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법조 커넥션’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27 10:51:40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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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접수한 서초동 영감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여의도서 서초동 출신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법조계 출신들이 정당의 주요 요직을 장악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자유한국당서 강하다. 자유한국당의 서열 1·2위는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법률지원단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고소·고발을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는 자유한국당에게는 법조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자유한국당은 진정한 ‘법조당’으로 거듭날 기세다.
 

▲ 법조인 출신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최교일 의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여러 별명 중 법조당이라는 별명이 있다. 판사·검사·변호사 출신, 즉 법조인들이 예전부터 요직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한때 한나라당(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촉망받는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전 총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성공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다. 

예전부터
법조 강세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정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지낸 황우여 전 대표 역시 판사 출신이다. 그는 제주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한 바 있다. 

검사 출신도 있다. 홍준표·안상수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근까지 한국당 대표였던 홍 전 의원은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출신이다. 그를 대표하는 별명 중 하나가 ‘모래시계 검사’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안 전 의원 역시 홍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출신이다.

법조당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당 서열 1·2위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황 대표는 지난 1981년 23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3기)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대구고검장 등을 지내다가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검사 재직 시절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혔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돼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다. 2015년 6월 국무총리로 취임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19대 대선이 열리기 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나 원내대표는 1990년 제34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4기)에 합격한 뒤 부산·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판사로 일했다. 그는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영입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에는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기록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최근 한국당 전당대회서 경쟁한 당 대표 후보들이 모두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주목을 받은 적 있다. 황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였다. 당시 황 대표와 맞붙은 후보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의원이었다. 

한국당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 전 시장은 제26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7기)에 합격한 뒤 곧바로 변호사로 활동했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김 의원은 제28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8기)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지청장 등을 역임했다가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당권 도전을 저울질했던 주호영 의원 역시 제24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4기) 출신으로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민주당은
민변 주류

한국당은 최근 법조당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황 대표의 지시로 37명이던 당 법률지원단 규모를 최대 300명으로 늘리는 공개 모집을 진행 중이다. 대상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관세사, 노무사로 다양하다. 기간은 27일까지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은 지난 20일 <문화일보>를 통해 “당 지도부가 법률자문단을 300명까지 늘리려는 계획에 따라 27일까지 인재를 모집한다”며 “현재 약 1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법률지원단 모집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수로 읽힌다. ▲인재영입 ▲법률 대응이 그것이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서 인재영입은 필수다. 내년 총선서 얼마나 참신한 인재를 선거 전면에 내세우느냐는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지난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경찰 출신의 표창원 의원, 검찰 출신의 조응천 의원 등을 영입해 큰 효과를 본 적 있다.
 

▲ 문희상 국회의장을 모욕 및 폭언 성추행 혐의로 고소장 제출하러 가는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가운데).

법률대응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새로 모집된 법률지원단의 주요 활동은 ▲당 관련 주요 사건 대응 ▲공익제보자 보호 ▲문재인정권 불법 사례 발굴 등 적극적인 대여투쟁 등이다.

황 대표, 나 원내대표 등 법조인 출신이 당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한국당이 문재인정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하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 3일 한국당은 민주당 우상호, 박찬대 의원을 나 원내대표에 대한 모욕죄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성추행 논란 관련 고소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앞서 같은 달 15일에는 한국당 최교일, 이만희, 이양수, 송언석 의원이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를 자본시장법, 업무상기밀누설,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6명 중 1명 법조인 출신 금배지
‘민’ 변호사, ‘한’ 판검사 강세

반대로 여야로부터 한국당이 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도 늘었다.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국회 회의장 불법 점거 등 한국당 국회법 위반 관련 고발장’을 접수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42명을 국회선진화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등을 국회법 위반 및 특수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2차 고발했다.

현재 국회는 ‘고발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야가 고발을 난무하고 있다. 한국당 입장에선 대비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고발을 취하할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확대간부회의서 한국당의 고소·고발 취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만큼 여야 간 뚜렷한 입장차를 느끼고 있다. 여야가 충돌과정서 있었던 것을 털어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그렇지만 일반적인 역지사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또 진실하지도 않다. 과도한 요구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국당을 향해 조건 없는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국회에는 많은 수의 법조인 출신 금배지가 활동해왔다. 16대 국회에선 41명, 17대 54명, 18대 59명 등 그 수도 증가해왔다. 19대 국회에선 42명으로 주춤했으나, 20대 국회서 49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대략 국회의원 6명 중 1명이 법조인 출신인 셈이다.

