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알바만도 못한 열정페이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2 14:23:09
  • 호수 12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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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차비도 안 되는 허드렛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2020년 시급은 8590원이다. 주 8시간으로 가정한다면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월급이 170만원은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근무 강도가 약하거나 일을 배운다는 의미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곳도 많다. 여전히 ‘열정페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열정페이’란 단어가 시대를 관통했다. 무급이나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로, 청년층이 특히 공감을 했다. 2020년 현재도 그 단어는 유효하다. <일요시사>는 청년들의 노동착취가 지금까지도 이뤄지는 특수 직종들을 정리했다. 

공부하면서
돈도 번다고?

▲헬스장 트레이너= 피트니스센터에는 견습생 트레이너가 있다. 견습생 트레이너란 다른 트레이너들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는 사람을 말한다. 센터 내 업무로는 내부 청소, 전단지 팜플렛 관련해 홍보활동 등이 있다. 

트레이너 희망자들은 견습생 트레이너가 돈을 벌면서 교육도 받고, 경험도 쌓고, 실무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센터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일반 트레이너와 비슷한 급여를 받는다. 일반 트레이너의 급여가 100만∼12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고 견습 트레이너는 이보다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 트레이너의 경우 PT라는 주 수입원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소수의 센터에서는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지불하라는 곳도 있다.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곳이라면 해부학, 영양학, 역학, 세일즈, 트레이닝 방법론, 운동 등 전문성이 띠지 않더라도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이 진행된다. 하지만 다수의 센터서 잡일만 시키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는다. 알려준다고 해도 자기와 운동하면서 원판 옮기기나 시키지, 자신의 운동이라도 제대로 전수하는 곳은 드물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트레이너 견습생들은 며칠 또는 1∼2개월 교육 받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버티고 버티면서 자기 운동하고 공부해서 센터서 자리 잡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그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트레이너의 인성에 따라 다르지만, 괜히 트레이너 견습생에게 텃세를 부리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견습 기간은 보통 2개월서 3개월로 정해져있지만, 센터마다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견습 트레이너, 퍼블릭 트레이너, 퍼스널 트레이너 등 3단계로 나뉜다. 보통 기본적인 교육이 끝나면,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한 후 테스트 통과 시 퍼블릭 트레이너로 진급시켜 주고, 회원 OT를 진행시킨다. 기본적인 회원 OT를 진행하면서 배운 것을 실습한다고 보면 된다.

시간 지나도 1일 12시간 근무
근무 강도 낮아서 저임금 지급

자체 교육 후 퍼스널 트레이닝 교육 과정 이수증을 발급하는 곳도 있지만 이 같은 이수증 및 수료증은 다른 센터서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센터에서는 기본적인 머신 사용법만 지도한 후, 몇 가지 트레이닝 매뉴얼을 주고 바로 PT를 진행하는 센터도 있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허드렛일만 하다 보면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센터에 남을지, 이직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체계적인 교육과 더불어 트레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센터들도 있긴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트레이너들의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근무시간만 늘어난 상태다. 팀장급들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데 많이 받아야 월급 15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일반 트레이너들도 하루 9시간 근무하는데 80만원서 100만원을 받는다. PT를 받는 회원이 없는 상태서 기본임금을 말하는 것이고, 자기가 알아서 회원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실 총무= 독서실은 낮은 근무 강도로 인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독서실 자리를 하나 준다는 명목으로 독서실 총무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개 동네 고급화 독서실이 평균 시급이 2500원∼3500원 수준이고, 소규모 일반 독서실은 시급이 1000원대까지 떨어지거나 그 미만을 주는 경우도 많다. 독서실 관리감독 업무는 하루 4시간 독서실 청소, 회원등록과 응대, 내부 온도조절 등이다. 
 

