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재계 '8월 괴담'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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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릴 잔혹한 칼바람 '카운트다운'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유럽발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사정라인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까지 했다. 곧 '살생부'실체가 드러날 전망. 빠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8월까지 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기업 총수들의 재판과 판결도 8월에 몰려있다 보니 요즘 재계는 '8월 괴담'으로 흉흉하다.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집권중반 분위기 반전
임기 말 끝까지 압박
 
재계는 술렁거렸다. 앞서 10여 년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4년6개월이 흐른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자취를 감췄다. 당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MB정부가 '친기업'에서 '민생'으로 경제 정책의 초점을 바꾸면서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반부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재계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대기업들이 일자리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등 사정라인이 노골적으로 '재벌 군기잡기'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정부와 재계 사이에 드리운 암운은 지금까지 걷히지 않고 있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MB정부가 과거 정권과 달리 끝까지 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에 '사정 태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대기업 저승사자'들이 총출동해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태세. 국내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국세청이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부당한 세습과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은 이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섰다.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현재 국세청은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칼 빼든 사정라인 대협공 "서열순으로 친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권 말 대기업 손보기

그 신호탄은 LG전자였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 4월 조사요원들을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 투입,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SK건설도 털기 시작했다. SK건설의 경우 심층(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 4국이 맡았다. 요원이 무려 100여명이나 투입됐다. 1999년 한진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200여명을 투입한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엔지니어링·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와 기아차·현대다이모스 등 현대기아차 계열사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4대 그룹 외에 포스코컴텍, 피죤, 삼표, 화승, 스타벅스, 국제약품, 유한양행 등도 도마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뿐만 아니다. 국세청은 재산의 변칙·편법적인 상속·증여가 의심되는 대기업 오너일가를 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법인세 신고 자료를 토대로 50대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 변동 및 지분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한 집중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년 사이 지분변동이 잦았던 그룹은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롯데, 한화 등이 꼽힌다. 실제 조사 대상엔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의 대기업 압박과 맞물려 공정위와 금감원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두 기관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본격화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일 대기업들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죄는 '하반기 공정거래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신세계·홈플러스·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 납품업체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부당한 요구를 했는지, 판촉행사 비용을 과다전가 했는지 등을 중점 조사한다.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한 롯데쇼핑·홈플러스·이마트·신세계·현대백화점 등 10개 유통업체에 대해선 현장 확인을 실시한다.


'살생부' 실체 8월 드러날 듯
총수 재판·판결 8월에 몰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감시를 위해 내부거래 공시의무 이행 현황을 수시로 점검한다. 그중에서도 시스템통합(SI)부문과 베이커리 업종에 대해 집중 감시·제재할 방침이다. 또 계열사가 단순히 거래단계만 추가하고 수수료를 받는 관행(통행세)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K-컨슈머리포트의 대상 품목도 커피, 세제, TV, 유모차, 청소기 등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 영역 침투,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태 개선에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담합 등 기업의 핵심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경쟁질서 확립에 주력하면서 국민적 수요가 많은 소비자 정책 분야 등에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 표적은 재벌그룹들의 보험사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삼성화재·동부화재·메리츠화재 등 대기업 계열 손해보험사들의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테마 검사를 벌였다. 이 결과는 8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일부 손보사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사업비 부당 회계 처리 등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적발 사안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대형 생명보험사에 대해서도 부문검사에 착수했다. 계열사들의 부당지원과 불법적인 주주배당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대상에 오른 곳은 삼성생명·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교보생명·신한생명·ING생명·IBK연금보험 등 8개 생보사다.

"까불면 죽는다"
오싹한 선전포고

이번 검사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 이후 최초 공시되는 결산회계 ▲배당 결정과정 ▲공시이율 결정방법의 적정여부 ▲내부통제 장치 작동 여부 등이 주요 점검사항이다. 금감원은 "생보사 8곳에 대한 부문 검사가 끝나면 부당 내부 거래 혐의가 있는 또 다른 생보사에 대해서도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쪽은 검찰이다. 검찰도 8월부터 ‘재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검찰은 태광그룹, C&그룹, 오리온그룹, 한화그룹, SK그룹 등 수사 와중에도 꾸준히 대기업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 안팎에선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조만간 대기업 관련 비리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수부가 정조준한 타깃은 5개 그룹 정도로 압축된다. 법조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임기 말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A그룹이다. 검찰엔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A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 탈루로 마련한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의혹이 있는 B그룹도 검찰이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C그룹은 해외법인을 이용한 역외 탈세, 오너의 지분확대 비리,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그룹은 하청업체 등을 통해 단가후려치기, 공사비 부풀리기, 리베이트 등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E그룹은 불법 해외부동산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내부 인사를 앞두고 있다. 늦어도 이달 중순 단행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저축은행 비리 등 대형 사건들을 잇달아 매듭지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연루된 외화 밀반출 사건과 BBK 가짜편지 사건도 인사 이전에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국세청, 전방위 세무조사
공정위, 대기업 감시 고삐
금감원, 대형 보험사 타깃
검찰, 오너비리 털기 시동

현 정권의 마지막 검찰 인사는 12월 대선 등을 앞둔 탓에 소폭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급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빅4'는 유임 또는 순환보직 인사가 점쳐진다. 다만 지난 2월 정기인사 때 자리이동이 별로 없었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깜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수사는 내부 인사가 있는 이달 이후인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 등은 새 수사팀을 구성하는 대로 주로 대기업 비자금이나 정치인 뇌물 사건을 다루는 특수수사 방향과 대상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정라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고 있다"며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한 임원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며 "비용 절감,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와중에 외풍까지 덮친다면 국제경쟁력 약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와중에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형 사건에 연루된 오너들의 재판과 판결이 8월에 몰려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사정 칼바람과 함께 재계에 '8월 괴담'이 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질질'끌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다음달 마무리될 전망이다. 두달 전 재판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는 8월16일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었다. 이후 재판부의 인사이동으로 선고가 미뤄졌다. 역시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이르면 8월 중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1400억원대 회사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2심 중이다.

7월 중 검찰 인사
재편 후 드라이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씁쓸한' 오너일가 재판도 8월 속도를 낸다. 상속 재산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삼성가 이맹희-이건희 형제의 공방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공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기업들은 유럽발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사정라인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초동'에 발이 묶인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돌아가는 정황상 재벌그룹에게 2012년 8월은 '잔혹한 달'로 기억될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8월 괴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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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