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그들만의 아지트 대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0:47:26
  • 호수 1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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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도 왔다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서울 이태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33명으로 집계됐다(지난 14일 정오 기준). 0시 기준 131명보다 2명이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확진자 133명 중 이태원 일대 클럽 방문자는 82명이다. 나머지 51명은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세가 ‘N차 감염’으로 번지고 있다.

당초 초발 환자로 지목된 용인 확진자 A씨는 지난 2일 새벽 이태원 소재 클럽을 다녀온 후 확진됐다. 그후 지역발생 환자는 지난 10일 26명이 나온 데 이어 11일 29명, 12∼13일 22명을 기록했다. 방역당국이 이태원 클럽 관련 조사 기간 및 범위를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 방문자들로 넓히면서, 진단검사는 지난 14일에만 2만여건이 진행될 정도로 확대됐다. 

황금연휴 때 
클럽에 집합

용인 확진자 A씨는 이태원 게이클럽을 방문해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사과했다. 7일 <국민일보>는 A씨가 이날 자신의 SNS에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연휴 기간 여행 및 클럽 방문은 변명할 여지없이 저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이태원에 있는 총 세 곳의 클럽을 방문했으며, 세 곳의 당일 방문자 수는 2000여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 A씨와 함께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안양시 거주 20대 남성도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추가적인 루머와 억측들이 돌고 있는 것 같아 말씀드린다. 여행 및 클럽은 증상이 없는 상태서 이동 및 방문했으며, 2일 저녁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럽은 지인의 소개로 방문했고 클럽의 경우 호기심에 방문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았으며 성소수자를 위한 클럽, 외국인을 위한 클럽, 일반 바 형태의 클럽들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클럽 중 한 곳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영업일 모두 매일 클럽 내부를 자체적으로 방역하고 입장 시 발열 체크, 발열 여부와 해외 방문 이력 등을 포함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재입장 시 필수 손 소독 절차, 마스크 착용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으나 확진자 동선에 노출됐다”며 “해당 확진자에 대한 추측성 소문과 신상 공개 등은 자제해달라”고 전했다. 

밤만 되면 종로서 다함께 모여
수면방 중독…매주 가는 사람도

방송인 홍석천 역시 이태원 클럽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소수자는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 지인, 사회에 알려지는 게 두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본인과 가족·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며 “다행히 ‘익명 보장’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역 당국과 의료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쏟은 그동안의 힘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하길 간곡히 권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석천의 이 같은 발언은 A씨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 중 성소수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클럽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 때문에 검사를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 용산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문병희 기자

A씨의 동선으로 파악된 K, Q, T 클럽 모두 게이클럽으로 밝혀졌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게이가 알려주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성소수자라고 밝힌 B씨는 “나는 은둔형(숨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게이가 어떻게 노는지, 패턴은 어떻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수의 게이들이 이렇다는 거지 내가 대표성을 가지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설명에 들어갔다.

그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황금연휴였잖냐? 마침 그 기간에 이태원 클럽이 3주년이라 사람이 더 많았다”며 “유명인사, 연예인들도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금연휴에 (클럽)3주년까지 겹쳐 조선 8도 지방에 사는 게이들이 전부 상경해 난리가 났었다. 방명록이 있으면 뭐하나, 전부 다 허위로 적고 입장하고 마스크는 대기할 때만 썼다”며 “클럽 안에서 미모 자랑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이태원발
확진자↑

한 게이클럽의 입장료는 일반 클럽과 비교해 입장료부터 다르다. 금요일의 경우 남자는 1만원, 여자는 3만원이고 토요일의 경우 남자는 15000원, 여자는 5만원이다. 

한 네티즌은 “입장료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게이클럽을 입장하는 여자들은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이 없어 자유롭게 놀다가 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게이클럽에 여자들도 출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와 본인의 방황을 계기로 <기독일보>에 제보한 이 동성애자는 “게이클럽은 제가 알기로 ‘종태원’(게이들이 종로와 이태원을 합쳐서 부르는 말)과 부산에 한 군데 있다”며 “K클럽은 게이 클럽이어서 입장료가 남성은 저렴하고 여성은 비싸다”고 소개했다.

그는 “T는 클럽이지만 드랙쇼로 유명하다”며 “이곳은 남성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가끔 운영진과 친분이 있는 여성 연예인들도 볼 수 있다. 최근에도 손모씨가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드랙쇼는 남성이 복장부터 분장, 생각, 행동까지 여성처럼 하는 공연을 말한다. 춤과 노래 립싱크, 패션쇼, 연기,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 이태원 코로나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킹클럽 ⓒ문병희 기자

성 소수자를 위한 ‘호빠’(호스트바)는 대구, 부산, 종로, 이태원 등에 존재하며, 술값은 수십만원에 달하고 ‘선수’ 테이블 봉사료가 별도인 경우도 있다. 일부 바에서는 ‘2차’(동성 성관계)가 존재하며, 게이가 아니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제 공개
아웃팅 우려

또 서울과 부산 쪽에는 게이 마사지숍이 있으며, 마사지사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고 역시 성행위도 이뤄질 수 있다고도 한다.


