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들린 예측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1:34:28
  • 호수 1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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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 탔나’ 말하는 족족 적중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선거철이면 으레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선거 판세를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번 4·15 총선서 놀라운 예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다. 
 

▲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 ⓒ유튜브

선거 기간만 되면 많은 정치부 기자·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총선 판세를 분석한다. 기자의 경우 여의도 정치판세를 ‘감’으로 판단해 편협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고, 여론조사 전문가는 수치에 능하나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종편에 등장하는 정치평론가는 대부분 당직자, 교수 출신으로, 분석력은 있지만 정당 공천에 기웃거려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다.

방송사보다 
정확한 전망

윈지코리아는 ‘공공정책·정치컨설팅 그룹’이라는 이름을 걸고 여론조사·선거전략·정책 자문을 하는 전문회사다. 선거 분석·예측의 정확도가 곧 회사의 신용이고, 이는 곧 회사의 수입이자 명운이다. 정파보다 실리를 중요시하니 보다 객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5일 열린 21대 총선의 승자는 박시영 윈저코리아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표는 유튜브 ‘김용민TV’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에서 과감한 예측과 높은 적중도로 일약 총선 스타로 떠올랐다. 

날카로운 분석과 다양한 정보원이 박 대표의 기반이다. 선거 판세를 작두를 탄 듯 척척 맞히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박 대표를 두고 선거 전문가, 믿고 보는 갓(god)시영이라는 칭호마저 얻었다. 


박 대표는 투표 전날인 14일, 김용민TV에 출연해 “서울만 치면 미래통합당은 5∼6석 정도 예상된다. 이번 선거서 통합당은 10석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최대 격전지 중 초박빙으로 예상되는 곳은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와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가 붙은 서울 송파을이다. 또 서울 강남을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와 미래통합당 박진 후보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동갑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후보와 미래통합당 이수희 후보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강동갑은 민주당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초박빙 지역이라 볼 수 있는데 현재 진선미 후보가 조금 앞서고 있지만 장담하기는 힘들다.(두 후보 간의 격차는) 깻잎 한 장 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49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41석, 미래통합당이 8석을 차지하며 박 대표의 예언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또 박 대표는 강남벨트에선 지역구마다 다르지만 통합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 앞선 지역구는 ‘강남벨트’와 용산을 포함한 8곳뿐이었다. 

박 대표의 예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서울 동작을 후보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도 박빙은 맞다. 박빙 상태서 (이수진 후보가)약간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치고 올라오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금천구에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후보, 서울 관악구을에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는 당선”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유튜브 고정출연…선거 판세 분석
접점지역·의석수 등 오차범위 적어


실제로 이 후보는 6만1407표(52.1%)로 5만3025표(45.0%)를 얻은 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박 대표의 말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최 후보와 정 후보도 당선되며 박 대표는 족집게 도사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한 커뮤니티에 격****는 “최재성 박빙 리드 말고는 선거 결과랑 완벽히 일치하네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타****는 “진짜 족집게네요. 개별 지역구도 거의 다 맞힘”이라고 놀라워했다.

당선뿐 아니라 박 대표는 투표율까지 적중했다. 박 대표는 제21대 총선 최종 투표율이 66%라고 예측했다. 박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율 3시 현재 56.5%. 시간대별 투표율 증가 추이를 볼 때 66% 내외일 듯”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예상한 대로 보수층들도 최대한 결집하고 있다. 대구경북을 위시해 투표 독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사전투표율이 26%이면 4년 전(12%)과 비교해서 14%가 높은 것”이라며 “현장 투표율은 지난 20대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그 수준(58%)이라면 최종 투표율이 70%가 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김용민TV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김현정의 뉴스쇼>서 “최종투표율은 개인적으로 60% 초반인 61∼62%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이 대표는 재외국민 투표율의 증가세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재외국민 투표는 선거가 치러진 국가서 실제 투표율이 대략 44% 정도 나왔다”며 “20대 총선 때보다 3%포인트 정도 투표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투표율을 정확히 맞힌 건 박 대표 뿐이었다. 