해당 업무를 하루 4시간씩 하고 받는 월급은 30만원수준, 시급으로 따지면 2500원이 된다. 독서실을 무료로 이용하는 20만원을 월급에 더해도 시급은 4000원정도 수준에 머문다. 2020년 최저임금 8590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 독서실 근로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업무가 쉽고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받는 돈이 너무 적어 자괴감이 든다”며 “프리미엄 독서실서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부분이 빨리 합격해서 떠나고 싶은 마음에 업주들에게 최저임금을 달라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사례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에서는 최근 독서실 총무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준수 교육을 진행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서도 이런 불법고용 사실을 알고도 방관하거나 오히려 장려하기 때문에, 독서실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어깨너머로
배우고…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피해 당사자인 근로자들이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수긍하면서 프리미엄 독서실의 최저임금 미준수와 관련된 민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들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받으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무법인 리인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받지 못한 임금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민원절차가 복잡해서’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한 커뮤니티에 페*****는 “독서실 총무로 하루 10시간 일하고 한 달에 하루 쉬는데 월급 50만원 줘서 놀랐다. 근데 또 찾아보니 이렇게 주네. 물론 하는 일이 없어서 이해는 간다만 이런 건 법에 안 걸리나?”라고 게시했다.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서는 독서실 총무대신에 ‘무료회원’이라고 표기한 뒤 사람을 채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도 독서실 총무 자리를 두고 근로자인지 대한 명확한 답은 내려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철저히 무시되는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

과거 독서실 총무 경험이 있다는 한 공무원은 “5년 전 내가 독서실서 일했을 때와 지금 그곳 임금이 똑같다. 그러나 당시에도 어느 누구도 최저임금을 달라고 요구한 직원은 없었다. 그곳은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분은 취업포털 업체들도 자세히 인지하고 있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독서실이나 고시원의 경우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점 등 그런 특수성이 존재하는 부분도 있다. 구인공고를 낼 때 최저임금이 아니면 등록 자체가 되지 않게 돼있는데, 일부 사업주들이 일단 최저시급으로 설정해놓고 상세모집요강서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한 급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모니터링 과정서 발견되면 해당 공고를 삭제 조치한다”고 말했다.

▲미용실= 지난 2013년 청년유니온이 미용실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실태를 폭로하고 나섰다. 미용실 스태프들은 하루 최대 12시간, 주 6일을 근무하고도 평균 93만원의 월급을 받아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당시 시간당 최저임금은 4860원이었다. 그러나 평균 월급을 기준으로 한 미용실 스태프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980원이었다. 


“못 받아도 
꿈 때문에”

언론은 청년유니온을 비롯해 각종 노동연구소서 발표한 노동 실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고용노동부도 집중 근로감독을 벌여 일부 제재를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20년 현재도 미용업계의 열정페이는 이어지고 있다. 하루 12시간 주 6일 근무해서 받아가는 돈은 100만원 수준이다. 

미용업계는 전형적인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다. 미용전문대학을 나와 기본기술을 습득하거나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해도, 결국은 매장서 최소 3년의 실습경험을 쌓아야 미용사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스태프들은 ‘인턴(교육생)’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미용실서 원장이나 수석 디자이너, 실장급 디자이너로부터 머리감기부터 커트, 펌, 염색 기술 등 미용실서 이뤄지는 각종 기술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미용실서 1∼2년의 스태프 경험이 있어도 3년을 채우지 못하면 또 다른 미용실에 가서도 처음부터 다시 스태프 기간을 밟아야 한다. 

교육을 명목으로 한 각종 착취가 이뤄져도 버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이나 학원서 배우는 ‘기술’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육비의 액수가 15만원서 20만원까지 책정돼있는 관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매장은 회당 10만∼20만원의 교육비를 스태프들로부터 관행적으로 받고 있다. 이 돈은 결국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받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업주 입장에선 세금 포탈의 방식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급여명세서상의 지급액과 실지급액은 교육비 및 각종 재료비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스태프 한 명당 50만∼80만원을 돌려받았다면, 스태프 10명 기준으로 약 500만∼800만원의 돈이 지출내역만 있을 뿐 매달 사업주의 주머니로 다시 들어간 셈이다. 일부 사업주는 ‘돌려받기’를 감추기 위해 사업주 명의 계좌가 아닌 수석 디자이너나 부원장급 디자이너의 계좌로 스태프들의 교육비를 돌려받고, 그 돈을 현금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정당한 대우 못 받아 퇴사 고민
휴게시간도 제대로 인정 못받아

