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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30일 17시09분

정치


‘기사회생’ 한국당 총선 필승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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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잡으러 또 산으로 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한국당은 황교안 당 대표를 주축으로 전국을 순회했다. 현장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며 패스트트랙을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얻고자 했다. 한국당은 보수층들을 결집해 ‘집토끼’ 잡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민생 법안을 제쳐두고 국회를 오래 방치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총선이 11개월 남짓한 시점서 한국당이 떠난 ‘산토끼’들을 잡을 카드는 무엇일까.
 

▲ 민생 순회 도중 대구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내년 총선은 문정권과 한국당의 마지막 빅매치다.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기세를 몰아 다음 대선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대로 한국당이 이긴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에 속도가 붙어 정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

동물국회
책임론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동물국회’ 사태와 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논란으로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혐오 프레임을 씌운 정치를 벗어나 국회로 돌아가 통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당마다 총선을 두고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겐 사실상 의미가 없다. 기득권 양당의 자존심 싸움으로 텅 빈 국회가 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남은 여·야 사람들에게 국회 정상화는 해야 할 과제가 됐다. 한국당에게 출구의 길을 열어 줄 ‘다크호스’는 누가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새 취임사를 통해 “내일이라도 당장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뵙겠다”며 국회 현안을 논하고자 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신임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나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와의 호프타임을 제안했다.

극적으로 성사된 세 원내대표의 만남은 20일 저녁 여의도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5월 임시국회 소집을 비롯한 현안 논의와 국회 정상화의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패스트트랙의 원천 무효, 민주당의 사과, 대통령과의 일대일 영수회담을 요구했다. 집을 떠난 한국당과의 협치를 위해 남은 당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20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유권자 조사 결과 민주당이 상당 폭 결집한 반면, 한국당은 상승세를 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이를 두고 한국당이 보수층을 결집해 ‘집토끼’는 잡았으나 동물국회와 혐오 프레임을 씌운 정치 행보로 중도층인 ‘산토끼’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등 돌린 중도층…어쩌나
갈등만 남아, 정치혐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2년 국회 폭력을 없애고 몸싸움이 아닌 설득과 대화로 입법을 유도하고자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7년 후, 국회서 빠루가 등장하고, 무력 충돌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다수 다치면서 이는 무용지물이 됐다.

한국당은 선거법과 검찰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선정에 격렬히 반대했다. 바미당 채이배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찬성표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을 의원실 안에 감금했다. 의안과에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들을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이 서로의 팔을 엮어 저지했다. 밤샘 대치와 몸싸움에 골절상과 실신, 깁스 등 부상자가 속출하며 의안과 사무가 불가능해지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33년 만에 경호권을 발동했다.

이후 국민적인 비난이 거세지자, 한국당은 “한 당만 일부러 제외한 ‘야합’으로 패스트트랙을 해결하려 한 여야 4당의 잘못”이라며 의회 민주주의 절차를 먼저 어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는 “여당이 한국당을 따돌리고 다른 야당과 협력해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서 일상인 연정의 모습이다. 정치적 자유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보장돼있는데도 독재라고 하는 것은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드러낸 표현일 뿐”이라고 말했다.
 

▲ 국회서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자유한국당 ⓒ사진공동취재단

성난 민심은 예상대로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동물국회 이후 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은 180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서 “패스트트랙이 무효인 것은 자명하고 절차와 내용이 모두 틀렸다”며 “청와대와 여당서 분명한 사과와 원천 무효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의 요구안을 민주당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만큼 원내수석 간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만났지만
성과는…

