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이상한 세무조사 막전막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11 12:50:54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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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13명 붙어 1년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전지방국세청이 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세무조사를 했다. 해당 기업은 “조사관 10명 이상이 붙어 집중적으로 조사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이후에도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전지방국세청

대전에 있는 중소기업 A사는 1년여 동안의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불안함이 커졌다. 거래처가 점점 줄어들더니 예전보다 직원도 급격하게 줄어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25일 대전지방국세청(이하 국세청)은 A사를 비롯해 관계사 3곳을 세무조사했다. 이후 8월8일 조세범칙조사위원회를 열고 A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기업의 탈세가 사기 및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것.

세무조사서
범칙으로 전환

국세청은 A사에 대해 가공거래라고 판단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공거래란 실물거래 없이 매출, 매입에 관한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발급하거나 이를 정부에 제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공거래의 동기나 이유는 대부분 자금융통, 대출, 대출 연장 등 일정한 매입과 매출이 있다는 점을 증빙하기 위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A사 측은 “범칙조사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 거래 없이 매출이나 매입을 기록하게 된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해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다. 실익이 있어야 범죄를 저지르는데, 우리는 가능성이 적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국세청 조사2국의 무리한 조사방법은 A사의 세무대리인을 교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당시 A사 세무대리인이었던 B씨는 조사관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결국 중도에 사임했다.


B씨는 “소명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ㄱ에 대한 논점으로 소명하면 ㄱ에 대한 답변을 줘야 하는데, 조사관들은 이해를 못한 건지 전혀 다른 ㄴ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소명한 자료에 대해 모두 거짓말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회의를 느껴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다른 법무법인이 A사의 세무대리 역할을 맡아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무법인이었던 회사가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매매는 일반적으로 공급처 > 도매사업자 > 소매사업자 > 소비처 순으로 이뤄지고, 세금계산서가 순차로 발급되지만, 태양광 모듈은 제조사나 도매사업자서 최종 소비처로 직송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동이나 상·하차 시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작성됐다.

납세자 권리보호 뒷전…절차 위반 의혹
논점 흐리는 조사관…규정도 지키지 않아

또 ‘대법원은 단축급부 사안이 문제된 판결서 발주가 중간업체를 거치지 않고 행해지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해당 거래서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를 허위 세금계산서가 아닌 적법한 세금계산서라고 판단했다. 거래당사자들이 각각 고유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라 단축급부 방식으로 물품을 인도했다면, 이들이 발급하고 수수한 세금계산서는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에 따른 허위 세금계산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를 넘기고 지난 1월9일경 A사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대한 내용을 받지 못하자 국세청에 문의하고, 이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조사는 이미 다 끝난 상태며 국세청장 결재도 끝난 상황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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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사무처리 규정 제7절 세무조사의 종결과 관련해 제45조(조사의 종결) 3번 항문을 보면 ‘조사공무원은 납세자 또는 납세 관리인에게 조사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납세자의 권리구제 방법을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고 표기돼있다. 국세청은 이를 어긴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결과를 물어보니 고발장을 이미 쓰고 있다고 했다. 과징금액도 맨 처음에 물어볼 땐 안 알려줘서 다른 조사관을 통해서 알아봤다. 700억∼800억원 정도 부인하는 세무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너무 놀라서 다음날 한 국세청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서 자체적으로 만든 달력을 가져가 사진을 보여줬다.(달력 속 사진)하나가 다 200억∼300억원 하는 건데 거래한 게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 재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세청장님에게 올리는 호소문’ 초안에 따르면 ‘A사는 거짓없는 운영을 위해 창업 첫 해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무지로 인한 위법이 없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왔다. 다만 영업·현장·관리 등을 혼자서 처리하다 보니 시간의 부족함, 내부 관리와 업무처리의 미숙함은 너무나 후회스러운 부분이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결과 물으니
“고발장 작성”

이어 ‘매월 수천만원씩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언제든지 현장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구성하고 있는 자재를 가공거래로 본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각각의 자재는 고유번호를 가지고 그 번호는 전기안정공사와 한국에너지 공단서 관리되고 있다. 4만장이 넘는 태양광모듈을 도대체 어디서 조달해 3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지 그 사실관계만 조사기간 중 확인받을 수 있도록 호소한다. (중략) 조사의 편의나 무마가 아닌, 단지 기초적인 사실관계만을 확인 받아 회사와 직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도록 귀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조사 조치를 받게 돼 약 6개월 동안 조사가 다시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는 조사가 끝난 뒤에 또 발생했다. 7월17일 조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으나, 하루 전인 7월16일 A사의 거래처가 C 세무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A사의 세무조사가 끝났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과세금액이 나올 테니 준비해놓으라는 말이었다.

A사 관계자는 “당시 전화를 받은 거래처는 태양광 모듈 패널을 만드는 공장이다. C 세무서가 거래처에 우리 회사(A사) 조사가 끝나니 거래처 조사가 시작될 거라고 통보한 것이다. 조사가 다 끝나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먼저 알게 된 것인데 이건 정보유출이 아니냐“며 분노했다.

