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초심으로 최고의 전성기 잡은 싸이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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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타일’로 떠오른 ‘강남스타일’ “세계무대 뒤흔든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 제대로 꽂혔다. 'K-pop열풍'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서도 난리지만 해외에서 더 신이 났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월드뮤지션 '저스틴 비버'가 싸이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내오고 CNN과 <LA타임즈>에선 앞 다투어 강남스타일 열풍을 소개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강제 해외진출이라 할만하다. 엽기와 키치코드를 내세워 한창 잘나가다 병역비리 한방에 훅 갔던 풍운아 싸이. 그가 강남스타일 한방에 '월드 핫 아이콘'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싸이의 6집 앨범 <part1>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대구 부산 홍대 광주 충남 등 온갖 오빠스타일로 수많은 패러디를 쏟아내게 하더니 최근 한 가요프로에선 카라, 애프터스쿨, 시스타 등 걸그룹 맴버들이 싸이의 백댄서가 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은 한류 걸그룹도 '말춤'추게 하고 있다.

CNN, <LA타임즈>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

해외선 더 난리다. 그야말로 전 세계인을 '말춤'으로 열광케 하고 있다. 일본 말곤 변변한 해외 진출 한 번 없는데다가 한류와도 거리가 먼 한국토종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이토록 크게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현상은 유례가 없었다.

처음엔 유명 락그룹 '네피 헤즈' 멤버 티페인, 영화배우 로빈 윌리암스 등 거물급 인사들이 트위터에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면서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이어 미국의 팝 오페라 가수 조시 그루번도 트위터에다 "우리는 지금 강남스타일 세상에 살고 있다. 정말 놀라운 비디오"라는 글을 남겼다.

이를 포착한 CNN은 처음엔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라며 소개하다가 나중엔 아침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단체로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진풍경을 벌였다. CNN은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K-POP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유튜브 조회 수는 삽시간에 1000만 건을 기록해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5대 신문 중 하나인 <LA타임즈>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등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 중 하나로 꼽혔다"며,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구에 대해 "처음엔 오픈콘돔스타일(open condom style)인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LA타임즈>는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건 올림픽뿐만이 아니다"라며 "이처럼 완벽하게 정신 빠지게 흥이 나고, 에너지가 넘치는 뮤직 비디오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의 뮤직비디오가 CNN, <LA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매체에 다뤄지고 여러 거물급 유명 인사들에게 언급된 적은 전례가 없었다.

강남스타일은 한류스타도 '말춤'추게 한다
'저스틴 비버' 러브콜, 조만간 만날 예정

급기야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아이돌출신 월드팝스타 '저스틴 비버' 측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비슷한 시기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은 자신의 트위터에다 "내가 왜 이 남자와 사인을 안 했을까. 강남스타일 최고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싸이의 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저스틴 비버 측에서 연락이 와서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며 "11일에 있을 단독 콘서트가 끝나면 싸이는 미국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말해 출국 기간 동안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미국만 강타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선 '오빤 건담스타일'이라는 패러디 영상이 떴고 유럽에서도 방송을 타더니 패러디 영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또 빌보드차트 뿐 아니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호주 등 전 세계의 음악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로 강남스타일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의 힘이 컸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 게시한 지 2주 만에 조회 수 1500만여 건을 넘어섰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오르는 중이다. 이것 역시 유례없는 속도인데, 지금도 조회 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쯤 하면 강남스타일은 올여름 전 세계 대표곡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중독성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싸이 특유의 엽기적인 안무와 연출, 그리고 익살스러운 '말춤'이 더해져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웃긴 안무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해 패러디 무비가 유행하게 유도한 것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 주요했다.

노래 전체를 지배하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 부분도 빠질 수 없다. 이게 영어권 외국인 귀엔 '오픈콘돔스타일'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유튜브 영상 밑엔 'open condom style~'이라며 재밌어하는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또 미국에선 '오빤 강남스타일'부분을 '오픈 콘돔스타일'로 개사해버린 패러디 영상도 떴다.

