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초심으로 최고의 전성기 잡은 싸이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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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타일’로 떠오른 ‘강남스타일’ “세계무대 뒤흔든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 제대로 꽂혔다. 'K-pop열풍'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서도 난리지만 해외에서 더 신이 났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월드뮤지션 '저스틴 비버'가 싸이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내오고 CNN과 <LA타임즈>에선 앞 다투어 강남스타일 열풍을 소개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강제 해외진출이라 할만하다. 엽기와 키치코드를 내세워 한창 잘나가다 병역비리 한방에 훅 갔던 풍운아 싸이. 그가 강남스타일 한방에 '월드 핫 아이콘'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싸이의 6집 앨범 <part1>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대구 부산 홍대 광주 충남 등 온갖 오빠스타일로 수많은 패러디를 쏟아내게 하더니 최근 한 가요프로에선 카라, 애프터스쿨, 시스타 등 걸그룹 맴버들이 싸이의 백댄서가 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은 한류 걸그룹도 '말춤'추게 하고 있다.

CNN, <LA타임즈>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

해외선 더 난리다. 그야말로 전 세계인을 '말춤'으로 열광케 하고 있다. 일본 말곤 변변한 해외 진출 한 번 없는데다가 한류와도 거리가 먼 한국토종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이토록 크게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현상은 유례가 없었다.

처음엔 유명 락그룹 '네피 헤즈' 멤버 티페인, 영화배우 로빈 윌리암스 등 거물급 인사들이 트위터에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면서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이어 미국의 팝 오페라 가수 조시 그루번도 트위터에다 "우리는 지금 강남스타일 세상에 살고 있다. 정말 놀라운 비디오"라는 글을 남겼다.

이를 포착한 CNN은 처음엔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라며 소개하다가 나중엔 아침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단체로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진풍경을 벌였다. CNN은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K-POP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유튜브 조회 수는 삽시간에 1000만 건을 기록해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5대 신문 중 하나인 <LA타임즈>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등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 중 하나로 꼽혔다"며,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구에 대해 "처음엔 오픈콘돔스타일(open condom style)인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LA타임즈>는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건 올림픽뿐만이 아니다"라며 "이처럼 완벽하게 정신 빠지게 흥이 나고, 에너지가 넘치는 뮤직 비디오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의 뮤직비디오가 CNN, <LA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매체에 다뤄지고 여러 거물급 유명 인사들에게 언급된 적은 전례가 없었다.

강남스타일은 한류스타도 '말춤'추게 한다
'저스틴 비버' 러브콜, 조만간 만날 예정

급기야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아이돌출신 월드팝스타 '저스틴 비버' 측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비슷한 시기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은 자신의 트위터에다 "내가 왜 이 남자와 사인을 안 했을까. 강남스타일 최고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싸이의 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저스틴 비버 측에서 연락이 와서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며 "11일에 있을 단독 콘서트가 끝나면 싸이는 미국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말해 출국 기간 동안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미국만 강타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선 '오빤 건담스타일'이라는 패러디 영상이 떴고 유럽에서도 방송을 타더니 패러디 영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또 빌보드차트 뿐 아니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호주 등 전 세계의 음악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로 강남스타일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의 힘이 컸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 게시한 지 2주 만에 조회 수 1500만여 건을 넘어섰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오르는 중이다. 이것 역시 유례없는 속도인데, 지금도 조회 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쯤 하면 강남스타일은 올여름 전 세계 대표곡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중독성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싸이 특유의 엽기적인 안무와 연출, 그리고 익살스러운 '말춤'이 더해져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웃긴 안무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해 패러디 무비가 유행하게 유도한 것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 주요했다.

노래 전체를 지배하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 부분도 빠질 수 없다. 이게 영어권 외국인 귀엔 '오픈콘돔스타일'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유튜브 영상 밑엔 'open condom style~'이라며 재밌어하는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또 미국에선 '오빤 강남스타일'부분을 '오픈 콘돔스타일'로 개사해버린 패러디 영상도 떴다.

