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 ②경주 옥산서원

태고의 자연 속에서 학문과 사색의 즐거움을 찾다

▲ 경주 옥산서원 구인당 대청에서 자옥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시대 유교 교육기관이자 명문 사립학교인 경주 옥산서원(사적 154호)은 회재 이언적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고 배향하는 곳이다. 풍광 좋은 안강의 자계천에서 숲과 계곡이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 있다. 역락문을 지나 무변루, 구인당, 민구재와 암수재까지 작은 문고리 하나 무심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회재의 학문적 열정이 스며들었다. 엄격한 강학과 성현의 문화가 만나는 옥산서원에서 학문과 사색의 즐거움을 찾았다.
 

▲ 회재 이언적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고 배향하는 옥산서원

회재 이언적은 김굉필, 정여창, 이황, 조광조와 함께 동방5현으로 꼽히는 조선 시대 성리학자다. 1514년 문과에 급제한 뒤 이조정랑, 밀양부사 등을 거쳐 높은 벼슬에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두 번이나 정변에 밀려 낙향하는 불운을 겪었다. 회재가 택한 곳은 본가가 있는 양동이 아니라 독락당이다. 그는 직접 구상하고 지은 독락당에서 약 7년간 기거하며 성리학 연구에 전념했다. 회재 사후 19년이 지난 1572년, 후손들이 독락당 인근에 옥산서원을 세웠다. 회재의 삶이던 성리학은 퇴계 이황에게 이어져 영남학파 학풍의 뼈대를 이루고, 그를 기리는 옥산서원은 사액을 받았다.
 

▲ 울창한 숲과 계곡이 아름다운 옥산서원

자연과 함께

옥산서원 앞에는 사철 마르지 않는다는 자계천이 흐른다. 회재가 이름 붙이고 퇴계가 썼다는 세심대(洗心臺)는 ‘마음을 씻고 자연을 벗삼아 학문을 구하라’는 뜻이다. 회재가 이 천혜의 자연을 얼마나 아꼈을지 짐작할 만하다. 거대한 너럭바위 사이로 힘차게 들리던 물소리가 서원 안으로 들어서니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강학에 몰두하는 데 거친 자연의 소리가 거슬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사라지고, 적막한 고요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무변루 통문을 지나 돌계단에 올라서면 강학 공간의 마당이다. 마당은 휴식 공간인 무변루와 강당인 구인당 사이에 기숙사인 민구재와 암수재가 양쪽에 끼워진 정방형 공간이다. 전학후묘는 여느 서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기품 있는 공간 배치가 돋보인다.
 

▲ 옥산서원으로 들어가는 역락문

옥산서원으로 들어가는 정문은 역락문(亦樂門)이다.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 가운데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에서 따온 이름이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의미다. 여러 해석 중에 출세가 목적이거나 남이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성숙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먼 곳에서도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 가장 선명하게 다가온다.
 

▲ 구인당에서 바라본 무변루

무변루(無邊樓)는 서원 건축에서 접하기 어려운 누마루가 눈길을 끈다. 2층으로 된 무변루는 총 7칸이지만, 마당에서는 5칸처럼 보인다. 통나무 계단으로 오르는 누마루는 가운데 3칸이 대청이고, 양쪽에 온돌방이 있다. ‘배움에 끝이 없다’는 뜻의 무변루는 서원 밖 경관을 차단하는 판문의 푸른색이 폐쇄적인 느낌이지만, 판문을 열어젖히면 푸른 자옥산과 자계천이 펼쳐진다니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서원의 규율과 위계가 엄격해서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외부와 만남을 삼갔다는 이야기가 실감 난다. 무변루로 가는 나무계단은 난간이 없어 올라가기 어려울 듯한데, 내려올 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휴식에서 학업으로 돌아오는 데 그보다 좋은 긴장감이 없었을 것이다.
 

▲ 난간이 없어 아찔한 무변루 계단

무변루에서 마주 보이는 ‘구인당(求仁堂)’은 회재가 저술한 〈구인록〉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회재는 “오상(五常)의 으뜸은 인(仁)이며 이것이 심덕(心德)의 전부요, 만선(萬善)의 근본”이라고 했다. 강의와 토론이 열리던 구인당은 대청 3칸과 양쪽 온돌방으로 구성된다. 구인당에는 내로라하던 대가들의 친필이 있다. 강당 처마에 걸린 ‘옥산서원’ 편액은 추사 김정희, 대청에 걸린 옥산서원 편액은 문신이자 명필 이산해의 글씨다. 마루 안쪽에 걸린 구인당 편액은 무변루와 함께 한석봉의 글씨다. 한 획 한 획 힘차고 믿음직한 글씨를 보면, 인(仁)의 선비 정신에 강한 호기심이 생긴다.
 

▲ 추사 김정희가 쓴 ‘옥산서원’ 편액
▲ 툇마루에 앉아 바라본 하늘이 고요하고 아름답다.

회재 이언적의 덕행·학문 기리는 곳
풍광 좋은 안강의 자계천에 위치

구인당과 무변루 사이 좌우에는 기숙사인 민구재와 암수재가 있다. 민구재(敏求齋)는 ‘민첩하게 진리를 구하다’, 암수재(闇修齋)는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수양하다’라는 뜻이다. 민구재 툇마루에 앉아 바라본 네모난 하늘이 서원의 기운만큼 반듯하고 고요하며 아름답다. 그 안에 담긴 하늘과 산과 나무까지 옥산서원의 품위를 닮았다.
 

