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릴루아카스의 다큐멘터리 ‘지구촌’ ①후쿠오카

인천-후쿠오카 1시간 남짓, 주말에 일본 산책 떠나볼까

<일요시사=조진민 여행작가> 후쿠오카 하카타는 옛날부터 손님을 접대하는 도시로 우리나라와 중국대륙을 향해 열려있는 문 역할을 했으며, 이곳을 오고 간 사람이나 물품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들어와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간 곳이다. 최근 우리나라 메이저 항공사를 비롯하여 저가항공도 모자라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는 크루즈까지 가세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후쿠오카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후쿠오카 여행의 시장은 하카타역 교통센터로부터
두근구근 설렘 ‘에키벤’덕분에 2배로 즐거워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동시에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후쿠오카. 후쿠오카 공항에서 공항선 지하철로 2정거장, 5분이면 도착 하는 곳. 후쿠오카 교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하카타역이다. 하카타역은 신칸센, 열차, 버스로 사가현, 나가사키현, 구마모토현, 오이타현 등 지역이동이 간단하고 편리한 게이트웨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오래된 명물
교통수단 노면전차

이번 여행은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도 난리가 날대로 난 ‘나가사키 짬뽕’은 어떤 맛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출발한 여행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였다.

하카타에서 나가사키로 이동하기 위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여행의 설렘을 달래기 위해선 에키벤(역과 도시락의 합성어)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오밀조밀 먹기도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만들어서 정성스레 포장해 놓은 에키벤은 기차나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역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참을 감탄하며 제일 맘에 드는 에키벤 하나를 사서 버스승강장으로 향했다. 각 지역의 도착지가 적힌 버스승강장이 나란히 늘어서 있고, 전광판에도 안내가 잘 되어 있어 편리하다. 버스로 한 사람이 왕복할 때와 여러 사람이 왕복 시 회수승차권으로 교통비를 아낄 수 있으니 승차권 구매 시 고려해 보자.

빌딩 숲을 지나 얼마쯤 달렸을까? 차창 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 낯선 곳에서 즐기는 잠깐의 여유가 나를 또 여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가는 도중 허허 벌판에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는 작은 휴게소도 너무 반갑다. 깜빡 잠들었는데 종착역인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하카타역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나가사키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1910년대 운행하던 전차를 지금까지 운행하고 있는 나가사키의 명물 ‘노면전차’였다. 전차는 1, 3, 4, 5호선 (2호선 제외) 4개의 노선이 나가사키 주요관광지 곳곳을 누빈다. 역 사이 거리가 짧고, 1회 탑승 시 120엔인 것을 감안하면 일일승차권(500엔/1일무제한)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나가사키역 여행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일일승차권은 노선도가 첨부되어 있어 전차 이용 시 편리하다. 전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저렴하게 나가사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나가사키는 예로부터 대륙과 일본을 잇는 창구역할을 했던 곳이다. 생활양식, 풍습, 음식, 건물 등에 유럽문화의 자취가 남아 있고, 이것이 일본 전통문화와 잘 어울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의 쇄국정책이 펼쳐졌던 에도시대에도 네덜란드나 중국에게 유일하게 개방되어 있던 항구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폭을 당한 도시라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이며, 역사유적 등 다양한 볼거리와 맛집이 많아 즐겨 찾게 되는 도시이다.

나가사키의 대표 음식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짬뽕을 꼽을 수 있다. 예로부터 무역항인 나가사키에는 외국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 발전하였는데 가난하고 배고픈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채소를 듬뿍 넣은 면요리를 만든 것이 나가사키 짬뽕의 원형이다.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가장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인 시카이로(四海樓)는 그 유명함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멋진 외관과 건물 2층에 ‘짬뽕박물관’까지 갖추고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나가사키 항구의 전망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가게에는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이 많은 듯 보였다.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과 사라우동 그리고 생맥주를 주문했다. 우리나라의 짬뽕은 맵고 칼칼함이 매력이라면, 나가사키 짬뽕맛은 부드러운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약간의 느끼함 정도는 생맥주와 잘 어울리는 궁합으로 여겨졌다.


나가사키 짬뽕 이외에 토루코라이스도 추천하고 싶다. 조금은 생소한 토루코라이스(토루코:터키의 일본발음) 는 스파게티, 라이스, 돈까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킷친세지라는 이 토루코라이스 전문점은 실제 운행하던 전차를 이용하여 전차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나가사키 전차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들과 만화방 같은 내부 인테리어가 정겹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만불짜리 야경

어르신들을 향수에 젖게 하는 장소이자, 처음 와본 사람들에게는 나가사키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차를 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에서 토루코라이스도 즐기고 만화책도 보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긴 후에 전차에서 내리면 된다.

해발 333m의 이나사야마공원은 나가사키의 중심부는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운젠다케, 고토, 아마쿠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원이다.

