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알바만도 못한 열정페이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2 14:23:09
  • 호수 12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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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차비도 안 되는 허드렛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2020년 시급은 8590원이다. 주 8시간으로 가정한다면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월급이 170만원은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근무 강도가 약하거나 일을 배운다는 의미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곳도 많다. 여전히 ‘열정페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열정페이’란 단어가 시대를 관통했다. 무급이나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로, 청년층이 특히 공감을 했다. 2020년 현재도 그 단어는 유효하다. <일요시사>는 청년들의 노동착취가 지금까지도 이뤄지는 특수 직종들을 정리했다. 

공부하면서
돈도 번다고?

▲헬스장 트레이너= 피트니스센터에는 견습생 트레이너가 있다. 견습생 트레이너란 다른 트레이너들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는 사람을 말한다. 센터 내 업무로는 내부 청소, 전단지 팜플렛 관련해 홍보활동 등이 있다. 

트레이너 희망자들은 견습생 트레이너가 돈을 벌면서 교육도 받고, 경험도 쌓고, 실무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센터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일반 트레이너와 비슷한 급여를 받는다. 일반 트레이너의 급여가 100만∼12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고 견습 트레이너는 이보다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 트레이너의 경우 PT라는 주 수입원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소수의 센터에서는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지불하라는 곳도 있다.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곳이라면 해부학, 영양학, 역학, 세일즈, 트레이닝 방법론, 운동 등 전문성이 띠지 않더라도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이 진행된다. 하지만 다수의 센터서 잡일만 시키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는다. 알려준다고 해도 자기와 운동하면서 원판 옮기기나 시키지, 자신의 운동이라도 제대로 전수하는 곳은 드물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트레이너 견습생들은 며칠 또는 1∼2개월 교육 받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버티고 버티면서 자기 운동하고 공부해서 센터서 자리 잡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그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트레이너의 인성에 따라 다르지만, 괜히 트레이너 견습생에게 텃세를 부리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견습 기간은 보통 2개월서 3개월로 정해져있지만, 센터마다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견습 트레이너, 퍼블릭 트레이너, 퍼스널 트레이너 등 3단계로 나뉜다. 보통 기본적인 교육이 끝나면,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한 후 테스트 통과 시 퍼블릭 트레이너로 진급시켜 주고, 회원 OT를 진행시킨다. 기본적인 회원 OT를 진행하면서 배운 것을 실습한다고 보면 된다.

시간 지나도 1일 12시간 근무
근무 강도 낮아서 저임금 지급

자체 교육 후 퍼스널 트레이닝 교육 과정 이수증을 발급하는 곳도 있지만 이 같은 이수증 및 수료증은 다른 센터서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센터에서는 기본적인 머신 사용법만 지도한 후, 몇 가지 트레이닝 매뉴얼을 주고 바로 PT를 진행하는 센터도 있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허드렛일만 하다 보면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센터에 남을지, 이직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체계적인 교육과 더불어 트레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센터들도 있긴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트레이너들의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근무시간만 늘어난 상태다. 팀장급들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데 많이 받아야 월급 15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일반 트레이너들도 하루 9시간 근무하는데 80만원서 100만원을 받는다. PT를 받는 회원이 없는 상태서 기본임금을 말하는 것이고, 자기가 알아서 회원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실 총무= 독서실은 낮은 근무 강도로 인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독서실 자리를 하나 준다는 명목으로 독서실 총무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개 동네 고급화 독서실이 평균 시급이 2500원∼3500원 수준이고, 소규모 일반 독서실은 시급이 1000원대까지 떨어지거나 그 미만을 주는 경우도 많다. 독서실 관리감독 업무는 하루 4시간 독서실 청소, 회원등록과 응대, 내부 온도조절 등이다. 
 