'오빤 강남스타일?' No~
'Open Condom Style' YES

'강남스타일'은 국내에서도 4주째 각종 음원순위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싸이는 "데뷔 이래 음원 사이트 올킬은 처음"이라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편 미국 음반시장의 러브콜에 그와 기획사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강남스타일' 단 한방으로 초대박을 터트린 싸이,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싸이는 2001년 데뷔하자마자 가요계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범상치 않은 마스크에 삼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반짝이 외투, 겨드랑이털이 환히 보이는 민소매 셔츠에 굵은 쇠줄 목걸이까지. 게다가 겉옷을 벗어 던지는 순간 드러나는 출렁거리는 뱃살과 처진 팔뚝 살, 그걸 신 나게 흔들어대기까지.

외모보다 한술 더 뜬 것은 음반 콘셉트과 수록된 곡의 가사내용이었다. 그의 예명 '싸이'도 사이코(Psycho)에서 따왔고 1집 앨범명은 '싸이프롬더사이코월드(Psy From The Psycho World)'이다. 예명과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데뷔 음악은 정상이 아니었다. 가사는 직설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앨범 재킷은 벌거벗은 여자와 붉은 혀, 성기의 이미지로 도배됐다. 그는 삽시간에 일탈의 아이콘으로 부상햇다.

일례로 1집 음반에 수록된 'I Love Sex'라는 곡을 보면 '퍼킹(Fucking) 그렇지 그게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유지 쉬쉬 할 필요는 없지 그치 어려서부터 제대로 못 배워 결국 가르침은 무책임한 포르노에서 그러다 모두 다 에라 모르겠다 찍 쌌다 나 몰라라 배 째라'라고 폐쇄적 성문화를 노골적인 수위로 비판했다.

그는 허위와 가식으로 사는 사람들, 엄숙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까는 기성세대들, 마지막으로 립싱크를 업으로 삼은 댄스 가수들에게 짱돌을 던져댔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는 10대들은 싸이의 음악에 열광했다.

그는 섹시한 복근과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는 아이돌 가수들과 철저히 대척점에 섰다. 그리고 엽기와 독설, 키치코드로 사회를 비판했다. 당시 10대와 20대 초반 젊은이들은 싸이를 통해 일탈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반면 기성세대 일부는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1집 앨범은 논란 끝에 미성년자판매금지 판정을 받았다. 2집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탈이 음악에만 국한된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2001년 11월 싸이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 본래 가진 엽기와 일탈적 이미지에 대마초 사건이 겹쳐지면서 싸이는 언론에게 던져진 좋은 먹잇감이 됐다. 신 나게 두들겨 맞은 후 그는 조금씩 변했다.


그래서인지 2001년 11월에 낸 싸이의 3집 앨범 <쌈마이>는 1, 2집보다 훨씬 순화돼 욕설이 일부 곡에서만 발견됐다. 자연스레 밝고 긍정적인 가사가 많아졌고 리듬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특히 현재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는 최고의 곡으로 꼽히고 있는 3집 타이틀곡 '챔피언'과 4집 타이틀곡 '연예인'은 싸이의 이전 곡과 비교하면 너무나 건전했다.

이를 두고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라에서 주는 벌 다 받았고 구속 기간 중 할아버지 상을 당하고도 가지 못하는 등 사적으로도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며 "그 일 이후 내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는 음악을 들어보면 알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대마초 사건으로 모진 풍파 맞다 보니 내공이 쌓였다"며 "직설보다 은유의 열린 해석을 시도했다"고 말해 노래의 분위기가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군대 두 번간
불운의 딴따라

이후 그는 한동안 앨범을 내지 않았다.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2003년 12월26일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군 생활 편하게 한다는 눈길을 피하려고 납작 엎드려 지내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죠. 그러다 보니 '음악만 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곡 작업만 했어요. 이중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제 갈 길 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계기가 됐죠"라 말했다.

편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싸이는 김건모, 임창정, 박지윤, 박상민 등에게 곡을 써 줬고 영화 음악 작업에도 참여하며 그의 말을 실천했다. 또 신인 가수 발굴과 양성에도 힘을 쏟으며 음악가로서 내공을 다졌다.


