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33)정도

바른 길이란 어디인가?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허균이 다시 누나의 집을 찾았다. 누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기 위함이었다. 살아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던 누나가 그나마 죽어서는 그 집의 귀신으로 누나의 마지막 길에 모두가 경건하게 대해주고 있었다. 

누나의 주검에 애도를 표하고 곧바로 누나의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누나에게 그토록 모질게 대했던 시댁의 배려가 있었으나 허균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하루 빨리 누나에 대한 흔적을 지우고자 하는 의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품 정리

허균이 그 유품들로 위안 삼으며 다시 공부에 매진하고 급기야 생원시에 급제했다. 그를 빌미로 한참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무렵에 큰 형님인 허성이 균을 찾았다. 허성이 통신사로 왜를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허균과 나이 차이가 무려 스물한 살이나 되는 배 다른 형이지만 언제나 동생들을 아껴온 다정한 형이었다.


“그동안 학업에 열심히 정진했느냐.”

아버지를 일찍 여윈 균으로서는 큰 형 허성이 아버지와 다름없었다.

“네 형님, 이번에 생원시에 합격한 후로 공부에 더욱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신 일은 잘 되었는지요.”

“그래서 너를 찾은 게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서 말이야. 겸사겸사 너의 의견도 듣고 싶고.”

허균이 귀를 곧추세웠다.

“균아, 너는 신념과 현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저는 신념과 현실은 일치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순간 어리석은 대답을 했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의 답은 둘 사이의 대화에 이미 내재되어있었다.

형님의 의중을 꿰뚫었어야 했다.

굳이 형님이 그렇게 질문한 이유에는 형의 남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했다.

바로 허성이 말을 이었다.

“네 의견이 전적으로 옳아. 그런데 일이 그렇게 진행되지 않으니 문제로구나.”

“형님, 어떠한 일인지 알려주실 수 없는지요.”

“내 말할 터이니 너도 심도 있게 생각해 보거라.”

형이 통신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과 함께 왜를 다녀왔다. 드러내 놓지는 않았으나 한눈에도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낌새를 챌 수 있었다.

그래서 통신사인 황윤길은 전쟁의 징후가 있음을 조정에 보고했다.

물론 그의 보고는 당연한 처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부사로 동행한 감성일의 보고였다. 


김성일도 왜의 전쟁 준비에 대해서 이견이 없음에도 서인에 속하는 황윤길과는 달리 동인에 속한다는 이유로 거짓보고를 올렸다.

그런 연유로 조정에서는 서장관으로 통신사를 수행한 허성에게 왜의 상황에 대한 보고를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허균의 머릿속으로 순간 스승이었던 이달이 스쳐지나갔다.

그 이달의 스승이었던 박순 대감도 서인이었다.

아울러 스승의 경우도 서인에 속했지만 항상 올곧았다.

“형님, 그럼 형님의 생각은 어떠신데요.”


“그러니까 그것이 문제 아니더냐. 같은 동인이라고 해서 명백하게 거짓인데 그를 편들어서 거짓으로 보고를 올릴 수는 없는 일 아니냐.”

“정도를 걸으면 되는 게 아니온지요.”

“정도라.”

“정도가 아닌 길은 반드시 탈이 나는 법이라 배웠습니다. 아울러 지금은 아니더라도 거짓은 훗날 더 큰 재앙을 불러들일 것입니다.”

“네가 그리 답해주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

“왜의 상황이 그리도 심각한지요.”

누나를 보내고 공부에 매진…생원시 급제
허성, 허균에게 신념과 현실에 대해 묻다

“지금 당장 일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대비를 우리도 세워 놓아야 할 게야.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그들이 도발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허성이 말을 끊고 근심스런 표정으로 균을 주시했다.

“형님, 시원하게 말씀 주십시오.”

“일의 본질이 흐려지리라는 이야기다.”

“그 말씀은.”

“두 가지 측면이란다. 먼저 왜의 전쟁 도발 문제가 정쟁으로 변화되리라는 이야기다. 왜의 전쟁 도발 여부는 강 건너가고 그 문제가 빌미 되어 동인과 서인 간의 세 싸움의 장으로 변질될 거라는 이야기야.”

허균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들었다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은요?”

“임금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느 편을 들겠느냐의 문제야. 임금은 여하한 경우라도 전쟁을 원치 않을 거란 이야기로, 임금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편에 설 것이란 이야기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 아니겠니.” 

“정확한 보고를 올려도 그리 되는지요.”

“왜 내게 다시 보고를 올리라했는지 그 이면을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

“결국 임금은 전쟁 도발 여부를 떠나 동인 편에서 일처리하려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니 마음 속 깊이 유념하도록 하거라.”

깊게 한숨을 내쉬는 허성의 얼굴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허균이 화제를 바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형님, 이참에 돌아가신 누나의 시 작품들을 엮어 보려 해요.”

“초희의 시를 말이냐.”

“그래야 누나가 저 세상에서라도 활짝 웃지 않겠습니까.”

여인이, 그것도 살아 있지 않은 양반집 여인의 시를 묶어 책을 내놓는다.

허성으로서는 즉각 답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시댁 집안과는 이야기 되었느냐.”

“시댁에는 별도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을 듯싶습니다.”

“하기야, 아이를 그리도 못쓰게 만들었으니 그 집안에서 관심이라도 기울이겠느냐마는. 네가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면 그리 하도록 하거라.”

“고맙습니다, 형님.”

“참으로 박복한 아이였지, 그 아이를 생각하면 안타깝구나.”

누나의 시

워낙에 영특해서 집안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던 누나였다.

“그리고 그 시를 책으로 엮어서 유성룡 대감께 서문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우의정으로 있는 그 유성룡 대감을 이름이냐.”

“맞습니다.”

“네가 그 사람을 알고 있느냐?”

“허봉 형이 살아계실 적에 잠시지만 그 분으로부터 글공부를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 대감께 서문을 받으면 금상첨화지.”

여인의 시집에 서문을 써 준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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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