지난 15일 방송 3사를 비롯해 유튜브 채널서도 개표방송이 진행됐다. 이날 역시 박 대표는 김용민TV서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인력과 자본이 투입된 방송국과 포털사이트보다도 총선 결과를 발 빠르게 방송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인터넷 카페·커뮤니티서 박 대표의 이름이 선거 당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언급됐다. 투표율과 의석수를 모두 맞혔고, 또 접전지 중 이긴다고 한 의석 수 모두 당선자를 예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개표방송 중 주요 접전지에 연락 후 현장을 파악하며 방송3사 출구조사보다 더 빠른 속보를 내기도 했다.

출구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박 대표의 전화기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시영의 눈’은 제작비 4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방송 도중에 “SBS 방송을 왜 보느냐, 우리가 한 시간 전 한 얘기를 지금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투표율마저
딱 맞혔다

이와 관련해 한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훌**은 ‘이분 2008총선, 2010지방선거, 2016총선, 2017대통령선거, 2018지방선거 모두 근사치로 맞혔습니다’라며 놀라워했, 오**은 ‘어제 봤는데 이분, 방송보다 1시간에서 2시간 빠름’, 노***은 ‘지역구 무슨 동에 유권자 성향까지 꿰고 있음’ 등의 다양한 글들을 올렸다.

1968년 전북 전주서 태어난 박 대표는 1988년 건국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1995년 광진구청장 선거 참모로 뛰면서 실전 선거를 처음 체험했다. 이후 구청서 근무하다 벤처사업을 하기도 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에 참여해 2002년 국민경선단 대책위 공동위원장, 노사모 사무총장으로 ‘100만 서포터스 희망돼지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부국장을 거쳐 탄핵 후폭풍으로 17대 총선 승리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후 청와대에 들어가 여론조사비서관실 행정관(국장)으로 3년간 근무했다. 여론조사비서관실은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미지·민심 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직접 신설한 조직이다.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컨설턴트로서 총선과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협회선거서 전략과 캠페인을 자문하며 승리를 이끈 경험이 많다.

당시 박 대표는 여론조사를 주 3회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조사 업체와 함께 설문지를 만들고, 결과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일을 3년 동안 한 것이 지금 여론조사와 그 결과의 분석 노하우를 체득한 계기가 됐다.

청와대를 나온 2009년 그는 선배와 함께 정치 컨설팅회사 윈지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그때까지 여의도 정치컨설팅은 과거 정치공학적 시각에 머물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컨설팅이 난무했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과학적 여론조사에 기초한 정치·정책 컨설팅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해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5년 7월 팟캐스트에 초대된다. 당시 윈지코리아 부대표였던 그는 ‘정봉주의 전국구’에 매주 출연해 화제가 될 만한 이슈를 여론조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 대표가 출연한 코너 ‘알찍’은 알고 찍자는 뜻으로, 여론조사 비용 때문에 매회 제작비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 방송이라고 한다.

2016년 새누리당 과반 붕괴를 예측해 유명세를 얻었고,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재인·이재명·안희정 후보의 득표율을 거의 1%대 오차로 적중시켰다. 이 여세를 몰아 2017년 대선서 민주당 정치컨설팅 업체로 참여해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런 배경으로 윈지코리아는 청와대·서울시·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과 선거·정책자문에 응하고 있다. 심지어 변호사협회장이나 한의사협회·치과협회장 선거도 컨설팅하고 있다.

여론 전문가
작가 겸업도

대부분 정치컨설팅 회사는 선거 때 잠깐 활동하다 사라지지만, 윈지코리아의 경우 이런 광범위한 컨설팅 때문에 20여명 직원 모두 정규직이다. 관계자·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층토론을 400∼500그룹이나 진행한 정치컨설팅기관은 윈지코리아밖에 없다고 박 대표는 자부했다. 

