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연임 논란 시끄러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1: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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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6개월은 '인권위'라 쓰고 '반인권위'라 읽어야…"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결국 재임명됐다. 자질논란과 함께 연임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 현 위원장은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를 두고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라는 기막힌 망언을 남겼다. 그런 그가 3년을 더 인권위원회 수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연임이 확정되자 인권위 내부는 '멘붕'에 빠졌고 야당,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 언론계에 누리꾼들까지 '사방팔방'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자질 논란, 논문 표절 논란,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에 휩싸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이 오늘 자로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면서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변인은 정치권에서 현 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고, 제기된 의혹이라도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
현병철 연임 강행

전남 영암 출신인 현 위원장은 원광대와 성균관대에서 민법을 전공한 뒤 1976년부터 35년여간 한양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그가 학계에서 활동하는 동안 발표한 '단체협약에 관한 고찰' '부당이득법의 연구'(1991) 등 석·박사 학위 논문은 물론 이후 발표한 크고 작은 논문들은 대부분이 부당이득과 불법원인급여 등 민법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2009년 내정 당시 시민단체 일각에선 현 위원장은 인권 관련 논문이나 글, 사회활동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행정능력을 우선으로 위원장을 고른 뒤 인권위를 행정기관 중 하나로 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에 당시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현 내정자는 대학장,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균형감각과 합리적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나 또 다시 현 위원장의 연임 재가 소식에 인권위원회 구성원 및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그리고 민주통합당과 야권 대선후보들은 즉각 성명서를 내며 '현병철 연임 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은 성명서에서 "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최악의 부적격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청와대는 어느 나라 청와대인가"라며 "인권위 수장으로서 근원적 결격사유를 가진 자가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정권 눈치 보기다"라고 밝혔다.

현병철 연임에 인권위원회 노조 '멘붕'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속마음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대선경선후보들도 대변인을 통해 현 위원장의 연임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진선미 문재인 캠프 대변인은 "현병철은 학자적 양심은 물론이고, 용산참사와 <PD수첩> 사건을 등에서의 발언을 보면 근본적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반인권위원장"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현 위원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유정 손학규 캠프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인사스타일에 유일한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뜻과는 완전하게 거꾸로 간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NO'라고 외칠 때 혼자만 'YES'라고 고집피우는 MB 스타일 인사가, 결국 정권몰락의 가속페달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현희 김두관 캠프 대변인도 "대통령의 독도 깜짝 방문과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현 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강행한 것은 여론을 오도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겠다는 오만한 인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심지어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도 당일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중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권했다"며 "청와대의 고심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이 제기돼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적격' 목소리가 높은 기색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만큼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인권위원회 노조는 성명서에서 "올림픽의 환호와 독도 방문 이벤트 뒤에 이어진 현 위원장 연임 소식은 인권위 직원들을 절망 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인권을 끊임없이 무시해온 현 위원장 체제에서 다시 3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개탄했다.

'국가인권위바로세우기전국긴급행동' 등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내고 "현병철의 연임은 인권위원회 죽이기 선언"이라며 "이 정권의 반인권 작태와 치부, 부도덕을 은폐하고 청와대 말만 잘 듣는 애완견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학교수·변호사 단체들도 현 위원장의 연임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공동선언문에서 "현 위원장은 인권이라는 보편적이고 소중한 가치를 짓밟힌 국민들의 고통 어린 절규를 침묵으로 방관했고 인권위를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며 "그는 연임은커녕 인권위를 후퇴시킨 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매체를 중심으로 언론들도 '현병철 위원장 자질논란과 연임반대'를 다룬 사설과 시론을 연일 실으며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현병철은 안 돼"

그렇다면 현 위원장은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행보를 걸어왔기에 이다지도 거센 후폭풍이 부는 걸까?

먼저 표절 의혹이다. 지난달 12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위원장이 교수로 재직한 35년 동안 발표한 17편의 학술 논문 가운데 최소 7편에서 표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현병철 후보자는 논문의 주요 아이디어와 특정구절만 따오는 수준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의 논문을 붙여넣기 수준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논문 표절 방법도 다양하다"며 "타인의 논문을 편집해 자신의 논문으로 둔갑시키는 '논문 훔치기', 같은 논문을 다시 게재하는 '논문 우려먹기', 두 개의 논문을 편집해 하나의 논문으로 만드는 '논문조립', 학위논문을 두 개의 논문으로 나누어 게재하는 '논문 새끼치기' 등 '표절백화점'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학술단체협의회는 "2008년도 논문이 제자의 석사학위논문을 전체적으로 베끼기 수준의 복사 표절, 무단 인용표절, 짜깁기 수준의 표절, 단순표절 등의 유형이 주를 이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라고 판단된다"며 현 위원장의 한 논문을 표절로 확정했다.

위장전입 및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현 위원장이 1983년 서울 동대문의 재개발 예정지구 1평짜리 땅에 전입신고를 한 후 한 달도 안 돼 근처 연립주택을 환지 받았다며, '알박기'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1평짜리 땅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도랑근처 땅으로 밝혀졌다.

