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법조 커넥션’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27 10:51:40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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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접수한 서초동 영감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여의도서 서초동 출신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법조계 출신들이 정당의 주요 요직을 장악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자유한국당서 강하다. 자유한국당의 서열 1·2위는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법률지원단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고소·고발을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는 자유한국당에게는 법조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자유한국당은 진정한 ‘법조당’으로 거듭날 기세다.
 

▲ 법조인 출신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최교일 의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여러 별명 중 법조당이라는 별명이 있다. 판사·검사·변호사 출신, 즉 법조인들이 예전부터 요직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한때 한나라당(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촉망받는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전 총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성공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다. 

예전부터
법조 강세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정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지낸 황우여 전 대표 역시 판사 출신이다. 그는 제주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한 바 있다. 

검사 출신도 있다. 홍준표·안상수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근까지 한국당 대표였던 홍 전 의원은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출신이다. 그를 대표하는 별명 중 하나가 ‘모래시계 검사’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안 전 의원 역시 홍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출신이다.

법조당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당 서열 1·2위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황 대표는 지난 1981년 23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3기)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대구고검장 등을 지내다가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검사 재직 시절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혔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돼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다. 2015년 6월 국무총리로 취임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19대 대선이 열리기 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나 원내대표는 1990년 제34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4기)에 합격한 뒤 부산·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판사로 일했다. 그는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영입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에는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기록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최근 한국당 전당대회서 경쟁한 당 대표 후보들이 모두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주목을 받은 적 있다. 황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였다. 당시 황 대표와 맞붙은 후보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의원이었다. 

한국당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 전 시장은 제26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7기)에 합격한 뒤 곧바로 변호사로 활동했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김 의원은 제28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8기)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지청장 등을 역임했다가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당권 도전을 저울질했던 주호영 의원 역시 제24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4기) 출신으로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민주당은
민변 주류

한국당은 최근 법조당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황 대표의 지시로 37명이던 당 법률지원단 규모를 최대 300명으로 늘리는 공개 모집을 진행 중이다. 대상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관세사, 노무사로 다양하다. 기간은 27일까지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은 지난 20일 <문화일보>를 통해 “당 지도부가 법률자문단을 300명까지 늘리려는 계획에 따라 27일까지 인재를 모집한다”며 “현재 약 1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법률지원단 모집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수로 읽힌다. ▲인재영입 ▲법률 대응이 그것이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서 인재영입은 필수다. 내년 총선서 얼마나 참신한 인재를 선거 전면에 내세우느냐는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지난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경찰 출신의 표창원 의원, 검찰 출신의 조응천 의원 등을 영입해 큰 효과를 본 적 있다.
 

▲ 문희상 국회의장을 모욕 및 폭언 성추행 혐의로 고소장 제출하러 가는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가운데).

법률대응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새로 모집된 법률지원단의 주요 활동은 ▲당 관련 주요 사건 대응 ▲공익제보자 보호 ▲문재인정권 불법 사례 발굴 등 적극적인 대여투쟁 등이다.

황 대표, 나 원내대표 등 법조인 출신이 당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한국당이 문재인정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하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 3일 한국당은 민주당 우상호, 박찬대 의원을 나 원내대표에 대한 모욕죄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성추행 논란 관련 고소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앞서 같은 달 15일에는 한국당 최교일, 이만희, 이양수, 송언석 의원이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를 자본시장법, 업무상기밀누설,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6명 중 1명 법조인 출신 금배지
‘민’ 변호사, ‘한’ 판검사 강세

반대로 여야로부터 한국당이 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도 늘었다.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국회 회의장 불법 점거 등 한국당 국회법 위반 관련 고발장’을 접수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42명을 국회선진화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등을 국회법 위반 및 특수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2차 고발했다.

현재 국회는 ‘고발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야가 고발을 난무하고 있다. 한국당 입장에선 대비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고발을 취하할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확대간부회의서 한국당의 고소·고발 취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만큼 여야 간 뚜렷한 입장차를 느끼고 있다. 여야가 충돌과정서 있었던 것을 털어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그렇지만 일반적인 역지사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또 진실하지도 않다. 과도한 요구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국당을 향해 조건 없는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국회에는 많은 수의 법조인 출신 금배지가 활동해왔다. 16대 국회에선 41명, 17대 54명, 18대 59명 등 그 수도 증가해왔다. 19대 국회에선 42명으로 주춤했으나, 20대 국회서 49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대략 국회의원 6명 중 1명이 법조인 출신인 셈이다.

