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장애인의 날 일상 속 차별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4:42:36
  • 호수 1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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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더 사각지대 내몰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일상 속에 숨어 있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일요시사>는 기념일을 맞아 장애인들이 오히려 차별받고 있는 상황을 취재했다.
 

▲ 온라인 수업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의약품이다. 시각장애인은 의약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오·남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반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30개 제품과 수입실적 상위 20개 제품 및 안전상비의약품 13개 제품 중 구입 가능한 58개 제품의 점자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27.6%인 16개 제품에만 점자표시가 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힘들어진
약국 가기

점자표시가 돼있는 경우에도 표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점자표기 기초 조사’(국립국어원)서 이미 점자표시가 있는 16개 의약품에 점자표시된 것으로 확인된 16개 의약품을 추가해 총 32개 의약품의 점자표시 세부 내용(가독성, 규격, 항목, 위치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32개 의약품 중 상대적으로 가독성이 높은 의약품은 11개에 그쳤고, 21개 의약품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규정에선 표시 항목에 대해 제품명, 업체명, 사용설명서 주요 내용 등을 점자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32개 의약품 중 23개 제품은 제품명만을, 4개 제품은 제품명과 업체명만 표시하고 있었고, 5개 제품은 가독성이 낮아 제품명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표시 위치 또한 의약품마다 제각각이었다.


이에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접근권을 높이려면 제약사가 사회적·공익적 책임을 발휘해 점자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취약계층을 위한 약사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두고 이를 장려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복지부와 식약처 등 정책당국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의약품 점자표시를 의무화하거나,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점자표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4년 3월 의약품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 점자표시를 의무화했고, 성분의 함량이 두  가지 이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은 함량에 대해서도 점자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환자 단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시판 허가권자는 의약품 첨부 문서를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형태(음성 점자설명서 등)로 제공해야 한다.

50개 의약품 중 16개만 점자표시
수어통역·문자 서비스 등 지원 부족

하지만 식약당국과 제약업계는 점자표기 현실화·확대에 난색을 보여,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접근권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패키지(포장)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리뉴얼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지만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의약품을 사용하기엔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4월3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건강기능식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약사법 개정안은 안전상비의약품의 용기나 포장 등에 제품명, 효능·효과, 용법·용량 등에 관한 정보를 담은 점자 및 점자·음성변환용 코드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및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해 시각장애인이 의약품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업계와 조율 차이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의약품 점자표기 제작이 업계로서 실현하기 어려운 일임을 시인했다. 구체적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설비투자 비용이 발생하고 점자를 검수할 인력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도 장애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장애인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도대남병원의 정신질환자 7명이 사망했고, 경북도 중증장애인 시설서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나 장애인들은 공동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연희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공동거주자 중 확진자 외 나머지 거주자의 건강상태가 취약하다면 거처를 옮길 집이 필요한데, 공간을 마련하는 게 여의치 않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격리공간이 마련된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확진자와 거주했던 이력 때문에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활동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생사
정책 속 외면

이 국장은 “활동지원사가 간헐적으로 방문해 지원하는 경우 방호복을 입고 집 청소, 위생관리, 식사준비, 필요한 물품을 전달한다. 방호복을 입고 장시간 지원하기가 쉽지 않기에 최소한의 시간인 2시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확진자가 많이 늘어난 상태다. 많은 사람이 의심감염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상태에 있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각계 부처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쏟아지는 정책 속에 장애인은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26일 중증장애인 A씨는 6번째 확진자와 같은 예배에 참석했고, 동행한 활동 지원사와 함께 자가격리됐다.  

이로 인해 A씨는 활동 지원사 대체인력 투입을 문의했지만, 관련 지침이 없어 투입이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관련 지원 대책을 확인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 다산콜센터 등 연락을 시도했지만 다른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등의 답변만 받았다.

