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 특별초대석> 북한인권시민연합 차미리·김소희 선임간사

“인권은 인권일 뿐 색깔로 보지 마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국엔 3만7000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폭력으로 자유를 억압받는 인권 유린 현장에 노출돼왔다. 260만명의 강제 노동자, 정치범 수용소 등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던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으로 선정됐다. 북한 주민들에겐 현실이다. 북한을 떠나면 더 나아질까. 아니다. 저주받은 땅을 떠나 도착한 한국에선 또 다른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 주민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인권 현주소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전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최초의 단체다. 인권은 인권일 뿐이라며, 정치색을 씌워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차미리 선임간사(이하 차)와 김소희 선임간사(이하 김)의 목소리에는 북한이탈주민(이하 새터민)들의 인권 하나만을 위해 일해온 그들의 사명감이 묻어났다. 최근 이슈화된 북한의 식량난과 새터민들의 인권 현황,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대화로 풀어봤다. 다음은 두 간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해져 ‘제2 고난의 행군’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 제2 고난의 행군이 맞다. 북한 경제가 최근에 안 좋아졌다. 1차적 원인은 경제 딜레마다. UN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경제에 타격이 크다. 또 북중 무역 평가 이후에 수출이 90프로 줄었다고 들었다. 북한 내부에선 만리마 운동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 맞다.

-1차 고난의 행군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김: 1차 고난의 행군 때는 식량난이 너무 심각해 한 집 걸러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지금은 그래도 죽지 않고 사는 방법을 안다. 밀수나 뭐 그런 것들. 하지만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이다. 몸이 아플 때는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차: 맞는 말이다. 식량은 어떻게 해결해도 그 외에 케어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에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인권문제가 더 심각하다.
▲김: 맞다. 북한은 사실 여성이 모든 경제력을 쥐고 있다. 남성은 무조건 직장 배치가 되는데 터무니 없는 돈을 받기 때문에, 여성들이 따로 부업을 해야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가정폭력도 성행한다. 남편이 손찌검을 해서 보안원에게 신고해도 가정의 일이니 알아서 해라 그러는 분위기다. 그래서 신고도 잘 안 하려고 한다. 유엔에 북한 대표가 왔는데 전문가임에도 부부강간의 개념 자체를 아예 모르고 이해를 못한다. 성평등 인식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


▲차: 북한 대학교 내에서도 여성은 특수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법으로 돼있다.

▲김: 직무 추천표도 남녀로 나눠서 분류돼있다.

‘북’만큼 ‘남’도 지옥이다”
엉망인 새터민들의 남한생활

-가족이 탈북을 하게 되면 남은 가족들은 북한서 보복을 받나?
▲차: 한 가족의 일원이 탈북을 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 가족을 더 감시한다. 이동의 자유도 없고 이사를 편하게 할 수도 없다.

▲김: 탈북하신 분들 중에서 인권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잘못될까봐 걱정이 많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유명한 친구가 아니어도 그렇다. 다들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 두려움에도 탈북을 감행한다. 가장 가까운 중국으로 가면 좀 괜찮나?
▲김: 북한서 남자들은 직장에 매여 있어서 탈북하기가 어렵다. 남자들의 경우는 불법 체류자기 때문에 중국 어느 공장을 가더라도 돈을 잘 못받는다. 그래서 탈북하는 사람의 70프로가 거의 여자다. 인신매매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중국 농촌에 있는 고령자나 장애인들한테 시집을 간다. 거기서는 북한서 여자가 오면 신부로 온 게 아니라 돈 주고 사온 사람이다. 도망갈 수 있으니깐 감시하자 이런 분위기다. 그렇게 노예처럼 살고 인권유린 상황에 계속 노출되는 거다.

▲차: 매일 밤마다 다른 남자들한테 강간을 당한다던지 집안서 노동을 도맡아 한다. 노래방, 채팅방에 팔려나가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 한국으로 오면 그래도 좀 낫지 않나.
▲김: 한국에 넘어오는 과정서도 브로커한테 성폭행을 많이 당한다.

▲차: 정착지원금이 정부로부터 나오지만 브로커 비용으로 갚아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새터민들은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있다. 하나원을 퇴소하면 한국 사회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고, 혼돈과 외로움을 겪게 된다. 언어도 어렵고, 생활도 해야 하고, 가족에게 돈도 보내야 하고.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니 여성 분들은 자꾸 성인업소 같은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탈북 후 나타나는 새터민들의 불안과 트라우마에 대해 정부가 따로 하고 있는 건 없나.
▲차: 하나원에 있는 동안 정착기간 12주가 있다. 그 안에서 심리 상담도 하고 건강 검진도 한다. 하나원을 나와서도 심리 상담이 가능하다.

▲김: 경찰서에서도 담당형사가 있는데 형사 한 분이 여러 명을 맡고 있다. 새터민들의 개인적인 고충을 들어줄 수는 있어도 그 분들이 다 해결해줄 수는 없는 것 같다.

-하나원에서는 취업이나 정착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나.
▲차: 굉장히 많다. 미용 관련된 일이나 바리스타 같은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근데 바리스타라고 하면 원두도 외국어고 기계도 외국어다. 공부를 하고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꾸준하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하니깐. 또 사회에서는 이 친구가 일에 충분히 익숙해질 여유를 주지 않는다.

브로커에 성폭행도
비용 갚다 날샐 판

-실제로 새터민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잘 적응하는 경우는 어떤가.
▲차: 한국에 입국한 지 5년 만에 본인이 부족한 공부를 더 채우고 대학 진학을 후 해외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외국에 유학 가는 능력 있는 친구도 많다.

▲김: 공부뿐만 아니다. 예술 쪽으로 두각을 보이는 친구들도 많다.

-한국 사회의 편견도 새터민들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김: 사실 많은 단체가 새터민에 대한 인식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고. 그런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북한 관련된 뉴스는 정치적으로 안 좋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이런 것들. 하지만 이런 건 북한정권서 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과 새터민들은 완전히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 주변에 한국 학교를 다니는 새터민 친구가 있는데 그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위축된다고 한다. 친구들이 “북한 왜 그래?”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걔가 그걸 어떻게 아나?(웃음)
 

▲차: 개인적으로 보태면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고향이 다른 친구라고 생각해달라. 그걸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면 새터민에 대한 편견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차: 북한 시민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서 걱정이 많았다. 다들 북한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난 그저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말 그대로 사람의 권리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 뿐이니 그렇게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김: 북한이라고 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보수단체 아니야? 하면서 우리 인권운동이 매도될 때가 있다. 사실 그럴 때 힘이 빠진다. 국제사회서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다룰 때 정치색을 입히지 않는 것처럼 북한 인권활동도 그렇게 순수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