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공짜 이벤트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04 11:31:02
  • 호수 1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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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됐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소비자를 우롱하는 홍보방식으로 고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벤트랍시고 소비자를 유혹한 뒤 비싼 금액을 요구하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처음부터 가격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마케팅 방법은 점점 발전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방문판매, 판촉행사 등 고객을 직접 만나 상품 판매를 유도했다. 지금은 SNS를 활용한 마케팅이 필수가 됐다.

조급한 심리

SNS 마케팅 중 가장 흔한 건 이벤트로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광고로한 다음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식이다. ‘무료’ ‘공짜’ 등의 단어를 넣어 소비자를 현혹하고, 또 고객이 혹할 만한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이 방법은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고객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심리는 제품의 공급량을 일부로 줄여 소비자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인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이다. 같은 제품, 같은 가격이지만 희소하게 느껴지면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일부 SNS 이벤트는 소비자의 인적사항을 활용한 광고가 나온다. 예를 들면 ‘생일이 11월인 사람’ ‘주민등록번호에 0이 들어가는 사람’ ‘부모 나이 50인 사람’을 한정해, 이들로 하여금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 점을 교묘히 파고드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촬영 스튜디오서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한 글쓴이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족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준다는 SNS이벤트에 당첨됐다. 이벤트 내용은 가족사진 촬영 무료, 리마인드 웨딩촬영 무료, 1개 콘셉트를 선택하고 액자까지 포함해 사진 1매를 증정한다고 했다. 부모님이 지방서 서울로 올라와 촬영을 했지만 파일은 줄 수 없다고 했으며 수십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고 청원했다.

이어 “이벤트 포스터에 ‘헤어 및 메이크업은 별도 비용이 발생 할 수 있습니다’고만 명시돼있을 뿐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다. 비용을 지불하고 4일이 지나도록 사진이 담긴 액자는 받아보지도 못했으며, 이벤트가 진행된 과정 및 비용의 부당함을 따지러 간 날에도 저는 담당자의 무시와 조롱을 들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런 이벤트는 단순히 상술이 아닌 가족, 연인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을 볼모로 한 사기”라고 주장하며 “이 같은 행태를 뿌리 뽑지 못하면, 또 어느 가족이 이와 같은 상술에 놀아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런 수법은 가족사진뿐 아니라 치아교정, 피부미용 등 다양한 사례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에 치아교정모델을 구한다며 광고를 하기도 한다. ‘모델’이라는 단어로 비용이 들지 않거나 저렴할 것이라는 착각을 유도한다. 고객은 무심코 지원해 예약 일정을 잡고 병원에 방문한 후 치아교정 검사를 받는다.

치아교정 검사는 무료로 진행되지만, 병원 측은 막상 치아교정은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금세 태도를 바꾼다.

무료로 유혹…도 넘은 상술
알고 보면 속임수나 사기일수도

피부관리 이벤트도 비슷하게 소비자를 속인다. 10만원 상당의 피부관리를 무료로 진행하는 이벤트로 고객을 현혹한다. 지원자에게 며칠 뒤 연락을 해 30명만 당첨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소비자 심리를 자극한다.


10만원 상당의 피부관리를 무료로 진행한 뒤, 피부관리 할 때 필요한 앰플 한 병을 사용하는 데 앰플 가격인 3만원만 받으면 진행된다고 설득한다. 이후 각질 제거, 아이스테라피 등을 진행한 뒤 여드름이 생기는 원인, 피부관리 하는 법 등 약 1시간 동안 설명을 진행한다.

이후로 손님을 위하는 척 한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화장품에 대해 1개월 12만5000원, 1년에 150만원이라고 영업을 시작한다. 둘 다 선택하지 않을 경우 아이스테라피인 가격 11만원을 결제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손님 입장에선 12만5000원을 내고 그나마 한 달 치 화장품을 받을 수 있다는 마음에 1개월분을 결제하게끔 유도하는 수법이다.
 

e***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뷰티샵에 지나치게 비싼 제품을 준다면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나눠줄 때 당일부터 사용하라고 할 것이다. 절대로 뜯지 마시고 14일 이내에 꼭 환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라식(라섹)수술, 필러 시술, 고백 이벤트 등 이벤트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은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점서 금액을 가장 마지막에 알려줘서 환불하지 못하게 하는 게 수법을 이용한다. 이런 수법은 넉넉치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공짜의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이 표적으로 이용된다.

A씨는 “눈길이 가는 이벤트를 신청해놓고 까먹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해당 이벤트가 공짜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예상한 가격은 있었지만 그보다 비싼 가격을 불러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후 이벤트 당첨됐다고 연락이 오면 가격을 먼저 묻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피부·체형 서비스 분야서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15년 176건 ▲2016년 204건 ▲2017년 232건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계약불이행, 청약 철회 거절 등이 대부분이었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재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소비자 기만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인지를 시키지 않았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으로 보인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명확한 사실관계가 있다면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서는 구제를 해준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람들 속이는 사기 원리

사기 수법의 원리는 이렇다. 모든 사기가 ‘심리’를 이용해 익숙한 형태의 탈을 쓰고 자행된다는 점, 이 같은 대원칙 아래 사기 피해의 대상은 그저 바보 같은 사람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사기 원칙은 인간이 지닌 감정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쁨이나 두려움, 호기심 등의 감정은 삶을 더 나은 곳으로 향하도록 하지만, 동시에 자칫 잘못하면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이성의 끈을 놓게 만든다.

할인 쿠폰이나 이벤트 당첨 등과 같이 기대하지 않았던 요행으로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는 것이 ‘기쁨’이라는 감정을 이용하는 대표 수법이다. 또 가족이 위험 상황에 처해있거나, 불편한 사건에 휘말렸음을 암시하는 수법 또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건드린다.

뇌 과학 분야서도 주장하듯, 인간은 불안정한 상황이나 불분명한 처지에 놓이는 결핍 상황에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고, 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무언가를 계속 갈망한다.

사기 피해를 본 사람들은 ‘그 순간 무엇인가에 홀린 것 같았다’는 증언을 한다. 선심 쓰듯이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겠다거나 신규대출 또는 저금리 전환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 배송 주소를 잘못 입력해 상품이 출고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다는 내용 등이 이 같은 결핍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익숙함'이라는 탈을 씌워 일상서 있을 법한 혹은 실제로 이뤄지는 형식의 틀을 모방해 그들만의 수법을 완성한다. 이런 틀은 2% 어색하거나 부족하더라도 관계없다. 이미 감정의 동요나 결핍 해소의 욕구를 경험한 사람들은 2%의 어색함을 눈치챌 판단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택배 회사를 가장하거나 모바일 청첩장·초대장을 사칭한 스미싱 문자, 또는 입사지원서를 가장한 피싱 메일까지 모두 한결같이 일상의 익숙함에 기대 사람들을 기만한다.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그들이 들이는 노력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어떠한 것이든 익숙해지지 않는 것, 믿어왔던 것들에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것, 자신 또한 사기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항시 인지하고 경각심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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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