납작 엎드려 지냈다는 싸이지만 거대한 풍파가 닥쳐왔다. 시련은 2004년 2월 <신강균의 사실은>이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MBC 이상호 기자가 '병역특례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싸이의 병역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싸이는 병역특례비리 연예인으로 통하게 됐다.

2007년 5월 검찰에선 싸이의 부실 근무 정황을 포착했다며 싸이와 복무 회사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달 후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싸이는 자신이 근무했던 F사와 숙부 간 금품거래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형사 입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신고한 지정 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병무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다"며 병무청에 판단을 맡겨버렸다.

병무청은 2007년 7월 싸이에게 현역 20개월을 판정했다. 이에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은 병역 비리범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리멸렬한 법정싸움이 계속됐다. 검찰은 싸이를 소환했고 병역특례 업체 대표 2명은 구속기소 했다. 언론에선 '병역특례 비리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경마장 보도가 이어졌다. 당시 싸이는 9시 뉴스 단골손님이자 군대 다녀온 남자들에게 가장 씹기 좋은 술안주가 됐다.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거니와 군대를 두 번 가게 된 싸이는 이 시기가 일생일대 가장 괴로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법원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싸이는 2007년 12월 이번엔 육군 현역으로 재 입대해야했다. 재복무 중 항소했으나 2008년 8월 21일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그는 약 1년6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한 후 2009년 7월 11일에 제대했다.

군대 두 번 간 싸이, 이젠 쌍둥이 딸 아빠
배꼽 잡는 B급 엽기스타일로 세계를 점령

거의 7년여 동안 병역특례 의혹에 시달리고 군대를 두 번 가게 되면서 인생의 밑바닥을 맛봤던 싸이. 그의 앞길이 다시 창창히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양현석 대표)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평소 싸이는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양현석 대표를 존경했다고 한다. 워낙 강한 캐릭터라 독자노선을 갈 줄 알았던 싸이가 YG에 들어간 것은 사람들에게 뜻밖으로 비쳤다.

싸이의 선택은 좋은 결과를 냈다. 2009년 육군 만기전역을 달성해 '완전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싸이는 음악작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런 그에게 기획사의 전폭적 지원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2010년 10월 마침내 5집 앨범 <Right Now>를 내며 오랜 공백 기간을 끝내고 가요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2012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곡 강남스타일을 내놓았다.

지난달 25일 싸이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을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 곡이에요. '챔피언' 이후 제가 너무 건전하게만 가더라고요. '새'를 부르던 때로 돌아가서, 양스러운 감성과 춤. 이것이 대중이 저를 선택했던 첫 번째 이유였죠"라고 말했다.

대마초 사건 이후 싸이는 자신을 톱스타로 만들어준 소스인 '엽기'와 'B급 문화'를 잊고 살아왔다. 세월은 흘러 싸이도 벌써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데다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어느새 쌍둥이 딸을 둔 '딸바보' 아빠가 돼 있었다. 이를 보던 양현석 대표는 다시 데뷔 시절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고 싸이는 갑자기 그때 그 초심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이로써 싸이이기 때문에 구현할 수 있는 배꼽 빠지는 B급 엽기스타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먹혔다.

싸이의 라이브 콘서트는 김장훈 콘서트와 함께 '투톱'을 이루며 돈 아깝지 않은 콘서트로 유명하다. 그는 무대에서 "마지막 한명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노래하고 놀겠다"고 선언하곤 하는데 정말로 관객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끝나질 않는다. 그만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초심으로 만든
강남스타일

세계에서 원하는 뮤지션은 음원뿐 아니라 라이브 퍼포먼스에 큰 무게를 둔다. 밴드를 동원하여 모든 곡을 라이브로 부르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색다른 주제로 어필하는 것이 바로 미국이 원하는 색깔이다. 그래서 아이돌 걸 그룹의 기계적인 춤과 립싱크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싸이에겐 가능성이 열려있다. 오픈 콘돔스타일의 세계점령,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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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