해당 업무를 하루 4시간씩 하고 받는 월급은 30만원수준, 시급으로 따지면 2500원이 된다. 독서실을 무료로 이용하는 20만원을 월급에 더해도 시급은 4000원정도 수준에 머문다. 2020년 최저임금 8590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 독서실 근로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업무가 쉽고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받는 돈이 너무 적어 자괴감이 든다”며 “프리미엄 독서실서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부분이 빨리 합격해서 떠나고 싶은 마음에 업주들에게 최저임금을 달라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사례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에서는 최근 독서실 총무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준수 교육을 진행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서도 이런 불법고용 사실을 알고도 방관하거나 오히려 장려하기 때문에, 독서실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어깨너머로
배우고…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피해 당사자인 근로자들이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수긍하면서 프리미엄 독서실의 최저임금 미준수와 관련된 민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들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받으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무법인 리인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받지 못한 임금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민원절차가 복잡해서’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한 커뮤니티에 페*****는 “독서실 총무로 하루 10시간 일하고 한 달에 하루 쉬는데 월급 50만원 줘서 놀랐다. 근데 또 찾아보니 이렇게 주네. 물론 하는 일이 없어서 이해는 간다만 이런 건 법에 안 걸리나?”라고 게시했다.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서는 독서실 총무대신에 ‘무료회원’이라고 표기한 뒤 사람을 채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도 독서실 총무 자리를 두고 근로자인지 대한 명확한 답은 내려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철저히 무시되는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

과거 독서실 총무 경험이 있다는 한 공무원은 “5년 전 내가 독서실서 일했을 때와 지금 그곳 임금이 똑같다. 그러나 당시에도 어느 누구도 최저임금을 달라고 요구한 직원은 없었다. 그곳은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분은 취업포털 업체들도 자세히 인지하고 있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독서실이나 고시원의 경우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점 등 그런 특수성이 존재하는 부분도 있다. 구인공고를 낼 때 최저임금이 아니면 등록 자체가 되지 않게 돼있는데, 일부 사업주들이 일단 최저시급으로 설정해놓고 상세모집요강서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한 급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모니터링 과정서 발견되면 해당 공고를 삭제 조치한다”고 말했다.

▲미용실= 지난 2013년 청년유니온이 미용실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실태를 폭로하고 나섰다. 미용실 스태프들은 하루 최대 12시간, 주 6일을 근무하고도 평균 93만원의 월급을 받아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당시 시간당 최저임금은 4860원이었다. 그러나 평균 월급을 기준으로 한 미용실 스태프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980원이었다. 


“못 받아도 
꿈 때문에”

언론은 청년유니온을 비롯해 각종 노동연구소서 발표한 노동 실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고용노동부도 집중 근로감독을 벌여 일부 제재를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20년 현재도 미용업계의 열정페이는 이어지고 있다. 하루 12시간 주 6일 근무해서 받아가는 돈은 100만원 수준이다. 

미용업계는 전형적인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다. 미용전문대학을 나와 기본기술을 습득하거나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해도, 결국은 매장서 최소 3년의 실습경험을 쌓아야 미용사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스태프들은 ‘인턴(교육생)’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미용실서 원장이나 수석 디자이너, 실장급 디자이너로부터 머리감기부터 커트, 펌, 염색 기술 등 미용실서 이뤄지는 각종 기술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미용실서 1∼2년의 스태프 경험이 있어도 3년을 채우지 못하면 또 다른 미용실에 가서도 처음부터 다시 스태프 기간을 밟아야 한다. 

교육을 명목으로 한 각종 착취가 이뤄져도 버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이나 학원서 배우는 ‘기술’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육비의 액수가 15만원서 20만원까지 책정돼있는 관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매장은 회당 10만∼20만원의 교육비를 스태프들로부터 관행적으로 받고 있다. 이 돈은 결국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받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업주 입장에선 세금 포탈의 방식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급여명세서상의 지급액과 실지급액은 교육비 및 각종 재료비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스태프 한 명당 50만∼80만원을 돌려받았다면, 스태프 10명 기준으로 약 500만∼800만원의 돈이 지출내역만 있을 뿐 매달 사업주의 주머니로 다시 들어간 셈이다. 일부 사업주는 ‘돌려받기’를 감추기 위해 사업주 명의 계좌가 아닌 수석 디자이너나 부원장급 디자이너의 계좌로 스태프들의 교육비를 돌려받고, 그 돈을 현금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정당한 대우 못 받아 퇴사 고민
휴게시간도 제대로 인정 못받아