당 일각에서는 체면을 차리기 위한 명분을 따지며 장외서 싸우는 대신 원내서 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파행이 계속 장기화 되면, 민생은 뒷전이라는 여론의 역풍이 고스란히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국회에 돌아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것이 훨씬 더 깔끔하다”며 “조건 없이 등원해서 추경도 심의하고, 법안도 논의하면서 묵은 감정을 풀어가는 것이 훨씬 진지한 정치”라고 주장했다.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미징계도 민심이 얼어붙는 데 일조했다. 올해 2월, 한국당 이종명 의원의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발언과 5·18 유공자를 ‘세금을 축내는 이상한 괴물집단’이라 말한 김순례 의원의 발언은 논란을 불러왔다. 김진태 의원은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자, 당 내부서도 세 의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았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는 경고와 당원권 정지 3개월이 내려졌다. 이 의원의 제명 절차는 여전히 의원총회 의결을 넘지 못했다. 솜방망이 처벌과 미징계로 한국당은 5·18 희생자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8일 한국당 황 대표는 광주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했다. 광주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호남 민심을 위한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없는 기념식 참석을 반대해 온 시민단체가 황 대표를 향해 달려들면서 현장에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연설문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을 국회에 촉구했다. 보수층에서는 황 대표가 5·18 추모식에 참여한 것을 ‘잘한 결정’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이와 반대로 진보층과 호남에선 80% 전후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응답했고, 무당층과 중도층서도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우세했다.

황 대표가 20일 전북 지역 핵심현안들을 집중 부각하고 나선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당 차원의 청사진 마련을 통해 불모지의 표심을 이끌어 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 신인 황 대표의 행보가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공개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 호남에 외연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색깔론을 접어두고, 5·18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의견이 우세하다.

▲ 5·18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잇단 망언
유야무야


황 대표는 색깔론으로 강성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했다. 문정부를 ‘좌파독재’로 규정하고, “좌파 중에 정상적으로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다. 다 싸우고 투쟁해서 뺏은 것” 등과 같은  적대적 발언으로 수위를 높여갔다. 지난 21일 황 대표는 장외투쟁 현장서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냐”며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하나 못하니까 대변인 짓을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해 각을 세웠다. 황 대표의 말에 청와대는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혐오가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흐름은 이뿐만 아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황 대표는 거의 싸이코패스 수준”이라는 말에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문 대통령을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끼는 ‘한센병 환자’로 맞받아쳤다. 이후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의 큰 반발이 일자, 김 의원은 발언 다음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구서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향한 ‘달창’ ‘문빠’ 발언 이후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며 사과했다. 이에 여야 4당 여성의원들은 ‘최악의 여성 혐오와 비하 표현’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징계안을 제출했다. 정의당은 “한국당이 표 벌이를 위해서 혐오정치를 조장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경제지표 악화와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한국당서 문정부의 레임덕 문제를 지적하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달창’ 발언에 묻혔다. 정부의 실책들이 고스란히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중도층의 관심과 기대에 찬물을 끼얹게 된 셈이다.

▲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민생 법안들이 국회 의안과에 방치돼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현재 장외투쟁은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한국당의 총선 전략은 강경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속할 경우 중도층의 반감과 염증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9대 총선서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서 민주당과 무소속에 두 자릿수 이상의 의석을 내주고 말았다. 중도층의 이탈이 지난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혔다.

합리적 충청 민심
보수대통합 언제?

지난 지방선거서 홍준표 전 대표는 강경보수 노선으로 대구·경북 중심의 당 운영을 고수했다.

“호남 민심을 배제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 전 대표는 “나는 거(그곳) 민심 안 봅니다"라고 답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지방선거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선거서만 승리했고, 호남 지역에선 3% 미만의 ‘싸늘한’ 지지율로 심판 받았다.  홍 전 대표의 보수 우파 결집 수단이었던 호남 배제 전략이 패배에 이르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절반이 중도인 나라다. 지역을 불문하고 중도층의 반감이 이대로 극심해지면 한국당은 내년 총선서도 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 민심을 얻기 위한 쟁탈전서 한국당이 선점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충청도는 지금까지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역대 대선서 충청권서 승리한 후보는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당선됐다. 총선서도 예외가 아니다.

