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획특집 봄을 찾는 사람들 ③ 서민들의 고군분투 사연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어느 해보다 힘들게 맞은 2009년에도 어김없이 설날은 찾아왔다. 눈에 띄게 줄어든 상여금으로 차린 초라한 차례상과 지난 명절보다 부쩍 늘어난 친지들의 하소연으로 우울한 명절이다. 그러나 조카들에게 줄 빳빳한 세뱃돈을 뽑는 손길에는 설렘이 묻어난다. 구정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 저마다의 인생에도 봄날이 오리란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희망은 누구보다 봄날이 찾아오길 고대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값진 에너지다. 2009년 설날을 맞아 인생의 봄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미네르바 논쟁, 정부 각료들의 대대적인 물갈이, 구조조정 바람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오랜만에 뵐 부모님과 모처럼 찾아온 연휴로 설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보다 봄날을 찾는 이들이 있다. 구정을 쇠고 본격적인 2009년이 시작되면 그토록 원하던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사는 이들이다.

 이 시대의 백수, 백조들도 꿈을 위해 설 명절도 반납하고 언젠가 찾을 봄날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 후 수년간 사회에 발조차 딛지 못한 ‘취업 장수생’들에게 설은 풀어진 고삐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몇 년째 면치 못한 백수신세가 친척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더욱 처량해지는 것이 명절이기 때문이다.
2006년 2월 대학교를 졸업한 정모(28·여)씨도 몇 년째 백수탈출에 실패하고 우울한 설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낸 이력서만 수백 통. 면접이라도 본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력서를 낼 회사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나이에 걸려 원서를 낼 자격조차 주지 않고 있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할 따름이다.
지금 정씨에게 가장 부러운 사람은 새벽밥을 먹고 러시아워에 복잡한 지하철을 타는 평범한 직장인들. 그리고 일찌감치 결혼해 전업주부가 된 또래 친구들이다.
정씨는 “이렇게 오랫동안 취업으로 마음고생을 할 줄 알았다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집’이라도 갈 걸 그랬다”며 “속절없이 나이만 먹은 데다 직장도 없는 신세니 선조차 들어오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정씨는 2009년엔 반드시 원하던 직장인이 될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월부터 최대의 취업한파가 몰아닥친다고는 하지만 위기는 기회란 말을 곱씹으며 오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막막하기는 대학졸업식을 앞둔 예비 백수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에게 사각모를 씌워드리고 사회로 가는 첫발을 내딛는 날을 축하했던 대학졸업식은 취업난과 함께 썰렁해졌다. 취업을 못한 학생들은 졸업식 전에 졸업장만 찾아 황급히 학교를 떠나기 바쁘고 이미 취업을 한 학생들은 첫 직장에 적응하기 바빠 졸업식은 뒷전이 됐기 때문이다.
오는 2월 서울 모 대학교 졸업을 앞둔 최모(27)씨도 아직 취업을 못한 상태다. 금융권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 4년 동안 관련공부를 했던 최씨. 그러나 막상 취업전선에 나가니 자신이 그동안 쌓아왔던 스펙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경쟁자들은 무시무시한 무기들로 중무장한 채 그를 위협하고 있었다.
결국 다른 분야로도 눈길을 돌려 부지런히 원서를 내고 있지만 좀처럼 합격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최씨는 “졸업식 날짜를 묻는 부모님에게 괜히 신경질만 부린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서울에 올 차비조차 드리지 못하는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취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경제활동인 중 한 사람이 되겠다는 백수들의 의지는 어떤 한파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기업과 공공기관의 인턴채용 증가, 건설채용 확대 등 조금씩 보이는 불빛은 이들에게 더욱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결혼적령기를 놓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솔로생활을 하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도 인생 제2막의 봄날을 찾고 있다. 점차 늦어지는 결혼적령기로 노총각, 노처녀의 개념 또한 무뎌지는 추세다. 20대 후반이면 ‘혼기 꽉 찬 노총각·노처녀로 치부했던 몇 해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애써 변명하는 노총각, 노처녀도 설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올해 설에도 나 홀로 고향 길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처량할 뿐만 아니라 연휴 내내 들을 부모님의 잔소리도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웹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직장여성 서모(38)씨도 설 연휴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무리 결혼적령기가 높아졌다 해도 여자 나이 서른여덟은 누구나 노처녀로 인정(?)하는 나이다.
조건만 따져보면 서씨가 아직 미혼인 것을 누구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결혼하는 데 결격사유가 없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나와 10여년 직장생활을 하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고액연봉을 받고 있고 통장잔고도 꽤 된다.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또래 유부녀들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미모에 몸매도 늘씬한 편. 거기에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 스타일리쉬하다는 말을 지겹도록 듣는 그녀다.
누가 봐도 서씨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독신여성이다. 흔히 말하는 ‘골드미스’의 범주에 속한다. 그녀 역시 자신의 나이가 적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결혼쯤 못할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경기 한파 속에서도 설레는 설날, 새해 계획 재정비하는 이들
명절 반납하며 봄날 찾아 취업준비 매진하는 이 시대 백수들 
이번 설도 혼자 고향 가는 노총각, 노처녀들의 짝 찾기 대장정
내 집 장만, 금연, 성매매 탈피 등 목표 향한 소시민들의 노력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남들의 시선에 쫓겨 결혼을 해치우듯 하기는 싫었지만 마흔이 가까워오자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경제적인 안정도 외로움을 떨쳐내 주지는 못했다. 결국 서씨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도 하고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눈에 차지 않는 남성들과 선도 보는 등 결혼을 위한 각고의 노력 중이다.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김모(39)씨도 ‘불혹’의 나이가 되기 전 신붓감을 구하려고 종횡무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0살이 넘는 여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눈이 높았지만 지금은 “결혼할 처녀 찾아 베트남이라도 가야할 판국”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대폭 눈높이를 낮춘 김씨는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누구든 괜찮다”며 최대목표가 된 결혼을 위해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결혼을 한 이들 중에도 새 식구를 만드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고통을 받는 이들이 있다. 불임부부들이 그들. 특히 시댁식구와 마주해야하는 설은 아기 없는 며느리들에겐 여간 불편한 날이 아니다.