스태프들은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설령 근로계약서에는 ‘1일 2시간의 휴게시간 제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도 실제 2시간을 쉬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부 미용실 스태프들은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합해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미용업계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도제식 교육을 통해 운영되고, 그런 과정서 실습비 명목으로 노동자에게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최저임금 지급이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곳이 미용업계라는 이야기다. 김 부소장은 2013년 서비스산업 노동과정 실태 기획연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헤어숍 헤어 디자이너와 스태프 노동 과정’을 연구한 당사자다. 

김 부소장은 “이쪽 업계는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해도 개선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용 스태프들은 잦은 이직으로 고용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업계의 유입과 이탈이 많아 특정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줄임말인 ‘게스탭’은 부정적인 의미로 알려졌다. 게스탭은 게스트하우스서 근무하면서 노동의 대가로 급여 대신 숙식을 제공받는다.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직원이 숙식 제공으로 보상을 받는 건 아니다.
 

예전에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서 ‘낭만페이’ 논란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서 직원이 아닌 ‘스태프’를 모집한다고 해 돈이 아쉬운 청년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간단한 소일거리라고 생각한 청년들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지원한다. 게스트하우스 업주는 스태프에게 손님 체크인과 안내 등 게스트하우스 내 잡무를 시킨다. 또 바비큐파티와 관련해 준비 및 정리도 해야 한다. 게스탭은 청소 2시간, 잡무 6시간 등의 노동을 하게 된다. 이로써 게스탭은 근로 과정서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자에게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고, 근무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으며, 근로의 대가를 받는 종속관계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월급 받아도
교육비로 반납

다만, 게스트하우스의 사업주와 스태프는 1∼2개월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명확한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게스탭 경험자였던 A씨는 “게스탭으로서 과중하게 노동을 부담했던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정당하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호받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게스트하우스느 스태프를 모집할 때 근로시간과 휴게 시간을 명확하게 표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배움 핑계로…아직도 도제식 교육?

대가로 기술 배울 수 있어도제는 상인과 장인의 직업 교육 제도이며 젊은 세대를 업무에 종사시키는 제도를 의미한다.

도제와 제자도 경력을 구축할 수 있으며, 공공 기술 인증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도제는 고용주와 계약한 기간 지속적인 노동에 종사하여 대가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디자이너부터 포토그래퍼, 연극 배우 등 예술업계에서 하는 일에 비해 터무니없는 것이 월급과 대우로 그곳을 쉽게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 스튜디오나 헤어샵 등은 대부분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배우는 도제식 근무가 많은 데서 일어나는 문제가 많았다.

배움을 핑계로 적은 월급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넘기는 식의 불공정한 대우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사진과를 졸업한 김모(30)씨는 작년까지 모 작가의 스튜디오서 일했다.

계약한 기간 지속적 노동

그는 스튜디오 실장 밑에서 사진 기술을 배우고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도제식 교육이 일반화된 업계 특성상 개인의 권리를 챙기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김씨는 “매일 출근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100만원 초반대의 월급을 받고 일한다. 최근에 일하러 갔던 한 스튜디오에서는 하루에 4만원을 받고 수습 기간이 끝나면 건 당 수입을 받는 것으로 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4만원이면 시급 5000원꼴이다. 그렇게 일을 배운 신입 포토그래퍼는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해 자기가 배운 것을 반복한다. 결국 뿌리 깊은 사진업계의 악습은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 개인이 추구하는 사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스튜디오가 있는 전문가의 경우 그 자체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실력 향상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내에서 부당대우를 받더라도 쉽게 내부고발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업계가 좁아 섣불리 고발했다간 불이익을 얻을까 두렵다는 것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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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