A사 측은 조사관이 13명이나 붙어 집중 조사하는 데 대한 의혹을 가지기 시작했다. A사 관계자는 조사관으로부터 “내가 200억∼300억원 때리면 폐업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조사팀의 실적이 되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도 폐업이 되면 손실처리가 되기 때문에 조사팀의 실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조사팀 팀장은 승진을 2번이나 한 분으로 알고 있고 사무관 승진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업이란 말을 너무 쉽게 하길래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A사 측은 납세자 권리보호를 요청했다.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 제도란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의 집행 과정서 납세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 신속하게 구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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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6일 납세자 권리보호요청서에는 ‘조사기간이 만료됐지만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서 거래처 관할인 C 세무서에 피조사 업체도 알지 못하는 조사 결과를 통보해 거래처에 즉시 과세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는 등 절차가 무시된 채 진행됐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며, 적법한 절차가 준수돼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보호를 요청하며, 본 조사 사건이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조치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A사 측과 관계사들은 같은 달 29일, 범칙심의위원회 심위의원들에게 추가 서류를 제출했다. 해당 서류의 내용에는 ‘피조사 법인들에 대해 각 법인은 기자재 유통, 토·전기공사, 구조물 제작을 각각 수행하는 이유로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아니라 공정별로 전문성을 갖춰 시장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중복 매출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업 하나에
조사관 10여명?

이어 ‘피조사 법인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년도 시공실적을 사용해 회사 달력을 제작했다. 기자재가 설치·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 600억∼700억원의 매출처를 가진 업체가 피조사 법인 같은 신생 유통사를 상대로 가공거래를 시도할 이유도 없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번호 검수하는 준공검사로 가공제품이 거래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영업 환경의 변동에 따라 납품지를 재배정하거나 반품 또는 교환할 수 있는 이는 유통업체의 일반적인 상식이며, 경영판단에 따른 자재 선수매가 가공거래라면,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라도 모두 가공거래 혐의자가 될 것이다. 공사가 지연된다는 사실 하나로 미착수 현장으로 표현하면 실체가 없는 실제 현장과 관련해 자재의 조달이 모두 부인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가공의 매출을 발생시킬 시에는 오히려 절세할 수가 없으며, 범칙에 의한 실익이 전혀 없다. 피조사 법인 중 대표하는 한 곳은 전기공사업 시공능력 기준 충청남도 5위에 올라가 있으며, 한국서부발전이 발주한 690억원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수주했다. 충남도 내 중소기업 중 단일 3MW 규모 육상태양광발전소 시공실적과 5MW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 시공실적을 가진 유일한 업체’라고 덧붙였다.

A사는 한 국세청장에게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피조사 법인도 법칙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의견 진술 기회의 요구 ▲피조사 법인의 범칙심의위원회 참석이 불가능할 경우 조사팀 참석도 불허토록 요구 ▲심의위원들의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피조사 법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임의적인 편집이 없도록 해달라 등을 요구했다.


다음날 조세범칙심위의원회가 개최됐지만 A사는 또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시간을 잘못 안내받은 것이다. 7월30일 오후 2시로 안내를 받았지만, 오전 10시부터 진행돼 10시45분에 끝났다.

소식 없어 조사결과 문의하니…
“다 끝나…청장 결재도 끝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대화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조사관은 전날 바뀐 시간을 알았다며 필요 없으니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A사 관계자는 “오후 2시로 안내하는 전화통화만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해보니 조사1국서 심의하는데, 조사2국서 안내받았으니 의미가 없다. 내가 어떻게 국세청 조직도를 다 알겠느냐”며 억울해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을 알려준 사람에게 물으니 시간이 바뀐 줄 몰랐다고 하더니 ‘참석했냐고 물으니 참석했다’고 답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사가 보기에는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시간을 다르게 안내받았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가, 추가서류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 대상은 따돌리고 조사팀만 참석하는 졸속행정이라며 A사 측은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결과 통지 순서에 대해) “사안에 따라 다르다. 예산세액 등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중간에라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청장님께 보고 전이라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서면으로 결과 통지가 나가는 건 당연히 내부 결정이 끝난 후에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무서가 먼저 인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임하고 있는 세무서라면 알 수도 있다. 대리인이기 때문에 납세자의 해당 업무에 대해 알고 있을 확률이 있다. 조사 대상 업체보다 다른 곳이 먼저 알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게 맞다”고 답변했다.

납세자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심의 안건 종류에 따라 규정이 정해져 있다. 직접 참석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심의안건이 있고, 서면으로만 자기 의사를 제출할 수 있는 안건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심의위원회에 대한 정보에 대해)그 부분을 굳이 비밀로 하지 않는다. (해당 업체가)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부분은 아니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다. 따로 할 말은 없다”고 덧붙였다.

“인사고과에
영향 없진 않다”

아울러 “조사 기간이 1년 이상 되는 곳은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순수한 조사 기간일 수도 있고, 조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늦어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업무상 수사관에 대해 금전적인 대가는 없다. 예를 들어 형사가 특정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을 맡아 잘 처리했다면 인사고과에 영향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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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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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