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새바람’ 예능 뉴 페이스6 

‘대체 불가’ 개성으로 웃기는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계는 언제나 ‘뉴 페이스’를 갈망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주목받는 인물 역시 다변화되는 가운데, 최근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가수 제시와 UDT 출신 이근, 골프 선수 출신 박세리와 농구 선수 및 감독 출신 현주엽, 개그맨 최양락, 배우 이상엽이 그들이다. 예능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여섯 스타의 매력을 짚어봤다. 
 

▲ 가수 제시

요즘 예능서 관심을 받는 것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10~20대 대다수가 TV보다는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하며, 소위 ‘매운맛’이라 불리는 방송은 BJ나 유튜브 스트리머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후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 토크쇼서 이전만큼 새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특출한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야 대중의 관심을 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리만큼 어렵다. 

그런 가운데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으로 예능 대세로 떠오른 인물들이 있다. 제시, 이근, 박세리, 현주엽, 최양락, 이상엽 등이다. 플랫폼 홍수 속을 뚫고 나온 이들의 매력 비결은 무엇일까. 

망나니 
제시

TV와 유튜브는 둘 다 미디어지만 결이 다른 플랫폼이다.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는 대다수를 흡수하는 대중적인 스타일을 요구하고, 타깃이 분명한 유튜브는 더 솔직하고 숨김없는 방송을 원한다. 스타일이 워낙 다른 편이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제시에게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 보인다. MBC <놀면뭐하니?-환불원정대>와 tvN <식스센스>서 맹활약하는 것은 물론, 유튜브 웹 예능 ‘제시의 쇼터뷰’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다. 


제시의 매력은 유재석이 언급한 ‘예능 망나니’ 기질에 있다. 조선 시대 사형 집행수였던 망나니는 겁에 질린 사형수의 혼을 빼놓는 칼춤을 췄는데, 제시가 예능서 활약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청자들은 물론 같이 출연하는 사람들마저도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는 드립은 물론, 출연자의 이름을 잘못 안 채로 오랜 시간 촬영하며, 서툰 한국말로 인해 시종일관 토크의 맥을 끊는다. 가슴에 대한 자부심이 커 ‘19금 토크’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사진을 찍을 땐 엉덩이를 부각시킨다. 교포로 지내다가 받은 상처가 있어선지 누군가 놀리기라도 하면 “교포 무시하지마”라며 득달같이 달려들기도 한다. 

개그맨 뺨치는 가수·운동선수 출신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타일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제시가 가진 진정성 덕분이다. 누구 앞에서든 당당하며,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할 줄 알면서도 타인을 쉽게 비방하지는 않는다. 되도록 상대의 매력을 치켜세운다.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을 줄 알며, 잘못이 있을 땐 곧 바로 인정한다. 

<식스센스> 3화서 제시가 자신의 행동이 무례해 보일까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자 유재석은 “대중은 제시의 진심이 뭔지 알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유재석의 예견은 그대로 적중한 듯하다. 
 

▲ 이근 대위 ⓒ유뷰트

온라인을 살펴보면 솔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대중이 이미 충분히 인지한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제시의 쇼터뷰’가 회당 수백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만 봐도 대중이 그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진짜 사나이
이근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유튜브 밀리터리 예능 ‘가짜 사나이’의 최대 수혜자는 이근 대위다. “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와 같은 유행어를 숱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가짜 사나이’ 내에 있는 그의 모든 장면은 레전드로 통한다. 

한국 해군특수전 전단과 미국 해군 특수부대 경험을 살려 전술, 생존술,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 일가견이 있다. 이라크 파병과 세월호 참사 잠수 구조대와 같은 대형 사건 경험이 있는 그는 대체 불가한 독보적인 캐릭터다. 

선 굵은 외모와 근육질 몸매 등 훌륭한 외형과 특별한 정신력, 스마트함까지 갖춘 그는 다소 서툰 한국어 능력으로 인간미까지 드러낸다.

