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아동 출연자’ 학대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29 11:00:57
  • 호수 12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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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홍어 먹이고 회당 5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방송가에는 여전히 열정페이가 존재한다. 아역 배우를 둔 학부모들은 최저임금을 지키는 표준계약서는 구경도 못했을 뿐더러, 아이들을 장시간 촬영에 방치하는 등의 열악한 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화려한 방송가 뒤에 숨겨진 민낯에 대해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S양은 “추운 밤길에 혼자 뛰어다니는 연기 등 고된 촬영을 많이 해봤지만, 가장 힘든 촬영은 모 방송국서 홍어나 광어회를 먹는 장면이었다. 또 같이 출연한 언니는 사춘기라는 이유로 편의를 봐줬지만, 나한테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나이도 어린 나에게 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일단 출연?
계약서 없이…

2017년 S양은 학원형 기획사인 D사에서 연기를 배웠다. D사는 모 방송국서 아이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S양에 관한 프로필을 모 방송국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인 L사로 전달했다. 

L사는 S양의 프로필을 확인한 후 오디션 기회를 제공했다. S양은 같은 해 3월경 OO공개홀서 열린 모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당시 8세였던 S양은 오디션에 합격해 캐스팅되는 기쁨을 누렸다.

S양 어머니는 “오디션이 일주일 이상 진행된 것으로 안다. 우리 아이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처음에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프로그램 측에서 원하는 아이가 없어서 연령을 확대하다가 우리 아이가 눈에 띄어 발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S양 어머니를 불러 스케줄만 맞으면 S양과 함께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S양은 같이 출연하게 되는 출연자 A양과 함께 3번의 대본 리딩을 진행했다. 이때 S양 어머니는 제작진에게 계약서에 관해 운을 뗐다.

하지만 프로그램 관계자는 “그전에 하던 애들도 계약서 안 썼어요. 아이들이기 때문에 변수도 많이 있고, 3개월 묶어놔도 아이에 따라서 그 기간을 못 채우는 경우도 있고, 3개월 이상 촬영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어요”라고 답했다.

S양은 어머니는 촬영 경험상 아이들과 제작사가 원해야 계속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에 계약서 작성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아이 출연에 관해서는 계약사항을 서로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S양 어머니는 “오디션에 참여해서 캐스팅된 아이들은 이러한 문제를 모르겠지만, 엄마들은 다 알고 있다. 불공정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아이들이 힘들게 얻은 배역을 엄마가 괜히 나서서 놓치게 될까 봐 말을 못했다. 이 업계에선 성인·아이 할 것 없이 무명 배우들은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이 피해 갈까봐 항의도 못 해 
따로 쉬는 시간 없이 대본 연습

D사 관계자도 “원칙상으로는 출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간을 자꾸 미루더니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2017년 5월23일 S양은 본격적인 첫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은 오전 8시부터 시작됐지만, 오전 7시까지 도착해 촬영 준비를 마쳐야 했다. 메인 MC였던 S양은 2주에 1번씩 촬영을 진행했는데, 오전 8시부터 이르면 오후 10∼12시까지 하루에 4회분의 촬영을 해야 했다.

8세 아이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이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S양 어머니는 “촬영 시간 동안 별도의 쉬는 시간은 없었다. 필름이나 메모리 교체할 때나 촬영 환경을 바꿔야 할 경우 틈틈이 쉬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 시간마저도 대본 연습하느라 바빴다. 온전히 쉬는 시간이라 하기도 민망하다”며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는 건 당연하다. 촬영을 다 마치고 차를 타고 집으로 올 때 녹초가 된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찢어졌다. 특히 촬영이 오후 12시에 끝난 다음 날에는 학교에 가지 못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촬영을 담당했던 작가는 “촬영은 8시부터 시작한 게 맞다. 하지만 아이들이 온전히 그때부터 촬영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인서트(화면이 없어도 장면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영상) 촬영을 앞에서 몰아서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휴식시간을 넉넉히 제공했다”고 항변했다.

S양 어머니에 따르면 촬영 특성상 아이들은 서서 촬영에 임해야 했고, 나이가 어려 키가 작은 아이는 같이 출연한 성인 연기자와 키를 맞추기 위해 발 받침대를 사용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S양 어머니는 “촬영 당시 프로그램 제작진은 주위 소품 중에 키를 맞출 수 있을 만한 물건을 급한대로 사용했다. 아이가 그 받침대서 떨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열악한 촬영환경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S양은 프로그램 특성상 음식을 먹고 맛을 평가해야 했다. 출연자들은 홍어, 광어회, 청양고추가 담긴 김치 등을 먹어야만 했다.