그는 “동성애자, 즉 게이들은 ‘이반시티’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와 어플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성욕을 해결한다”며 “활동하는 동안 점차로 동성애자들의 세계가 제 생각보다 훨씬 넓고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반시티는 LGBT KOREA(엘지비티 코리아)에 의해 1999년 5월 ‘화랑’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이후 2000년 11월 ‘이반시티’로 이름을 바꿔 인터넷 포털 서비스·전자 상거래·비디오 제작업·출판업·문화산업·온라인 쇼핑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최대 남성 동성애자 웹사이트다. 2017년 1월 기준으로 회원 수 22만명, 하루 접속자 수 5만∼6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 10일 이 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는 “이태원이나 ’블랙‘ 다녀온 애들아, 절대 검사 받으러 가지 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자취하고 사이버강의 듣는 대학생이면 상관없지만, 직장인이면 무조건 버텨’라며 ‘어차피 걸릴 가능성도 없고 니들이 걸렸으면 지역사회 감염도 시작됐다는 것이니 팬데믹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텨. 어차피 안 죽고 대구처럼 팬데믹이 오면 동선 공개도 안 돼. 그냥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걸리길 빌자’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진 시 동선 공개 및 거주지, 직장 등 신상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면서 아웃팅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데믹이 오길 기다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걸리길 빌자’라는 내용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해당 글로 인해 이번 게이클럽 이슈가 신천지와 다름없다며,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능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 서울 홍대클럽 거리

해당 게시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사이트 측은 공지 팝업을 통해 “현재 인터넷에 캡처돼 공유된 팬데믹 관련 게시글은 공식입장이 아니다. 사이트 이용자와 운영진은 도덕적인 사회규범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작성된 글의 댓글에도 글쓴이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반응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동성애자들이 모르는 상대를 만나 관계를 맺는 찜질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 시내에만도 여러 곳이 존재한다. 서울 논현역 인근 ‘동성애 사우나’로 알려진 OO는 카페 홈페이지에 ‘남자만 가입 가능’이라고 돼있으며, 실제로 근육질의 체형만 입장이 가능하고 뚱뚱한 남성들은 들어갈 수 없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요금 비싸
강남 제한적 입장 제한

이곳 카페들은 40대 이상은 출입이 되지 않고, 22세 이하는 무료 쿠폰을, 25세 이하에게는 할인 쿠폰을 발행 중이다. ‘언더웨어(Underwear)’ ‘누드(Nude Only)’ ‘음란한 체대창고(현역 체대생 무료)’ ‘금요 누드’ 등 요일별 이벤트의 야릇한 카피들로 초기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런 사우나 또는 블랙수면방 등이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반면, 이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년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게이 사우나’ OO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했다. 종로 관철동에는 헬스장을 사용하면서 찜질방까지 이용할 수 있는 OOO도 있다.

이 밖에 이태원 지역 클럽들의 경우 사우나서 동성 간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손님이 많지 않은 일반 사우나 중 일부에선 남성 동성애자들이 암암리에 모여 성행위를 하는 일들이 있다. 서울대 입구와 가산디지털단지, 한성대 입구 등지의 일부 사우나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 사우나는 밤이 되면 찜방보다 더 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찾아오고, 다른 사우나는 행정명령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남성 동성애자들끼리 모여 성행위를 한다고 한다.

강남에 있는 수면방도 게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입장 조건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이들만 출입 가능하다.
 

▲ 블랙수면방 입장 조건 안내문

입장 제한 조건으로는 ▲뚱뚱한 사람 ▲45세 이상 ▲복도서 라이터 켜는 사람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고 끼 부리는 사람 ▲금지약물 복용했거나 술에 취한 사람 ▲피부병이 있거나 전염병이 있는 사람 ▲타인을 촬영하거나 촬영 목적이 있는 사람 ▲폭력적이거나 시비 거는 사람 ▲과도한 문신으로 타인에게 공포감 주는 사람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하는 사람 등이다. 

한 이용자는 “우리들도 이런 곳에 다니는 애들은 기피하지만 중독돼 매주 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찜방은 비싸봐야 2만원”이라고 언급했다. 또 “확진자가 1명이라도 가면 그곳 특성상 감염 확률은 100%”라며 “문제는 이런 곳들은 질본서 확진자나 접촉자를 추적하는 모든 방법이 안 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정보공유

아울러 “모든 사람들이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전화기는 라커에 넣어놓고 꺼둔다”며 기지국 조회 방법도 힘들 것이라 했다. 그는 “99% 현금결제에 카드내역 조회도 안 되며, 이곳에는 CCTV조차 없어 추적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곳은 확진자가 거쳐간 곳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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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