‘가짜 사나이’ 이후 JTBC <장르만 코미디> SBS <집사부일체> 등 굵직한 예능서 그를 찾았고 최근에는 MBC <라디오스타> 촬영도 마쳤다.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비롯한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으며, 유튜브 예능 ‘제시의 쇼터뷰’는 6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 출연해 김이나 작사가와 나눈 대화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그가 가는 곳마다 화제가 잇따른다. 강인한 남성미와 상반되게 여성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스위트한 젠틀맨의 모습을 선보인다. 

어떤 질문에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며, 생존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설명할 때는 프로의식이 엿보인다. 은근하게 유머를 구사하기도 하며 때로 너무 진지하게 몰입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만들기도 하는 그는 올해 가장 빛나는 예능인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리치리치 언니
박세리 

1998년 US 오픈서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보기 좋게 샷을 날린다. 이 장면은 22년이 지난 지금도 애국가를 BGM으로 깔고 여기저기서 재생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5회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골프계의 산 역사기도 한 그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으니, 바로 ‘리치리치 언니’다. 한국서 벌어들인 모든 수입은 부모님께 드리고 미국서 벌어들인 상금만으로 생활했다고 밝힌 그의 총 상금액은 140억원. 
 

▲ 전 프로골퍼 박세리 ⓒ호연지기

MBC <나 혼자 산다>와 E채널 <노는 언니>서 그의 플렉스가 여실히 드러난다. 타 종목 여성 스포츠 선수들과 여행 다니며 게임을 펼치는 <노는 언니>서 장을 볼 때는 “사고 싶은 거 다 사”라고 호쾌하게 지시하고, 주전부리를 잔뜩 챙겨가기도 한다. 먹을 때만큼은 늘 넉넉하게 깔아놓고 전투력을 발휘한다. <나혼자 산다>서 김민경의 집들이 선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조경을 선물하는 그다. 

단순히 돈이 많아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후배들과 게임할 때는 강력한 승부욕을 발휘하며, 어떤 게임이든 열정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몸에 녹아 있다. 말로는 툴툴거리고 귀찮아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시작하면 책임감이 엿보인다. 


또 어디서나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포용한다. 후배들이 고충을 털어놓으면 꼰대스러운 해법을 대충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듣고 먼저 공감하려 한다.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무례할 수 있는 발언에 “인연이 있으면 나타나겠죠”라며 무심하게 답하는 모습에선 솔로로서의 당찬 태도도 엿보인다. 

“모든 트러블샷에는 위험부담이 있는데 그걸 두려워하면 절대 그 자리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이 예능서도, 사람을 상대할 때도 통하는 모양새다. 골프 이외의 영역서 새롭게 도전하는 박세리. 그의 당당함에 대중이 빠져들고 있다. 

잘 먹는
현주엽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자 프로농구단 LG 세이커스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현주엽의 무기는 먹기다. 현역 시절 하마를 닮았고, NBA LA레이커스의 매직 존슨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붙여진 ‘매직 히포’는 농구 코트가 아닌 식사 테이블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KBS2 <배틀트립>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종전 최고였던 가수 테이의 기록을 무참히 깨버리는 엄청난 먹방을 재현한 것. 이틀 사이에 60인분을 해치워버린 그에게 제작진은 백기를 들었다. 
 

▲ 현주엽 전 프로농구 감독

이후 그는 Olive <원나잇 푸드트립>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서 먹방을 선보인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라 불리며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닌 국가대표 10년 경력의 농구계의 영웅은 이제 여자 아이돌로부터 ‘선배님’이라 불리며,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저 ‘잘 먹는 개그맨’으로만 인지된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지만 김구라 못지않은 독설가다. JTBC <뭉쳐야 산다>에 출연 중인 허재를 만나 “형이 구멍이다” “정형돈과 김성주, 안정환이 허재는 안 나오는 게 낫다고 한다”며 깐족대고, 서장훈이 일본 선수를 좋아했었던 과거를 거침없이 폭로한다. 농구 감독을 역임할 때는 카메라가 돌고 있든 아니든, 욕설을 뱉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마초의 향기가 짙지만 아내 눈치를 보는 건 다른 남편들과 다르지 않으며 농구 선후배들과 갈등 없이 편하게 지낸다. 자신을 놀려도 늘 웃음으로 화답하며, 매사 자신감이 넘친다. 

