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29·30) 오이, 우엉

수많은 작품에 등장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오이 ⓒpixabay

오이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셋째 아들인 조식(曹植)의 군자행(君子行)으로 이야기 시작해보자. 

군자행은 군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몸가짐을 이르는데 조식은 이에 대해 ‘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군자방미연 불처혐의간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라 했다. 

이는 ‘군자는 매사를 미연에 방지해 혐의로운 지경에 처하지 않으니, 오이 밭에서 신 끈을 고쳐 매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말로 오이 밭에서 허리를 굽혀 신 끈을 고쳐 맬 경우 오이 딴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오얏나무 아래서 두 손을 들어 관을 고쳐 쓸 경우 오얏을 딴다는 의심을 받게 되므로, 그런 혐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뜻에서 한 말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오이 이야기를 해보자.


바야흐로 고려가 건국되던 해인 918년에 일이다. 

후백제의 기병장인 홍유·배현경·신숭겸·복지겸 등이 포악한 왕 궁예를 몰아내고 왕건을 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왕건의 집을 방문한다.

이미 그들의 방문 사유를 감지한 왕건이 부인 유씨(柳氏, 신혜왕후)에게는 그 일을 알리지 않으려고 유씨에게 “동산에 아마 새 오이가 열렸을 테니 그것을 따 오시오”라 말한다.

이에 따라 유씨는 자리를 뜨지만 동산으로 가지 않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그러기를 잠시 후 그들의 왕위 추대를 한사코 만류하던 왕건에게 유씨가 등장해 “의로운 군사를 일으켜 포학한 임금을 대체함은 예로부터의 일입니다. 지금 여러 장수들의 의논을 들으니 저도 오히려 분기가 일어나는데, 하물며 대장부이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손수 갑옷을 가져다 왕건에게 입혀주고 고려가 탄생된다.

왕건의 첫째 부인으로 유천궁의 딸인 유씨 부인은 왕건이 오이를 따오라 했던 그 말의 의미를 간파했던 것이다.

오해 살 일을 하지 않겠다는 왕건에게 신발 끈을 고쳐 매게 함으로써 왕건은 고려의 시조가 된다.


이뿐만 아니라 오이는 우리 역사에 자주 등장한다.

고려 조 문학가요 정치가였던 정서(鄭敍)는 자신의 후원에 정자를 짓고 오이를 심고는 자신의 호를 과정(瓜亭)이라 명명할 정도였다.

아울러 그의 작품인 정과정곡(鄭瓜亭曲)은 고려 유일의 가요로 우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건강한 남성의 생식기를 상징하기도 하는 오이는 오랫동안 이 민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오이에 대한 현대의학 적 관점에서 효능은 차치하고 서거정의 작품으로 대신한다.

黃瓜(황과) 
오이

瓜子纍纍著早霜(과자누누착조상)
이른 서리 내려앉은 주렁주렁 달린 오이
摘來靑玉滿盤香(적래청옥만반향)
따 담으니 푸른 옥이 쟁반 가득 향기롭네
調氷解渴功尤妙(조빙해갈공우묘) 
얼음에 띄우면 해갈의 공이 더욱 뛰어나니 
不數江南荔子漿(불수강남여자장)
강남 여자의 즙은 아랑곳하지 않네

상기 작품에 흥미로운 부분이 등장한다.

調氷(조빙)으로 얼음과 함께 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곧 우리가 즐겨먹는 오이 냉채를 지칭한다.

그리고 그를 먹을 경우 중국 광동성 지방의 특산물로 붉은 색을 띄고 있는 달콤한 과일인 여자(荔子)가 울고 갈 정도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배낭에는 언제고 오이가 함께 하고 있다.

오이가 갈증 해소에는 그만임을 입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이응희의 작품에서도 나타나는데 그 역시 감상해보자.