S양은 가장 힘들었던 음식으로 홍어를 꼽았다. S양은 82회 때 같이 출연했던 출연자 A양과 함께 홍어를 시식했다. S양은 고기, 김치와 함께 홍어를 먹어야 했다. S양은 “언니(A양)도 홍어를 먹고 콜라를 계속 마시면서 힘들어했다. 홍어를 맛있게 먹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다”고 밝혔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서도 S양은 고등어회를 시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S양은 “고등어회가 너무 비려서 토할 뻔했어요. 다른 회를 먹어도 고등어회 맛이 계속 나서 ‘아, 이게 비린내구나’ 했어요. 물도 계속 마셔봤지만, PD님과 대표님이 계속 맛있다고 하라 하시니까…. 솔직히 먹기도 싫었고 맛있다고 하라는데 맛있다고 하기도 좀 그렇고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같이 출연한 언니는 사춘기라는 이유로 다독여주는데 저한테는 계속 ‘언니 대사인데 네가 좀 해봐라’ ‘이렇게 맛있다고 해줘’ 이런 식으로 언니보다는 나한테 자꾸 요구했다. 그 상황서 안 한다고 할 수 없으니까 일단 ‘예’ 하고, NG가 나면 계속 ‘이렇게 해야지’라고 하는데 좀 힘들었다. 저를 좀 거칠게 대한 거 같은(느낌이 들었다)…. 작가님들이 얘기하실 때는 친하니까 그냥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저를 좋다고 얘기하시는데, (L사 대표와 작가를) 못믿겠다”고 덧붙였다. 

S양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먹인 음식들은 제작진들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당시 촬영현장에 있던 작가는 “아이들에 중간에 맵다고 한 건 안 먹이고 넘어갔다. 억지로 먹인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모 방송국 외주제작사서 촬영한 이 프로그램은 촬영 기준이 아니라, 방송 기준으로 출연료를 지급한다고 했다. S양이 처음 출연한 방송날짜는 2017년 7월10일이었다. 7월 6회, 8월 8회, 9월 6회, 10월 7회, 11월 8회, 12월 7회분이 방송됐다. 이후에도 2018년 1월 5회, 2월 3회, 3월 6회, 4월 9회, 5월 7회, 6월 7회, 7월 9회, 8월 5회, 9월 5회분에 출연했다. 

교통비도… 
1회당 5만원

마지막 촬영은 2018년 7월31일이었다. S양 어머니는 “촬영을 며칠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아이는 잘하고 있었는데…. 제작진에선 아이가 오래 일하기도 해서 교체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이가 촬영은 힘들어했지만, 막상 끝난다고 하니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S양 출연을 두고 처음부터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게 화근이 되었다. 2018년 7월31일 마지막 촬영을 끝냈을 때도 S양 어머니는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회당 출연료는 5만원으로 책정됐는데,한참이 지나서야 일부분만 지급됐다.

S양의 새 소속사 B사 대표는 “7월 6회 차에 관해서 L사는 D사로 출연료를 입금했다고 말했고, D사는 L사로부터 입금된 돈이 없다고 하며 말이 서로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료 5만원으로 책정해서 6회 차는 30만원이다. L사는 D사로 송금했다고 하나 우리는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8월부터 11월까지 총 29회 차에 대한 출연료는 1년도 지난 2018년 12월3일 L사로부터 받았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48회 차에 대한 출연료는 같은 해 8월13일 B사가 L사로부터 받아 S양 어머니에게 지급했다. 

B사 대표는 “지난해 8월 S양이 프로그램서 퇴출당하고 난 후 출연료가 급하게 지급됐다. 그 이유는 타인이 항의하자 프로그램에 손상이 갈까 봐 지급한 것”이라며 “출연료 5만원은 근로 기준 시간을 초과한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양 어머니는 2017년 7월 6회분인 출연료 30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호소하고 있다.

