 중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20일 이후 최대한 빠른 시점에 미국을 직접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 외에도 방위비 분담금, 한미연합훈련과 전시작전권 전환 등 한미 양국 간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이 가진 카드 중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 원장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며 바이든 당선인과 인연을 맺어 약 50년간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과 50년 지기 여권 주목
‘DJ-오부치 선언’ 산파, 이번엔?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정계에 진출한 시기와 유사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1970년대부터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원장을 연결 고리로 한 네트워크 전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지원 역할론’을 말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DJ의 비서실장이었던 박 원장을 중심으로 물밑 외교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는 한미정상회담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맞물려 민주당 내부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DJ정부의 ‘햇볕정책’을 높게 평가하는 점도 박 원장의 역할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비단 한미 관계뿐만이 아니다. 한일 관계에서도 박 원장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한일 관계는 한미 관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박 원장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정상급 선언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박 원장은 ‘DJ-오부치 선언’의 산파 역할을 한 바 있다. 박 원장의 방일을 계기로 ‘문재인-스가 선언’의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의 최측근 인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박 원장은 스가 총리와의 면담 후 현지 취재진을 만나 “총리께 문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를 전달하고 대북 문제 등 좋은 의견을 들었다”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렸다. 두 정상이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계속 대화하면 잘 되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역시 한미 대화채널의 또 다른 구심점으로 거론된다. 송 위원장은 지난 2007년 미국 상원 개원식 참석차 방문했을 때 당시 부통령 당선인이었던 바이든과 만난 인연이 있다. 더군다나 바이든 당선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도 밀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송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한반도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방미를 계획 중이다. 방미단에는 김한정·김병기·윤건영 의원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김한정 의원은 DJ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자격으로 바이든 당선인과의 면담에 배석한 바 있다. 

마중물

문 대통령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갈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재임 기간이 겹치는 기간은 불과 1년4개월여다.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이라는 국제적 이벤트가 예정된 가운데 한미, 한일 관계에서 박 원장이 ‘키맨’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북미일 회담’ 문재인 구상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나 내년 7월에 열리는 도쿄올림픽 때 남북 및 미일 정상이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쿄로 초청해 남북미일 정상이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한일 간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와 북핵 및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 동북아 안보 현안을 일괄 타결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을 남북 및 한일, 미북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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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