스태프들은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설령 근로계약서에는 ‘1일 2시간의 휴게시간 제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도 실제 2시간을 쉬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부 미용실 스태프들은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합해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미용업계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도제식 교육을 통해 운영되고, 그런 과정서 실습비 명목으로 노동자에게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최저임금 지급이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곳이 미용업계라는 이야기다. 김 부소장은 2013년 서비스산업 노동과정 실태 기획연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헤어숍 헤어 디자이너와 스태프 노동 과정’을 연구한 당사자다. 

김 부소장은 “이쪽 업계는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해도 개선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용 스태프들은 잦은 이직으로 고용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업계의 유입과 이탈이 많아 특정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줄임말인 ‘게스탭’은 부정적인 의미로 알려졌다. 게스탭은 게스트하우스서 근무하면서 노동의 대가로 급여 대신 숙식을 제공받는다.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직원이 숙식 제공으로 보상을 받는 건 아니다.
 

예전에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서 ‘낭만페이’ 논란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서 직원이 아닌 ‘스태프’를 모집한다고 해 돈이 아쉬운 청년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간단한 소일거리라고 생각한 청년들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지원한다. 게스트하우스 업주는 스태프에게 손님 체크인과 안내 등 게스트하우스 내 잡무를 시킨다. 또 바비큐파티와 관련해 준비 및 정리도 해야 한다. 게스탭은 청소 2시간, 잡무 6시간 등의 노동을 하게 된다. 이로써 게스탭은 근로 과정서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자에게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고, 근무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으며, 근로의 대가를 받는 종속관계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월급 받아도
교육비로 반납

다만, 게스트하우스의 사업주와 스태프는 1∼2개월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명확한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게스탭 경험자였던 A씨는 “게스탭으로서 과중하게 노동을 부담했던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정당하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호받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게스트하우스느 스태프를 모집할 때 근로시간과 휴게 시간을 명확하게 표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배움 핑계로…아직도 도제식 교육?

대가로 기술 배울 수 있어도제는 상인과 장인의 직업 교육 제도이며 젊은 세대를 업무에 종사시키는 제도를 의미한다.

도제와 제자도 경력을 구축할 수 있으며, 공공 기술 인증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도제는 고용주와 계약한 기간 지속적인 노동에 종사하여 대가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디자이너부터 포토그래퍼, 연극 배우 등 예술업계에서 하는 일에 비해 터무니없는 것이 월급과 대우로 그곳을 쉽게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 스튜디오나 헤어샵 등은 대부분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배우는 도제식 근무가 많은 데서 일어나는 문제가 많았다.

배움을 핑계로 적은 월급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넘기는 식의 불공정한 대우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사진과를 졸업한 김모(30)씨는 작년까지 모 작가의 스튜디오서 일했다.

계약한 기간 지속적 노동

그는 스튜디오 실장 밑에서 사진 기술을 배우고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도제식 교육이 일반화된 업계 특성상 개인의 권리를 챙기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김씨는 “매일 출근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100만원 초반대의 월급을 받고 일한다. 최근에 일하러 갔던 한 스튜디오에서는 하루에 4만원을 받고 수습 기간이 끝나면 건 당 수입을 받는 것으로 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4만원이면 시급 5000원꼴이다. 그렇게 일을 배운 신입 포토그래퍼는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해 자기가 배운 것을 반복한다. 결국 뿌리 깊은 사진업계의 악습은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 개인이 추구하는 사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스튜디오가 있는 전문가의 경우 그 자체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실력 향상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내에서 부당대우를 받더라도 쉽게 내부고발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업계가 좁아 섣불리 고발했다간 불이익을 얻을까 두렵다는 것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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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