'오빤 강남스타일?' No~
'Open Condom Style' YES

'강남스타일'은 국내에서도 4주째 각종 음원순위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싸이는 "데뷔 이래 음원 사이트 올킬은 처음"이라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편 미국 음반시장의 러브콜에 그와 기획사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강남스타일' 단 한방으로 초대박을 터트린 싸이,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싸이는 2001년 데뷔하자마자 가요계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범상치 않은 마스크에 삼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반짝이 외투, 겨드랑이털이 환히 보이는 민소매 셔츠에 굵은 쇠줄 목걸이까지. 게다가 겉옷을 벗어 던지는 순간 드러나는 출렁거리는 뱃살과 처진 팔뚝 살, 그걸 신 나게 흔들어대기까지.

외모보다 한술 더 뜬 것은 음반 콘셉트과 수록된 곡의 가사내용이었다. 그의 예명 '싸이'도 사이코(Psycho)에서 따왔고 1집 앨범명은 '싸이프롬더사이코월드(Psy From The Psycho World)'이다. 예명과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데뷔 음악은 정상이 아니었다. 가사는 직설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앨범 재킷은 벌거벗은 여자와 붉은 혀, 성기의 이미지로 도배됐다. 그는 삽시간에 일탈의 아이콘으로 부상햇다.

일례로 1집 음반에 수록된 'I Love Sex'라는 곡을 보면 '퍼킹(Fucking) 그렇지 그게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유지 쉬쉬 할 필요는 없지 그치 어려서부터 제대로 못 배워 결국 가르침은 무책임한 포르노에서 그러다 모두 다 에라 모르겠다 찍 쌌다 나 몰라라 배 째라'라고 폐쇄적 성문화를 노골적인 수위로 비판했다.

그는 허위와 가식으로 사는 사람들, 엄숙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까는 기성세대들, 마지막으로 립싱크를 업으로 삼은 댄스 가수들에게 짱돌을 던져댔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는 10대들은 싸이의 음악에 열광했다.

그는 섹시한 복근과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는 아이돌 가수들과 철저히 대척점에 섰다. 그리고 엽기와 독설, 키치코드로 사회를 비판했다. 당시 10대와 20대 초반 젊은이들은 싸이를 통해 일탈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반면 기성세대 일부는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1집 앨범은 논란 끝에 미성년자판매금지 판정을 받았다. 2집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탈이 음악에만 국한된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2001년 11월 싸이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 본래 가진 엽기와 일탈적 이미지에 대마초 사건이 겹쳐지면서 싸이는 언론에게 던져진 좋은 먹잇감이 됐다. 신 나게 두들겨 맞은 후 그는 조금씩 변했다.

그래서인지 2001년 11월에 낸 싸이의 3집 앨범 <쌈마이>는 1, 2집보다 훨씬 순화돼 욕설이 일부 곡에서만 발견됐다. 자연스레 밝고 긍정적인 가사가 많아졌고 리듬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특히 현재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는 최고의 곡으로 꼽히고 있는 3집 타이틀곡 '챔피언'과 4집 타이틀곡 '연예인'은 싸이의 이전 곡과 비교하면 너무나 건전했다.

이를 두고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라에서 주는 벌 다 받았고 구속 기간 중 할아버지 상을 당하고도 가지 못하는 등 사적으로도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며 "그 일 이후 내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는 음악을 들어보면 알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대마초 사건으로 모진 풍파 맞다 보니 내공이 쌓였다"며 "직설보다 은유의 열린 해석을 시도했다"고 말해 노래의 분위기가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군대 두 번간
불운의 딴따라

이후 그는 한동안 앨범을 내지 않았다.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2003년 12월26일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군 생활 편하게 한다는 눈길을 피하려고 납작 엎드려 지내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죠. 그러다 보니 '음악만 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곡 작업만 했어요. 이중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제 갈 길 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계기가 됐죠"라 말했다.

편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싸이는 김건모, 임창정, 박지윤, 박상민 등에게 곡을 써 줬고 영화 음악 작업에도 참여하며 그의 말을 실천했다. 또 신인 가수 발굴과 양성에도 힘을 쏟으며 음악가로서 내공을 다졌다.

