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한국당 총선 필승카드

산토끼 잡으러 또 산으로 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한국당은 황교안 당 대표를 주축으로 전국을 순회했다. 현장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며 패스트트랙을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얻고자 했다. 한국당은 보수층들을 결집해 ‘집토끼’ 잡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민생 법안을 제쳐두고 국회를 오래 방치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총선이 11개월 남짓한 시점서 한국당이 떠난 ‘산토끼’들을 잡을 카드는 무엇일까.
 

▲ 민생 순회 도중 대구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내년 총선은 문정권과 한국당의 마지막 빅매치다.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기세를 몰아 다음 대선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대로 한국당이 이긴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에 속도가 붙어 정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

동물국회
책임론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동물국회’ 사태와 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논란으로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혐오 프레임을 씌운 정치를 벗어나 국회로 돌아가 통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당마다 총선을 두고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겐 사실상 의미가 없다. 기득권 양당의 자존심 싸움으로 텅 빈 국회가 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남은 여·야 사람들에게 국회 정상화는 해야 할 과제가 됐다. 한국당에게 출구의 길을 열어 줄 ‘다크호스’는 누가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새 취임사를 통해 “내일이라도 당장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뵙겠다”며 국회 현안을 논하고자 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신임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나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와의 호프타임을 제안했다.

극적으로 성사된 세 원내대표의 만남은 20일 저녁 여의도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5월 임시국회 소집을 비롯한 현안 논의와 국회 정상화의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패스트트랙의 원천 무효, 민주당의 사과, 대통령과의 일대일 영수회담을 요구했다. 집을 떠난 한국당과의 협치를 위해 남은 당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20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유권자 조사 결과 민주당이 상당 폭 결집한 반면, 한국당은 상승세를 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이를 두고 한국당이 보수층을 결집해 ‘집토끼’는 잡았으나 동물국회와 혐오 프레임을 씌운 정치 행보로 중도층인 ‘산토끼’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등 돌린 중도층…어쩌나
갈등만 남아, 정치혐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2년 국회 폭력을 없애고 몸싸움이 아닌 설득과 대화로 입법을 유도하고자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7년 후, 국회서 빠루가 등장하고, 무력 충돌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다수 다치면서 이는 무용지물이 됐다.

한국당은 선거법과 검찰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선정에 격렬히 반대했다. 바미당 채이배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찬성표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을 의원실 안에 감금했다. 의안과에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들을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이 서로의 팔을 엮어 저지했다. 밤샘 대치와 몸싸움에 골절상과 실신, 깁스 등 부상자가 속출하며 의안과 사무가 불가능해지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33년 만에 경호권을 발동했다.

이후 국민적인 비난이 거세지자, 한국당은 “한 당만 일부러 제외한 ‘야합’으로 패스트트랙을 해결하려 한 여야 4당의 잘못”이라며 의회 민주주의 절차를 먼저 어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는 “여당이 한국당을 따돌리고 다른 야당과 협력해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서 일상인 연정의 모습이다. 정치적 자유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보장돼있는데도 독재라고 하는 것은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드러낸 표현일 뿐”이라고 말했다.
 

▲ 국회서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자유한국당 ⓒ사진공동취재단

성난 민심은 예상대로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동물국회 이후 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은 180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서 “패스트트랙이 무효인 것은 자명하고 절차와 내용이 모두 틀렸다”며 “청와대와 여당서 분명한 사과와 원천 무효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의 요구안을 민주당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만큼 원내수석 간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만났지만
성과는…

당 일각에서는 체면을 차리기 위한 명분을 따지며 장외서 싸우는 대신 원내서 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파행이 계속 장기화 되면, 민생은 뒷전이라는 여론의 역풍이 고스란히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국회에 돌아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것이 훨씬 더 깔끔하다”며 “조건 없이 등원해서 추경도 심의하고, 법안도 논의하면서 묵은 감정을 풀어가는 것이 훨씬 진지한 정치”라고 주장했다.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미징계도 민심이 얼어붙는 데 일조했다. 올해 2월, 한국당 이종명 의원의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발언과 5·18 유공자를 ‘세금을 축내는 이상한 괴물집단’이라 말한 김순례 의원의 발언은 논란을 불러왔다. 김진태 의원은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자, 당 내부서도 세 의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았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는 경고와 당원권 정지 3개월이 내려졌다. 이 의원의 제명 절차는 여전히 의원총회 의결을 넘지 못했다. 솜방망이 처벌과 미징계로 한국당은 5·18 희생자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8일 한국당 황 대표는 광주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했다. 광주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호남 민심을 위한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없는 기념식 참석을 반대해 온 시민단체가 황 대표를 향해 달려들면서 현장에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연설문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을 국회에 촉구했다. 보수층에서는 황 대표가 5·18 추모식에 참여한 것을 ‘잘한 결정’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이와 반대로 진보층과 호남에선 80% 전후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응답했고, 무당층과 중도층서도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우세했다.