법조인 강세는 한국당만의 일은 아니다. 20대 국회 법조인 출신 당선자 49명 중 민주당은 22명으로 한국당 15명을 앞질렀다. 

면면을 봐도 화려하다. 19대 대선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는 광주고등법원 판사 출신이다. 행정안전부장관인 진영 의원 역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를 역임한 바 있다.

한국당은
판·검사

민주당과 한국당의 차이라면 민주당은 변호사 출신이 많은 반면, 한국당은 판검사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우리 당에는) 판검사 출신이 너무 많아 법조 출신 공천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민주당에서는 특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종걸을 비롯, 박범계·전해철·금태섭·박주민·김해영·안호영·백혜련·전현희 의원 등이 민변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도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이다.

야당에선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과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대표적 민변 출신 국회의원으로 꼽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여야 법조인 출신들의 출동 지점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회에선 여야 법조인 출신들이 이들 쟁점과 관련해 저마다 한마디씩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출동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법에 대해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말 안 듣는 판검사 다 잡아넣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공수처법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한국당)가 절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민변 출신들을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을 해서 국가 사정기구도 제도적으로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한 판단을 근거로 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21일 “검찰은 국민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연이어 놓치고 있다”며 “공수처 도입 등 검찰 개혁을 완수해 검찰의 과오가 검찰에 의해 은폐되는 현실을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민변 사무차장 출신이다.

검경수사권조정 문제는 여야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셈법이 다르다. 당정청은 지난 20일 경찰 권한 남용과 비대화를 막기 위해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는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등을 신설하고 정보경찰의 정치관여와 사찰을 원천 차단하는 통제 시스템을 마련키로 했다.

법률지원단 300명 왜?
고발정국, 맞불 필요성↑

이는 검찰에게 ‘경찰개혁’이라는 대안을 제시함과 검경수사권조정에 반발하는 검찰을 압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수본이 발표된, 민주당의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 당정협의’에서는 검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시 “견제와 통제가 없는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한 분산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검찰 일부의 반응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을 향해서는 “2년 임기 내에 검찰 스스로 국민 기대에 미칠 만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따가운 국민 평가를 총장은 경청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문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공개 반발한 바 있다.
 

▲ ‘공안통’으로 불렸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경찰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버닝썬 수사 결과에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 부실 수사로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경찰 내부의 유착 고리가 있다면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며 “검찰의 권한을 조정하는 만큼 경찰의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당은 국수본에 대해 즉각적인 우려를 표했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당정청은)어제(20일) 경찰에 대해서 국수본을 설치하고 인권위의 경찰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며 “지금 나온 이런 안들이 공수처라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검찰청’에 이어서 ‘대통령 하명수사본부’를 만드는 꼴이 아닌가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 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사법개혁의 본질인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공정한 수사를 위한 것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공수처와 검찰, 경찰, 국수본까지 가세해 (당정청이) 수사총량을 더욱 늘릴 것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수본에
야당 반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장단점을 갖고 있다. 원칙에 따른 의정활동에는 능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리길 좋아해 통합을 이뤄내는 데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법조인 출신에 비해 정치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협’이 생명인 정치의 본질과 시시비비를 좋아하는 법조인의 성질이 맞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일례로 법조인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양보 없는 정치 공방으로 민생 법안이 번번이 막히기 일쑤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찰개혁 핵심은?

당정청이 발표한 ‘경찰개혁’의 핵심은 쪼개기를 통한 권력 분산이다.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조직을 세 개로 쪼개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주된 업무가 서로 다르다.

국가경찰은 행정·정보·보안·경비·외사 등의 업무를 주로 맡을 것으로 보여진다.

수사경찰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관할한다. 이들은 이름처럼 광역범죄, 일반 형사 및 수사사건 등 수사만을 전담한다.

자치경찰의 업무는 국가경찰, 수사경찰에 비해 국민들과의 거리가 가깝다. 여성·청소년·아동·장애인 보호 및 교통법규 위반 단속, 지역 경비 활동 등을 주로 할 전망이다.

당정청은 국수본부장의 임기를 3년 단임으로, 자격요건을 경찰에 국한하지 않고 법조인·대학 교수 등으로 확대해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제한하겠다는 복안이다.

국수본은 검경수사권조정으로 경찰 권력이 비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당정청의 대안 중 하나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회의서 “경찰 수사에 대한 공정·엄정성에 여전히 의심이 있다. 일반 경찰과 수사 경찰을 분리하는 국수본 신설이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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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