산 정상까지 로프웨이로 5분, 360도의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원형 전망대에서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태양이 바다를 붉은 노을로 물들이는 석양도 아름답지만, 깜빡거리는 불빛이 마치 보석과 같아 ‘천만불짜리 야경’은 특히 아름답다. 하코다테, 고베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확 트인 전망대에서 나가사키를 아름답게 수놓은 불빛을 바라보며 여행의 추억을 되새겨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나가사키 여행은 나가사키역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요관광지를 모두 돌아보려면 하루가 빠듯하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만 돌아보기로 하자.

3, 4, 5호선 스와진자마에(諏訪神社前) 하차. 도보 5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일본의 여느 신사와는 다른 분위기의 스와진자(諏訪神社)였다. 중국 절에 와있는 느낌을 주는 이 신사는 아마도 나가사키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어쩐지 신사에 오면 고요한 분위기 탓인지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신사에 오면 꼭 하게 되는 오미쿠지(길흉을 점치기 위해 뽑는 제비로 신사나 절의 한편에 매달아 놓은 종이)도 매달아 놓으면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행복해 진다.

1, 4호선 간코도리 하차.
칸코도리는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쇼핑거리이다. 가로, 세로로 길게 뻗은 아케이트 아래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특유의 세련되고 예쁜 인테리어의 옷가게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이국적인 분위기의 음식점도 많아 내안의 지름신이 강림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5호선 오우라텐슈도시타(大浦天主堂下) 하차.
오우라성당(大浦天主堂) 은 1864년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고 정식명칭은 일본26성인순교성당이다. 돌계단을 오르며 성당의 이국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성당으로 서양식 건물로는 유일하게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100년이 넘었는데도 소박하지만 인상적인 스테인드글라스가 하이라이트이다.

5호선 오우라텐슈도시타(大浦天主堂下) 하차.
오우라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면 그라바공원(グラバ-園) 입구로 이어진다.  멀리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토마스, 블레이크, 글로버가 이곳 미나미야마테 언덕에 저택을 건설한 것은 1863년. 당시 나가사키 거리에는 일본의 새로운 여명을 꿈꾸는 사람들로 열기가 넘쳐흘렀는데 그로부터 10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곳에는 글로버와 그의 가족들이 살았던 당시의 기억들이, 저택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라바 저택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양옥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곳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그라바 저택과 더불어 링거 주택, 올트 주택은 국가지정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니 꼭 둘러보길 권한다.


주택 이외에 옛날 미츠비시조선소 승무원들이 머물던 시설인 제2도크 하우스 베란다에서 나가사키 항구와 시내의 풍경을 바라보면, 살며시 낭만이 넘치던 그 시절의 향수에 빠져들게 만든다.

 

[ 여행 Tip ]

나가사키 시내로 들어오기!
나가사키 공항에서 시내까지 리무진 버스로 약 1시간 소요 : 4, 5번 승강장에서 나가사키역행 탑승 (요금 : 편도 800엔)
하카타역에서 기차 JR특급카모메 약 2시간 소요, 버스 약 3시간 소요

[ 나가사키 주요 관광지 ]

평화공원 : 원폭 투하 당시 숨을 거둔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 평화의 샘에서 기념상으로 가는 길 좌우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평화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공원 내 원폭 자료관도 관람할 수 있다.
우라카미 성당 : 1925년 완공당시 가장 큰 성당이었지만 원폭 투하 후 석조기둥만 남아 1959년 현재 위치에 새롭게 건립되었다. 성당 입구에 부서진 돌조각과 깨진 석상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데지마 : 1634년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개항 때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격리시켜 일본인들에게 기독교의 전파를 막기 위하여 만든 작은 인공섬이다. 최근에는 당시 모습의 1/15로 축소해서 데지마 자료관으로 공개하고 있다.
데지마 와프 : 데지마 주변의 재개발로 2000년 4월에 개장한 곳으로, 바다쪽으로 설치한 테라스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나가사키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신치차이나타운 : 대규모 차이나 타운 중 하나로 중국 특유의 흥겨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
메가네바시 : 나가사키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에 있는 가장 오래된 돌다리. 안경다리라는 뜻으로 두 개의 아치가 물에 비치면 안경모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 기타 참고 ]

·후쿠오카 고속버스 예약 서비스  http://www.rakubus.jp/hangeul/
·나가사키전차 시간표 및 안내   http://www.naga-den.com/kikaku/zikoku/jikoku_kikaku.html
·구라바엔 안내 http://www.glover-garden.jp/foreign/korean.html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 시카이로 http://www.shikairou.com/index.htm
·나가사키 로프웨이 안내  http://www.nagasaki-ropeway.jp/pdf/Korean.pdf
·가이드북 : 2012-2013 여행박사 북큐슈vol.3 가이드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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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