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수어통역이나 문자서비스가 가능하냐고 문의했지만, 오후 6시까지만 수어통역이 가능하고 개선의견을 국민신문고에 건의해달라는 답변이 끝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부터 전국 초·중·고교가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다. 이에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시각·청각 장애가 있는 학생에겐 자막·수어·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장애 학생에겐 가정방문 순회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학부모들은 “장애 유형별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순회교육도 불충분하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꾸준히 교육하는 게 중요한데 주 1∼2차례 회당 2시간 수업으로 인해 교육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교육권 침해
더 심해졌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발달장애의 경우 단순 교과 중심 교육이 전부가 아니라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안전대책을 마련해 소규모 수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들 역시 코로나19 안전대책만큼 장애 학생들의 교육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달 30일 전국 유·초·중·고 3321명의 특수학급 교사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88.5%(2931명)는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제시한 방법 외에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 발달장애 학생의 부모들은 이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준비가 미비한 상태임을 강조했으며, 일부는 차라리 학교에 나가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이 교육서 소외됐다고 하소연했다.
 

최수아 최수아통합발달센터 원장은 “등하교라는 안정적인 일상 패턴이 깨지다 보니 아이들이 흥분을 하고 꼬집거나 자해를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많이 보인다”며 “에너지를 풀 곳이 없어 자폐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란 출생과 성장기에 뇌 발달에 문제가 생겨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성장속도가 또래에 비해 느린 상태를 모두 지칭한다.

공동생활로 감염 위험성 높아
온라인 개학…학부모 발 동동

2019년 교육부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9만2958명 중 지적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학습장애, 발달지체를 가진 7만3629명이 바로 발달장애 학생이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시장마저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장애인들도 일자리 채용서 불이익을 받는 형국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은 데다 알선도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취업 준비부터 근로환경까지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익위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장애인 일자리 관련 민원 945건을 분석한 결과 ‘일자리 확대와 취업 알선’을 요청하는 민원이 4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가지원 사업인 ‘장애인 일자리 사업’(26.2%), ‘장애인에 대한 직업훈련’(15.6%),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13.4%) 순이었다. 일자리 확대 및 취업 알선 관련 민원은 구직 어려움에 따라 장애인 일자리 다양화·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이 72.5%(307건)를 차지했다.

장애인일자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사업에 참여를 희망한다는 내용(41.5%)이 가장 많았고, 참여기간이 끝난 후 정규직으로 전환을 요청하거나, 정규직 선발 시 경력으로 인정을 해달라는 요구가 21.0%로 뒤를 이었다.

장애인 직업훈련 민원은 훈련시설 기준 완화와 장애특성을 고려한 시설기준의 마련 등 장애인 직업훈련의 확대·개선 요구(37.0%), 장애인근로자의 근무환경과 관련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임금·업무차별 등 직장 내 애로사항(39.8%)이 가장 많았다.

일자리는 
밀려 밀려

권석원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서 “장애인 일자리 확대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직업훈련 종사자나 교사의 자질을 향상하고, 장애인 채용 시 차별을 배제하는 등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투표소 장애인 편의시설 보니…

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들 단체는 ▲그림 투표용지 도입 ▲발달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알기 쉬운 선거 정보 제공 ▲선거 전 과정서 수어 통역과 자막제공 의무화 ▲모든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투표소 선정 ▲장애인 거주 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등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참정권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장애인이 후보를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체 투표소 중 20% 가까이는 이동 약자에게 접근이 어려웠다.

이에 2019년 투표소를 이동 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에 온 장애인들을 실망하게 했다. 

실제 전국의 사전 투표소 3500곳 가운데 270곳이 1층도 아닌 데다 승강기까지 없어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장애인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은 사전 투표소의 21%가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에 있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장애인도 평등하게 차별받지 않고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변화된 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은 장애 유형을 고려한 점자 형태의 선거공보물에도 아쉬움이 많다.

점자 형태의 선거공보물은 묵자의 3배 분량이지만, 일반 선거공보물과 동일하게 매수가 제한돼 선거 정보 내용이 중간에 끊기는 등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점자투표 보조 용구에 대한 어려움도 함께 나타났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진행하게 되면서 점자투표 보조 용구가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서울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서 장애인이 불편 없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관내 2252개 전 투표소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점검한 바 있다.

서울시는 투표소가 건물 2층이나 3층에 설치돼있으나 승강기가 없으면, 1층 주 출입구 옆에 임시 투표소를 설치토록 했다.

또 출입구 경사로가 급하거나 계단 높이 차이가 클 경우 임시경사로를 설치토록 하고, 투표 당일 장애인 안내 도우미를 배치했다.

한편 장애인 단체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지침 개정으로 투표 과정서 발달 장애인들이 가족과 활동 지원사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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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