13대 총선부터 충청권서의 성적이 좋을 땐 그 당의 전국 성적표가 좋았다. 14·17·19대는 충청권 1당이 다수당이 됐다. 20대는 여야가 고르게 충청권 의석수를 고르게 나눠 가졌다. 충청도는 연고 정당에 상관 없이 실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방증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그랬듯 내년 총선 역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내년 선거 역시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유튜브 방송 ‘신의한수’에 출연해 “창원 성산 보궐선거서 대한애국당(이하 애국당)의 표가 저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며 “우파는 통합해야지만 다음 선거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나 원내대표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애국당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할지는 미지수다. 애국당과의 통합이 ‘중도층 표심 확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창’으로
기회 놓쳤나

또, 당내 개혁 보수층과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세력 규합을 통해 현 지도부 등 주류층과 조율에 나선다면 보수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바미당은 최근 내홍으로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미당 유승민 전 대표는 “내년 총선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한국당에 다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입당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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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띄우나? '추크나이트' X맨 추미애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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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굵직한 두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사건과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이다. 연달아 나온 사법부의 판결에 여권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공교로운 점은 두 사건 모두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추크나이트(추미애+다크나이트)가 해냈다.’ 지난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추크나이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슈퍼히어로 다크나이트에 빗대 붙인 별명이다. 다크나이트는 DC 코믹스 캐릭터인 배트맨의 별칭이다. 모든 게 오비이락?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 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이유 모순, 판단 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김 지사 측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이 지방선거 댓글 작업 약속에 대한 대가라는 특검 측의 주장을 받아들지 않았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부터 2018년 2월1일까지 ‘드루킹’ 김동원씨 등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회를 조작하는 데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또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회원인 ‘아보카’ 도모 변호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밝힌 혐의도 있다. 1심은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다.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유리한 행위를 해달라고 한 정도로는 유죄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이 댓글 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면서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여기에 1심에서 구속 수감된 77일을 제외하면 1년9개월여의 징역형도 남아있다. 피선거권도 박탈돼 형기를 마치고 5년 후인 2028년 4월께야 회복된다. 이번 판결로 김 지사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드루킹 사건 수사 촉구·특검 합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책임론 부각 김 지사는 유죄 확정 직후 “안타깝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는 더는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가 벽에 막혔다고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며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김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문재인정부의 정통성에 의심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도 촉구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김 지사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의 유죄 확정으로 난감한 분위기다. 흥미로운 부분은 김 지사의 혐의가 드러나고 기소돼 유죄 확정까지 이르게 된 과정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2018년 1월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기사에 문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 매크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여권 지지층에서 제기된 것.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당 대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 최고의원회의에서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댓글은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돼버렸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은 ‘재앙’과 ‘죄인’으로 부르고, 그 지지자들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농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가짜뉴스, 댓글 조작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드루킹 김씨와 민주당 당원 등 3명이 댓글 조작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여기에 김 지사가 이들과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권에서 제기한 의혹에 여권 인사가 걸려든 셈이었다. 야권은 국회 보이콧 등 총공세를 펼치며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정부 정통성 의구심 나와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드루킹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의혹이 불거지고 5개월 만인 2018년 6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시작했다. 특검은 2018년 8월 김 지사를 기소했고 이후 35개월 만인 지난 21일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허 특검은 “이 사건은 특정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한 행위에 대한 단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사실까지 인정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해 대선의 대가로만 평가한 것이 아쉽다”며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데 의견을 표했다.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의혹에 대한 수사 촉구, 특검 도입 합의 등이 추 전 장관의 당 대표 시절에 이뤄지면서 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김 지사 유죄 판결의 ‘일등공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추 전 장관은 김 지사의 대법원 유죄 판결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여권에서도 추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지난 22일 “유능하고 전도양양한 우리 젊은 정치 생명이 위기에 빠졌다. 