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초심으로 최고의 전성기 잡은 싸이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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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타일’로 떠오른 ‘강남스타일’ “세계무대 뒤흔든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 제대로 꽂혔다. 'K-pop열풍'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서도 난리지만 해외에서 더 신이 났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월드뮤지션 '저스틴 비버'가 싸이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내오고 CNN과 <LA타임즈>에선 앞 다투어 강남스타일 열풍을 소개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강제 해외진출이라 할만하다. 엽기와 키치코드를 내세워 한창 잘나가다 병역비리 한방에 훅 갔던 풍운아 싸이. 그가 강남스타일 한방에 '월드 핫 아이콘'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싸이의 6집 앨범 <part1>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대구 부산 홍대 광주 충남 등 온갖 오빠스타일로 수많은 패러디를 쏟아내게 하더니 최근 한 가요프로에선 카라, 애프터스쿨, 시스타 등 걸그룹 맴버들이 싸이의 백댄서가 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은 한류 걸그룹도 '말춤'추게 하고 있다.

CNN, <LA타임즈>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

해외선 더 난리다. 그야말로 전 세계인을 '말춤'으로 열광케 하고 있다. 일본 말곤 변변한 해외 진출 한 번 없는데다가 한류와도 거리가 먼 한국토종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이토록 크게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현상은 유례가 없었다.

처음엔 유명 락그룹 '네피 헤즈' 멤버 티페인, 영화배우 로빈 윌리암스 등 거물급 인사들이 트위터에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면서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이어 미국의 팝 오페라 가수 조시 그루번도 트위터에다 "우리는 지금 강남스타일 세상에 살고 있다. 정말 놀라운 비디오"라는 글을 남겼다.

이를 포착한 CNN은 처음엔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라며 소개하다가 나중엔 아침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단체로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진풍경을 벌였다. CNN은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K-POP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유튜브 조회 수는 삽시간에 1000만 건을 기록해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5대 신문 중 하나인 <LA타임즈>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등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 중 하나로 꼽혔다"며,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구에 대해 "처음엔 오픈콘돔스타일(open condom style)인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LA타임즈>는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건 올림픽뿐만이 아니다"라며 "이처럼 완벽하게 정신 빠지게 흥이 나고, 에너지가 넘치는 뮤직 비디오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의 뮤직비디오가 CNN, <LA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매체에 다뤄지고 여러 거물급 유명 인사들에게 언급된 적은 전례가 없었다.

강남스타일은 한류스타도 '말춤'추게 한다
'저스틴 비버' 러브콜, 조만간 만날 예정

급기야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아이돌출신 월드팝스타 '저스틴 비버' 측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비슷한 시기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은 자신의 트위터에다 "내가 왜 이 남자와 사인을 안 했을까. 강남스타일 최고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싸이의 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저스틴 비버 측에서 연락이 와서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며 "11일에 있을 단독 콘서트가 끝나면 싸이는 미국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말해 출국 기간 동안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미국만 강타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선 '오빤 건담스타일'이라는 패러디 영상이 떴고 유럽에서도 방송을 타더니 패러디 영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또 빌보드차트 뿐 아니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호주 등 전 세계의 음악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로 강남스타일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의 힘이 컸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 게시한 지 2주 만에 조회 수 1500만여 건을 넘어섰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오르는 중이다. 이것 역시 유례없는 속도인데, 지금도 조회 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쯤 하면 강남스타일은 올여름 전 세계 대표곡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중독성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싸이 특유의 엽기적인 안무와 연출, 그리고 익살스러운 '말춤'이 더해져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웃긴 안무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해 패러디 무비가 유행하게 유도한 것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 주요했다.

노래 전체를 지배하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 부분도 빠질 수 없다. 이게 영어권 외국인 귀엔 '오픈콘돔스타일'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유튜브 영상 밑엔 'open condom style~'이라며 재밌어하는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또 미국에선 '오빤 강남스타일'부분을 '오픈 콘돔스타일'로 개사해버린 패러디 영상도 떴다.

