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투자 자문을 서비스하고 수수료를 받는 일명 ‘주식 리딩방’이 활개치고 있다. 해당 국내방 운영자들은 ‘우량주 보유, 수익률 보장’ ‘정확한 매수·매도 시기 및 매수가·목표가·손절가 제시’ 등의 문구로 주식 입문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상승하면서 2030세대가 절망감에 빠졌다. 이들은 자신의 월급만으로는 주택 구입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재테크로 눈을 돌렸다.
2030세대
최근 들어 다양한 재테크 방법 중에서도 특히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 주식은 소액의 투자만으로 이득을 볼 수가 있어 입문하기에 장벽이 높지 않다는 게 큰 장점이다.
지난 4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535명을 대상으로 ‘주식 투자 열풍’에 대해 조사한 결과 67.2%가 ‘올해 주식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6개월 이내(42.3%)가 가장 많았고, 이어 ‘3년 이상’(26.9%), ‘1년’(18.3%), ‘2년’(8.2%) 순이었으며, 하반기에 주식 투자 열풍을 주도한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청약’으로 주식을 시작한 직장인도 4.2% 있었다.
주식에 투자한 금액은 ‘500만원 미만’(46.2%)이 가장 많았다. 계속해서 ‘500~1000만원’(17.2%), ‘1000~2000만원’(11.5%), ‘2000~3000만원’(6.2%), ‘3000~4000만원’(4.9%) 순이었다. 1억원 이상 투자했다는 응답자는 4.5%였다.
이처럼 주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증권시장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소위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주식 리딩방’이 활개치고 있다.
리딩방이란 금융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 투자 자문업자나 일반인이 실시간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추천해주는 회원제 단체방을 의미한다. 리딩방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입문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종목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주식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 연대 의식도 생기기 때문이다.
한 구인정보 업체에 올라온 유사 투자자문 업체가 올린 구인공고다. ‘주식 전문가’ ‘애널리스트’ 명목을 내세웠지만, 정작 요구하는 자격 조건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들 업체에 개인투자자들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돈을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성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상당수 업체가 불법행위 등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운영해 더 많은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넘쳐나는 업체들에 비해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6월 유사 투자자문업자가 난립하자 금융감독원은 설립 절차에 결격 사유를 신설했다.
500만원 이내 개미 투자자 가장 많아
제도적 보호장치 없어…피해자 속출
결격 요건은 ▲금융관련법령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 법인 ▲최근 5년 사이 유사 투자자문업 직권말소가 됐거나 1년 이내 폐지를 보고한 법인 ▲최근 1년 이내 금융투자협회가 제공하는 건전영업 집합교육을 수료하지 않은 법인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격 사유는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신규 법인 설립 등의 방식으로 우회할 수 있다. 법을 위반했더라도 5년이 지나면 유사 투자자문업 신고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주식 리딩방 점검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인력은 고작 6명에 불과하다. 국내 등록된 유사 투자자문업자가 2000개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역부족이다. 신고하지 않은 채 운영하는 리딩방까지 더 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자본시장법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검거 건수는 각각 82건과 540건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122%, 3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거된 사건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건 건수(76건)를 가볍게 넘어선 수치다. 또 은행 이자처럼 연 수익을 제시하며 자금을 불려준다고 사기를 치는 유사수신행위법 위반도 급증했는데, 최근 4년 사이(동일 기간 기준)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주식 리딩방은 무인가·미등록 상태로 유사 투자자문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제도적 보호장치가 전무하다. 또 대표적 유사수신 사기는 유명 아이돌 화보 제작 사업을 가장하고 원금 보장과 연 20% 수익금을 주겠다고 유인해 투자금을 끌어들인 후 잠적하는 수법 등이 꼽힌다.
한 의원은 “코로나19 여파로 변동성이 큰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를 노린 경제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며 “특히 유튜브나 SNS를 통해 불법 주식리딩방 등이 늘어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딩방은 사설 도박사이트로 유인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쓰인다. 상담을 시작할 때 나이, 성별, 연락처, 시드머니 등 인적사항과 투자 성향도 확인한다. 이후 기존 고객들의 성공 투자 사례라며 현금다발과 계좌 등을 공개한다. 도박사이트로 이끌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최종 투자 의사를 확인하면 자사 거래소라며 홈페이지 주소를 전달한다. 추천 코드를 넣고 가입하면 홈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다.
가입을 위해서는 개인 계좌와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도 공개해야 하며 홈페이지 계좌로 송금도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입을 마치고 들어가면 주식정보 대신 불법 사설 토토와 FX(외환) 마진거래만 있다. 무료 리딩은 속임수를 위한 장치다.
전문가 노릇
금감원 관계자는 “리딩방 관련 암행점검은 금융위원회에 신고된 유사 투자자문업자 대상”이라며 “리딩방은 일반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모두 점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