일각에선 박 대표가 민주당 출신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나 분석 등이 여당 편향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선 “있을 수 있는 지적으로 늘 긴장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보되, 수치 이면의 살아 있는 언어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앞으로 2∼3명의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16년 12월26일,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 김지연 칸타퍼블릭 부사장과 함께 <19대 대통령>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들의 토론 형식으로 구성됐으며, 2017년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민심, 주요 화두 그리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집권 전략을 분석하고 대선 결과를 예측했다.

김지연 부사장은 여론조사 데이터를 중심으로 중립적 입장서 토론의 진행을 맡았다. 박시영 대표는 진보 정권에 참여했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진보적 시각서 이슈를 바라보고 진보의 승리 방정식에 대해 고민했다. 이상일 대표는 보수 정권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위기에 빠진 보수진영이 재집권 계획을 꿈꾼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개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 박시영 윈저코리아 대표 ⓒKBS

피상적이고 주관적인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기 위해 대선에 대한 기획 여론조사를 먼저 진행했다. 대선에 대한 일반적 사안부터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 대선주자들에 대한 평가와 인식, 전망까지 가능한 다양한 각도서 대선 민심을 조사하고 분석했다. 그 분석을 토대로 각자의 해석을 곁들여 보수진영의 입장, 진보진영의 입장을 고민해 보고 토론을 이어갔다. 

지난달 16일에는 <대통령을 만드는 정치컨설턴트>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진로와 직업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31번째 시리즈로 자질이 있는 사람을 정치에 입문시키는 일부터 정치인의 이미지 관리와 정치 현안에 대한 메시지 자문이 담겨있다. 선거철이 되면 사진, 이름, 기호가 쓰인 선거 포스터가 곳곳에 붙는다. 후보마다 슬로건이 다 다른 이유와 후보 특성에 맞는 슬로건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 책 속에 담겼다. 

여론조사비서관실 행정관 3년 근무
청소년 위해 정치컨설턴트 책 출간

박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정치컨설턴트로 성장하려면 전략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전략리서치 이해를 높이고 주장할 논거 역시 탄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로와 직업 탐색을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대학생을 비롯해 20∼30세대를 위한 책으로 정치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앞으로도 유망하고 재미있는 직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거컨설팅 실전 사례들을 많이 다뤄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책을 구성했다. 정치와 선거 입문서의 성격도 염두에 두고 쓴 만큼, 정치에 관심 많은 40∼50대 독자가 읽어봐도 괜찮을 듯 싶다”고 홍보했다.

지난 3월에는 공천 과정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박 대표가 자사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한 유승희 의원과 박우섭 예비후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힌 것.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갑 경선서 탈락한 유 의원은 이날 국회서 열린 긴급집담회서 당의 공천 과정을 성토하면서 “윈지코리아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후보들을 위한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 미추홀 경선서 패한 박우섭 예비후보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최대한 인내해왔으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유승희, 박우섭 두 분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두 지역 모두 윈지(코리아)는 당 적합도 조사 및 경선 조사를 진행한 바 없다. 어느 조사기관이 수행했는 지 뻔히 알 수 있음에도 궤변을 일삼고 있다. 낡은 정치행태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 당시 박 대표는 “내년 있을 총선 핵심변수로 저는 가짜뉴스가 1번인 거 같다. 최근에 이와 관련해 카카오톡이나 밴드로 가짜뉴스를 얼마나 받았냐하는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가짜뉴스를 받는 국민이 15~20%가 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며 그걸(가짜뉴스를) 사실이라고 판단하느냐 물었을 때 절반 정도는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분석한 적도 있다. 

“몸 추스르고
방송 줄인다”

선거가 끝난 16일 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섭외가 들어오고 있으나 지금보다 줄이고자 한다. 몸을 추스르는 게 먼저고, 본업이 방송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시영의 눈>은 내일이 마지막 고별방송”이라고 밝혔다.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방송활동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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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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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