'오빤 강남스타일?' No~
'Open Condom Style' YES

'강남스타일'은 국내에서도 4주째 각종 음원순위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싸이는 "데뷔 이래 음원 사이트 올킬은 처음"이라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편 미국 음반시장의 러브콜에 그와 기획사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강남스타일' 단 한방으로 초대박을 터트린 싸이,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싸이는 2001년 데뷔하자마자 가요계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범상치 않은 마스크에 삼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반짝이 외투, 겨드랑이털이 환히 보이는 민소매 셔츠에 굵은 쇠줄 목걸이까지. 게다가 겉옷을 벗어 던지는 순간 드러나는 출렁거리는 뱃살과 처진 팔뚝 살, 그걸 신 나게 흔들어대기까지.

외모보다 한술 더 뜬 것은 음반 콘셉트과 수록된 곡의 가사내용이었다. 그의 예명 '싸이'도 사이코(Psycho)에서 따왔고 1집 앨범명은 '싸이프롬더사이코월드(Psy From The Psycho World)'이다. 예명과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데뷔 음악은 정상이 아니었다. 가사는 직설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앨범 재킷은 벌거벗은 여자와 붉은 혀, 성기의 이미지로 도배됐다. 그는 삽시간에 일탈의 아이콘으로 부상햇다.

일례로 1집 음반에 수록된 'I Love Sex'라는 곡을 보면 '퍼킹(Fucking) 그렇지 그게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유지 쉬쉬 할 필요는 없지 그치 어려서부터 제대로 못 배워 결국 가르침은 무책임한 포르노에서 그러다 모두 다 에라 모르겠다 찍 쌌다 나 몰라라 배 째라'라고 폐쇄적 성문화를 노골적인 수위로 비판했다.

그는 허위와 가식으로 사는 사람들, 엄숙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까는 기성세대들, 마지막으로 립싱크를 업으로 삼은 댄스 가수들에게 짱돌을 던져댔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는 10대들은 싸이의 음악에 열광했다.

그는 섹시한 복근과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는 아이돌 가수들과 철저히 대척점에 섰다. 그리고 엽기와 독설, 키치코드로 사회를 비판했다. 당시 10대와 20대 초반 젊은이들은 싸이를 통해 일탈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반면 기성세대 일부는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1집 앨범은 논란 끝에 미성년자판매금지 판정을 받았다. 2집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탈이 음악에만 국한된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2001년 11월 싸이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 본래 가진 엽기와 일탈적 이미지에 대마초 사건이 겹쳐지면서 싸이는 언론에게 던져진 좋은 먹잇감이 됐다. 신 나게 두들겨 맞은 후 그는 조금씩 변했다.


그래서인지 2001년 11월에 낸 싸이의 3집 앨범 <쌈마이>는 1, 2집보다 훨씬 순화돼 욕설이 일부 곡에서만 발견됐다. 자연스레 밝고 긍정적인 가사가 많아졌고 리듬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특히 현재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는 최고의 곡으로 꼽히고 있는 3집 타이틀곡 '챔피언'과 4집 타이틀곡 '연예인'은 싸이의 이전 곡과 비교하면 너무나 건전했다.

이를 두고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라에서 주는 벌 다 받았고 구속 기간 중 할아버지 상을 당하고도 가지 못하는 등 사적으로도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며 "그 일 이후 내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는 음악을 들어보면 알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대마초 사건으로 모진 풍파 맞다 보니 내공이 쌓였다"며 "직설보다 은유의 열린 해석을 시도했다"고 말해 노래의 분위기가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군대 두 번간
불운의 딴따라

이후 그는 한동안 앨범을 내지 않았다.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2003년 12월26일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군 생활 편하게 한다는 눈길을 피하려고 납작 엎드려 지내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죠. 그러다 보니 '음악만 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곡 작업만 했어요. 이중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제 갈 길 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계기가 됐죠"라 말했다.

편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싸이는 김건모, 임창정, 박지윤, 박상민 등에게 곡을 써 줬고 영화 음악 작업에도 참여하며 그의 말을 실천했다. 또 신인 가수 발굴과 양성에도 힘을 쏟으며 음악가로서 내공을 다졌다.