S양 어머니는 “이러한 일들이 여기만 그런 게 아니고 비일비재하다. 이전 방송활동서도 출연료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이전 프로그램 작가한테 입금됐는지 물어보니 입금명세서까지 보여주며 확인시켜줬다. 당시 D사 대표에게 물어보니 출연료에 대해서 별말은 없고, ‘출연시켜줬는데 그 까짓 돈 얼마나 되느냐고 난리냐’ 이런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트라우마…못 먹는 음식은 ‘홍어’
출연료도…항의하자 뒤늦게 지급

D사 대표는 “우리도 억울하다. 우리가 2017년 S양을 케어 하는데 인건비, 교통비, 식사비, 헤어 메이크업 등 들어가는 돈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가 받아야 하는 돈을 새로운 소속사가 받아갔다. L사는 계약서를 우리랑 안 쓰고 B사와 쓴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 우리도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L사 대표는 “출연료 지급은 다 했다”며 전화를 끊었다. 

근로기준법상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하루에 7시간,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다. 다만 사용자와 근로 청소년이 합의한 경우에는 하루에 1시간, 1주일에 6시간을 한도로 연장해 일할 수 있다.
 

해당법에 따르면 S양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 현재 B사는 L사에게 S양을 비롯해 소속 아역 배우들의 미지급된 출연료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PD는 B사 대표에게 S양의 촬영본을 보내 S양의 시선과 표현에 대해서 지적을 하기도 했다. PD는 S양이 방송본만 확인하다 보니 (문제점을)잘 모를 수 있다면서 촬영본을 전송했다. 

2017년 5월부터 S양과 함께 출연한 A양도 홍어에 관한 기억이 좋지 않다고 했다. 1년 후 A양이 SNS를 통해 “싫어하면서 못 먹는 음식이 홍어”라고 말한 것. 텐**는 S양과 A양이 홍어를 먹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애가 못 먹겠다고 먹기 싫다는 거 굳이 저렇게 먹이는 건 아동학대 아니냐?? 성인들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불호가 더 많은 음식인데”라는 댓글을 달았다. 

성인도 못먹는
음식을 강요?

권상집 동국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방송업계서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 그렇게 출연료와 처우에 대해 요구할 거면 하지 마’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이들, 솔직히 많다. 드라마가 생방송처럼 촬영되다 보니 근로계약서를 바탕으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스태프는 방송업계서 이른바 매장되기 쉽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기학원의 사기

아역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이용해 금품을 가로채는 일이 기획사뿐 아니라 일부 연기학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를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드라마 제작 감독까지 있다. 아역 배우 지망생 부모들에 따르면 ‘꿈팔이’는 연기학원서 상습적으로 일어난다. 연기학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학원이 폐업을 하면, 수업료를 돌려받지 못하기도 한다. 

한 웹드라마 제작사 A 감독이 꿈 팔이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아이가 오디션에 합격하려면 연기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며 아역 배우 부모들에게 25회에 300만원짜리 연기 수업을 제안했다. 수업은 5차례가량만 이뤄졌고 이후 그와의 연락은 끊겼다. 

“돈 주면 데뷔”

고소하겠다고 항의해 돈을 일부 돌려받은 부모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아이 앞가림에 방해가 될까봐 쉬쉬했다. 전국출연자노조에 따르면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피해 부모들에 따르면 A 감독은 출연료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인당 3만∼4만원의 출연료를 지급한 사실도 있다. 일반적인 1회 보조출연료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A 감독은 지난 23일 출연자노조 측에 사실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구>
 

<기사 속 기사> 보람튜브 아동학대 논란

최근 건물을 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된 ‘보람튜브’가 아동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2017년 보람튜브는 전기 모기채로 아이를 협박해 춤을 추게 하는 연출, 임신과 출산을 흉내 내게 한 연출, 아빠 지갑서 돈을 훔치는 상황 연출 등으로 그해 9월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몇몇 아동 채널 운영자와 함께 고발당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당시 “해당 유아뿐만 아니라 영상의 주 시청자인 유아와 어린이들에게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람튜브는 과거 다소 과한 설정 때문에 일부 맘카페서 논란이 되거나 유튜브로부터 몇 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재주는 아이가 돈은 부모가?

논란이 불거진 후 보람튜브는 사과했고 논란이 된 영상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보람튜브 측은 “초창기 업로드 영상을 포함 일부 비판을 받았던 영상에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후 1년 이상 큰 논란이 될 만한 자극적인 콘텐츠는 제작되지 않았다. 현재 일부 부모들은 보람튜브가 대다수 ‘키즈 크리에이터’ 채널에 비해 유해한 것은 아니라고 평한다.  

과거 논란에 대해서 오히려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부모도 있다.

보람튜브를 향한 비난이 뜨거워지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비난이 ‘질투’에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와 인기를 끌었다.

이번 비난이 일반인은 열심히 노력해도 평생 못 벌 돈을 한 달 만에 번 데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는 이유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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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