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10주기’ 시달린 친노 기업들 현주소

외풍에 흔들리다 ‘순풍에 돛’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5월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식으로 가득했다. 서거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기획과 행사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이 15년째 된다는 점도 그 의미를 더했다. <일요시사>는 5월 마지막 주, 노 전 대통령의 자취가 묻어 있는 기업들을 짚어봤다.
 

▲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사정의 칼날은 주변인들로까지 번졌다. 당시 여러 기업인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당한 수사였다는 평가와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혼재했다. 노 전 대통령의 타개로 이를 둘러싼 논쟁은 첨예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고 적었다.

정당수사?
표적수사?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사람이다. 강 회장은 부산으로 건너가 30년 가까이 섬유업에 종사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전북 부안 출신인 강 회장은 지역적 편견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를 극복하려 애썼다.

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자처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꿈이었던 ‘지역주의 타파’는 강 회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 회장은 아무런 대가 없이 노 전 대통령을 도운 인물이다. 강 회장은 “나는 젊었을 때부터 호남사람으로서 부산에 건너와 사업을 했다. 늘 호남에 대한 끝없는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려야 했다. 호남 놈이 얼마나 신용 있고 의리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부산 사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던 호남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면, 나 또한 역시 호남사람으로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 회장은 2003년 12월 배임과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강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서 “내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건 검찰이 다 안다”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강 회장은 영장이 발부되자 “모든 것을 가슴에 묻고 가겠다”며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이듬해 4월 강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40억원, 몰수채권 3억원 그리고 추징금 14억원을 구형했다. 강 회장은 이날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에게 부탁한 적 없고, 정치권에 돈을 준 적도 없다”며 “대통령 주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역차별 받는 것 같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1심 재판부는 강 회장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벌금 15억원과 추징금 2억원, 몰수 채권 3억원을 선고했다. 강 회장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은 적절하다”며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곳저곳 남아 있는 노의 흔적
수사 등 친분 기업인들 수난

강 회장은 2009년 4월 횡령 등의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강 회장은 대전교도소로 향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대통령을 도왔다고 이렇게 정치 탄압을 하니 달게 받겠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한국 법이 그렇다면 법대로 하겠다”고 강변했다.

구속 수사를 받던 강 회장은 보석을 신청했다. 강 회장은 2007년 뇌종양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었다. 강 회장은 영장실질검사 때 건강진단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에도 강 회장은 보석을 신청했지만 사건 전담 재판부가 미정됐다는 이유와 진단서 사실조회를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 회장은 옥중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게 됐으며 보석 석방 후 봉하마을 빈소를 찾아 대성통곡했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강 회장에 대해 징역 6년과 벌금 12억원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12월 강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강 회장은 모두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듬해 6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강 회장은 3개월 뒤 세상을 떠났다. 주변에선 뇌종양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문재인 고문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빈소를 찾아 눈시울을 붉혔다. 강 회장은 ‘바보 노무현’에 빗대 ‘바보 강금원’으로 불렸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귀향했을 때 그와 보좌진 등을 위해 ‘경남 김해 봉하 연립주택’을 지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지난해 5월 봉하 연립주택을 ‘강금원 기념 봉화연수원’으로 바꾸고 개관했다.

차례로…
줄줄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견인이었다. 박 회장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건넨,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박 회장은 “착잡하지만 억울하지 않다”며 “조세포탈 부분은 시인한다”고 털어놨다. 다만 뇌물공여와 ‘박연차 리스트’에 대해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박 회장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박 회장 역시 강 회장과 마찬가지로 구치소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당시 박 회장은 큰 충격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박 회장은 같은 해 9월 1심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박 회장은 협심증과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고, 거주지를 병실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보석이 허가됐다. 이듬해 1월 박 회장은 2심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30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회장에 대한 일부 혐의를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서울고법은 박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190억원을 선고했지만, 이번에도 대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한 판결에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보냈다.

이후 서울고법은 박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91억원을 선고했다.

체포·조사
구속·선고


박 회장은 2013년 7월 가석방 대상이 됐다. 당시 가석방심사위원회는 박 회장이 형기를 80% 이상 채웠고, 모범수라는 점을 들어 가석방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가석방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불허를 결정, 결국 박 회장은 남은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했다.

프라임그룹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프라임그룹은 ‘정권 특혜설’이 나돌았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친노 인사들은 “참여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은 ‘국정감사 주요 공격이슈’ 문건을 작성, 참여정부 15대 사건 중 하나로 ‘프라임그룹 비자금 조성’을 적시했다.

검찰은 2008년 9월 프라임 그룹을 비자금 조성 정황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했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백 회장의 동생 백종진 당시 벤처산업협회 회장은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은 같은 해 10월 백 회장을 소환 조사하고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백 회장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백 회장은 12월 기업 사정을 감안해달라며 보석을 신청해 석방됐다.

검찰은 이듬해 6월 백 회장에 대해 징역 7년과 추징금 80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7월 백 회장에 대해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300시간을 명령했다. 백 회장은 이듬해 1월 항소심서 1심보다 낮은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11월 대법원은 원심(2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맺어진 인연 탓? 눈엣가시 탓?
과거는 묻어두고 재도약 시동

고초를 겪었던 세 기업은 현재 꾸준히 사업을 영위 중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창신섬유의 매출액은 2015~2017년 기준 3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매출액은 24억원서 30억700만원, 30억1300만원으로 늘었다. 매출원가는 19억원, 22억원, 21억원이고 매출총이익은 5억원, 7억원, 8억원 순이었다. 판관비는 4억원, 4억원, 3억원이고 영업이익은 5900만원, 3억원, 5억원이었다.

창신섬유의 당기순이익은 7600만원, 3억원, 4억원으로 상승세다.

태광실업의 경우 최근 3년(2016∼2018)간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588억원, 1조6544억원, 1조9791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원가는 1조3468억원, 1조4286억원, 1조7162억원이고 매출총이익은 2120억원, 2257억원, 2628억원이다. 판관비는 854억원, 860억원, 902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266억원, 1397억원, 1726억원이었다. 태광실업의 당기순이익은 1085억원, 1680억원, 202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풍파 딛고
사업 계속

프라임산업(테크노마트주식회사)의 3년(2016∼2018) 연결기준 매출액은 432억원, 440억원, 434억원이고 매출원가는 421억원, 427억원, 420억원 순이다. 매출총이익은 10억원, 13억원, 14억원이다. 판관비는 5억원, 6억원, 2억원이고 영업이익은 5억원, 6억원, 11억원이다. 프라임그룹의 당기순이익은 4억원, 15억원, 12억원이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