납작 엎드려 지냈다는 싸이지만 거대한 풍파가 닥쳐왔다. 시련은 2004년 2월 <신강균의 사실은>이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MBC 이상호 기자가 '병역특례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싸이의 병역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싸이는 병역특례비리 연예인으로 통하게 됐다.

2007년 5월 검찰에선 싸이의 부실 근무 정황을 포착했다며 싸이와 복무 회사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달 후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싸이는 자신이 근무했던 F사와 숙부 간 금품거래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형사 입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신고한 지정 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병무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다"며 병무청에 판단을 맡겨버렸다.

병무청은 2007년 7월 싸이에게 현역 20개월을 판정했다. 이에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은 병역 비리범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리멸렬한 법정싸움이 계속됐다. 검찰은 싸이를 소환했고 병역특례 업체 대표 2명은 구속기소 했다. 언론에선 '병역특례 비리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경마장 보도가 이어졌다. 당시 싸이는 9시 뉴스 단골손님이자 군대 다녀온 남자들에게 가장 씹기 좋은 술안주가 됐다.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거니와 군대를 두 번 가게 된 싸이는 이 시기가 일생일대 가장 괴로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법원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싸이는 2007년 12월 이번엔 육군 현역으로 재 입대해야했다. 재복무 중 항소했으나 2008년 8월 21일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그는 약 1년6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한 후 2009년 7월 11일에 제대했다.

군대 두 번 간 싸이, 이젠 쌍둥이 딸 아빠
배꼽 잡는 B급 엽기스타일로 세계를 점령

거의 7년여 동안 병역특례 의혹에 시달리고 군대를 두 번 가게 되면서 인생의 밑바닥을 맛봤던 싸이. 그의 앞길이 다시 창창히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양현석 대표)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평소 싸이는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양현석 대표를 존경했다고 한다. 워낙 강한 캐릭터라 독자노선을 갈 줄 알았던 싸이가 YG에 들어간 것은 사람들에게 뜻밖으로 비쳤다.

싸이의 선택은 좋은 결과를 냈다. 2009년 육군 만기전역을 달성해 '완전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싸이는 음악작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런 그에게 기획사의 전폭적 지원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2010년 10월 마침내 5집 앨범 <Right Now>를 내며 오랜 공백 기간을 끝내고 가요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2012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곡 강남스타일을 내놓았다.

지난달 25일 싸이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을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 곡이에요. '챔피언' 이후 제가 너무 건전하게만 가더라고요. '새'를 부르던 때로 돌아가서, 양스러운 감성과 춤. 이것이 대중이 저를 선택했던 첫 번째 이유였죠"라고 말했다.

대마초 사건 이후 싸이는 자신을 톱스타로 만들어준 소스인 '엽기'와 'B급 문화'를 잊고 살아왔다. 세월은 흘러 싸이도 벌써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데다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어느새 쌍둥이 딸을 둔 '딸바보' 아빠가 돼 있었다. 이를 보던 양현석 대표는 다시 데뷔 시절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고 싸이는 갑자기 그때 그 초심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이로써 싸이이기 때문에 구현할 수 있는 배꼽 빠지는 B급 엽기스타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먹혔다.

싸이의 라이브 콘서트는 김장훈 콘서트와 함께 '투톱'을 이루며 돈 아깝지 않은 콘서트로 유명하다. 그는 무대에서 "마지막 한명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노래하고 놀겠다"고 선언하곤 하는데 정말로 관객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끝나질 않는다. 그만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초심으로 만든
강남스타일

세계에서 원하는 뮤지션은 음원뿐 아니라 라이브 퍼포먼스에 큰 무게를 둔다. 밴드를 동원하여 모든 곡을 라이브로 부르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색다른 주제로 어필하는 것이 바로 미국이 원하는 색깔이다. 그래서 아이돌 걸 그룹의 기계적인 춤과 립싱크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싸이에겐 가능성이 열려있다. 오픈 콘돔스타일의 세계점령,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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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