이 대목에서 저는 같이 경쟁하고 있는 추미애 후보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화살을 돌렸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전 장관에 대해)노무현 탄핵, 윤석열 산파, 김경수 사퇴 이렇게 3번 자살골을 터트린 자살골 해트트릭 선수라고 얘기하고 좌충우돌, 통제불능이었다는 비판도 하더라. 저도 이런 부분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대선을 주관했고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했던 당시 당 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김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김 지사의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추 전 장관의 책임론을 부각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드루킹 사건에 대한)수사만 촉구했을 뿐 수사의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이 같은 보도가 계속될 경우)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같은 편도 비판하다 친문(친 문재인) 세력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자 언론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 전 장관이 거론되는 사건이 또 있다는 점이다. 김 지사의 대법원 유죄 판결에 앞서 1심 판결이 나온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서도 추 전 장관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추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무렵인 지난해 3월 MBC의 보도로 촉발됐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지난해 2~3월 후배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공모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전 기자와 후배 기자만 기소했을 뿐 한 검사장은 기소하지 못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재를 요청했지만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처분을 유보하면서 ‘뭉개기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와 후배 기자에 무죄를 선고했다. 홍 부장판사는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해도 피고인들의 인식이나 중간전달자에 의해 왜곡돼 전달된 결과에 따른 것이라서 강요미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기자 등이 취재윤리는 위반했다고 인정했지만 강요미수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 전 기자 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당장 추 전 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추 전 장관은 해당 사건을 두고 수사지휘권 발동 등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할 때에도 이 사건을 사유로 제기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친정부 검사로 눈도장을 찍었다. 윤 전 총장은 거듭된 추 전 장관과의 갈등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대선후보급으로 몸집이 커졌다. 지난해 3월31일 MBC는 이 전 기자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유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도록 압박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MBC 보도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맡았고, 사건은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당시 형사1부장)에게 배당됐다. 채널A 기자 사건도 1심 무죄 윤석열 징계사유로 밀었는데… 윤 전 총장은 측근인 한 검사장이 연루돼있다는 이유로 수사 지휘를 대검찰청 부장회의에 일임했고, 이 전 기자 측은 수사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달라고 진정했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대검과 중앙지검, 수사팀과 법무부는 갈등을 빚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며 사실상 윤 전 총장에게 항명했다. 추 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서울중앙지검의 손을 들어줬다. 윤 전 총장에게 사실상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이후 검찰은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발부했다. 한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진웅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 차장검사는 현재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6가지 징계 사유를 들어 윤 전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때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한 감찰 방해가 징계 사유로 포함됐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역시 해당 사건을 징계 사유로 인정, 정직 2개월을 의결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직무배제와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법원에 각각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처분 자체를 취소하라는 본안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24일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의 의사 정족수가 미달돼 징계위 결정 자체가 무효”라며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9일에는 윤 전 총장이 징계 처분을 아예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의 첫 정식재판이 열렸다. 추 전 장관은 이 전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검언유착의 결과로 개혁이 더 절실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완벽한 수사방해와 재판방해로 진실이 이길 수 없는 한심한 작태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고 자신의 SNS에 썼다. 또 “검찰은 한 검사장의 휴대폰 압수 후 비밀번호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수사·재판에 증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검사장은 이 전 기자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통해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며 “조국 수사 등 권력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회에 정의와 상식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판결로 잘못이 바로잡혀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거짓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을 동원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 열린우리당 최강욱 대표, 열린우리당 황희석 최고위원 등을 거론했다. 맹공격 끝에 역풍 맞았다 이 전 기자의 무죄 판결로 검언유착으로 불렸던 사건이 ‘권언유착’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19일 자신과 이철 전 대표 사이에서 중간전달자 역할을 한 ‘제보자X’ 지모씨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소위 권언유착 사건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지씨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류 중인 사건을 엄중 수사해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권언유착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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