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 최악의 시나리오 다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24 08:14:41
  • 호수 12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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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부모도 갑갑해 죽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학이 4월로 미뤄졌다. 학사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으며 2020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도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원격수업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국 학교 신학기 개학일을 4월6일로 추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5주일…
3번째 연기

매년 전국 학교 개학일 날짜는 3월2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지속되면서 총 5주일 미뤄지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개학 1주일 연기를 처음 발표했다가 이달 12일에 다시 2주일을 더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3차 개학 연기(3차 휴업 명령)다. 잇달아 연기하는 바람에 “4차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개학 연기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사일정, 학원 및 급식업계까지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교육부는 개학을 한 차례 더 미루는 이유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이 밀집도가 높은 학교서 감염이 발생될 경우 가정과 사회까지 확산할 위험성이 높으므로, 안전한 개학을 위해서는 현 시점으로부터 최소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감염 우려로 인한 긴급 조치로 3·4월 모의고사(학력평가)가 미뤄지고 여름방학마저 사라지는 등 학사일정의 대대적인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대학 입시를 앞둔 학부모들과 고3 수험생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4월6일 개학마저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어 교육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통상 수시전형에 반영되는 내신 성적은 3학년 1학기까지다. 수시파들이 1학기까지 학교 시험공부에 전념하고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2020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기출 문제를 풀면서 ‘정시’ 모드로 전환하는 이유다.

4월에는 학교 갈수 있을까
추이 보고 일정 변경 가능성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뒤틀렸다. 이미 4월 초로 연기된 3월 학력평가는 개학이 미뤄지면서 4월 중순 이후로 밀릴 상황이다. 교육부가 의무 수업일수(190일)를 줄인다고 하지만, 학사일정이 최소 한 달 이상 밀렸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실상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학교에 나가야 한다. 예년 같으면 정시 준비에 집중할 시기에 학교 수업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게 돼 올해 수능이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처럼 학생들 사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지난 6∼10일 고등학교 3학년 회원 233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이는 37.8%(88명), 연기해야 한다는 이는 36.1%(84명)로 박빙이었다.
 

▲ 개학 연기 발표하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예정대로 다음달 6일 개학할 경우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교육부는 수시 일정을 1∼2주 연기하는 내용을 우선 검토 중이다. 수시를 1∼2주 연기하되 정시 일정을 그대로 두거나 수시를 1∼2주 연기하고 정시도 연기하는 방안 등이다. 

수시와 정시 일정 모두 그대로 진행하는 방안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개학이 5주 밀리면서 여름방학이 줄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수시 일정이 촉박해져 학생부 마감일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만약 코로나19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져 개학일을 다시 다음달 13일이나 20일로 미루는 경우 2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둘 다 정시를 1주일 연기하는 방안이고, 수시는 1주일이나 2주일 연기하는 것이다.

수능은?
학원은?

4월6일에 개학 시 수시 일정을 최소 한 주씩 미루는 방안이 지금으로선 유력하다. 이 경우라면 수능 연기도 불가피하다. 오는 11월19일로 예정된 올해 수능은 이미 작년 수능일(11월14일)보다 5일이 늦다. 만약 수능을 2주일 늦추면 ‘12월(3일) 수능’을 치르는데 이 경우 눈·추위 등 기상 상황에 따른 돌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시험지 배부부터 수험생 수송, 대규모 지각 사태까지 시험 운영상 여러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교육부는 12월 수능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예체능 계열 수험생들의 걱정은 더 크다. 미대와 체대 등은 수능이 끝난 후 실시가 진행되는데, 수능이 연기되면 예체능계 수험생들은 실기를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앞서 수능이 연기된 적은 세 차례 있었다. 부산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2005년과 서울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0년, 포항 지진이 발생했던 2017년에 각각 수능이 연기됐다. 2005년과 2010년에는 각각 3월, 2월에 미리 연기 발표가 이뤄졌으나 2017년에는 수능 전날에 연기가 발표됐다. 

이런 상황서 온라인 강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개학이 연기됐다고 학습마저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가서도 온라인 강의를 고려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2020학년도 1학기를 전면 온라인 강의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8일 성균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해 여러 가능성으로 인한 문제들을 검토하고 있고 그중에는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 계획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해당 안을 포함해 교수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온라인 강의?

