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여행지 ④고성통일전망타워

평화 관광의 '뉴 페이스'

▲ DMZ의 ‘D 자’를 형상화한 고성통일전망타워

남과 북은 역사를 함께 굴려나가는 수레바퀴 한 쌍에 비유할 만하다. 항상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달리는 두 바퀴는 때로는 삐거덕거리고, 때로는 조화롭게 호흡을 맞춘다. 최근 1년여 동안 남북의 수레바퀴가 멋진 팀워크를 선보이며 한반도에도 평화의 기류가 흐른다. 

북한이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존재임을 실감한 시기다. 강원도 고성군에 가면 멀고도 가까운 북한과의 거리감을 체득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말 개관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종전 통일전망대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북녘땅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 고성통일전망타워에 가려면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출입 신고 필수

고성의 새로운 명소 고성통일전망타워가 위치한 북쪽 지역은 다행히 지난 4월에 발생한 산불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여행이 또 다른 기부’라는 말을 떠올리며 고성통일전망타워로 향한다. 국도7호선을 타고 북쪽 끝까지 가면 고성통일전망타워에 이르지만, 내처 달릴 수는 없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 출입 신청서를 작성하고 안보 교육을 받은 뒤, 정해진 시간에 본인 차를 타고 이동한다. 
시간이 남으면 통일안보공원에서 북한 상품이나 지역 특산품을 구경하자. 2018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도 판매한다. 
고성통일전망타워까지 약 10km 거리인데, 중간에 제진검문소를 지난다. 이곳에서 출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민통선 차량 출입증을 받으면, 차량의 블랙박스도 꺼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고 보니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이 실감 난다.
 

▲ 종전 통일전망대(오른쪽)와 고성통일전망타워

해발 70m에 건립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높이 34m로 멀리서도 눈에 띈다. 군부대 외 대형 건물이 별로 없는 이곳에서 단연 돋보이는 랜드마크다.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종전 통일전망대 옆에 있는데, 두 건물은 세월의 간극만큼 대조적이다. 통일전망대는 1984년 2월, 고성통일전망타워는 2018년 12월 개관했다. 이제는 허름해진 2층 높이 통일전망대와 알파벳 ‘D’의 날렵한 선을 뽐내는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외관부터 약 35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1층에 이산가족 관련 사진을 전시한다.

DMZ의 ‘D 자’를 형상화한 고성통일전망타워는 1층과 2층이 붙어 있고, 3층은 엘리베이터와 계단, 양 축대를 지지대 삼아 공중에 뜬 형태다. 1층에는 안내 데스크와 특산품홍보장 등이 있고, 2층에는 전망교육실과 통일홍보관, 3층에는 전망대가 자리한다. 
1층으로 들어가면 이산가족 관련 사진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사진을 전시해놓은 것. 조망이 탁 트인 야외전망대도 있다.
 

▲ 2층 전망교육실에서 먼저 해설을 들으면 도움이 된다.

야외전망대로 나가기 전, 2층 전망교육실에 방문하자. 전면이 유리로 된 교육실에서 해설자가 눈앞에 보이는 장소를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해설자는 먼저 해안가의 작은 섬, 송도를 가리킨다. 그 왼쪽으로 군사분계선 표시용 말뚝이 있다. 군사분계선은 철책이 아니라 서해부터 동해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말뚝을 박아 표시한다. 말뚝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북한군 초소와 한국군 초소가 육안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해안에서 가까운 곳에 남북을 잇는 도로와 철로가 있다. 잘 뻗은 도로는 금강산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육로다. 관람객이 “저 길을 따라 다시 금강산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멀리 금강산 신선대와 옥녀봉부터 일출봉까지 보인다. 날씨와 햇빛의 방향에 따라 금강산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때도 많다고 한다.
 

▲ 고성통일전망타워에서 보이는 북녘땅

이렇게 안내 해설을 듣고 1층 야외전망대나 3층 전망대를 돌아봐야 효과적이다. 막연히 풍경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보이는 곳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상시 진행한다. 주말에는 보통 15~30분 간격으로 진행하고, 평일에는 요청하면 참여 가능하다.
 

