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결국 들어간 정경심 동양대 교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8 11:25:46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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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노트북이 발목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됐다. 강제수사 58일 만이다. 조 전 장관을 겨눈 검찰 수사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구속영장이 발부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정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0시18분께 “구속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 공소
법원 인정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청구한 구속영장에 ▲딸 조모씨의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을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업무·공무집행 방해 ▲사모펀드 투자금 약정 허위신고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차명주식 취득 ▲동양대 연구실과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모두 11개 범죄 혐의를 적시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7시간에 걸쳐 열린 영장실질심사서 변호인과 검찰은 사실관계 및 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 교수에 대한 심사는 입시 비리부터 사모펀드 투자 의혹, 증거인멸 혐의 순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 사회적 지위를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와 관련한 범행서 주범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는 점도 구속 수사가 필요한 이유로 제시됐다.


이에 맞서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자녀의 인턴 활동 의혹과 관련해서는 어느 수준까지를 이른바 ‘허위 스펙’으로 봐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며,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사실관계를 오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들이 법리적으로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방대한 수사가 이뤄졌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이날 오후 6시께 정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영장 기재 범죄사실이 과장됐고 왜곡됐다는 점을 충분히 밝혔다”며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도 상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수사 착수 57일 만에 전격 구속 
11개 범죄 혐의 상당 소명 인정

정 교수 변호인은 “수사가 방대하게 이뤄졌고 그 과정이 대단히 불공정한, 기울어진 저울과 같았다”며 “재판 과정만은 공정한 저울이 되기 위해 불구속 재판이 전제돼야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충분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건강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고 자료도 방대해 변호인이 피고인과 충분히 협의하면서 재판을 준비해야 비로소 공정한 저울이 될 수 있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변론을 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입시 관련 부분은 사실 스펙이라고 하는 인턴 활동과 자원활동 경력이 과장됐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고 있는데 그게 어느 정도일 때 허위라고 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서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가 기준을 세워야 하는 것이지 그걸 이유로 구속할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사모펀드 관련 사실관계도 잘못됐지만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밝혔다”며 “미공개 정보 이용 관련 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고, 공개정보로 미공개정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한 가정이 파탄날 지경으로, 한 가족이 온전히 버티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이제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법정서 밝히도록 마땅히 불구속해야 하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법부가 한 개인에게 쓰나미처럼 밀려왔던 압박들을 거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 교수의 건강 상태도 주요 변수였지만, 법원은 양측이 제시한 의료 기록 등을 토대로 구속 수사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 
“과잉수사”

영장 발부의 향방은 정 교수의 ‘사라진 노트북’이 갈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정 교수의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 증거위조교사·증거은닉교사를 적용했다. 정 교수의 자산관리를 도와 온 한국투자증권 차장 김경록씨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달 6일 자신의 차에 있던 정 교수의 노트북 가방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서 정 교수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날까지 노트북은 검찰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경찰이 민주노동당 서버를 압수수색하자 당원 명부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서 무죄가 확정된 오병윤 전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판결을 인용하며 법리 적용이 어렵고 고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다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범과 함께 디스크를 빼돌린 (증거인멸)오 의원과 달리 정 교수와 김씨는 다른 사모펀드 관련 혐의 등에 대한 공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인사청문회와 수사 착수 전후로(정 교수가) 주요 참고인을 광범위하고 집중적으로 접촉하고, 증거위조나 증거은닉을 교사하는 등 여러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정 교수의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이 됐다고 해석했다. 이런 상황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는 게 역효과가 났다는 것이다. 또 검찰 입장에선 다툼의 여지없이 확실한 범죄사실만 구속영장에 넣은 전략이 통했다고도 분석했다. 

검찰은 정 교수를 사모펀드 운용사 실소유주인 5촌 조카 조범동씨로부터 투자금 10억원을 돌려받은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보고 있으나 구속영장에는 적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이외에도 추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날선 칼날 
조국으로


채용비리·허위소송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 사건이 양측의 이 같은 전략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조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두 가지 혐의 가운데 허위소송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을 제일 먼저 사유로 들었다. 허리디스크 등 건강 문제로 수감생활이 어렵다는 항변도 받아들였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 발부는 지난 두 달 간 대대적으로 진행된 검찰 수사에 대한 사법부의 1차 판단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정 교수의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된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검찰은 그간의 수사 정당성 논란을 다소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교수가 구속되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 중 상당 부분을 알고 있었거나 관여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히 정 교수가 사모펀드 투자처인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매입 자금 일부가 조 전 장관 계좌서 이체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WFM 주식 매입 당시인 2018년 초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공직자윤리법상 직접 투자가 금지된 상태였다. 두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 전 장관이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에 몸담고 있었던 만큼 직접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최대 20일간의 구속수사를 벌인 뒤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기게 된다. 이번 영장 혐의에는 제외됐지만, 5촌 조카 조씨가 8월 사모펀드 투자처인 WFM서 횡령한 13억원 중 5억원 이상이 정 교수 측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 등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침묵 야권 환영
정치권서도 희비 갈려

정 교수 구속에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며 공격의 칼날을 검찰로 되돌렸던 여권은 일단 침묵을 지켰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입장을 낼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영장 발부가 유무죄를 확정하는 것도 아닌 만큼, 이후 사법절차를 보겠다”고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 교수 구속 다음날 오전 정책조정회의 말미서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남은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겸허한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라며 “검찰개혁 명령을 받들고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권은 일제히 ‘사필귀정’이라며 반겼다. 또 그동안 조국과 그 가족을 적극 옹호해온 여권과 친여 인사들에 대한 공세도 강도를 높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했지만 법원이 결국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검찰은 조국과 정권 실세가 가담한 권력형 범죄, 권력형 게이트를 보다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을 적극 엄호하고 검찰을 몰아붙였던 청와대와 여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법부마저 혐의를 인정하니 (여당은)산 속 절간이 됐다”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던 것 관련해)다시 한번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야당의 반응도 비슷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정 교수 구속 수감으로 법적으로 문제 없다던 조국의 해명은 모두 거짓임이 확인됐다”며 “범죄 피의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앉히고, 그를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정치 검찰, 적폐 검찰로 낙인찍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후안무치 또한 명백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부담감
압박감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 교수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물과 기름과 같이 찬·반으로 갈린 상황서 법원의 심리적 부담감과 압박감이 상당히 컸을 것”이라며 법원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도 논평서 “법원은 (정 교수의)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고심 끝에 내려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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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