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20대 국회가 들어선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3년 동안 여의도를 지키고 있는 보좌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일요시사>는 여의도를 떠난 사람 중 ‘전직’(직업이나 직무를 바꾸어 옮김)을 택한 전직(前職) 보좌진을 추적했다.
새로운 도전
19대 국회가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당시 인터뷰 요청을 위해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김태호 의원실의 보좌관을 만난 적이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는 기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보통 국회가 끝나가고 총선이 다가오는 시기에 보좌진은 친절해진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보좌관은 언론 스킨십이 좋은 편이었다.
그가 모시던 김태호 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경쟁력이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김 전 의원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다.
해당 보좌관은 현재 ‘몽땅몰’이라는 유통업체를 운영 중이다. ‘몽땅’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보다 좋은 상품을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몽땅몰의 모토다. 몽땅몰은 기업 소모품을 주로 취급한다. 장갑, 마스크 등 안전장비가 주요 품목이다.
그는 몽땅몰의 현재 상황에 대해 “크게 규모를 키우지는 못했다. 규모를 키워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일요시사>는 해당 보좌관에게서 전직을 선택한 이유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전직 이유에 대해 “보좌관은 다양한 간접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조사도 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고도로 분화되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세분화된 사회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크게 작용되는 것이 자본과 기술이다. 자본의 경우 자수성가하지 않는 이상 통상 자본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한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서 생계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국회로 다시 돌아올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보좌관 출신 중 제조업체를 차려서 성공한 사람도 있다. 주변에 수많은 보좌관 출신들이 있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국회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삶을 지향하고 있다. 국회서의 경험은 할 만큼 했다. 만약에 국회로 돌아간다면 또 다른 목표가 생겨서일 것이다. 지금은 여기서 열심히 기반을 닦아보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유통업체·카페 등 분야 다양해
문제는 의원이 쥔 ‘생사여탈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서 일한 전직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부산서 사회적 경제기업인 ‘(주)샤콘느’라는 카페 겸 문화기획회사를 열었다. 부산 해운대역 인근의 해리단길에 위치해 있다. 해리단길은 ‘리단길’ 시리즈의 선두주자로 불리며 서울의 경리단길을 잇는 차세대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이다.
카페는 보라색 외관이 인상적이다. 독특한 카페가 많은 해리단길 내에서도 눈에 띄는 외관이다. 내부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악기들이 눈길을 끈다. 해당 보좌관의 아내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다.
보좌관은 지난 3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전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요즘 드라마 <보좌관>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임시직이라서 안정성이 떨어진다. 보좌관 중 의원과 콘셉트 등이 맞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굳이 카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서 국토교통위원회 쪽 업무를 보면서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도시재생서 보던 콘텐츠를 입힌 카페라면 괜찮을 것 같고, 또 의미가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카페를 열게 됐다. 사회적 경제기업이라고 해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생각으로 카페를 열었다”고 말했다.
해당 카페는 클래식과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한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이후 이곳에서는 주 3회, 특별공연까지 합쳐서 한 달에 약 15회 정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대체로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기타리스트 등을 초대해 연주회를 갖는 식이다. 인문학 강연과 독서모임도 이루어진다.
이 외에도 다수의 전직 사례가 존재한다. 검사로 직업을 바꾼 보좌진도 있다. 해당 보좌진은 로스쿨에 들어가 우수한 성적을 기록, 지난 5월8일자로 신규 임용됐다. 대기업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지는 않지만, 존재한다.
대관으로 전직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국회서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시절 보좌관을 했던 한 사람은 최근 유통업체의 대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관으로 전직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국회 인맥을 꼽았다. 인맥이 많고 화려하면 대관으로 전직하기 수월하다는 뜻이다. 기업과 연관된 상임위 경험을 갖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무슨 일?
보좌진들이 국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성 때문이다.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 보좌진의 평균 재직기간을 조사한 ‘국회의원 보좌직원 제도의 개선방안 모색’ 논문(박영호·박재성 저)을 보면, 이 기간 보좌진은 짧게는 2년9개월, 길게는 6년7개월을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10년을 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간이다. 의원이 쥐고 있는 보좌진의 생사여탈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서 끊이지 않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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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문희상 ‘2기 의장단’ 보니…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일 제2기 의장비서실장·정무수석비서관·정책수석비서관 및 국회대변인을 임명했다.
차관급인 의장비서실장에는 이기우 정무수석비서관 및 전 국회의원이, 정무수석비서관에는 이계성 국회대변인 및 전 <한국일보> 논설고문이 임명됐다.
정책수석비서관은 최광필 정무조정비서관이 맡게 됐고, 국회대변인에는 한민수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