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명물 휴게소

‘고속도로 위의 오아시스’ 열배는 즐겁네


즐거운 설 연휴가 다가왔다. 가족·친지를 만날 마음에 벌써부터 설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귀성·귀경 전쟁을 치를 생각만 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차들로 앞뒤가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칭얼거림, 가족들의 차멀미 등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날만 손꼽아 기다려 온 부모와 조상들을 찾아뵙지 않는 것은 자식·자손 된 도리가 아닐 터. 그렇다면 좀 더 즐겁게 귀성·귀경하는 방법은 없을까.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러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휴게소 가면 사우나도 있고 동물농장도 있고
먹고 보고 즐기다 보니 “어라! 벌써 도착했네”


고속도로 휴게소가 달라지고 있다. 저마다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가 하면 어린이 놀이방, 야구연습장, 건강진단코너 등 특이시설을 설치,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설 연휴기간에는 팩스, 인터넷, 고속도로 카드 충전 등 다기능 종합서비스가 제공되고 신권교환, 가훈 써주기, 휴대전화 무료 수리, 즉석 사진 촬영 등의 다채로운 행사도 개최된다. 여기에 더해 휴게소에 들르면 주변 경관 감상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금강·칠곡 휴게소
대진고속도로 인삼랜드·산청 휴게소

경부고속도로에 위치한 명물 휴게소는 안성·금강·칠곡휴게소 등이 있다. 안성휴게소는 안성 유기가 전시된 명품관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또한 어린이 놀이방, 야구연습장, 유아방, 파우더룸, 건강검진코너 등과 함께 설치돼 있어 아이와 함께 있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복육개장, 복지리와 한방인삼곰탕이 꼽힌다. 설날을 맞아 안성휴게소는 24일부터 27일까지 투호던지기, 대형윷놀이, 굴렁쇠굴리기, 전통팽이 등 민속놀이체험 행사와 함께 떡메치기, 가족사진 무료촬영(이메일 전송), 떡국 및 전통한과 무료 제공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전국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강휴게소는 금강과 철봉산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야외 테라스가 있다. 휴게소 한편에는 금강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산책로가 나있어 따라 걷다보면 귀성·귀경의 피로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다.

칠곡휴게소는 평양온반이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다. 휴게소 내에는 샤워장과 수면실, 목욕탕 등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작고 예쁜 그림들이 전시된 미술관이 있어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들러봄직하다. 칠곡휴게소에서는 25일, 26일 양일간 ▲신권 교환 ▲새해맞이 음악회 ▲떡국 제공 등의 행사가 개최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위치한 대표 휴게소로는 인삼랜드와 산청휴게소를 꼽을 수 있다. 인삼랜드 휴게소는 길 위의 건축물이란 콘셉트로 설계된 곳으로 예술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곳이다.

공간 사이사이 화단과 조경을 설치한 주차장과 건물 뒤편 산을 마주보는 곳에 위치한 발코니가 돋보인다. 발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지압공원과 인삼전시장이 있다. 인삼랜드에서는 25일부터 28일까지 ▲민속놀이 마당 ▲떡메치기 ▲수삼깎기 ▲금산인삼 시식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산청휴게소는 외관보다는 매장 내에서 열리는 피아노 콘서트로 유명한 곳.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식당은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해 로맨틱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경호강이 보이는 휴게소 앞 언덕 위에 있는 팔각정 주위를 가볍게 산책하면 기분이 상쾌해질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04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허준 한방라면을 맛본다면 건강을 되찾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산청휴게소는 26일 하루 동안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신권교환 ▲OBU구매고객 전자카드 1만원 무료충전 행사를 개최한다.