매맞는 남편
최양락

방송가는 꾸준히 그를 찾는다. 특히 새롭게 론칭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서 김원희와 함께 MC를 맡으면서, 방송인으로의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출연자의 오랜 친구를 찾아주는 방송이지만, 화제는 현주엽의 먹방으로 귀결된다. 

강력한 솔직함으로 무장한 토크와 이영자 못지않은 음식 리액션을 보이는 그는 이미 연예인으로 변모한 서장훈, 안정환, 허재를 이을 대형 스포테이너의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1962년생 최양락의 나이는 만 58세다. 곧 환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다.

과거 1980년대 KBS2 <유머일번지>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한동안 무대를 떠났던 그는 SBS <야심만만>서 맹활약을 펼친 뒤 단발머리를 하고 ‘알까기’ 코너를 만들어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가 <야심만만>과 <해피투게더> 등에서 펼친 화려한 입담쇼는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된다. 

그런 그가 환갑을 앞두고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를 통해서다. 개그맨 개그우먼 커플 중 아직까지 이혼 1호 커플이 나오지 않아서 붙여진 이 프로그램서 최양락은 제3의 전성기로 도약 중이다. 

옆집 언니·오빠 컨셉
돈 자랑도 서슴지 않아 

아내 팽현숙에게 혼나고, 머리를 잡히고 육두문자가 섞인 욕을 먹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화가 단단히 난 아내에게 끊임없이 깐족대면서 화를 자초한다. 그 모습이 꼭 거북하게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귀엽기까지 해 ‘초코양락’으로 불린다. 

방송 초반에만 하더라도 팽현숙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뭇매를 맞기 일쑤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아내를 챙기고, 부탁을 정성껏 들어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줄이면서까지,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 개그맨 최양락

그 과정서 입담은 끊임없이 발휘된다. 특히 상대를 놀리는 것은 가히 최고다. 김학래, 임하룡 등 개그계 선배 앞에서는 더 독해진다. 놀라운 건 그의 깐족거림에 결국 상대도 웃음을 보인다는 것. 수십년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최양락의 유머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영글어가고 있다. 

신예 스타
이상엽 

말끔한 인상의 배우 이상엽이 출연한 KBS2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배우 이병헌의 아내로도 잘 알려진 이민정과 극 중 어머니였던 김보연 등 선배 배우들과 훌륭한 호흡을 선보이며 중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드라마 성공을 알린 이상엽은 앞서 각종 예능서 예능감을 선보였다. 특히 그의 장기는 성대모사다.

SBS <강심장>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우성 성대모사를 완벽히 보여준 것에 이어 김영철과 장혁, 이병헌, 유해진, 김명민, 이정재, 이선균, 송강호 등 이름만 대면 순발력 있게 성대모사를 해낸다. 급조한 티가 남에도 상당히 비슷한 축에 속한다. 각 배우들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성대모사뿐 아니라 다양한 예능서도 끼를 발산한다. SBS <런닝맨>과 JTBC <아는 형님>과 같은 버라이어티 방송서도 그는 완벽히 녹아든다. 

최근 론칭한 <식스센스> 1회 게스트로 나와 제시의 무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솔직한 리액션으로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가짜를 찾아내는 분석력까지 드러내며 스마트한 면모를 보였다.

또 SBS <인터뷰게임>에서는 MC를 맡아 이영자, 김나영과 함께 안정된 진행을 맡고 있다. 다소 묵직한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서 공감을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첫 진행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배우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모두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이상엽의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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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