결혼 4년차인 이모(32·여)씨는 명절이 전혀 즐겁지 않다. 시댁식구를 만나는 것이 최대의 고역이기 때문이다. 이씨 부부는 일부러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기지 않아 못 낳는 불임부부다.
처음 2년간은 그다지 초조하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터라 임신이 되지 않은 것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아이를 재촉하는 시어머니의 전화횟수가 잦아졌고 이씨도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결국 그녀는 지난해 3월경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편과 자신에게 별다른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과 달랐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란 진단이 내려진 것.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소에 구멍이 뚫려 있어 임신이 쉽게 될 수 없는 병이다.
이때부터 명절은 눈물바람의 연속이었다. 지난 추석에도 이씨는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부엌에서 술안주를 내 오다 “쟤는 언제 아이 가지려고 저렇게 천하태평이냐. 입양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등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남 이야기 듣듯 자리를 지키는 남편도 이씨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이씨처럼 불임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적지 않다. 기혼여성의 불임률이 13.5%에 달하고, 7쌍 중 1쌍이 불임부부란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무려 140만여 쌍의 부부가 아기의 웃음소리를 기다리며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 임신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던 부부들도 새해부터 시작된 각종 정책에 새로운 희망을 얻고 있다. 지자체들의 불임부부 의료비 지원 확대 계획,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기술 개발, 다양한 불임부부 지원 프로그램 등 불임부부에게 힘을 주는 뉴스들이 그것.
비닐 가림막에 의지해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인들도 따뜻한 봄날을 위해 강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다른 상인들과는 달리 설 대목 특수조차 누리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어엿한 점포에서 장사를 할 수 있으리란 꿈이 있기에 겨울이 그리 춥지는 않다.
또 무점포상인 등 영세상인들을 위한 정책자금과 신용보증이 크게 확대되어 은행돈을 빌리는 것이 한층 수월해지는 등 새로 생긴 정책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봄날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날로 치솟는 전세, 월세에 지쳐 작은 아파트라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소시민들도 어느 해보다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올해 시행되는 부동산정책으로 어느 때보다 집 마련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세금인하와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새 부동산정책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을 장만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젊은 부부들은 더욱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의 대상이 올해부터 한층 넓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였던 것이 100% 이하로, 맞벌이의 경우 120% 이하로 완화됐고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되는 등 자격이 한층 완화된 것.
이밖에도 새해엔 기필코 성매매에서 벗어나 떳떳한 직업을 갖겠다는 여성들, 몇 번이나 실패했던 금연을 성공하겠다는 흡연자들, 부지런히 돈을 벌어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외국인 노동자들, 길바닥을 떠나 가정으로 돌아가겠다는 노숙자 등 봄날을 찾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설날에도 눈물겹게 이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배가 해주는 조언
“분명한 목표부터 세워라”

인생선배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조언으로 분명한 목표를 세울 것을 당부했다. ‘씽굿’과 ‘스카우트’가 성인 789명을 대상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28.90%가 ‘분명한 진로목표를 세워라’ 라고 충고했다.
이어 2위에는 ‘다양한 경력·경험 쌓기’(18.30%)가 올랐으며 ‘영어나 어학공부’(17.50%), ‘인간관계’(13.30%)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어려운 취업난을 헤쳐 나가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로목표를 세워 이에 맞는 다양한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 ‘자격증 취득’(7.60%), ‘일찍 취업 준비’(5.70%), ‘전공공부’(3.40%), ‘해외여행(어학연수)’(3.00%), ‘취업노하우 습득’(1.90%) 등이 있었다.
한편 취업성공을 위해 꼭 가졌으면 하는 멘토로는 ‘관심분야 전문가’(37.60%)가 1위로 추천됐다. 2위에는 ‘관심분야 직장인’(25.90%), 3위엔 ‘진로분야 커뮤니티’(11.40%)가 올랐다. 이외에 기업인(6.80%), 취업담당 선생님(4.90%), 선배(4.60%), 교수(3.40%), 가족 친척(1.9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60% 상사에 아부 경험
“직장에선 아부도 능력”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사에서 상사에게 아부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12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0%가 ‘직장에서 아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0.2%는 ‘불황 전보다 아부의 빈도가 늘었다’고 말했다.
아부를 하는 이유는 ‘상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7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48.2%), ‘상사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27.0%), ‘감원 등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서’(15.3%), ‘승진을 하거나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13.6%), ‘원래 성격이기 때문에’(13.4%), ‘주변의 권유로’(4.4%)등 순으로 집계됐다.
자주 쓰는 아부 방법은 ‘재미없는 말도 경청하며 크게 웃어준다’(51.5%)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커피나 음료를 챙겨드린다’(42.0%), ‘업무능력을 추켜 세워준다’(35.1%), ‘외모나 패션에 대해 칭찬한다’(34.6%) 등이 있었다.
직급에 따라서 사원급은 ‘커피나 음료를 챙겨드린다(41.8%)’가 가장 많았고, 대리급은 ‘재미없는 말도 경청하며 크게 웃어준다’(26.9%), 과장급은 ‘업무능력을 추켜 세워준다’(21.7%), 차·부장급 ‘타인에게 들은 상사에 대한 기분 좋은 말을 전한다’(21.6%), 임원급은 ‘대소사를 챙긴다’(25.0%)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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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