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재수회’ 액션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20:51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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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지켜라!” 드디어 출동하는 ‘문벤져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재수회’는 정권 실세들의 모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구성됐다. 지금의 문 대통령을 있게 만든 공신들이다. 그동안 재수회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복귀와 맞물려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다.
 

▲ 조국 민정수석, 조윤제 주미대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수회는 ‘재인을 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다.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결성한 모임으로 알려진다. 2012년은 18대 대선이 있던 해로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48.02%)는 박근혜 후보(51.55%)에게 약 3%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패했다. 대선 재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문의 남자
멤버는?

재수회의 멤버는 당정청에 포진해 있다. 주요 멤버는 청와대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정부의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윤제 주미 대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박광온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사임한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지난 1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직을 사임한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도 수시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멤버로 알려진다. 모두 문 대통령의 당선과 국정운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측근들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뼈문’(뼛속까지 친문)의 대표격이다. 그는 충북 청주서 태어나 청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17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한 그는 19대 국회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노 비서실장은 현역 의원이던 시절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전임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노 비서실장을 소개하는 자리서 “국회서 다년간 신성장산업 포럼을 이끌며 다져온 산업·경제계 등 각계 현장과의 풍부한 네트워크 및 소통 능력이 강점이며, 민생경제 활력을 불어넣어 포용 국가의 기틀을 다져야 할 상황서 비서실을 지휘할 최고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 비서실장은 두 번의 대선 모두 문 대통령의 곁을 지킨 정치적 동지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수행했으며,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조직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1월8일 노 비서실장에 대해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려면 공직 기강을 잡는 것이 급선무인데, 노 비서실장이 군기반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넘게 그와 함께 국회의원 생활을 했으니 그에 대해 알 만큼 안다. (노 비서실장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카리스마를 갖춘 제갈공명 같은 인물이다. 또 시인으로서 부드러움도 겸비했으니 외롭고 힘든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국민들에게는 힘껏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진문’(진짜 친문)으로 통한다. 부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대법원 양형제도 연구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인권 관련 조직에 두루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조 수석은 진보적 성향의 소장파 학자다. 법조계 경력은 없지만 그는 다수의 대학서 법대 교수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증명했다. 특히 폭넓은 헌법 및 형사법 지식과 인권의식을 토대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왔다는 평을 받아왔다. 

실세부터
진문까지

문 대통령과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연을 맺어왔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때는 SNS와 유세를 통해 문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그런 그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검찰 출신이 아닌 학계 출신 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되는 것은 참여정부 마지막 이호철 전 민정수석 이후 10년 만이다. 

조 수석은 ‘최장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문정부 수립 이래 청와대 수석급 중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는 조 수석이 유일하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물러나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교체하지 않으며 그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최근 차관급 인사를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은 몸통인 조 수석은 그대로 두고 깃털인 조현옥 전 수석만 경질했다”며 “조국을 위한, 조국에 의한, 문재인의 조국 사랑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

조윤제 주미대사 역시 재수회의 일원이다. 부산 출신 경제학자인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경제보좌관과 주영국대사를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에는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연합 및 독일을 방문한 바 있다. 2017년 11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그를 영접한 사람은 조 대사 내외였다.

19대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문정부 출범 초부터 경제 및 외교 분야서 중책으로 기용될 인물로 자주 거론됐다. 한때 조 대사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뒤를 이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의 ‘문’을 만든 공신들
노영민·조국·서훈·양정철…

청와대 수석 중에서 조 수석이 최장수라면, 대사 중에서는 조 대사가 최장수다. 문정부의 1기 4강 대사 가운데 조 대사를 제외한 주중·일·러대사 모두 교체됐다. 조 대사는 최근 한미정상 통화 유출 사태로 책임론에 휩싸여 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일개 외교부 참사관이나 야당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만 물을 일이 아니다”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 대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 대사의 책임론에 대해 “우선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대표적 재수회 멤버로 불린다. 전남 해남 출생인 그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곧바로 MBC에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에는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를 거치며 청와대 출입기자, 도쿄특파원 등으로 활동했다. 

<9시 뉴스데스크> 앵커, <100분토론> 사회자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2008년 그는 보도국장으로 승진했지만, 이명박정부의 ‘미디어법’에 반발해 투쟁에 앞장섰다가 보도국장직서 해임당했다. 

이후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014년에 있었던 7·30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오랜 기간
인연 맺어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서울 출생으로, 여의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법조인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대검 마약과장을 거쳐 노무현정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역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신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을 직속상관으로 모시며 손발을 맞췄다. 지난 2005년 사정비서관을 그만둔 그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대 대선 때 문재인캠프로 자리를 옮겨 법률지원단장직을 수행했다. 

신 전 실장은 문정부 출범 직후 민정수석 또는 법무부장관 후보 하마평에도 오르내렸다. 그러다 지난 2017년 6월 국정원 예산과 인사를 관장하는 기조실장으로 임명됐다. 1년2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 신 전 실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재수회 멤버다. 인터넷언론 <더팩트>는 양 원장이 서 원장과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비공개로 만나 만찬을 가졌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즉각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양 원장이 있는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선거 때 전략 기획 및 공천 작업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양 원장 부임 이후 민주연구원이 사실상 민주당의 ‘총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 원장은 대한민국 정보당국의 수장이다.

2017 대선 프로젝트 중추
‘문캠프’ 출신 다수 포진

두 사람은 문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양 원장은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한다. 문 대통령을 항상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던 양 원장은 당시 문 후보의 메시지, 일정 등을 관리했다. 2016년 6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서 물러난 후 네팔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을 때 양 원장과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이 함께한 일화는 유명하다.

서 원장은 국정원 3차장과 대북전략실장을 역임한 ‘베테랑 대북 전문가’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정부서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과는 18대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19대 대선 때도 선대위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두 사람의 만남을 문 대통령의 의중과 연결시킨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 아니겠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서 원장은 즉각 물러나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문 대통령이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훈 국가정보원장 ⓒ사진공동취재단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 회동을 두고)여당 내 공천 추천자 정보 수집, 야당을 죽이기 위한 정보 수집,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 모의 시도라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8일 서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정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9조 위반 혐의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모르지만, 국정원장이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과 만난 것만으로도 정치 개입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야권 의혹
“정치개입”

반면 당사자들과 청와대, 민주당은 사적 만남일 뿐 국정원의 정치개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양 원장은 논란이 일자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적인 지인들이 함께한 모임”이라며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사적 만남에 대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프로젝트는 대단위로 진행됐다. 학계 출신 전문가 그룹인 ‘심천회’, 실무자 그룹인 ‘광흥창회’, 그리고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문 대통령 최측근 그룹인 재수회 3개 팀을 가동했다. 이 중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재수회가 실제 선거판에 개입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엉이모임’은?

친문 인사들의 모임인 소위 ‘부엉이모임’이 정치권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해당 모임은 ‘부엉이처럼 밤을 새워 달(moon: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 측근인 전·현직 의원 50여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엉이모임 멤버로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박범계·박광온·황희·이철희 등 현역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호철 전 청와대 수석,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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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