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는 국회의 민낯

본업은 뒷전…혈세만 축내는 의원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복귀 명분’을 두고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다. 여야의 팽팽한 기싸움에 속 터지는 건 국민이다. 민생 법안과 추경이 막히면서 국민들은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세비는 꼬박꼬박 진행형이다. 일각에선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법안을 상정시키는 사람도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일 안하는 국회의원들, 국민들은 이대로 지켜만 봐야 할까.
 

▲ 텅 빈 국회 본회의장

최근 <CBS> 의뢰로 진행된 리얼미터 조사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일 안하는 국회의원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여론이 80%를 웃돌았다. 이 주장이 나올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정책 개발과 지역 주민 만남도 노동이라며 항변했다. 본말이 전도됐다. 국회의원의 본업은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소득 5배

여야의 갈등으로 1월·2월·5월에는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이번 해에 법안 처리를 위해 진행된 본회의는 겨우 3회뿐이다. 계류 중인 법률안은 1만4000건에 이른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서 민생 법안을 돌보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독일·벨기에·프랑스 등 유럽 선진 국가들은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면 가차없이 의정활동비를 삭감한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월 3회 이상 회의에 불참하면 빠질 때마다 해당 달의 의정활동비의 25%를 빼앗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적게 받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 연봉은 평균 1억5100만원 정도로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의 5배가 넘는다. 북유럽 선진국들은 자국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의 3배가 채 되지 않는다.

국민 80% “임금 주지 마라”
‘무노동무임금’ 사실상 불가능


여·야 모두 정쟁에만 매몰된 채 민생법안은 뒷전이다. 한국당은 서훈 국정원장과 친문(친 문재인) 인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남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며 거센 공세를 펼쳤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은 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외교기밀 유출’ 논란으로 역공에 나섰다.

박주현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 수석대변인은 “국회가 열리지 않은 지 두 달”이라며 한국당의 거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를 열지 않는다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유성엽 민평당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의원들에게만 세비를 지급하는 국회법 수당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일 안하고 싸우기만 할 것이라면 세비라도 반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회 의안과에 계류 중인 법안들

공전 국회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19대 국회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넘겨, 세비 13억6000만원을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에 기부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국회 개원이 지연되거나 장기 파행해 의정 활동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기간만큼의 세비를 반납하자는 취지의 법을 발의했지만 해당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제20대 국회부터는 개인 의원들이 서명할 경우엔 세비의 국고 반납이 가능해졌다. 2016년, 국민의당은 국회 개원이 법정 기한보다 늦어진 것에 대해 국민의당 소속 의원 38명의 이틀 치 세비 2872만원을 국회사무처에 반납했다.

“이대로 지켜만 봐야?”
국민 소환제 대안으로

일회성에 그치는 세비 반납이 아니라, 일 안하는 국회의원을 재제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변호사는 지난 23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회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하다”며 “문제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이 원칙을 적용하겠느냐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기 연봉을 정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 꼬집었다.

이어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에서 독립기구가 국회의원 연봉을 정하는 게 맞다고 권고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일각서 제기됐지만, 헌법 개정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로 하기에 통과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국회의원에게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소환제는 헌법 위반과 직권 남용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국회의원을 국민이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국회의원에게 도입되면 공전 국회를 만든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직접 심판이 가능하다.

이벤트는 그만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100분토론>서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무노동 무임금’이 국회의원에게만 적용되지 않아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국민소환제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장은 주민소환제가 있고 대통령과 법관 역시 탄핵 절차가 있다. 유일하게 국회의원만 없다”며 “학생이 학교에 안 가면 당연히 퇴학”이라고 언급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밀린 민생법안은?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이제 무모한 폭력과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와 법안 심의와 민생현안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패스트트랙 최종 법안 처리까지는 최장 330일이라는 기간이 남았지만, 올해 연말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위한 소방기본법 및 소방공무원법,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노동 관련법, 4차 산업혁명 및 혁신성장을 위한 빅데이터 3법 등 경제 활력과 균형발전을 위한 법안들이 산적해있다. 국민 민생과 직결되는 추경 문제도 있다.

추경예산안에는 강원산불 피해복구비, 포항지진 피해복구비, 미세먼지대책비가 포함돼있다.

조 의장은 “추경 문제의 경우 일분일초가 다급한 상황”이라며 “추경의 생명은 타이밍이고, 그 효과는 처리 속도에 비례한다. 추경이 조기 집행돼야 올해 성장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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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