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이란 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4:32:25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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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현실로? 김정은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 이로써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전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국과 이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공습해 살해한 계기로 이란이 미국 상대로 보복을 선언했다. 이 말은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공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괜찮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국영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타고 있던 차량이 이라크 바그다드서 미군의 공습을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도 “명예로운 최고사령관 솔레이마니가 순교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해 해외 주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방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전역서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며 “그와 그의 군은 수백명의 미군·연합군 사망 및 수천명의 부상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세계 어디서든 자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발표는 없었으나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8일 오전 트위터에 ‘괜찮다(All is well)!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기지 2곳에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고 썼다. 이어 ‘사상자와 피해에 대한 평가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전 세계 그 어디서도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습 이후 무력충돌 긴장 고조
러·중 “미 견제하고 이란 지지”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인 레자에이는 지난 5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어떤 반격을 한다면 이스라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썼다. 하이파는 무역·휴양·상공업 중심지인 이스라엘의 3대 도시이고 텔아비브는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수도이자 2대 도시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은 어떨까.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중동 내 입지를 키우기 위해 이란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이란과 러시아, 프랑스의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하고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서 “미군의 위험한 작전은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 왕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서도 “군사 모험주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현 중동 정세를 놓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러시아는 중국과 같은 입장”이라며 “미국의 행동은 불법이며,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바바라 슬라빈 이란 미래연구소장은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서 “미국과 이란 간 사이가 더욱 틀어지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중동 내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며 “이번 공습 사태의 승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말했다. 

미 1위
이 14위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장관은 지난 7일, 이라크가 원한다면 현지 주둔중인 영국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리스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중동 지역 정세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후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라크에는 400명의 영국군과 5200명의 미군이 훈련지도,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잔당 격퇴 등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

월리스 장관은 “우리(영국군)가 계속 주둔하는 것이 이라크에 최선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의 주권을 존중한다. 그들이 우리가 떠나기를 원한다면, 이는 그들의 권리이며 우리는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견 없이 지지할 경우, 영국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월리스 장관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지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기준 미국 방위비 6488억달러(약 756조원)을 기록해 전 세계 군사비의 36%를 차지했다. 세계 1위인 미국은 2위인 중국에 비해 무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128만1900명, 예비역 81만1000명, 동원 가능 인구는 7300만명이다.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의 2018년 세계 군사력 순위에 따르면, 미국은 파워 지수가 0.0818로 전 세계 1위다. 파워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높은 형태다. 육군은 128만명에 전차 5884대, 공군은 전투기 1962대에 폭격기 2840대, 해군은 구축함 75척, 항공모함이 무려 11척이다.

걸프전 
재현되나

반면 이란은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분석 결과 총 병력 52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정규군이 35만명, 정예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최소 15만명 이상이다. 중동권에선 최강의 국방력을 자랑하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14위 정도다. 

특히 미사일 전력은 중동 지역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전서 군사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미사일이다.
 

미국 국방성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이란 군사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란은 국경서 2000km 떨어진 지점까지 타격 가능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근거리(C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상당량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은 물론, 유럽 남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범위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IRGC 해군도 2만명 정도며 무장 초계선을 운용하고 있다. 이란 해군은 요노급 잠수함 14대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9부터 10년간 이란의 국방 분야 수입은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수입액의 3.5%에 불과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교해 공군력이 크게 떨어지지만,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최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중·단거리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중동 지역서 최대 규모라는 게 미국의 분석이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지난 2015년 핵 협상 이후 정체돼있으나 현재 수준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또 이란은 제재 속에서 드론 공격 능력도 키웠다. 지난 2016년 이라크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전쟁 당시 이란의 드론이 투입됐다. 또 이란은 이스라엘 영공에도 무장한 드론을 침투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사우디의 석유 시설 2곳이 드론 공격을 당하자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 전 세계 군사비 36% 차지···
이, 중동권 최강이지만 전력상 약해


같은 중동 국가인 이라크는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이란보다 군사력이 4~5배 강했다. 정규군 54만명, 예비군 30만명 등 병력이 100만여명에 달했지만, 미군 43만여명, 세계 34개국서 파병된 다국적군 70만명에 버티지 못하고 45일 만에 미국에 백기를 들었다. 

1·2차 걸프전서 미군과 다국적군의 사망자는 300여명에 그쳤지만, 이라크군은 5만여명이 사망했다.

중동 국가들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이는 종교적으로 분열된 지역 특성 탓에 섣불리 이란을 자극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이란은 시리아와 가자 지구의 무장 세력,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중동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우려가 있다. 중국 전문가들도 전쟁 가능성을 염두하면서 이란의 보복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중동연구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화리밍 전 UAE 중국대사는 “현재 상황서 미국이 이란의 보복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양측의 군사적 행동이 통제불능 상황이 되면 전쟁의 위험이 커져 전 세계에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의회와 여론, 다가오는 선거가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반드시 이란에 추가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핵심은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보복할 것인지, 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전
가능성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전면전을 해서 미국에 이길 수가 없다. 현실적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서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해서 적지 않은 사망자 수가 나왔다. 그럼 미국은 당연히 이에 대해 공격을 하게 되고 이란이 다시 대응공격을 하면서 전면전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희생자가 나왔는지 밝혀지겠지만 만약에 나왔다면 미국이 공습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확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2차 세계대전은?

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4년여 동안 진행됐다.

1914년 6월28일 보스니아 사라예보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그의 부인 조피 폰 초테크가 세르비아 민족주의 청년들로부터 암살당한 사건이 실마리다.

이때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세르비아에 대한 전쟁 선포를 시작으로, 연합국(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이탈리아 등) 대 동맹국(독일, 오스만제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등)의 구도 하에 30여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을 전장으로 삼아 진행됐다. 결과는 연합국의 승리였다. 

2차 세계대전 시기는 1931년(만주사변), 1937년(중일전쟁), 1939년(독일의 폴란드 침공) 등을 시작으로 1945년 일본의 항복까지, 10년 안팎으로 본다.

연합국 대 추축국(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대결이었는데, 참가국은 40여개국. 전장은 1차 세계대전으로 확장됐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와 미국(일본이 공격한 하와이 진주만)으로까지였으며 이번에도 결과는 연합국의 승리였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미국이 참가한 연합국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사실 1차 세계대전의 주역은 유럽 국가들이고 미국은 엄연히 조연이었다. 전쟁이 끝나기 1년 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급격히 커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은 전쟁 도중 참여했다.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해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다.

다만 미국의 참전 후 전쟁 양상이 반전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일본에 2차례 핵폭탄을 투하하며 전쟁을 끝낸 활약만 보면 미국은 주역과 조연의 구분을 넘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극작술서 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해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였다고도 할 수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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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