납작 엎드려 지냈다는 싸이지만 거대한 풍파가 닥쳐왔다. 시련은 2004년 2월 <신강균의 사실은>이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MBC 이상호 기자가 '병역특례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싸이의 병역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싸이는 병역특례비리 연예인으로 통하게 됐다.

2007년 5월 검찰에선 싸이의 부실 근무 정황을 포착했다며 싸이와 복무 회사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달 후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싸이는 자신이 근무했던 F사와 숙부 간 금품거래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형사 입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신고한 지정 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병무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다"며 병무청에 판단을 맡겨버렸다.

병무청은 2007년 7월 싸이에게 현역 20개월을 판정했다. 이에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은 병역 비리범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리멸렬한 법정싸움이 계속됐다. 검찰은 싸이를 소환했고 병역특례 업체 대표 2명은 구속기소 했다. 언론에선 '병역특례 비리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경마장 보도가 이어졌다. 당시 싸이는 9시 뉴스 단골손님이자 군대 다녀온 남자들에게 가장 씹기 좋은 술안주가 됐다.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거니와 군대를 두 번 가게 된 싸이는 이 시기가 일생일대 가장 괴로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법원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싸이는 2007년 12월 이번엔 육군 현역으로 재 입대해야했다. 재복무 중 항소했으나 2008년 8월 21일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그는 약 1년6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한 후 2009년 7월 11일에 제대했다.

군대 두 번 간 싸이, 이젠 쌍둥이 딸 아빠
배꼽 잡는 B급 엽기스타일로 세계를 점령

거의 7년여 동안 병역특례 의혹에 시달리고 군대를 두 번 가게 되면서 인생의 밑바닥을 맛봤던 싸이. 그의 앞길이 다시 창창히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양현석 대표)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평소 싸이는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양현석 대표를 존경했다고 한다. 워낙 강한 캐릭터라 독자노선을 갈 줄 알았던 싸이가 YG에 들어간 것은 사람들에게 뜻밖으로 비쳤다.

싸이의 선택은 좋은 결과를 냈다. 2009년 육군 만기전역을 달성해 '완전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싸이는 음악작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런 그에게 기획사의 전폭적 지원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2010년 10월 마침내 5집 앨범 <Right Now>를 내며 오랜 공백 기간을 끝내고 가요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2012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곡 강남스타일을 내놓았다.

지난달 25일 싸이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을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 곡이에요. '챔피언' 이후 제가 너무 건전하게만 가더라고요. '새'를 부르던 때로 돌아가서, 양스러운 감성과 춤. 이것이 대중이 저를 선택했던 첫 번째 이유였죠"라고 말했다.

대마초 사건 이후 싸이는 자신을 톱스타로 만들어준 소스인 '엽기'와 'B급 문화'를 잊고 살아왔다. 세월은 흘러 싸이도 벌써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데다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어느새 쌍둥이 딸을 둔 '딸바보' 아빠가 돼 있었다. 이를 보던 양현석 대표는 다시 데뷔 시절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고 싸이는 갑자기 그때 그 초심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이로써 싸이이기 때문에 구현할 수 있는 배꼽 빠지는 B급 엽기스타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먹혔다.

싸이의 라이브 콘서트는 김장훈 콘서트와 함께 '투톱'을 이루며 돈 아깝지 않은 콘서트로 유명하다. 그는 무대에서 "마지막 한명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노래하고 놀겠다"고 선언하곤 하는데 정말로 관객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끝나질 않는다. 그만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초심으로 만든
강남스타일

세계에서 원하는 뮤지션은 음원뿐 아니라 라이브 퍼포먼스에 큰 무게를 둔다. 밴드를 동원하여 모든 곡을 라이브로 부르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색다른 주제로 어필하는 것이 바로 미국이 원하는 색깔이다. 그래서 아이돌 걸 그룹의 기계적인 춤과 립싱크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싸이에겐 가능성이 열려있다. 오픈 콘돔스타일의 세계점령,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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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