▲ 통일홍보관의 흥미로운 체험 코너

높은 곳에 위치, 북녘땅 한눈에 보여
북한의 멀고도 가까운 거리감 체득

2층 전망교육실을 이용한 뒤에는 통일홍보관으로 가자.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남과 북, 두 개의 고성’이라는 전시가 보인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 속 분단도(道)인 강원도에 위치한 분단군(郡)인 고성의 역사적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밖에 남북 관련 전시가 다양한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형 코너도 있다. 남북이 사용하는 단어의 차이를 알아보고 단어가 적힌 판을 붙여 북한 어린이의 일기를 완성해보는 코너, 서울에서 출발해 북한을 한 바퀴 여행하고 돌아오는 게임 코너 등이다. 규모는 작지만 알찬 내용이 많으니 꼼꼼히 돌아보자. 두 면이 통유리라 시원한 전망은 덤이다.
통일홍보관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3층 전망대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계단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2층에서 3층의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외관에서 드러나듯 공중이 빈 2층과 3층이므로 계단을 꽤 올라야 한다. 3층에는 전망대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 1~2층에 비해 상당히 높은 지점에서 조망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 높은 곳에서 조망이 가능한 3층 전망대

3층까지 돌아보고 1층 야외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전망을 즐긴 뒤, 옆 건물 통일전망대 앞에 있는 망원경(유료)을 이용해도 좋다. 현재 통일전망대는 북한 상품 등을 판매하는 장소로 사용되나, 향후 북한 음식 전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한국전쟁의 실상을 보여주는 6.25전쟁체험전시관

주차장에 마련된 6.25전쟁체험전시관도 방문하자. 한국전쟁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진 전시를 시작으로 영상체험실, 전사자유해발굴실, 유엔참전국실, 병영체험실 등을 돌아본다. 이런 아픈 역사를 결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된다.
 

▲ DMZ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조형물

주차장을 빠져나와 1km 남짓한 거리에 DMZ박물관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이 보인다. 2009년 개관한 DMZ박물관은 분단의 상징이 된 DMZ를 중심으로 분단의 역사와 자연 생태 관련 내용을 전시한다. 야외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북 심리전에 쓰이던 장비가 전시되고 철책걷기체험장, 생태연못, 야생화동산 등을 갖췄다. DMZ박물관까지 관람한 뒤에는 제진검문소로 돌아가 차량 출입증을 반납한다.
 

▲ 화진포와 화진포생태박물관

이제부터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고성 북쪽까지 올라왔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화진포다. 동해안의 대표 석호 중 하나인 화진포는 경관이 수려해, 남북의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 별장을 지었다. 화진포의성(김일성별장), 이기붕별장, 이승만별장이 대표적이다. 화진포해수욕장, 화진포생태박물관, 화진포해양박물관 등 관광 명소도 많다.
 

▲ 천연기념물 고니가 찾아오는 송지호

수려한 경관 ‘화진포’

화진포와 견줄 만한 고성의 또 다른 관광지는 ‘송지호’다. 역시 석호인 송지호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는 고니를 비롯해 철새가 모이는 곳이다. 송지호관망타워에 오르면 계절에 따라 무리 지어 날아드는 철새를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송지호해수욕장과 송지호오토캠핑장이 피서객으로 붐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고성통일전망타워(6.25전쟁체험전시관)→DMZ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송지호(송지호관망타워)→화진포(이승만별장, 이기붕별장, 화진포의성, 화진포생태박물관) 
둘째 날: 고성통일전망타워(6.25전쟁체험전시관)→DMZ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성군문화관광 www.gwgs.go.kr/tour/index.do
- 통일전망대 www.tongiltour.co.kr
- DMZ박물관 www.dmzmuseum.com

문의 전화 
- 고성군청 관광문화과 033)680-3361~3
- 통일전망대 033)682-0088
- DMZ박물관 033)681-0625
- 화진포관광안내소 033)680-3677
- 송지호관망타워 033)680-355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대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49~19:15) 운행, 3시간~3시간30분 소요. 대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분 거리 현내면사무소 앞 정류장, 1번·1-1번 버스, 통일안보공원에서 고성통일전망타워까지 택시 이용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대진시외버스터미널 033)681-0404 고성군대중교통정보 www.goseong-pti.com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JC→속초 방면→동해고속도로 속초 IC→속초 방면 우회전→미시령로→교동지하차도사거리에서 고성(간성) 방면 좌회전→동해대로→안보공원교차로에서 우회전→통일안보공원(출입신고소)→고성통일전망타워

숙박 정보
- 금강산콘도: 현내면 금강산로, 033)680-7800, www.mibong.co.kr
- 켄싱턴리조트설악비치: 토성면 동해대로, 033)631-7601, www.kensingtonresort.co.kr
- 아미가아미고펜션: 토성면 토성로, 033)632-5564, www.amigapension.com

식당 정보
- 장미경양식(돈가스): 거진읍 거진길, 033)682-2084
- 부부횟집(물회): 죽왕면 가진해변길, 033)681-0094
- 무미일(고성김밥): 토성면 천진5길, 010-6308-4416, www.instagram.com/moomi.il


주변 볼거리
건봉사, 천학정, 청간정, 화암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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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