세종대·숭실대 등 일부 대학도 온라인 강의 연장을 고민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19일쯤 온라인 강의를 더 연장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국민대 본부 관계자 역시 “4주간 잡아둔 온라인 강의를 운영하면서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나 성공회대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 대학원 수업은 유튜브 방송과 같은 진기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교수가 초대한 화상 채팅방에 들어온 학생들이 실명 아닌 닉네임(별명)을 쓰기도 해 교수가 학생들을 ‘○○님’ 등 닉네임으로 부르기도 했다. 개인 사정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뻔한 학생들은 혜택을 받았다. 몇몇 학생들은 가족 행사서 휴대폰으로 수업에 참여하거나 병원 등 외부 장소서 수업에 참가하기도 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처럼 전례 없는 강의 환경이 익숙치 않은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온갖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한 대학 강의에선 교수가 마이크를 켜지 않고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이 노트에 ‘안 들려요’라고 써서 들어 보이기도 했다. 모니터 화면을 거울 모드로 설정해 칠판 글씨가 뒤집어져 보이는 일도 벌어졌다. 교수가 화상 채팅방에 비수강생 참여를 막는 기능을 설정할 줄 몰라 생긴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대학생 A씨는 “화상으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비수강생이 접속해 ‘메시가 (축구를)잘해요, 호날두가 잘해요’ 등 수업 흐름과 전혀 맞지 않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로 각자 집에서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교수나 학생 가족이 온라인 강의에 등장하기도 했다.

대학들도 온라인 수업 
“이참에 9월 신학기제”

일각에선 개학 연기가 또 이뤄진다면 ‘9월 신학기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9월 신학기제는 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9월부터 학년과 학기를 시작하는 제도로, 현재 미국, 유럽, 중국 등 대다수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만이 3∼4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9월 학기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될 가능성이 높은 9월이 아이들에게 더 안전하다고 분석한다. 또 9월 학기제는 추가 개학 연기로 혼란스러워진 교육 과정을 바로잡는 데에도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서 “이참에 한 번 9월 학기 신학기제로 변경하는 것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은 그냥 코로나19 사태서 만약 개학이 계속 늦어져 5월, 6월까지 간다면 전 학년 모두 6개월의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니 이참에 바로 9월 신학기제로 가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잇따른 개학 연기로 학교 급식업체 업무가 없게 되자, 관련업계도 울상이다. 경남 창원의 한 급식 유통업체는 이달 들어 매출이 전혀 없다. 학교 급식만 취급해 개학 연기 여파를 그대로 맞고 있는 것. B업체는 처음 개학이 연기됐을 때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하기도 했다.

납품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지역 한 납품업체는 개학을 대비해 준비했던 급식 일부를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통기한이 다음달 초라서 급식판에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업체 역시 거듭되는 개학연기 여파로 직원들에게 휴직 권고를 검토 중이다.

‘올스톱’
관련업계 울상

강원지역 급식재료 납품 농가서도 한숨이 터져나오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식자재로 사용될 농산물이 저온저장창고에 쌓여 상품성을 잃어가는 데다 유지비까지 들어가 손해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저장고 천장까지 쌓인 감자를 보면서 이마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지난해 이 지역 감자 농가는 13만8000t을 생산했다. 평년보다 20% 많다. 해당 지역 저장 감자는 대부분 식자재로 사용되는데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교 납품이 멈췄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린이집도 휴원 연장?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코로나19 감염을 최대한 방지하고 영유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22일까지로 예고됐던 전국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4월5일까지 2주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어린이집은 영유아가 밀집해 생활하는 공간으로, 그 안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할 경우 쉽게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할 위험이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차원서 개원을 추가로 연장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어린이집은 지난달 27일부터 휴원에 들어갔다. 당초 이달 8일까지 휴원하기로 했다가 2주 연장했고, 이날 다시 한 번 2주 연장을 결정했다.

복지부는 휴원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당번교사를 배치해 긴급보육을 시행한다.

긴급보육을 사용하는 사유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종일보육(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을 실시하고 급·간식도 평상시처럼 제공한다. 복지부는 긴급보육을 시행하지 않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어린이집 이용불편·부정신고센터등을 통해 신고받는다.

어린이집은 보육실 교재·교구, 체온계, 의자 등을 아동 하원 후 매일 소독해야 하고, 현관·화장실 등의 출입문 손잡이, 계단 난간, 화장실 스위치 등을 수시로 소독해야 한다. 또 창문과 출입문을 수시로 개방해 주기적으로 환기해야 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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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