법조인 강세는 한국당만의 일은 아니다. 20대 국회 법조인 출신 당선자 49명 중 민주당은 22명으로 한국당 15명을 앞질렀다. 


면면을 봐도 화려하다. 19대 대선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는 광주고등법원 판사 출신이다. 행정안전부장관인 진영 의원 역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를 역임한 바 있다.

한국당은
판·검사

민주당과 한국당의 차이라면 민주당은 변호사 출신이 많은 반면, 한국당은 판검사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우리 당에는) 판검사 출신이 너무 많아 법조 출신 공천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민주당에서는 특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종걸을 비롯, 박범계·전해철·금태섭·박주민·김해영·안호영·백혜련·전현희 의원 등이 민변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도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이다.

야당에선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과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대표적 민변 출신 국회의원으로 꼽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여야 법조인 출신들의 출동 지점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회에선 여야 법조인 출신들이 이들 쟁점과 관련해 저마다 한마디씩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출동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법에 대해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말 안 듣는 판검사 다 잡아넣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공수처법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한국당)가 절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민변 출신들을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을 해서 국가 사정기구도 제도적으로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한 판단을 근거로 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21일 “검찰은 국민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연이어 놓치고 있다”며 “공수처 도입 등 검찰 개혁을 완수해 검찰의 과오가 검찰에 의해 은폐되는 현실을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민변 사무차장 출신이다.

검경수사권조정 문제는 여야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셈법이 다르다. 당정청은 지난 20일 경찰 권한 남용과 비대화를 막기 위해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는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등을 신설하고 정보경찰의 정치관여와 사찰을 원천 차단하는 통제 시스템을 마련키로 했다.

법률지원단 300명 왜?
고발정국, 맞불 필요성↑

이는 검찰에게 ‘경찰개혁’이라는 대안을 제시함과 검경수사권조정에 반발하는 검찰을 압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수본이 발표된, 민주당의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 당정협의’에서는 검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시 “견제와 통제가 없는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한 분산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검찰 일부의 반응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을 향해서는 “2년 임기 내에 검찰 스스로 국민 기대에 미칠 만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따가운 국민 평가를 총장은 경청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문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공개 반발한 바 있다.
 

▲ ‘공안통’으로 불렸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경찰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버닝썬 수사 결과에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 부실 수사로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경찰 내부의 유착 고리가 있다면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며 “검찰의 권한을 조정하는 만큼 경찰의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당은 국수본에 대해 즉각적인 우려를 표했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당정청은)어제(20일) 경찰에 대해서 국수본을 설치하고 인권위의 경찰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며 “지금 나온 이런 안들이 공수처라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검찰청’에 이어서 ‘대통령 하명수사본부’를 만드는 꼴이 아닌가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 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사법개혁의 본질인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공정한 수사를 위한 것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공수처와 검찰, 경찰, 국수본까지 가세해 (당정청이) 수사총량을 더욱 늘릴 것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수본에
야당 반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장단점을 갖고 있다. 원칙에 따른 의정활동에는 능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리길 좋아해 통합을 이뤄내는 데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법조인 출신에 비해 정치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협’이 생명인 정치의 본질과 시시비비를 좋아하는 법조인의 성질이 맞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일례로 법조인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양보 없는 정치 공방으로 민생 법안이 번번이 막히기 일쑤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찰개혁 핵심은?

당정청이 발표한 ‘경찰개혁’의 핵심은 쪼개기를 통한 권력 분산이다.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조직을 세 개로 쪼개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주된 업무가 서로 다르다.

국가경찰은 행정·정보·보안·경비·외사 등의 업무를 주로 맡을 것으로 보여진다.

수사경찰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관할한다. 이들은 이름처럼 광역범죄, 일반 형사 및 수사사건 등 수사만을 전담한다.

자치경찰의 업무는 국가경찰, 수사경찰에 비해 국민들과의 거리가 가깝다. 여성·청소년·아동·장애인 보호 및 교통법규 위반 단속, 지역 경비 활동 등을 주로 할 전망이다.

당정청은 국수본부장의 임기를 3년 단임으로, 자격요건을 경찰에 국한하지 않고 법조인·대학 교수 등으로 확대해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제한하겠다는 복안이다.

국수본은 검경수사권조정으로 경찰 권력이 비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당정청의 대안 중 하나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회의서 “경찰 수사에 대한 공정·엄정성에 여전히 의심이 있다. 일반 경찰과 수사 경찰을 분리하는 국수본 신설이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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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