황 대표가 20일 전북 지역 핵심현안들을 집중 부각하고 나선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당 차원의 청사진 마련을 통해 불모지의 표심을 이끌어 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 신인 황 대표의 행보가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공개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 호남에 외연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색깔론을 접어두고, 5·18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의견이 우세하다.

▲ 5·18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잇단 망언
유야무야


황 대표는 색깔론으로 강성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했다. 문정부를 ‘좌파독재’로 규정하고, “좌파 중에 정상적으로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다. 다 싸우고 투쟁해서 뺏은 것” 등과 같은  적대적 발언으로 수위를 높여갔다. 지난 21일 황 대표는 장외투쟁 현장서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냐”며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하나 못하니까 대변인 짓을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해 각을 세웠다. 황 대표의 말에 청와대는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혐오가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흐름은 이뿐만 아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황 대표는 거의 싸이코패스 수준”이라는 말에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문 대통령을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끼는 ‘한센병 환자’로 맞받아쳤다. 이후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의 큰 반발이 일자, 김 의원은 발언 다음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구서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향한 ‘달창’ ‘문빠’ 발언 이후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며 사과했다. 이에 여야 4당 여성의원들은 ‘최악의 여성 혐오와 비하 표현’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징계안을 제출했다. 정의당은 “한국당이 표 벌이를 위해서 혐오정치를 조장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경제지표 악화와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한국당서 문정부의 레임덕 문제를 지적하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달창’ 발언에 묻혔다. 정부의 실책들이 고스란히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중도층의 관심과 기대에 찬물을 끼얹게 된 셈이다.

▲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민생 법안들이 국회 의안과에 방치돼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현재 장외투쟁은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한국당의 총선 전략은 강경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속할 경우 중도층의 반감과 염증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9대 총선서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서 민주당과 무소속에 두 자릿수 이상의 의석을 내주고 말았다. 중도층의 이탈이 지난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혔다.

합리적 충청 민심
보수대통합 언제?

지난 지방선거서 홍준표 전 대표는 강경보수 노선으로 대구·경북 중심의 당 운영을 고수했다.

“호남 민심을 배제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 전 대표는 “나는 거(그곳) 민심 안 봅니다"라고 답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지방선거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선거서만 승리했고, 호남 지역에선 3% 미만의 ‘싸늘한’ 지지율로 심판 받았다.  홍 전 대표의 보수 우파 결집 수단이었던 호남 배제 전략이 패배에 이르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절반이 중도인 나라다. 지역을 불문하고 중도층의 반감이 이대로 극심해지면 한국당은 내년 총선서도 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 민심을 얻기 위한 쟁탈전서 한국당이 선점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충청도는 지금까지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역대 대선서 충청권서 승리한 후보는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당선됐다. 총선서도 예외가 아니다.


13대 총선부터 충청권서의 성적이 좋을 땐 그 당의 전국 성적표가 좋았다. 14·17·19대는 충청권 1당이 다수당이 됐다. 20대는 여야가 고르게 충청권 의석수를 고르게 나눠 가졌다. 충청도는 연고 정당에 상관 없이 실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방증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그랬듯 내년 총선 역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내년 선거 역시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유튜브 방송 ‘신의한수’에 출연해 “창원 성산 보궐선거서 대한애국당(이하 애국당)의 표가 저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며 “우파는 통합해야지만 다음 선거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나 원내대표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애국당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할지는 미지수다. 애국당과의 통합이 ‘중도층 표심 확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창’으로
기회 놓쳤나

또, 당내 개혁 보수층과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세력 규합을 통해 현 지도부 등 주류층과 조율에 나선다면 보수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바미당은 최근 내홍으로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미당 유승민 전 대표는 “내년 총선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한국당에 다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입당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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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