黃瓜(황과)
오이

隙地開新圃(극지개신포) 
자투리 땅에 새 채마밭 만들어 
鋤瓜寄興深(서과기흥심)
오이 가꾸니 재미 깊어 지네
數寸垂碧玉(수촌수벽옥)
몇 촌의 푸른 옥이 매달리니
盈尺耀黃金(영척요황금)
한척 크기 황금빛 빛나네
短斫宜燔炙(단작의번자) 
짧게 썰면 전 부쳐 먹기 좋고 
全盛可水沈(전성가수침)
통째로는 김치 담그기 좋네
最愛關當暑(최애관당서)
여름과 관련하여 가장 좋은 건
餤嚼滌煩襟(담작척번금)
씹어 먹으면 답답한 가슴 상쾌해지네 

건강한 남성의 생식기 상징… 등산가들의 필수품
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이눌린… 신장 기능에 으뜸

우엉

먼저 한 시 한수 감상해보자.
유 개성 구(玽)가 우엉과 파와 무를 섞어서 담근 김치와 장을 보내오다(柳開城 玽。 送牛蒡,蔥,蘿蔔幷沈菜醬)’ 중 일부다. 


春風下種形初茁(춘풍하종형초줄) 
봄에 파종하면 형상이 처음 싹 트고 
秋露收根體自津(추로수근체자진)
가을에 뿌리 수확하면 몸통에 진액 차네
工部一聯時三復(공부일련시삼복)
공부의 시 세 번 반복해 읊으며
回頭錦里不全貧(회두금리불전빈)
전혀 가난하지 않았던 금리를 회상하네

상기 시는 고려말 대유학자인 이색의 작품이다.

고려와 조선조에 걸쳐 관직을 역임했던 유구(柳玽, 1335∼1398)가 우엉과 파와 무로 담근 김치를 보내오자 그에 대한 사례의 의미로 지은 작품이다.

工部(공부)는 당나라의 시인인 두보(杜甫)를 가리키고 錦里(금리)는 두보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상기 작품은 우엉만 있어도 굶지는 않을 것이라는, 不全貧(불전빈)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필자가 굳이 상기 작품을 인용한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엉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풀어내고자 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엉이 중국과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식용되었는데 한국에서는 최근에 식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믿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엉이 오래전부터 식용되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함이다.

참고로 이색의 다른 작품에서도 ‘牛蒡洗削可朝蒸(우방세삭가조증)’이란 글이 등장한다.

이는 ‘우엉은 씻어서 깎아 조찬으로 쪄내는 게 가하다’라는 의미로 우엉을 식용하는 방법 중 하나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또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은 우엉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우방은 일명 서점으로, 속명은 와응이다. 뿌리는 순무 같고, 조리해 먹으면 맛이 훌륭하다.
牛蒡。一名鼠粘。俗名臥應。其根如菁。作菜食甚佳

여하튼 상기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牛蒡(우방)이 우엉을 지칭한다. 牛는 물론 소를, 蒡은 우엉을 의미한다.

아울러 蒡이란 한 글자로도 우엉을 의미하는데 굳이 牛를 덧붙인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우엉의 모습이 소의 꼬리와 흡사하여 그리 명칭을 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엉은 아삭아삭한 식감은 물론이고 당질의 일종인 이눌린이 풍부해 신장 기능을 높여준다고 한다.

또 우엉을 자르면 끈적거리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리그닌이라는 성분으로 장내 발암물질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하는 작용을 하고 변비와 다이어트에 이롭다고 한다.

우엉과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 해보자.

우엉의 씨를 한자로는 牛蒡子(우방자)라고 하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惡實(악실) 즉 ‘악하다’ 혹은 ‘나쁘다’라는 의미가 강한 열매라 지칭한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열을 내리고 월경(月經)이 나오게 하는 등 소중한 약재로 사용되는 우엉 씨의 이름을 그렇게 정한 데에는 우엉의 생김에서 비롯된다.

우엉의 씨가 형상이 좋지 못하고 구자(鉤刺, 약간 구부러진 가시)가 많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 한다.

그런 경우라면 악실이 아닌 ‘모양이 추하다’라는 의미에서 추할 추를 사용해 醜實(추실)이라 하는 게 어떨까 하며 씁쓰레하게 웃고 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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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