영동고속도로 용인·강릉 휴게소
서해안고속도로 화성·대천 휴게소

용인·강릉 휴게소는 영동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들로 ‘맛집 휴게소’다. 용인 휴게소는 삼합누룽지탕과 정통 수제 돈가스가 유명하다. 특히 삼합누룽지탕은 지난 2005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엔 휴게소 옆 공원에 세워진 그리스 참전비와 시계탑을 둘러볼 만하다.
용인 휴게소에서는 24일부터 27일까지 ▲소화기분사체험 ▲민속놀이 마당 ▲전통한지 제기 만들기 ▲단골고객 하이패스 단말기 무료증정(20대)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강릉 휴게소는 강원도 고랭지에서만 자라는 귀한 곤드레 나물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휴게소다. 대표 음식인 곤드레 돌솥밥은 곤드레 나물을 큰 그릇에 넣고, 소금,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것으로 지난 2002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건물 뒤편 정원에는 새농장이 있어 아이들에게 현장에서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설 연휴 이벤트로는 26일 당일 ▲민속놀이 ▲송편·과일·떡국 나눠주기 ▲무료 서적 제공 등이 개최된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화성휴게소는 서서울톨게이트를 통과해 처음 만나는 휴게소다. 마치 기내식과 같이 두 명의 직원이 카트를 끌면서 주문을 받는 것이 특징. 여기에 음식을 건넬 때 명언이 담긴 메모를 주기도 해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장단콩해물두부백반과 장단콩순두부김치뚝배기가 있다. 화성휴게소는 고객이벤트로 24일부터 27일까지 ▲윷놀이 ▲떡매치기 ▲제기차기 ▲각종 음료, 과자선물세트 400개 증정 ▲고속도로카드 1만원권 100장 증정 ▲즉석사진 촬영 ▲무료 가훈 써주기 등의 행사를 펼친다.
보령자연산돌솥굴밥을 대표음식으로 내놓는 대천휴게소는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과 잠깐의 휴식을 보낼 수 있다. 또 산책로가 있어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한 여행객들이 긴장을 풀 수 있다. 산책이 끝나는 부분에는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일몰감상대가 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서해안의 붉은 낙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천휴게소에서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신권교환 서비스 ▲무료 떡제공 서비스 ▲머드화장품 샘플 무료 제공서비스 ▲제기왕 선발(선물증정) 이벤트 등이 열린다.

호남고속도로 정안·여산·곡성 휴게소
중앙고속도로 안동·춘천·단양 휴게소

호남고속도로에 위치한 정안휴게소 다람쥐공원은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인기 있는 곳. 큰 다람쥐 동상과 도토리 조형물 등 다양한 조형물이 공원에 배치돼 있어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해 준다. 또 다람쥐공원으로 가는 산책로는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여산휴게소에는 휴게소 왼쪽 언덕배기에 송림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어 여행객의 휴식처로 인기가 많다. 또한 자연학습장이 조성돼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작은 동물원에 온 것 같은 여유를 제공한다.

자연학습장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멧돼지와 오골계, 토끼 등이 있다. 여산휴게소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일회용 소변기 무료제공 ▲재기차기 ▲윷놀이 ▲인절미 무료제공 등의 행사를 펼친다.
여행길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는 곡성휴게소는 왼쪽편으로 기와를 얹은 돌담이 낮게 펼쳐져 있다. 때문에 토속적이며 편안한 이미지를 풍긴다. 휴게실 근처에는 잔디를 깐 아늑한 정원과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또 산을 바라보며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가 마련돼 있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곡성 특산품을 판매하는 코너에서는 토하젓과 참 게장을 구입할 수 있다. 곡성휴게소는 26일 하루 ▲자체제조 식혜 증정 ▲민속놀이 ▲떡·사탕 무료 증정 행사를 개최한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는 안동간고등어 백반이 유명하다. 안동간고등어 백반은 2002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간고등어는 안동지역의 특산품이면서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 1위이다.

간고등어 백반은 싱싱한 고등어 속살에 간잽이의 손맛으로 적당히 간 배어진 간고등어를 직화구이식으로 구워내기 때문에 기름기가 쏙 빠져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안동휴게소에 들르면 간고등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설 연휴기간 동안 안동휴게소에서는 윷놀이 및 제기차기 마당이 펼쳐진다.
춘천휴게소에는 춘천시내를 둘러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운전자들이 잠시 쉬며 숨을 고르기에 좋다. 또한 아이들은 기린 등이 있는 스모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음식은 웰빙 버섯 된장덮밥.

단양휴게소는 휴게소 뒤편으로 적성산성이 둘러싸여 있다. 휴게소 왼편에는 적성산성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나 있다. 적성산성에 오르면 온달장군과 관련된 단양적성비를 볼 수 있다.
대표 음식으로는 남한강 올갱이부추어탕이 있으며 겨울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별미다. 단양 휴게소는 24일부터 27일까지 ▲무료 가훈 써주기 ▲떡 나눠주기 ▲민속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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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