▲ 역락문을 지나 구인당까지 회재의 학문적 열정이 스며든 옥산서원

서원은 1574년 선조에게 ‘옥산’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살아남은 47곳 가운데 하나인 옥산서원에는 보물급 문화재가 많다. 회재가 벼슬살이하며 받은 교지, 독락당과 강계에 유배 중이던 시기에 저술한 책 등이다. 국보인 〈삼국사기〉 본질 9책 50권이 옥산서원유물관에 있지만, 열람이 불가능하다. 또 〈동국이상국전집〉을 비롯한 고서 4000여권, 호구단자와 명문, 도록 등 고문서 1156건, 〈회재선생문집〉 책판 1123판 등 무형 유산과 기록 유산 6300여점이 있다.
 

▲ 마당에서 본 독락당 풍광이 그림 같다.

옥산서원 앞 계곡의 외나무다리를 건너면 회재가 살았던 경주 독락당(보물 413호)으로 가는 길이다. 회재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내던 집의 사랑채다. 토담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차단된 독락당은 숲과 계곡을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한 자연 친화적인 건축양식이 돋보인다. 마루와 사랑방으로 구성되고, 마당에서 바라본 풍광이 그림 같다. 엄격한 균형미와 폐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옥산서원과 확실히 비교된다. 무위자연을 존중하며 학문과 수양에 전념하고자 한 회재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 대청에서 냇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토담에 살창을 만들었다.

독락당은 안채와 사랑채, 별당, 사당, 공수간 등을 갖춘 살림집이다. 옛 독락당은 사랑채를 칭했지만, 지금은 집 전체를 의미한다. 독락당과 공수간 사이 골목은 토담으로 이어진다. 타박타박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독락당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 있다. 첫째, 독락당 옆쪽 담장에 살창을 달아 대청에서 냇가를 바라보도록 한 설계다. 토담에 뚫린 살창은 지금 봐도 신선하고 멋진 발상이다. 둘째, 독락당 뒷쪽 바위에 긴 기둥을 세워 만든 계정이다. 계곡 가까이 지은 정자로, 세속에 지친 마음에 위안을 주는 푸른 숲과 맑은 계곡을 품으려는 회재의 노력이 느껴진다. 계정 난간에 기대앉으면 계곡에서 청아한 바람이 불어온다.
 

▲ 푸른 숲, 계곡과 어우러져 자연 그 자체인 독락당의 계정
▲ 양동마을에서 가장 큰 정자인 심수정에서 본 마을 풍경

회재가 태어난 서백당이 있는 경주 양동마을(국가민속문화재 189호)은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집성촌으로 전형적인 양반 마을이다. 서백당, 무첨당, 관가정, 향단, 심수정 등 기와집과 초가 150여채가 있다. 심수정(국가민속문화재 81호)은 형인 회재 이언적을 대신해 벼슬을 마다하고 노모를 봉양한 농재 이언괄 공의 효심을 추모해서 지었다. 양동마을에서 가장 큰 정자로, 오래된 정원과 함께 고색창연하다.
 

▲ 독특한 양식과 빼어난 조형미를 보여주는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독락당에서 북쪽으로 700m쯤 올라가면 경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국보 40호)이 도도하게 서 있다. 정혜사 터에 남은 9세기 통일신라 석탑으로 높이 5.9m에 이른다. 불국사 다보탑,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더불어 우리나라 이형 석탑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조형미가 빼어나 볼수록 신비롭고, 예술적인 감동을 준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옥산서원→독락당→정혜사지 십삼층석탑→양동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옥산서원→독락당→정혜사지 십삼층석탑→양동마을
둘째 날: 양동마을→동궁과 월지→경주 대릉원→황리단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경주문화관광 http://guide.gyeongju.go.kr
- 경주愛(경주시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gyeongju_e
- 경주양동마을 http://yangdong.invil.org/index.html  

문의 전화 
- 경주시청 관광컨벤션과 054)779-6079
- 옥산서원 054)762-6567
- 독락당 010-7620-7712
- 경주양동마을 054)762-2630
- 신경주역관광안내소 054)771-1336
- 경주버스터미널관광안내소 054)772-9289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16~19회(05:15~21:3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신경주역 정류장에서 50번 버스 이용, 경주역 정류장(호성한의원 앞)에서 203번 버스 환승, 옥산2리 정류장 하차, 약 2시간10분 소요. 옥산서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새천년미소 054)742-2690
버스: 서울-경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7회(06:10~23: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7~19회(07:00~23:59) 운행, 약 4시간 소요.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3번 버스 이용, 옥산2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30분 소요, 옥산서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경주시외버스터미널 1666-5599, http://gyeongjuterminal.co.kr 새천년미소 054)742-2690

자가운전
상주영천고속도로→동영천 IC→임고 방면→국도28호선 8.7km →호국로 12.1km→옥산서원길 2.3km→옥산서원

숙박 정보
- 독락당: 안강읍 옥산서원길, 010-7620-7712, www.독락당.com
- 베니키아스위스로젠호텔: 경주시 보문로, 054)748-4848, www.swissrosen.co.kr
- 신라부티크호텔: 경주시 강변로, 054)745-3500, www.sillaguesthouse.com
- 황남관한옥마을: 경주시 포석로, 054)620-5000, http://hanokvillage.hicomedia.com 

식당 정보
- 향적원(연잎밥정식): 경주시 불국로, 054)775-0014
- 전통맷돌순두부(순두부찌개): 경주시 숲머리길, 054)743-0111
- 경주원조콩국(콩국수): 경주시 첨성로, 054)743-9644
- 교리김밥 경주교동본점(김밥): 경주시 교촌안길, 054)772-5130, www.교리김밥.kr

축제·행사 정보
선비옷 입기 체험: 5~10월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옥산서원 관람 시 차와 떡 제공


주변 볼거리
옥산세심마을, 첨성대, 천마총, 경주 최부자댁, 교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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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