현 위원장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현 후보의 아들은 19세이던 고교 3학년 때 체중이 100㎏이었으나 1년 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는 113㎏으로 불어나 4급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면서 "검사 당시 체중이 4급 보충역 판정 기준(113㎏)과 정확히 일치해 의도적으로 기준선에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차례 입대를 연기하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현 위원장 아들이 병역 근무지 배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정황이 폭로되기도 했다. 한정애 의원실은 "병무청과 국민연금공단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현 위원장의 장남 현○○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에 배치될 당시 정원보다 많은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2009년 7월부터 2012년 6월 현재까지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재임한 3년간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1억7000여만원의 전체 사용금액의 중 97%인 1억6500여만원이 '술값과 밥값'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확인 결과 현 위원장은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외부인사와 업무협의, 의견수렴 간담회를 위한 용도라고 했지만, 실제 대부분의 사용처는 밥값, 술값으로 나타났고 특히 300여 차례 72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는 고급 일식집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참사 재판 안건 내라고 하자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 망언

이에 서 의원은 "3일에 한 번 꼴로 고급일식집을 드나들었는데 현병철은 고급일식 마니아인가"라고 꼬집으면서 "업무를 하지 않는 주말을 제외한다면 이틀에 한 번은 꼬박꼬박 출근도장이라도 찍듯이 일식집 식사를 즐겼다"고 지적했다.

현 위원장이 친일거물의 후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7월 김을동 당시 친박연대 국회의원은 '현 정부의 친일후손 인사, 해도 너무 한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내정된 인사(현병철)마저 친일거물의 후손이라는 데 대하여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또다시 심각한 우려와 함께 개탄스러운 심경을 표하며, 친일파 후손이 활개 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현 정부의 역사인식 부재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 내정자의 종증조부(증조할아버지의 형제)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광복회와 함께 선정한 '친일파 708인 명단'에 올라있는 친일경력자의 후손이라는 점에서 금번 인사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종증조부의 시가 10억원의 땅 3만2000㎡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등 명백한 반민족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그 후손을 국가인권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기고자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역사인식과 국가관을 의심해봐야 하는 무책임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묻혀버렸고 연임이 확정됐다. 무엇보다도 지난 3년 동안 현 위원장에 대해 '인권 감수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 있어왔다. 이는 늘 논란이 됐던 그의 반인권적 발언에 잘 드러난다.

현 위원장은 2009년 7월 취임할 때부터 인권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 인권위원장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였던 현 위원장은 한양사이버대학장과 한양대 행정대학원장 등 학내 보직을 맡은 게 주요경력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위원장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반인권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직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인권위원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고 말해 주위 사람들과 여성계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특히 큰 논란이 불거졌던 사건은 2009년 12월 28일 열린 전원위에서 다수의 인권위원들이 용산참사 사건 재판에 인권위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분위기가 안건 가결 쪽으로 흐르자 그는 회의를 강제로 끝내며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라고 발언해 역사에 길이 남을 망언을 남긴 것이다.

일식집에 출근도장 찍으며 7000여만원 써  
'장군의 손녀' 김을동 "현병철은 친일후손"

같은 해에 열린 22차 전원위 회의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회의에 <PD수첩> 관련 의견제출 안건이 올라왔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PD수첩>의 광우병소 관련 보도가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안건에 인권위원 5명이 찬성, 5명이 반대했다. 재적인원 6명이 찬성해야 안건이 채택돼 <PD수첩> 안건 가결 여부는 현 위원장의 판단에 맡겨졌다. 그가 찬성하면 가결, 반대하면 부결이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찬성, 반대가 아닌 "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회의를 황급히 끝냈다.

2010년 7월에는 인권위에 인턴으로 온 사법연수생들과 차를 마시다 "우리사회는 다문화사회가 되었어요. '깜둥이'도 같이 살고…"라고 표현해 곤욕을 치렀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나서서 '살색'이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적이라며 '살구색'으로 바꿔달라고 청원하는 시대다. 그런데 인권기구 수장이 '깜둥이'라는 표현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쓴 것이다.

엄청난 발언은 또 있다. 바로 이주 외국인 앞에서 민족차별적인 말을 던진 것인데, 2010년 4월 재한몽골학교에 방문해 몽골학생들을 앞에 두고 "야만족이 유럽을 200년이나 지배한 건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몽골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 학교 관계자는 물론 동행했던 인권위 직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홍대 앞 작은 용산'이라고 불리던 칼국수가게 운영자인 유채림 작가는 "현 위원장은 개발이익을 위한 인권유린에 눈감았다"고 비판했다. 한여름 한국전력공사가 두리반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했으나 현 위원장은 "불법농성장이기 때문에 인권을 논할 가치가 없다"는 어록을 추가하며 구제요청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

그의 반인권적 발언에 나타나듯이 재임한 3년 동안 인권위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현 위원장은 용산참사, <PD수첩>, 민간인 사찰 등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인권문제에 관한 의견 제출을 독단적인 방식으로 묵살했다.

이를 못 참고 인권위를 떠난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현 위원장에 대해 "당시 인권정책과장이던 내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올리지 마라'고 부탁했다"며 "사회적 현안 관련 안건을 보고하러 온 직원에게는 '이거 안 하면 안 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정치적 쟁점이 된 인권문제는 외면하고 생활밀착형 인권문제에만 치중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눈 감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뿐만 아니다. 현 위원장체제 아래에서 점점 인권과는 어울리지 않는 위원들이 인권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최근 선거기간 동안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했던 공직선거법9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의견 제출을 부결시키고,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의견제출도 부결시키며 서서히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그 외에도 MBC <PD수첩> 사건,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손배사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로 문제가 되었던 김종익씨 사건,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강제진압,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들던 사건들에 대해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 일컬어지는 인권위원회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차기 정권에서도 임기 수행?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기어이 연임을 강행한 MB정부에 기대를 갖는 것은 헛수고로 보인다. 어찌 됐든 '인권위원회'라 쓰고 '반인권위원회'라 읽는 현 상황은 MB의 남은 임기동안 유지될 것이다. 문제는 차기 정권이 탄생했을 때 현 위원장이 3년이라는 국가인권위원장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여부다.

한편 현 위원장은 지난 13일 취임사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소명의식으로 인권위원장직을 다시 시작한다"며 "인권위의 임무와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인권이 우리 생활 속에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변함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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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